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44)
제 344화
344화
쿠구구구구구구궁!
보라색 타워의 진동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진동이 점점 더 커져 갔다. 이윽고 보라색 타워가 무너져 내릴 것처럼 거세게 흔들리더니 거대한 힘을 계속해서 뿜어내자 뒤엉켜 있던 베헤못과 우르잭이 싸움을 멈췄다.
이윽고 두 존재의 표정이 상반되었다.
베헤못의 얼굴이 구겨진 종이처럼 일그러졌고, 그런 베헤못을 바라보며 우르잭이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으하하하! 멍청한 베헤못! 이제 어떡할 테냐! 다른 신과 악마가 네놈을 가엽게 여길 것 같으냐? 영원한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며 소멸하기만을 간절히 바라게 될 것이다!] [크르르! 놈들이 오기 전에 네 녀석부터 찢어 죽여주지!]베헤못의 몸이 크게 부풀어 오르며 우르잭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른 아스트랄의 존재들이 강림하기 전에 제거하려는 것이었다.
우르잭의 입가에서 미소가 싹 지워졌다.
아스트랄의 세상이었다면 신성을 소모해도 금방 다시 차올랐겠지만 미들어스에서는 소모되면 충전이 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먼저 강림해서 신성을 소모한 자신보다 뒤늦게 강림한 베헤못의 신성이 많은 건 당연한 이치였다.
베헤못이 사납게 몰아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우르잭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누가 봐도 우르잭이 불리한 싸움이었다.
[크윽.]우르잭의 몸이 점차 넝마로 변했다. 할퀴어지고 물어뜯기고 찢어발겨졌다. 형체를 온전하게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엉망진창으로 당했다. 그가 흐릿하고 반투명한 유령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죽어라.]베헤못이 살짝은 다급하게 느껴지는 말투와 표정으로 우르잭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뒤따라오기를 기다리지.]우르잭은 흐릿해지며 마지막으로 유언을 남겼다.
베헤못 역시 우르잭과 싸우며 많은 신성을 낭비했다.
다른 신들이 강림한다면 자신과 같은 꼴이 될 것이다.
이건 우르잭의 확신이었다. 하지만 베헤못의 생각은 달랐다.
[멍청한 놈. 그런 일은 없을 거다.]그가 혼자였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혼자였다면 말이다.
베헤못은 아스트랄의 대다수와 등을 돌렸다. 아무런 생각이나 계획도 없이 이런 짓을 저지른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미들어스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과 어느 정도 관계가 되어 있었다.
그러기에 북대륙에서 강림을 한 것이고, 제론과 루나에 의해 아스트랄로 돌아가서 신들에 의해 결박되어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았다.
탈출하고자 했다면 언제든 가능했다.
하지만 인내하고 버틴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아스트랄의 멸망이 코앞으로 닥쳐왔다!]베헤못이 낮게 웃으며 우르잭의 잔해를 흡수했다.
소모한 신성을 모두 회복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지만 허무하게 소멸을 당하지는 않을 정도는 되었다.
그런 베헤못의 앞에 제론이 나타났다. 베헤못이 소환한 권속들과 함께 거인족들을 전부 처리하고 온 것이다.
“이봐.”
[오, 친…….]베헤못이 제론을 반갑게 맞이하려던 그때 보라색 타워의 진동이 멎었다.
거대한 힘들이 형체를 이루며 신들이 강림하기 시작했다.
제론과 베헤못이 낯빛을 굳히며 신들의 강림을 지켜봤다.
[방해하지는 않는 건가?]“나를 멍청이로 아는 모양이군. 저 힘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가는 너도 소멸할 텐데?”
제론이 헛웃음을 들이켜며 묻자 베헤못이 큭큭! 하고 웃었다.
신이 강림할 때 생기는 힘의 파동은 차원을 이동하며 나타나는 공간의 비틀림이었다.
공간을 뛰어넘어 다른 차원의 존재까지 벨 수 있는 제론이라지만 공간의 비틀림까지 상쇄시킬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법칙을 무시하는 것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건 종류가 다르니까. 하물며 공간의 법칙은 세상을 이루는 이치 그 자체이니만큼 절대적인 것에 가까웠다. 함부로 수작을 부리려다가는 소멸을 면하지 못하리라.
제론이나 베헤못뿐만이 아니라 그 어떠한 존재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싸워야 하지?’
신들은 강림을 마친다면 바로 합공할 것이다. 그들이 합공을 하지 않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 따위는 애당초 하지도 않았다.
제론으로 환생을 하기 이전에, 유민현이 우화등선을 했을 당시 그들에게 공격을 받아 혼이 여러 갈래로 찢어진 전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정정당당하게 합공을 가할 확률이 높아.’
과거 베헤못의 절반뿐인 승리와 솔라의 패배라는 경험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합공을 하리라.
모든 신들이 강림을 하자 신역의 공간에 일어난 힘의 파동이 잠잠해졌다. 이윽고 아스트랄의 존재들이 고유의 상징을 바탕으로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형체를 갖추었다.
그중에서는 처음 봤지만 낯설지 않은 여인도 있었다.
아니.
여인이라고 해야 할지도 애매한 존재였다.
아스트랄의 존재에게는 성별性別이라는 것이 없으니까.
그 존재의 이름을 제론은 알고 있었다.
‘솔라.’
시선이 마주치자 눈빛에 분노가 일렁인다.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그때의 원한을 아직도 잊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제론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형체를 완전히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언제든지 반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런데 이상했다.
‘위협적으로 느껴지지가 않는데?’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다.
긴장이 심해지면 침착해지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아스트랄의 존재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지만 하나도 긴장이 안 된다.
‘할 만할 것 같은데?’
