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40)
제 340화
340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치열하고 처절했던 전투의 기세가 꺾이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더욱 거칠게, 등 뒤에서 꼬리에 불붙은 황소 떼가 달려오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피해도 엄청났다. 각 대륙에서 수십만의 최정예 병력들이 모였다. 대륙이 5개이니만큼 이백만에 달하는 숫자다. 하지만 종말이 닥쳐온 이후로 재앙과 맞서 싸우며 전투 능력이 극대화되었다고 해도 괴수와 마물, 그리고 몬스터 역시 강해졌다.
미들어스와 아스트랄을 갈라놓았던 차원의 벽이 얇아졌기 때문이었다.
괴수와 마물, 몬스터의 선조는 먼 옛날 신적인 존재들의 후손이었다. 그 피가 많이 흐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섞여 있다. 그래서 차원의 벽이 얇아지며 강해진 것이었다.
“좌측 날개가 위험합……!”
∧형태의 진형으로 돌진하던 부대가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을 받았다.
창으로 찌르고, 방패로 공격을 막았지만 신체 능력 자체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다. 발굽으로 내려찍는 공격에 방패가 찌그러지고, 가슴이 움푹 들어가다 못해 뼈가 뒤로 튀어나왔다. 머리가 수박처럼 깨져 죽기도 했다.
간혹 운 좋게 멀쩡히 막아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뻐걱!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두 다리가 기형적인 각도로 부러졌다.
“이제 우리 차례군.”
퓨리온 공작이 말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 * *
“대장님. 신호가 왔습니다.”
“모두 준비해주세요.”
제론은 물러나는 부대장을 지그시 노려보며 혀를 찼다.
부대장의 정체는 에르딘이었다.
녀석이 부대장이 된 이유는 간단했다.
제론 다음으로 강하니까.
말콤이 있었다면 용병대를 거느린 경력이 있어서 그 녀석을 부대장으로 임명했겠지만, 용병대로 복귀해서 이 자리에 없었다.
“귀찮은 건 딱 질색이지만 어쩔 수 없지.”
제론은 500명의 오러 익스퍼트 기사들과 용병들로 이루어진 별동대를 이끌고 보라색 타워를 향해 돌진했다.
별동대의 역할은 앞서 투입된 병력들이 피를 흘리며 닦아놓은 길을 따라서 직진…… 오직 직진만을 하는 것이었다.
비행 몬스터나 미처 처리하지 못한 몬스터가 남아 있었지만 모조리 짓밟아버렸다.
“전방에 대형 괴수!”
“우측에서 바실리스크가 옵니다!”
보라색 타워와 가까워질수록 위협적인 놈들이 많아졌다.
“전부 무시합니다!”
“알겠습니다!”
별동대는 직진을 하며 후발로 따라올 본대에 위협적인 몬스터나 괴수를 처치하는 게 임무였다. 전방의 대형 괴수나 우측의 바실리스크 같은 애매모호한 놈들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전방에 용암 괴수!”
이름이 용암 괴수라는 게 아니라 생긴 것이 용암으로 이루어졌다.
용암 괴수의 주변으로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몸에서 흐르는 용암이 발밑으로 뚝뚝 떨어지며 땅을 불태운다.
“칩니다!”
“용암 괴수 주변에 미니 용암 괴수들이 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제론이 말의 고삐를 놓고 검을 높이 들었다. 검강이 맺히자 용암 괴수를 베어냈다. 용암 괴수의 몸이 양쪽으로 갈라져 쓰러진다. 수십 미터의 거리에서 베어낸 탓에 모두가 깜짝 놀랐으나 미니 용암 괴수들이 남아 있었다.
“쓸어버리자!”
한 용병이 크하하! 웃고선 외치자 별동대가 미니 용암 괴수들을 모조리 쓸어 담았다.
그 뒤를 따라 연합군 최후의 보루인 본대가 움직였다.
