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39)
제 339화
339화
보라색 타워를 중심으로 넓게 포진한 연합군은 사방에서 모여드는 괴수와 마수, 몬스터를 막으며 총공격을 준비했다.
공성 병기를 비롯해 대형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한 무기가 조립되었다.
보급물자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시일을 계속 미룰 수만도 없었다.
괴수와 마수, 몬스터가 전 대륙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언제까지 기다리며 방어만 할 수 없다.
“……공격하기도 전에 지치겠지.”
제론이 보라색 타워가 훤히 보이는 산으로 올라가 주변을 쑥 훑어봤다.
연합군은 보라색 타워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포진해 있었다.
총공격의 신호가 떨어지면 동시에 공격한다는 무식하지만 가장 확실한 작전이다.
기회는 단 한 번.
그래서 보급물자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어휴. 엄청나게 많긴 하네.”
보라색 타워를 지키기라도 하듯 둘러싸고 있는 괴수와 마수, 몬스터의 숫자는 감히 추정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연합군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살짝 답답할 정도다.
‘사실 몬스터나 마수 정도쯤은 문제가 되지 않아.’
네임드 몬스터가 드문드문 보이지만 연합군의 오러 마스터도 숫자가 적지 않다.
굳이 오러 마스터가 나설 필요도 없다. 오러 익스퍼트 급의 실력자들이 수천 명에 이른다.
총공격의 신호와 함께 마법 폭격을 날릴 마법사들도 있다.
‘문제는 중앙의 괴수들과 거인족들.’
해골 군주의 정예 언데드와 맞먹거나 그 이상의 힘을 가진 특수한 개체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사실 단순히 느껴지는 힘으로만 따지면 제론 혼자서도 전부 상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저 위에서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라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인호르타하까지.’
생각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았다.
* * *
총공격의 신호탄이 발포되었다.
허공을 화려하게 물들이는 마법의 폭격이 쏟아져 내렸다.
모든 마법이 최소 3서클의 파이어볼 이상의 위력을 지닌 파괴마법이었다. 하지만 마법 폭격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하이 서클의 마법사가 펼친 준이적의 마법이었다.
지옥의 겁화로 불리는 헬 파이어Hell Fire와 대기의 수분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얼음의 돌풍 블리자드Blizzard가 몬스터들을 뒤덮었다.
국가적인 규모의 전쟁이 벌어져도 볼 수 없는 마법의 향연에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했다.
돌격 준비를 하던 병사들이 멍하니 구경만 하고 있을 정도로 장엄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마법 폭격에서 살아남은 놈들이 가만히 앉아서 발톱만 핥고 있지 않던 것은 아니었다. 분노하며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 연합군을 향해 달려왔다.
“으하하하! 이제 우리 드워프가 나설 차례인가?”
아슬아슬하게 지면에 닿지 않을 정도로 긴 수염의 드워프가 거대한 도끼를 어깨에 걸친 채 크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드워프의 힘을 널리 알릴 때가 되었다!”
드워프들이 우르르 움직여 공성 병기를 조작했다.
특수 마력포를 비롯해 폭약이 달린 발리스타, 거대한 쇳덩어리 구체가 담긴 투석기가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발사되었다. 몬스터들은 달려오며 몸이 짓이겨지거나 발리스타에 꿰뚫려 꼬치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것을 지켜보며 기마대가 준비했다.
“마법 폭격에 이어 드워프까지 화끈하군. 그럼 우리도 준비를 해볼까?”
기마대의 역할은 보병들이 진격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것이었다.
그 선두에는 퓨리온 공작의 기병대장이 있었다.
“곧 신호를 보내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따가 보세나.”
퓨리온 공작과 기병대장은 어쩌면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르는 대화를 짧게 나눴다. 이윽고 드워프들의 공격이 한계에 도달하자 기마대의 출격 신호가 떨어졌다.
