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41)
제 341화
341화
“현재 상황은 어떻게 되어가나?”
“본대의 병력을 제외하면 사실상 궤멸 수준에 가깝습니다.”
부관의 보고가 계속 이어졌다.
슈롬벨 백작은 빈 포션 병을 버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예상했던 바이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무거운 쇳덩어리가 얹히기라도 하듯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끝내야겠어.”
“어떻게 말입니까?”
“각 대륙의 본대에 모이라고 전하게.”
“……!”
부관은 놀랐으나 이내 알겠다고 대답했다.
* * *
황금빛 뿔의 괴수와 은빛 뿔의 괴수가 쓰러졌다. 괴수들의 시체를 밟고 본대가 보라색 타워를 향해 돌격했다. 하지만 그 기세도 얼마 가지 못했다.
또 다른 괴수와 마물, 몬스터가 빈자리를 메웠기 때문이었다.
“젠장! 도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반복해야 하는 거야!?”
“물러나기에는 너무 깊어!”
“떠들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검을 휘둘러!”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채 모두가 필사적으로 맞서 싸웠다.
마법사들의 마법 폭격도 마력 탈진으로 멈춘 지 오래.
엘프들은 정령을 소환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기세등등하게 도끼를 휘두르며 공격하던 드워프들도 이제는 반쯤 주저앉은 채 무기를 지팡이 삼아 겨우 쓰러지지 않는 것이 전부였다.
“부상자를 옮겨!”
“뒤쪽에 몬스터가아아악!”
부상자를 옮길 시간도 없었다.
칼을 놓는 순간 몬스터가 하이에나 떼처럼 몰려들었다.
부상자를 옮기던 병사들이 죽임당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았다.
산 채로 잡아먹히는 병사들도 있었다. 자신의 몸과 사지가 몬스터에게 물어뜯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신이시여.”
어느 순간 누군지 모를 한 사람이 중얼거린 목소리.
단단했던 각오에 균열이 생긴 순간 신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신이시여……!”
신을 찾기 시작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반대로 분노하는 자들도 나타났다.
“그 빌어먹을 신은 왜 찾아?!”
정말로 신이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냐고.
너희들이 찾는 신이 정말로 우리를 위한 신이 맞냐고.
“신은 우리를 버렸다!”
“우리를 신도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우리는 종…… 아니, 노예였던 거야!”
신에 대한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빠르게 전장에 번졌다.
연합군 본대가 도착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성하.”
“아무 말도 하지 말게.”
마이언 하워드는 본대와 함께 도착하여 그들의 분노를 들었다.
씁쓸한 미소가 맺혔다.
그 누구보다도 신이 인간을 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그였기에 그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신을 모시는 몸이 아닐세.”
“성하?!”
“이 신성력이 그저 우리의 믿음이 힘으로 변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신을 모시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사는 한낱 인간으로 살기로 했네.”
마이언 하워드가 천천히 검을 들었다. 신성력이 불타오르며 검신을 둘러쌌다.
“어쩌면 이 전장이 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네. 하지만 큰 걱정하지 말게나. 내 뒤를 이을 사람이 나타날 테니.”
“성하……!”
“자네는 어떻게 하겠는가?”
교황청 직속 성기사단장은 잠깐의 침묵 끝에 대답했다.
“……저는 성하를 모시는 검일 뿐입니다.”
“그럼 가세나. 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륙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해서.”
성기사단장은 모든 번민을 떨쳐버린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마이언 하워드보다 앞으로 나서며 검을 높이 들었다.
“대륙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해서.”
* * *
슈롬벨 백작의 전언이 전달되어 각 대륙의 본대가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그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사방에서 괴수와 마물, 몬스터가 들끓었다. 죽이고 또 죽여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들을 전부 해치우며 집결해야 한다.
또한 마법병단과 공성병단 및 각종 지원을 하고 있던 진영이 전부 철수해서 다른 진영으로 합류하기로 했다.
“부상자들을 뒤로 옮겨!”
“몬스터가 옵니다!”
“마법사들은? ……젠장! 아직 마력 탈진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하니까 활을 쏴! 지원군을 요청할 테니까 최대한 버텨!”
“버티는 게 쉽지 않습니다! 몬스터가 계속 몰려옵니다!”
“어디서 계속 나타나는 거야!”
고함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후방에서 부상자를 치료하는 사제들의 안색은 새하얗다 못해 숨이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신성력을 전부 소모한 것뿐만이 아니라 체력도 떨어져서 손을 덜덜 떠는 이도 있었다.
진영에 잔류한 병력들은 그들을 지켜야 했다.
“젠장! 방어진이 뚫렸습니다!”
“막아! 어떻게든 막으라고!”
“비행 몬스터가……!”
하늘에서 그리핀이 활강했다.
날카로운 발톱이 병사의 어깨를 낚아채려는 순간이었다.
고오오오-!
보라색 타워에서 이변이 생겼다.
활강하던 그리핀이 흠칫 떨더니 눈을 뒤집었다. 낚아채려는 병사를 지나 저 뒤로 땅에 처박힌다. 살아남은 병사가 질끈 감았던 눈을 뜬다.
“그, 그리핀은 어디로……?”
“지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네?”
“저길 봐!”
선임 병사가 보라색 타워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타워를 중심으로 검은 장막이 넓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 이변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제론이었다.
“……!”
보라색 타워를 중심으로 넓게 펼쳐지고 있는 검은 장막.
그것의 정체는 바로.
‘신역!’
보라색 타워가 매개체가 되어 일대를 모조리 신역으로 만들고 있었다.