본대는 앞선 전투와 달리 평화롭게 전장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것이 앞으로도 평화롭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몬스터와 마물, 괴수의 진짜 전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보라색 타워와 가까이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은 무거운 엉덩이를 떼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본대가 선발 부대들을 따라잡았다.
“오셨습니까?”
“이따가 보자고 하지 않았나.”
“약속 지켰습니다.”
퓨리온 공작이 기병대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말을 잃어버리고도 필사적으로 싸웠는지 성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따라올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내 뒤를 놓치지 말게.”
퓨리온 공작이 앞으로 달려 나가자 기병대장이 뒤따랐다.
기병대장뿐만이 아니라 살아남은 모두가 따라나섰다.
‘이번에도 승리할 것이다.’
서대륙의 전쟁영웅은 모두에게 그런 각인이 된 존재였다.
한편 제론의 별동대는 본대보다 살짝 뒤로 물러난 채 우회하고 있었다. 서대륙 연합군의 별동대와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선발대의 피로 닦인 길로 돌진했다고 하지만 피해가 적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달려들었다간 전멸이다.
물론 제론과 그의 일행들은 아니겠지만 4명이서 닥돌(닥치고 돌격)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제로니아 경.”
“별동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아…… 네.”
“유사시에는 돌발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 네.”
서대륙의 별동대 대장은 제론의 뜬금없는 말에 심히 당황했지만 퓨리온 공작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넘어가기로 했다.
‘말하는 대로 들어주라고 했었지, 아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쟁영웅의 부탁이었다.
* * *
전투가 시작된 지 6시간이 지났을 무렵 진짜가 움직였다.
황금빛 뿔과 은빛 뿔이 솟아나 있는 괴수들이 몸을 일으켰다.
황금빛 뿔에서 벼락이 쏟아져 병사들을 지졌다.
수백 명의 병사들이 새까맣게 타서 죽었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십수 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거대한 아가리로 대여섯 명을 집어삼켰다.
은빛 뿔에서 날카로운 칼바람이 날아와 병사들을 동강 냈다.
아가리를 크게 벌리자 화염이 뿜어져 나와 불태웠다.
도시 하나쯤은 1시간 만에 쑥대밭으로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
그런 존재들을 상대하기 위해 최후의 본대가 나섰다.
본대에는 병사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아껴뒀던 전력들인 오러 마스터들을 위주로 한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부대가 있었다.
바로 그들이 앞으로 나선 것이었다.
“놈들의 공격은 우리의 방어를 종이처럼 찢을 정도로 강력하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피하지 못할 것 같다면 땅을 굴러서라도 피해.”
“물러나! 놈이 벼락을 뿜어내려고 한다!”
“끄그그극!”
벼락을 피하지 못한 용병이 눈을 허옇게 뒤집어 까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 위로 괴수의 앞발이 떨어졌다. 유압프레스로 누른 것처럼 용병의 몸이 형체조차 구분할 수 없게 곤죽으로 변했다.
황금빛 뿔의 괴수는 정말로 강했다. 오러 블레이드로도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기사와 용병들은 감히 덤벼들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다.
“이거 완전히 생태계 교란종이잖아?”
“으하하하!”
“웃음이 나옵니까? 지금?”
“웃기라도 해야지, 그럼 울까?”
“……하긴 그것도 그러네.”
사방에서 피가 뿌려지고 육편이 날아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울상인 채 크게 웃는 기묘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릴지 모른다는 각오로는 부족했다.
“그래도 이대로 개죽음당할 수는 없잖아?”
“후우. 다들 집중해! 죽더라도 칼침 한 방은 꽂고 죽는 거다!”
죽은 자를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앞의 적.
오러 블레이드로도 가죽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한 괴수만을 생각했다.
“단장. 우리가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볼게.”
“하아. 장담하기 힘들겠는데?”
“다른 부대 단장도 있잖아. 어떻게든 되겠지.”
“전쟁영웅 퓨리온 공작님도 계시고 말이지?”
