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5)
제35화
35화
돌아가던 제론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포기 안 했을 거야.’
저런 눈빛을 한 녀석들을 봐서 안다.
소위 말해 집착남!
무림은 옛날 시골처럼 화장실이 집 밖에 있고 푸세식이라서 암살자들이 숨어 있기 좋은 최적의 장소였다. 끈질긴 놈은 똥통 속에 며칠을 파묻혀서 버티다가 암살에 성공하기도 한다.
물론 아무나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위에 말한 것처럼 똥독에 옮더라도 반드시 암살을 성공시키겠다는 집착이 심한 놈들이나 가능했다.
제론은 유한의 눈빛에서 그것을 느꼈다.
“한동안 조심해야겠어.”
그리고 며칠 뒤.
정령술 수업을 들어간 제론은 정령술 선생님 제이나의 날카로운 시선에 식은땀을 흘렸다.
‘제이나 선생님은 왜 저런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는 거지?’
잘못한 게 있는지 생각해봤지만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수업이 끝나자 제이나가 제론에게 말했다.
“제론 학생.”
“예?”
“개인 면담입니다. 끝나고 남아주세요.”
제론은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개인 면담을 왜 하려 하는지 짐작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카론과 로한에게는 먼저 가 있으라고 말했다.
“흠. 나도 때마침 볼일이 있긴 하다만.”
“오늘은 점심도 각자 해결하는 게 어때?”
카론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로한이 유달리 화색을 띠며 되묻자 제론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녀석을 쳐다봤다.
찔리는 것이 있는지 눈을 피하는 로한.
보나 마나 뻔했다.
누나와 점심을 같이 먹으려는 거겠지.
그 시커먼 속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면 이상한 거다.
카론 녀석도 그걸 알고 볼일이 있다고 자리를 비켜주는 거겠지.
제론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여러 가지 말을 꾹 집어삼키며 손짓했다.
“그래, 각자 해결하자.”
“오예!”
“그럼 먼저 일어나겠다.”
로한과 카론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떴다.
제론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면담실로 갔다.
* * *
면담실에 먼저 도착한 제이나는 제론 학생을 기다리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잘근잘근.
지금 그녀는 무척이나 초조한 상태였다.
이유는 학기 초부터 자신이 노리고(?) 있던 제론 학생을 북부대륙 출신의 야만스럽고 무식한 기사 놈이 탐낸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악!”
제이나는 치렁치렁한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마구 헤집었다.
물어뜯긴 손톱이 두피를 따갑게 긁어댔지만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짜증이 솟구쳤다.
“그 야만스런 남자가 도대체 왜?!”
제론은 천부적인 정령사다.
‘정령의 축복’이 없이도 정령을 소환해서 계약해낸 천재였다.
그런 존재는 대륙의 역사 속에서 단 한 명도 없었다.
‘정령의 축복’이 없으면 정령을 보지 못한다. 정령과 계약하지 못한다. 그것은 대륙의 수천 년의 역사 속에 이미 검증된 ‘진실’이었다.
그런데 제론은 그 ‘진실’을 송두리째 부정시켰다.
‘정령의 축복’이 없이 정령을 소환해서 계약했다.
검증된 ‘진실’이 아닌 새로운 ‘사실’을 보유한 천부적인 천재 정령사다.
“게다가 계약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렵다는 어둠의 정령이라고!”
사실 어둠의 정령이 아닌 다른 정령과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계약한 정령의 종류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왜 그 야만스…….”
똑똑.
중얼거리던 도중 면담실의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이나는 가히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으로 머리카락과 옷을 단정하게 정돈하고 앙칼졌던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말했다.
“예, 들어오세요.”
끼익.
문이 열리고 제론이 들어왔다. 9살 답지 않은 키와 덩치였다. 하지만 제이나의 눈에는 커다란 금덩어리처럼 보였다.
제이나는 표정이 헤실헤실 풀리는 것을 느끼고 안면에 힘을 줬다.
“헤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니에요. 제론 학생, 앉으세요. 혹시 차나 음료 마실래요?”
최대한 부드럽고 자애로운 목소리를 내는 건 덤이었다.
왠지 제론이 흠칫 놀라는 것처럼 보였으나 착각이리라.
“음료수 주세요!”
“잠시만요.”
제이나는 일어나서 벽으로 갔다. 음료수를 넣어두는 아티팩트가 있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사각형 상자 모양의 아티팩트.
이 아티팩트는 공기를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1서클 마법 ‘아이스에어IceAir’가 인챈트Enchant-부여돼서 아이스박스IceBox라고 불렀다.
아이스박스의 문을 열어 차가운 음료수병을 꺼내자 들려오는 제론의 목소리.
“그거 아티팩트인가요?”
“예. 비싸긴 해도 더운 여름에 시원한 음료수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아요. 이거 마시면서 들어요.”
“네!”
제론이 대답하며 아이스박스를 빤히 쳐다본다.
면담실에 온 학생들의 흔한 반응이었다.
제이나는 제론의 어린아이와 같은 반응에 피식 웃으며 귀엽다고 생각했다. 곧 그가 면담실에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되뇌며 연습했던 권유를 꺼냈다.
“혹시 제 제자가 될 생각 있나요?”
“아니요!”
“역시 그럴 줄 알…… 네? 아니요, 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던 제이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어떤 존재인가?
중앙대륙의 정령사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실력자였다.
수많은 나라에서도 그녀를 초빙하기 위해 매년 선물을 보내올 정도로 유명했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않고 단번에 거절해?
“설마 이미 야만… 아니 유한 선생님의 제자가 되기로 결정한 건가요?”
“아니요. 제가 왜요?”
제이나는 어리둥절해져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예’도 아니고 그냥 ‘아니요’도 아니었다.