“모두 물러나! 보라색 타워로 가면 안 돼!”
“퇴각!”
“최대한 멀리 퇴각하라!”
다급하게 퇴각시켰지만 깊숙하게 들어갔던 일부의 병력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검은 장막에 갇혔다.
그들은 곧 신역의 공간 안에서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한 채 쓰러졌다. 이윽고 사방에 즐비한 시체들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병사들의 시체뿐만이 아니었다. 몬스터와 마물, 괴수의 것도 땅속으로 사라졌다.
“끅, 끅끅!”
숨을 내쉬지 못해 쓰러진 병사들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곧 숨이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신역의 공간에서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한 모두가 버티기에 급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때가 되었다.] [종말의 시작.] [우리는 종말을 알리는 신의 사도.] [그대들의 죽음은 종말의 제물이 될 것이며.] [그로 말미암아 종말의 신들이 강림할 것이다.]아빠다리를 한 채 눈을 감고 있던 거인족들이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힘겹게나마 움직이는 괴수들의 모가지를 비틀어 제물로 바쳤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죽이려 했다.
“빌어먹을!”
제론은 인상을 일그러트리며 거인족을 공격했다.
[우리는 종말을 알리는 신의 사도.] [그대가 초월자라고 한들 이 공간에서는 우리를 해치지 못한다.]거인족들의 피부 위로 육각의 방패가 나타났다.
제론의 공격이 전부 흡수되듯 사라졌다.
[그대는 지켜보아라.] [종말을 알리는 신들이 강림하는 순간을.]“개소리!”
제론은 입술을 비틀었다. 상단전의 신성이 움직이며 좁게나마 신역과 비슷한 공간이 형성되었다. 거인족들의 눈이 놀람으로 커졌다.
[과연!] [미들어스가 선택한 자!] [하지만 미들어스는 죽어가고 있다.] [그 힘으로는 종말을 막지 못한…… 다?]푸슛-!
한 거인족의 팔이 잘려 나가며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놀람이 당혹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미들어스가 선택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너희가 제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솔라보다는 아니라는 거야.”
제론은 또다시 검을 움직였다.
팔이 잘려 나간 거인족을 대신해 또 다른 거인족이 앞으로 나섰다.
육각의 방패가 검을 막았다.
카앙-!
보이지 않는 참격이 방패에 막혔다. 하지만 거인족들은 당혹에 이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패에 균열이 일어났다.
“에르딘! 쟌느! 로레인!”
제론이 외치자 3명이 거인족들을 향해 달려갔다.
신역이라는 공간을 처음 겪어본 3명이었지만 제론이 전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을 때에 비하면 우스운 수준이었다.
물론 신이 펼친 완전한 신역의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어떻게 신역에서 움직이는 거지?] [말도 안 돼!]거인족들은 당황하여 소리쳤다.
에르딘의 창이 육각의 방패를 피해 거인족들의 몸에 상처를 입혔고, 쟌느가 신출귀몰하게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거인족들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리곤 로레인이 초인적인 근력으로 거인족을 자빠트렸다.
하지만 거인족들은 알지 못했다.
신역의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는 건 3명이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왜 빼먹나?”
“저도 있습니다만.”
퓨리온 공작과 슈롬벨 백작이, 그리고 전 대륙에서 모여든 오러 마스터들이 아직 건재했다.
그들이 짝을 이뤄 거인족들을 상대했다.
퓨리온 공작과 슈롬벨 백작을 제외하고는 거인족에게 상처를 내지 못했지만,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개미가 몸에 타올라서 물어뜯고 있으면 거슬리고 따가운 것처럼 계속 주의를 끌었다.
“제로니아 페리안!”
“시무르 칸?”
제론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무르 칸을 바라봤다.
‘갑자기 왜 부르는 거야?’
시무르 칸이 칫! 하고 아쉬워하며 말한다.
“오늘은 이대로 넘어가지. 하지만 다음은 없다.”
“넘어가는 건 나다. 이 버러지 개X끼야.”
그의 라이벌인 레바테인 공작이 사납게 웃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짝을 이뤘다.
아직도 서로에게 칼침을 놓지 않는 게 신기했다.
“참새 X끼가 어디서 나대는 거야?”
“자리가 자리인 만큼 넘어가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레바테인 공작은 시무르 칸을 향해 대검을 겨눴다.
시무르 칸이 덤비라고 손가락을 까닥거린다. 하지만 거인족이 넘어졌던 몸을 일으키자 언제 싸우려고 했냐는 듯 달려들어 마구 칼침을 놓기 시작했다.
‘이거 종말을 막기 위한 싸움 맞겠지?’
제론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거인족들과의 싸움을 지켜보며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흡사 사람 VS 개미 떼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물론 생각만 그랬을 뿐 얼마나 중요한 상황인지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번 베헤못의 강림과 비슷해.’
다른 점이 있다면 신‘들’이라는 것이다.
신들이 강림하기 전에 거인족들을 전부 제거하고 보라색 타워를 파괴한다면 종말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허술할 리가 없어.’
종말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론은 활이 쏘아진 것처럼 앞으로 날아가 거인족의 머리를 갈랐다.
죽은 거인족의 시체가 땅속으로 흡수되었다.
제물이 된 것이다.
거인족들은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였다.
[기꺼이 종말을 위한 제물이 되리라.]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이 아는 종말이 무엇이기에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걸까?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종말과 다른 게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누군가가 부정했다.
“종말은 대륙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죽음을 의미하오.”
그 누군가의 정체는 마이언 하워드, 바로 교황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