기병대장이 크게 숨을 마시고 뱉으며 외쳤다.
“전원! 거창!”
수천 명의 기마병들이 마법 공격에서 살아남은 몬스터들을 짓밟기 위해 돌격했다. 그런 기마병들의 양옆에서 엘프들이 표홀하게 달리며 정령을 소환해서 보조했다.
동화 속에서 나오는 요정들의 모습부터 와이번을 작게 축소시켜 놓은 모습까지, 수많은 정령들이 기마병들의 양옆에서 날아다니며 공격해오는 몬스터들을 퇴치했다.
“한눈팔지 말고 앞만 봐!”
“아름다운 엘프 숙녀분들이 있다고 눈동자를 돌리는 녀석이 있으면 나중에 연대책임으로 전원 얼차려다!”
“그것도 살아야 가능한 거 아닙니까?!”
“혹시나 아냐?! 우리의 멋진 모습에 엘프 숙녀분들께서 반하셔서……!”
“그거 사망 플래그야 새끼야!”
기마병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랜스 차징으로 몬스터들을 쓸며 돌진했다. 곧 ∧자로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퓨리온 공작이 검을 뽑아 들고 외쳤다.
“대륙의 평화를 위하여!”
우와아아아아!
최정예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진격했다.
* * *
전 대륙의 최정예 병력들이 보라색 타워를 향해 진격했다.
대륙의 종말이 오기 전까지는 일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희귀한 몬스터부터, 한 지역에서는 재앙으로 불리는 네임드 몬스터까지 수많은 몬스터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네임드 몬스터는 우리가 맡겠다! 모두 물러나!”
각 왕국의 정예기사단이 병사들을 물리고 네임드 몬스터를 협공했다.
“하늘에서 와이번이 나타났습니다!”
“으아악!”
한 병사가 와이번의 발톱에 잡혀갔다. 날카로운 부리가 병사의 배 속을 헤집었다. 갈라진 배 속에서 내장이 흘러나오고 피가 뿌려졌다. 바로 그때 정령술사들이 나섰다. 수많은 정령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비행 몬스터의 날개를 찢고, 눈을 터트려서 땅으로 떨어트렸다.
하지만 비행 몬스터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수천, 아니 어쩌면 수만에 이를지도 모르는 비행 몬스터가 하늘을 누비며 지상의 병사들을 노렸다.
“화력이 부족합니다!”
“마법병단은 뭐 하고 있어?!”
“마나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거의 다 끝났다고 합니다!”
“젠장! 드워프들은!?”
지휘관들이 빠르게 해결방안을 마련하려던 그때 아브람이 앞으로 나섰다. 그가 손을 넓게 펼치자 하늘에 푸른빛의 꽃봉오리가 나타났다.
이윽고 펼쳤던 손을 아래로 내리긋자 꽃봉오리가 만개滿開했다.
수천 장의 꽃잎이 날아가 비행 몬스터들을 갈기갈기 찢었다.
“잠깐 시간을 버는 정도에 불과하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마법병단의 마법 폭격이 이번에는 하늘로 향했다. 정령들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비행 몬스터가 너무 많았다.
“화살 아끼지 마!”
“젠장! 아끼지 않으려고 해도 닿지 않습니다!”
“아래로 내려오는 녀석들만 노려! 나머지는 정령술사와 마법사가 처리할 거다!”
고함을 지르며 말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혼잡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오러 마스터들을 위주로 한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부대가 출격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 부대의 임무는 바로 괴수를 상대하는 것이니까.
“병력이 모자랍니다! 지원을! 지원을 해주십시오!”
“기다려! 아직! 아직이다!”
전투가 시작된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는데 사방에서 피가 난자하며 땅을 붉게 적셨다.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죽어 나가는지 셀 수가 없었다. 보호 마법이 인챈트된 아티팩트는 몬스터의 돌진을 막는 것이 고작이었다.
쿠구구구궁!
