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38)
제 338화
338화
이틀 뒤로 예정되었던 출정은 7일 뒤까지 미뤄졌다.
각 대륙에서 모인 병사들의 피로 회복을 위해서였다.
반대는 적었다.
병사들이 몇 달에 걸쳐 대륙을 횡단하고 종단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지휘관들과 참모들이 그들과 함께 움직였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직위가 높으신 분들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수긍하는 척했을 뿐이다. 하지만 퓨리온 공작이 총대를 메니까 금방 해결되었다.
그렇게 7일 뒤가 되었다.
“이제 출발하도록 하지.”
“선발대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애꿎은 애들 죽일 일 있나? 괜히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고 정찰대만 운영하도록 하세나.”
“그러실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해놨습니다.”
“자네 마음에 드는군.”
퓨리온 공작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슈롬벨 백작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중에 서대륙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면 말하시게. 폐하께 말씀드려 좋은 자리를 하나 내줄 터이니.”
“하하.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말씀만이라니! 나는 지금 진지하네.”
“저도 진지합니다.”
“……흐흠. 자네도 진지했군. 나만 진지한 줄 알았지.”
퓨리온 공작이 슈롬벨 백작을 폴른 제국으로 영입하려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어색하게 웃던 그때 출정식이 시작되었다.
서대륙의 총사령관 퓨리온 공작이 말의 고삐를 당겼다.
슈롬벨 백작은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그 위치가 제론의 옆이었다.
“응? 왜 여기 계세요?”
“내 자리가 여기라네.”
“북대륙 연합군은……?”
슈롬벨 백작은 북대륙 연합군의 총사령관이었다.
북대륙 연합군은 오른 왕국이 아니라 다른 왕국에서 주둔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왜 오른 왕국에 있는 거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야 여기가 재밌으니까 왔지.”
“아, 그래요?”
제론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가 이상했지만 묘하게 납득이 된다.
“이럴 때 써먹으라고 부관이 있는 거지. 귀찮은 일들을 내가 일일이 다 지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안 그래?”
“그게 본심이었군요.”
“아니지. 아니지. 여기가 재밌으니까 온 게 본심일세.”
“그렇군요.”
“그래서 식은 언제 올릴 생각인가?”
슈롬벨 백작의 기습공격에 사레가 걸린 제론은 거칠게 기침을 했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식 이야기를 합니까?”
“나 때는 전쟁 통에도 연애하고 결혼해서 애 낳고 그랬다네.”
“이게 그냥 전쟁이었다면 그랬겠죠.”
“종말이 대수인가? 막으면 살고, 막지 못하면 죽는 걸세. 죽을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살아남고 그 이후를 생각해야지. 평소에는 그릇이 큰데 이상하게 이런 일에는 그릇이 작아. 가정을 이뤄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이뤄본 적이 있으면 그게 더 큰일 아닙니까?”
“그건 그렇군.”
슈롬벨 백작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 저희 차례가 되었네요.”
서대륙 연합군의 출정식이 끝나자 오른 왕국의 차례가 되었다.
오른 왕국은 중앙대륙 연합군의 중앙을 맡고 있었다.
송곳으로 치자면 가장 날카로운 끝부분이다.
당연하게도 뛰어난 힘을 가진 실력자들이 많이 배치되었다.
“으음? 제이나 선생님?”
“제론 학생?”
“제론 학생이 있다고?”
“교장 선생님?”
아카데미의 인연을 만나기도 했다. 모든 아카데미 선생님을 아는 건 아니지만 그들 중에서도 저 두 사람이 가장 뛰어났다.
‘지금은 유한 경도 만만치 않지만.’
제론은 말의 갈기를 부드럽게 쓸었다.
* * *
전 대륙의 연합군이 출정식을 마쳤다.
연합군의 목적은 하나.
바로 중앙대륙 중심에 솟아난 보라색 타워였다.
연합군은 보라색 타워를 향해 진격하며 괴수와 몬스터 등 대륙의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것을 제거했다.