불쑥 솟아난 생각에 제론이 살짝 놀랐다. 어쩌면 은연중에 저들을 너무 고평가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들었다. 거대한 힘을 품고 있는 것이 느껴지지만 이상하게도 두렵거나 걱정이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한 것처럼 싸워도 잘하면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개를 갸웃한 제론이 검을 들었다.
천천히 다가오던 아스트랄의 존재들이 흠칫 놀란다.
그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건 솔라였다.
분노가 어린 눈빛이 흔들렸다.
“그렇구나.”
제론은 왜 할 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우르잭이 막 강림했을 때 오러 마스터를 완전히 멸하고자 권능을 발휘했지만 절반밖에 발현되지 않았던 이유와 같았다.
아스트랄을 이루는 기운과 미들어스를 이루는 기운이 다르다.
즉, 힘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상태가 아닌 것이다.
베헤못이 우르잭을 소멸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탓도 그런 이유였다.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제론은 멍청하게 생각만 하고 있지 않았다. 검을 휘둘렀다. 공간을 뛰어넘어 미들어스에서 아스트랄의 차원까지 도달했던 그 참격을 날렸다. 동시에 앞으로 달려갔다. 땅을 접는 것처럼 몸이 앞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무슨……!]베헤못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제론은 조금 전에 날린 참격보다 먼저 도착해 가장 맨 앞의 존재를 베어냈다.
[큭!]몸이 베인 존재가 비명을 삼켰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뒤이어 도착한 참격이 몸을 통째로 베어냈기 때문이었다.
형체를 갖추었으나 강림의 후유증으로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제론의 신성이 담긴 공격은 아스트랄의 존재들에게 그 어떠한 공격보다도 치명적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우리를……!] [멸滅하라!] [사지가 부러지고, 목이 꺾여 죽으리라!]신과 악마가 권능을 사용해 제론을 공격했다. 하지만 완전한 상태가 아닌 권능은 반쪽짜리…… 아니, 그것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제론의 의지가 권능을 거부하자 모두 튕겨갔다.
그 결과.
[끄아아악!] [커헉!]하반신이 사라진 신과 신체가 기형적으로 꺾인 악마가 비명을 질렀다.
권능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꼴이 된 것이다.
그 모습들을 본 신과 악마는 흠칫 놀라며 제론에게서 멀어졌다.
권능으로 공격하려다가 다급하게 취소하며 내상(?)을 입은 녀석도 있었다.
‘이런 존재들이 신과 악마라고?’
참으로 우스운 꼴을 보고 있자니 실소가 흘러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검에 베이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자도 있었다.
그야말로 꼴불견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공간을 뛰어넘는 참격에 당한 경험이 있던 솔라는 제론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타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다른 신과 악마가 당하는 사이 뒤로 물러나 불안정한 힘의 흐름을 바로 잡고 있었다.
제론이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늦었다. 완전한 권능은 아니었지만 의지로 거부해서 튕겨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힘이 안정적이게 흐르고 있었다.
솔라의 권능은 마법에 가까웠다.
아니.
정확하게는 권능들 중 하나이리라.
빛의 알갱이로 이루어진 안개가 제론을 뒤덮었다.
‘위험하다.’
제론은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바로 안개 속에서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한 신이 발악하듯 힘을 뿜어내 제론의 발목을 붙잡았고, 그 순간 빛의 알갱이가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5써클 마법 익스플로전Explosion을 수십 번 캐스팅해서 한 곳으로 동시에 집중시켜 폭발을 일으킨 것만 같은 파괴력이었다.
자욱한 먼지구름이 일어나 시야를 가렸다.
[죽은 건가?] [놈은 멀쩡해! 모두 조심……!]제론이 먼지구름 속에서 튀어나왔다. 솔라가 다시금 권능을 사용해 공격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두 명을 베어내 큰 상처를 낸 뒤였다.
[어떻게 내 권능에 당했는데 멀쩡한 거지?]“전부 막았으니까.”
제론이 또다시 한 명을 베어내며 솔라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러나 솔라는 믿지 않았는지 불신에 찬 시선으로 제론을 노려본다. 그의 옷에는 먼지가 묻어 있긴 했지만 작은 티끌만 한 상처 하나 없었다.
하지만 제론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호신강기를 여러 겹으로 둘러서 막았다.
빛의 알갱이가 폭발해서 그 역시 살짝 놀란 건 사실이었지만 물리적인 공격이라서 도리어 막는 게 어렵지 않았다.
‘공간을 다루는 권능을 사용하는 건 쉽지 않은 모양이군.’
제론은 솔라의 권능을 또다시 막아내며 분석했다.
여태껏 당해본 공격 중에서 제일 까다롭다고 생각했던 건 물리적인 것도, 정신적인 것도 아닌 바로 공간을 다루는 종류였다.
정확하게는 정신과 공간을 섞은 것.
마이얀이 준비했던 대이적 마법 ‘파멸의 대지Ruin of Ground’가 대표적이었다.
지정한 지역을 무저갱으로 집어삼키고, 그 안에 있는 대상을 허무 속에서 떠돌게 만든다.
그 공간에서 떠도는 대상은 서서히 자신을 잊어가고, 끝내 존재가 사라지게 된다.
제론이 곤욕을 겪었던 당시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공간을 다루는 게 저들에게도 쉽지 않다는 사실이 확실해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힘을 완전히 통제하게 된다면 모르는 일.’
그 전에 최대한 숫자를 많이 줄여놔야 한다.
제론의 검에 베인 신과 악마가 늘어날수록 그들의 상처에서 신성이 피처럼 흘러나왔고, 그것들이 모두 제론에게 흡수되었다.
[나도 돕겠다!]베헤못이 뒤늦게 권속을 불러들이며 참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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