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43)
제 343화
343화
“흐읍!”
에르딘은 창날에 깃든 내공을 폭발시켰다. 우르잭의 머리가 내부에서부터 터졌다. 하지만 뇌수와 핏물이 흩날리지 않았다.
우르잭의 신체는 보라색 타워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힘이 형체를 이룬 것.
생명체처럼 피와 살, 뼈로 이루어진 몸이 아니었다.
“……!”
그 사실을 깨달은 에르딘이 허공에서 텀블링을 하며 창을 회수했고, 재차 찌르며 강기로 우르잭의 몸을 난자亂刺했다.
쟌느 역시 눈썹을 찡그린 채 단검을 휘둘렀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베어내는 느낌이 들었다.
‘공격이 통하지 않아!’
바로 그때였다.
터졌던 우르잭의 머리가 시간을 되감은 것처럼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비릿한 미소를 지은 우르잭은 갈기갈기 찢어졌던 몸이 재생되자 팔을 뻗어 에르딘과 쟌느의 목을 움켜쥐었다.
“큭!”
[벌레치고는 제법…….]우르잭이 두 사람의 목을 부러트리려는 순간, 신성력으로 불타오르는 검이 우르잭의 팔을 동시에 잘라냈다.
마이언 하워드였다.
“인챈트 홀리.”
그가 검을 거두며 두 사람의 무기에 축복을 걸었다.
몸이 자유로워진 쟌느가 우르잭의 가슴을 걷어차며 높이 뛰어올랐다.
동시에 에르딘이 착지해서 창을 앞으로 내질렀다.
신성 마법의 축복이 깃든 창강이 은하수처럼 아름답게 타오르며 우르잭의 몸을 꿰뚫었다. 솥 끝에 남는 감각이 허공을 찌르는 것만 같았던 아까와는 현전하게 달랐다.
‘통했다!’
바로 그때 몸이 불꽃이 튀는 것처럼 불안정해지자 우르잭의 표정이 돌변했다.
[이 버러지 같은 벌레들이! 감히! 죽어라!]“……!”
항거할 수 없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짐승에게 물어뜯긴 것처럼 몸의 절반이 사라진 오러 마스터에게 사용했던 힘이었다.
에르딘과 쟌느가 흠칫 놀라며 호신강기를 펼쳤다.
하지만.
“주께서 나를 지켜보시니 나는 두려움이 없도다. 푸른 대지로 이끄시며, 사악한 뱀으로부터 보호하시니 무엇도 나를 해치지 못하니라.”
놀랍게도 마이언 하워드의 기도문이 우르잭의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마이언 하워드가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한 바가지의 핏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다른 의미로 충격을 받은 우르잭이 흔들리는 두 눈으로 마이언 하워드를 바라본다.
[솔라를 믿고 섬기는 벌레가 어떻게……?]에르딘과 쟌느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우르잭을 공격했다.
마이언 하워드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쳤다. 치료의 신성 마법으로도 회복하지 못할 만큼 큰 상처가 생겼음을 짐작했다. 하지만 아직 죽을 수 없다. 죽어서는 안 됐다. 목구멍을 비집고 흘러나오려는 핏물을 삼키며 검을 들었다.
“어린 양을…… 푸른 초장과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어…….”
힘없는 기도문이 그의 입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 * *
한편 제론은 거인족들에게 둘러싸여 공격받고 있었다. 그가 포위를 뚫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우르잭이 강림하자 거인족들의 힘이 몇 배로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거인족들은 신성을 제외하고 순수한 힘의 총량만으로 과거의 베헤못과 맞먹을 수준으로 강해졌다. 제론 역시 그때보다 더욱 강해졌지만 거인족은 한 명이 아닌 다수였다.
또한 거인족 모두가 신의 권능을 사용했다.
자연재해를 일으키고, 응시하는 것을 돌로 만들고, 무엇이든 파괴하는 광선을 뿜어내고, 손을 휘저으면 귀가 찢어질 것처럼 커다란 굉음이 들려오는 등 종류도 다양했다.