앞을 가로막지 않았다고 해도 상관없이 공격했다.
놈들이 보라색 타워를 향해 가고 있었으니까.
“한 마리도 남기지 말고 전부 쓸어버려라!”
공성 무기가 그 자리에서 설치되어 발포되었다. 마법사들의 마법 폭격이 쏟아졌다. 그러나 연합군의 행보를 막는 것은 괴수나 몬스터와 같은 것들이 아니었다.
바로 이상기후.
하루에도 몇 번씩 기후가 바뀌며 날이 춥고 덥기를 번복한다.
가장 큰 문제는 새벽이었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사이 주먹만 한 우박이 쏟아져 내려 다치거나 죽는 병사도 나타났다. 불침번이 없었다면 피해가 막심해졌을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간단했다.
“아티팩트를 풀어라.”
보호 마법이 인챈트된 아티팩트가 보급되었다. 보급해야 할 숫자가 많았지만 전 대륙에서 모아온 아티팩트 역시 적지 않았다.
물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꽤나 많았다.
아티팩트는 사용하면 충전을 해주거나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연합군은 지금 싸우러 가는 길이다. 전투에 돌입하면 사용할 아티팩트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그런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운 것은.
“병사들이 죽거나 다치면 어떻게 싸우려고?”
그랬다.
전투를 하려면 병사들의 전력이 최대한 보존돼야 했다.
“그리고, 괴수들이나 마수들의 공격에 아티팩트 보호 마법 따위가 막아줄 수 있을 것 같나? 하긴. 앞에서 싸워본 적도 없는데 그런 걸 알기나 할까.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으면 얼른 풀기나 해. 또 딴죽 걸면 푹 쉬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테니.”
퓨리온 공작은 다른 지휘관들과 참모들의 입을 닥치게 만들었다.
아티팩트가 보급되어 피해는 줄었으나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기후로 인한 온도의 변화는 아티팩트로 막을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잔병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는 경우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문제가 많군. 불을 더욱 세게 피우는 건 어떻소?”
“나무를 구해오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퓨리온 공작은 짧은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나무를 구해오는 일이 쉽지 않다, 라!
당연한 이야기다.
이동하는 병력이 수천 명도 아니고 수십만 명에 이른다.
매일 밤마다 몇십 명당 하나씩 피운다고 해도 몇만 개의 모닥불이고, 그것을 밤새 지속하기 위한 장작도 필요했다.
그것을 구하려면 근처의 산이나 숲에서 베어 와야 하는데 몬스터와 괴수가 있었다. 병사들로서는 그들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나무를 베어오자고 공성 병기나 마법사들을 데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손해가 너무 크군.”
천하의 퓨리온 공작도 이번만큼은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던 어느 순간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명의 얼굴이 있었다.
“……그 녀석한테 가봐야겠군.”
* * *
“뭐라고요?”
제론은 미간을 좁히며 다시 물었다.
갑작스러운 퓨리온 공작의 방문.
그는 다짜고짜 찾아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니까…….”
“아니. 그런 쉬운 문제를 왜?”
퓨리온 공작이 고개를 갸웃했다.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으응?”
“기사들은 놔둬서 뭐 합니까?”
“그야…….”
“탱자탱자 놀고 있지 않습니까? 병사들이 뼈 빠지게 장작 구해오고, 보초 서고, 공성 병기랑 물자 나르는데.”
“그렇지?”
퓨리온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사들도 뭔가를 해야죠.”
“그렇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답 나왔네요. 기사들 시켜서 벌목해오라고 해요.”
“어…… 그래도 되겠는가?”
“병사들이 가면 죽는데 어떡합니까? 기사들은 그래도 몸이 날래서 괴수가 나타나면 몸이라도 뺄 수 있지 않습니까. 거참. 답답하네.”
“그러다가 본진까지 괴수가 쫓아오면?”