“크하하하! 사실 퓨리온 공작님을 믿고 있다고!”
크게 웃어 재낀 기사가 오러를 폭발시키듯 전신으로 퍼트리며 황금 뿔 괴수를 향해 달려갔다.
괴수가 검은 눈동자를 움직여 달려오는 기사를 주시했다.
황금 뿔의 끝에서 벼락이 파츠츠 모여들었다.
“내가 막는다!”
한 용병이 높이 뛰어 괴수의 황금 뿔을 노렸다.
괴수는 흠칫했지만 뛰어오르는 용병을 앞발로 후려쳤다.
“커헉!”
피를 뿜어내며 땅에 처박힌 용병.
즉사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희생이 기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달려가던 기사의 검이 괴수의 눈을 뚫었다.
크워어어어!
괴수가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 * *
고통에 몸부림치는 괴수가 보였다.
‘황금 뿔.’
강력한 힘을 가진 괴수다. 한쪽 눈을 잃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강하다. 오러 마스터를 필두로 한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으로 구성된 최정예 부대라고 해도 괴수를 감당하지 못한다.
제론은 쟌느를 그쪽으로 보냈다.
‘은빛 뿔은?’
고개를 돌려 확인한다.
황금빛 뿔의 괴수를 상대하는 쪽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은빛 뿔의 괴수는 공격할 때 황금빛 뿔처럼 벼락이 뿜어지려는 전조 현상이 안 보인다.
힘 자체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더욱 까다로운 상대다.
“에르딘, 로레인은 저 녀석을 맡아.”
“넵!”
3명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별동대 대장은 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는 것을 느낀 것이다. 또한 오러 마스터 급 강자가 3명이나 빠졌지만 전력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퓨리온 공작 각하께서 왜 말하는 대로 들어달라고 하신지 알겠군.’
규격 외의 괴물이었다.
단독행동을 한다고 할 때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존재였다.
쿠어어어!
제론의 검이 번뜩일 때마다 오러 마스터도 쩔쩔맬 정도로 강력한 괴수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저러는데 막을 수가 없지.’
다른 오러 마스터나 오러 익스퍼트들이 간다고 하면 흔쾌히 보내주겠지만, 제론이 간다고 하면 제발 가지 말아 달라고 다리를 붙잡고 애원할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상황이 좋게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건가?’
전장의 중심에 있으면 어떠한 흐름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론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육감에 가까웠다.
사실 육감이 아니더라도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괴수와 마물, 몬스터, 그리고 거인족과 싸워야 한다. 수백만 명의 최정예 병력이 모였다고 해도 단순한 숫자놀음으로는 승패를 장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6시간이 넘게 싸우는 병사들의 체력은 어떨까?
오러 연공법을 익혔다고 하지만 결국 체력의 한계에 도달한 기사들과 용병들은 어떨까?
‘사실상 병사들의 체력은 이미 한계다.’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첫 공격 때와 다르게 힘이 풀려서 쓰러진 병사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기세 좋게 도끼를 휘두르던 드워프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크도, 깃털처럼 뛰어다니던 엘프도.
전부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싸우고 있었다.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간다는 그의 생각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본대만 믿는 수밖에 없다.’
최후까지 힘을 아꼈던 본대.
그들이 전쟁을 종결시켜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처럼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 * *
“후우. 후우.”
슈롬벨 백작은 시야를 가리는 핏물을 훔쳐냈다.
언제 스쳤는지 모를 이마의 상처.
깊지는 않지만 얇지도 않았다.
지혈을 하지 않으면 계속 방해가 될 것이다.
“성기사들은 뭐 하고 있지?”
“……전멸했습니다.”
전부 다 죽었다는 말이 아니다. 대다수가 죽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멸이나 다름없는 숫자만 살아남았다.
“포션.”
“여기 있습니다.”
포션을 꺼내서 이마에 발랐다. 이마가 따끔거리며 상처가 아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