제론이 살짝 애먹고 있는 이유가 바로 권능 때문이었다.
단순히 힘이 전부였다면 오히려 상대하기 쉬웠으리라.
“두 분 괜찮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죽을 것 같다네.”
퓨리온 공작이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그의 정갈하게 넘겨진 머리카락은 넝마로 변한 지 오래였다. 바로 옆에 서 있는 슈롬벨 백작은 대답할 힘도 없는지 숨을 고르기 바빠 보였다.
다른 오러 마스터들은 이미 곤죽이 되어 제물로 흡수된 지 오래였다.
신역의 공간에서 살아 있는 이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제론과 퓨리온 공작, 슈롬벨 백작을 제외하면 25명이 전부다.
그조차도 대부분의 오러 마스터들은 큰 상처를 입거나 제대로 싸울 수 없는 상태였다.
‘모든 신이 강림할 거라고 했었지.’
루나가 한 말이 진실이라면 우르잭은 아스트랄의 선봉대나 다름없었다.
곧 또 다른, 신이라 불렸던 존재들이 강림할 것이다.
“루나.”
-기다리고 있었어요.
제론의 성흔이 불타오르듯 빛나며 루나의 신성을 끌어왔다.
동시에.
모두 소모되어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야수가 단전에서 울부짖었다.
-크하하하! 나도 기다리고 있었다.
“……!”
베헤못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라색 타워가 크게 흔들리며 우르잭이 강림할 때처럼 똑같이 거대한 힘을 뿜어냈다.
거대한 힘은 형체를 이루었고, 과거 아타시아의 몸을 통해 강림했던 베헤못을 현신시켰다.
[크오오오오오!]야수가 두 발로 서서 크게 포효하자 에르딘과 쟌느, 마이언 하워드와 싸우고 있던 우르잭이 베헤못의 존재를 감지했다.
[베헤못? 무슨 방법으로 강림한 것이지?!] [오래전에 내 일부를 미들어스에 남겨놓고 왔거든.]과거 북대륙에서 베헤못과 싸운 제론이 의식을 잃었을 때 심어놓은 작은 불빛이 바로 베헤못의 일부였다.
제론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작았다.
[나와라. 나의 권속들이여.]베헤못이 권속인 마수들을 불러와 거인족과 괴수를 공격했다. 동시에 공간을 뛰어넘어 우르잭의 코앞까지 순식간에 도달했다. 발톱을 휘둘러 우르잭의 팔을 잘라내고 날카로운 이빨로 허리를 물어뜯었다.
[크아아악!]우르잭이 비명을 질렀다. 축복이 깃든 오러 블레이드로 공격을 받을 때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고통이 느껴졌다.
같은 아스트랄의 존재였기에 공격이 통하는 것이었다.
[베헤못! 이 배신자!] [우리가 언제부터 같은 편이었지? 우리는 우리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었나?!]우르잭과 베헤못이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퓨리온 공작이 살짝 떨떠름한 표정으로 묻는다.
“……적은 아니겠지?”
제론은 광대를 씰룩거린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적은 아닐 거예요.”
“일단…… 은, 이라는 부분이 살짝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었군.”
베헤못이 강림하며 그의 존재감이 신역의 공간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우르잭의 강림과는 달랐다. 그의 존재감에 짓눌린 것은 거인족들과 몇 안 남은 괴수들뿐이었다.
덕분에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던 사람들이 살 수 있었다.
“이걸 무슨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도 모르겠어요.
루나가 김샌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제론이 할 행동은 정해져 있었다.
루나의 신성으로 거인족들과 괴수들을 족치는 것이다.
퓨리온 공작과 슈롬벨 백작이 제론을 도와주려고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우르잭과 싸우면서 죽다 살아난 에르딘과 쟌느도 반쯤 시체로 변한 마이언 하워드를 데리고 멀리 떨어졌다.