땅속에서는 자이언트 웜이 솟아나 병사들을 집어삼키고 사라졌다.
몬스터 중에서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부류였다.
“놈들은 우리가 상대하지.”
공성 병기를 가지고 놀던 드워프들이 도끼를 들고 나섰다.
땅속이나 산속 동굴에서 살아온 그들은 자이언트 웜을 상대한 경험이 많았다.
“으하하하! 오늘 지렁이로 술을 담그겠구나!”
“위액의 톡 쏘는 맛이 일품이지!”
드워프들은 단단한 갑옷을 입은 채 뛰어가며 자이언트 웜을 유인했다.
자이언트 웜의 거대한 입에 집어삼켜지는 모습에 모두가 경악했지만, 드워프들은 배 속에서 도끼를 휘둘러 가죽을 뚫고 튀어나왔다.
치열한 전투가 계속 이어지며 몬스터들의 숫자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 병사들도 많이 죽었다. 발을 몇 걸음 옮길 때마다 시체가 발에 걸릴 정도로 즐비했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퓨리공 공작의 마음도 초조하고 답답했다. 전쟁영웅으로 불리기까지 수많은 전쟁을 겪어왔지만 오늘처럼 무겁게 어깨를 짓누른 적은 없었다.
지금 당장 앞으로 달려가 1명의 병사라도 살리고 싶었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토악질을 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2차 부대를.”
“알겠습니다.”
뒷말이 잘려 있었지만 부관은 그 뜻을 알아들었다.
지금 싸우고 있는 것은 1차 부대였다. 보라색 타워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여는 ‘희생양’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기병대장은 그 사실을 알고도 웃으면서 받아들였다.
“내가…… 내가……! 저들을 죽음으로 이끈 것이나 다름없구나.”
퓨리온 공작은 두 눈을 부릅뜨고 전투를 지켜봤다.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아 충혈이 되었지만 결코 떼지 않았다.
병사들의 죽음에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 * *
슈롬벨 백작은 쿵! 쿵!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참았다.
뛰어가려고 하는 두 발을 붙잡았다.
‘아직. 아직이야.’
죽어가는 병사들이 보인다. 점점 참기 힘들어진다. 이곳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스스로가 원망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젠장!”
쾅!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견디지 못하고 발을 구르자 땅이 움푹 팼다. 주변에 서 있던 지휘관들과 참모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전장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속마음은 슈롬벨 백작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거지?”
“곧 신호가…….”
“이러다가 싹 다 죽으면?”
“…….”
대답을 하던 지휘관이 입을 다물었다. 슈롬벨 백작이 대답을 듣고 싶어서 질문을 한 게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투가 시작된 지 벌써 2시간.
그 2시간 동안 슈롬벨 백작은 병사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만 지켜봤다.
항상 앞에 서서 적과 싸워온 그였기에 참기 힘들었으리라.
삐이이이이! 펑!
하늘에서 빨간 신호탄이 터졌다.
지휘관들 중 한 명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3차 부대 투입 신호입니다!”
“…….”
슈롬벨 백작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멀리서 전장을 지켜보는 아인호르타하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수많은 생명의 죽음이 제물이 되어 마지막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이러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난 수백여 년 동안 전 대륙에 씨앗을 뿌려왔다.
[죄책감을 느끼는 건가?]“그럴 리가. 나의 감정은 이미 마모되어 없어진 지 오래다.”
[큰 착각을 하고 있군. 그대의 감정은 없어지지 않았다. 웬만한 일로는 자극되지 않을 만큼 무뎌진 것이다.]“중요하지 않은 사실이군.”
황금빛 눈동자는 아인호르타하를 잠시 응시했다.
이윽고 날개를 펼쳤다.
영원한 잠에 빠졌어야 할 자신의 마지막 역할을 다하기 위해 날아올랐다.
[그대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나 부디 이뤘으면 좋겠군.]아인호르타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 메이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