‘제가 왜요?’
제이나는 저 대답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고민했다.
하지만 한참을 고민해도 도저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결국 되물어보고 말았다.
“왜 제 권유를 거절한 건가요?”
“음. 정령사의 길에 뜻이 없어서요.”
“하지만!”
제이나는 발끈해서 소리치며 일어섰다. 곧 자신이 많이 흥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앉았지만 좀처럼 감정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그 야만스러운 북부대륙 출신의 기사의 제안마저 거절했다는 걸까?
‘그래! 내가 그 야만스러운 남자보다 못날 리가 없지.’
내심 안도하며 제론을 응시하고 말했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제론 학생은 천재예요. 그것도 정령사의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있는 진짜 천재! 제론 학생은 지금 정령사의 길에 뜻이 없다고 대답했지만 언젠가 반드시 ‘나의 길은 정령사구나!’라고 깨달을 날이 올 거예요.”
‘와 유한 선생님보다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시네?’
제론은 내심 생각했으나 제이나의 표정이 진지해서 계속 경청했다.
“문제는 그거예요. 깨달을 때는 이미 늦은 뒤라는 거죠. 어렸을 적부터 체계적으로 정령술을 배워야 하는데…….”
제이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길었다.
나름 논리정연하게 말하고 있지만 짧게 요약하면 이것이었다.
지금부터 나에게 정령술을 배워라!
그렇게 같은 말을 다른 방식으로 빙글빙글 돌려가며 반복하기를 십여 분이 넘어가자 제론은 슬슬 제이나의 말을 듣는 게 고역이 되었다.
“……해서 제론 학생은 다시 한번 생각하기를…….”
“제이나 선생님. 다시 한번 확실하게 말씀드리지만 저는 정령사의 길에 뜻을 두지 않았어요. 무슨 말씀을 하셔도 그건 절대로 안 변해요. 저는 가문의 검을 이어야 하거든요.”
“그 야만스러운 기사의……!”
“아니요. 페리안 남작 가문의 검술이요.”
“…….”
제이나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곤 제론의 말이 진실인지 탐색하듯 빤히 쳐다봤다.
물론 제론이 표정 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본심을 파악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 수업 때 봬요!”
“그래요. 혹시나 마음이 변하면 언제나 저를 찾아주세요.”
제론은 도망치듯 면담실을 나갔다.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에르딘의 팔을 잡고 후다닥 달려갔다.
“제, 제론 님?”
에르딘이 당황하며 그를 불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 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제론에게 조금 전 이야기를 듣고 에르딘이 살짝 질린 표정으로 혀를 내둘렀다. 유한 선생님이 제론에게 제자가 되지 않겠냐고 권유한 이야기는 조금씩 아카데미에 퍼지기 시작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유명한 제이나 선생님마저 제론에게 정식으로 정령술을 배우지 않겠냐고 물어볼 줄은 에르딘도 생각하지 못했다.
‘과연 나의 주인님이 되시기에 충분하신 분이시다!’
에르딘은 입술을 핥아 내리며 생각했다.
제론이 4살에 천재 정령사로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물론 다방면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천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제이나가 그를 탐내는 것은 조금 별개의 문제였다.
그녀는 중앙대륙의 정령사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힐 실력자이자 엄청난 숫자의 정령을 한꺼번에 조종하여 전장을 휩쓰는 전쟁에 특화된 정령사였다.
오죽하면 ‘전장의 지휘자’라고 불리겠는가!
혼자서 1천 명에 달하는 병사의 몫 이상을 하니 수많은 나라에서 그녀에게 괜히 러브콜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즉, 제론이 단순히 정령술의 천재라고 제자가 되기를 적극적으로 권유할 만한 위치가 아닌 것이다.
물론 제이나가 제론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정령의 축복’을 받지 못했는데 정령을 소환하고 계약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몰라서 착각하고 있는 것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넌 왜 나를 그렇게 쳐다보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제론이 눈살을 찌푸렸으나 곧 신경을 끊었다. 뜨겁다 못해 데일 것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 녀석의 시선은 지금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 개인 면담을 요청한 선생님이 제이나 한 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데르먼과 개인 면담이 잡혀 있었다.
유한에 이어 제이나, 마지막으로 데르먼까지!
‘그런데 데르먼 선생님은 왜 나를 보자고 하신 거지?’
설마 같은 이유는 아니겠지.
제론은 짙은 불안감을 애써 무시했다.
게다가 음습한(?)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선생님은 위의 3명이 끝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 면담을 요청하지만 않았을 뿐 최소한 2명은 더 있었다. 그가 듣는 모든 수업의 선생님들이 다 그런 시선을 보낸다는 뜻이다.
‘불안하다. 미치도록 불안하다.’
이런 쪽으로는 항상 촉이 좋았기에 제론은 본능을 무시하지 못했다.
곧 그것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 * *
‘공수래공수거라.’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물론 지금 제론이 당면한 상황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냥 눈앞의 상황을 외면하고 싶어서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바로 코앞에서 유한과 제이나가 험악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이오?”
“포기하세요.”
“흠. 단도직입적이라서 좋군.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못하겠소. 차라리 제이나 선생님께서 포기하시는 건 어떻소?”
“무례하네요.”
“먼저 무례를 범한 게 누구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오?”
“이래서 야만스러운 북부대륙 출신과는 말을 섞으면 안 되는 건데. 하아.”
“지금 그 말은 나와 싸우자는 걸로 해석해도 되겠소?”
“자자, 두 분께서는 진정하시지요. 제론 학생이 앞에 있습니다. 선생님 되시는 분들이 체면도 없이 왜들 그러십니까?”
데르먼이 중재하고 나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