“공성 병기로 처리하면 되죠. 마법사들도 가만히 앉아서 멀뚱멀뚱 구경할 것도 아니고요.”
“오호라. 역시 자네를 찾아오길 잘했네.”
“별것도 아닌 일로 찾아왔네.”
“역시 자네밖에 없어!”
퓨리온 공작이 얼굴에 화색을 띤 채 돌아가자 에르딘이 걱정 가득한 말투로 묻는다.
“기사들을 부려 먹어도 되는 거예요?”
“안 될 게 뭐 있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퓨리온 공작이잖아?”
“……그건 그러네요.”
퓨리온 공작은 서대륙의 전쟁영웅이자 그랜드 마스터였다. 그가 기세만 흘려도 오러 마스터 밑으로는 옴짝달싹 못한 채 오줌을 지릴 것이다. 지금은 서대륙 연합군 총사령관이기까지 하니 명령이라고 하면 어쩔 수 있나.
“까라면 까야지.”
그렇게 문제가 해결되었다.
기사들이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뛰어다녀야겠지만 알 바 아니다.
* * *
그 후로도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했지만 연합군은 열심히 역경과 고난을 헤치고 전진해 나갔다.
보라색 타워와 가까워질수록 괴수와 몬스터, 마물들이 많아졌다. 이윽고 보라색 타워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자, 그것의 주위로 모여든 엄청난 숫자와 다양한 종류의 괴수들과 몬스터들, 마물들이 보였다.
“상상을 뛰어넘네.”
제론이 안력에 힘을 주자 그것들이 확대되어 크게 보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종류의 괴수와 마물들도 있었다.
“얼씨구? 지들끼리 싸우기도 하네.”
간혹 시비가 붙어서 둘 중 하나가 죽으면 주변에 있던 놈들이 시체를 뜯어먹기 위해 하이에나 떼처럼 몰려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놈들은 지능도 낮고 이지를 갖추지 못한 저속한 것들에 불과했다. 제론의 시선이 조금 더 뒤로 옮겨간다.
황금빛 뿔과 은빛 뿔이 솟아나 있는 괴수들이 보인다.
아빠다리를 한 채 눈을 감고 있는 거인족들도 있다.
그들의 주변으로 어떠한 마수도, 괴수도, 몬스터도 접근하지 않았다.
‘저놈들이 진짜다.’
하나하나가 해골 군주의 정예 언데드와 맞먹는 힘을 갖고 있다.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저것들이 아니지.’
아스트랄의 빌어먹을 놈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 * *
전 대륙의 연합군이 보라색 타워를 중심으로 멀리 포진했다.
사령관들과 지휘관들, 그리고 참모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현 상황과 피해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공격시일은 언제로 하시겠습니까?”
“하루아침에 전투가 끝날 것 같지는 않으니 보급물자가 도착하고 이틀 뒤가 어떻습니까?”
“보급물자가 도착하려면 열흘은 족히 걸릴 텐데 너무 늦습니다.”
“적당하게 중간으로 오 일 뒤가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의 대화를 듣던 퓨리온 공작이 생각했다.
‘시장통의 상인들 같군.’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자 슈롬벨 백작과 시선이 마주쳤다.
머쓱하게 웃는 모습이 똑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몰래 나가세.’
‘알겠습니다.’
퓨리온 공작과 슈롬벨 백작은 눈빛으로 통했다.
두 사람이 막사를 벗어나 간 곳은 제론의 막사였다.
“……왜 또 오셨어요?”
“우리 마지막으로 본 게 사흘 전일세.”
“섭섭하군. 사위.”
제론은 끙 앓고선 다시 드러누웠다. 막사 안에서는 훈훈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메이엔의 비술로 유지되는 온풍이었다.
“언제 봐도 신기하구먼.”
“아티팩트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어요?”
“시장 통만 구경하자니 답답해서 왔지.”
퓨리온 공작의 대답에 제론은 무슨 일인지 알 만하다는 표정으로 아공간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