살아남은 오러 마스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로레인이 있었다.
“저 녀석은 뭐지?”
시무르 칸이 날뛰고 있는 제론을 가리키며 에르딘에게 묻는다.
그 질문에 대답을 한 사람은 마이언 하워드였다.
그가 숨을 헐떡이는 와중에서도 힘겹게 입술을 뗐다.
“용사님이오.”
제론이 알았다면 진저리를 쳤을 대답이었다.
* * *
베헤못이 우르잭을 상대하며 상황이 많이 나아졌으나 잠시에 불과했다.
애당초 신역의 공간은 신을 위한 장소였다. 신이 아닌 존재에게는 평범한 사람이 독으로 가득 찬 방 안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간이 지나며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상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저거지.”
거인족 한 명을 쓰러트린 제론이 보라색 타워를 응시했다.
수백만의 제물을 흡수한 보라색 타워는 여전히 강대한 힘을 품고 있었다.
북대륙의 사건을 떠올려보면 아스트랄의 존재를 최소한 6명 이상 강림시킬 정도의 힘이 남아 있는 것이다.
‘차원의 벽이 얇아졌으니 몇 명이 강림할지 몰라.’
거기에다가 아인호르타하도 있다.
아스트랄의 존재들이 강림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가장 큰 변수는 그 녀석이다. 신역의 공간 속이라고 들어오지 못할 거라는 안일한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모든 일이 그 녀석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어디선가 숨어서 음흉하게 웃으며 구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루나.”
-무슨 일이죠?
“아스트랄의 상황은 어때요?”
-현재 상황은…….
갑자기 루나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빛을 발하던 성흔이 꺼지며 아스트랄에서 끌어오던 루나의 신성이 끊겼다.
아스트랄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들어스에서 생긴 일이라면 모를까 제론이 루나를 도와줄 방법은 없었다.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했었지.’
루나와는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당혹스럽지 않았다.
신과 악마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뒤엉켜 싸우는 모습을 바라봤다.
“저쪽은 알아서 하겠…….”
쿠구궁!
제론은 흠칫 놀라며 보라색 타워를 응시했다.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시간을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보라색 타워가 흔들리며 거대한 힘을 뿜어냈다.
이번에는 거대한 힘의 크기가 달랐다.
“이번에는 동시에 강림하려는 거냐?”
제론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 *
신의 강림은 전 대륙에 영향을 끼쳤다. 땅이 갈라지고 태풍이 불어왔다.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쳤다. 폭발의 징조가 없던 화산이 폭발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기후가 바뀌는 일이 있다지만 인명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땅이 갈라지며 건물이 폭삭 내려앉았다.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죽었다. 무너진 종탑에서 종이 날아가 사람을 피떡으로 만들었다. 태풍이 불어와 잔해를 사방으로 날려버리며 피해를 끼쳤다.
그런 강한 태풍에서 사람들이라고 멀쩡할 리가 없었다. 수십 명이 태풍에 휩쓸려 날아갔다. 그들의 시체조차 찾으러 갈 수 없었다.
함부로 밖에 나간 순간 어떤 재해로 사망할지 몰랐으니까.
“모두 대피하세요!”
“안전하다는 신호가 전달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집 밖으로 나오면 안 됩니다!”
유일하게 밖을 돌아다닌 것은 병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마저도 기후를 확인하고 나서야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면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했다.
“오! 신이시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저기 밑에 우리 엄마가 있다고!”
“가시면 안 됩니다! 저희가 구조작업을 최대한 빠르게…… 우박이 내린다! 모두! 모두 건물 안으로 대피해!”
사람 머리보다 큰 우박이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종말이 온다는 소문을 들었어도 쉬이 체감하지 못했던 이들도 서서히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아직 소식은 없는가?”
“예. 반나절 전의 통신이 마지막이었습니다.”
“…….”
각 황도와 왕도에서 전쟁이 끝나기만 초조하고 불안해하며 기다렸다.
……아직 종말은 끝나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