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6)
제36화
36화
“체면 따위 중요하지 않소!”
“체면 따위 버린 지 오래예요!”
유한과 제이나가 동시에 데르먼을 향해 외쳤다.
이상한 곳에서 의기투합이 된 두 명이었다.
데르먼은 두 명의 사나운 시선을 견디지 못해 입을 다물었으나 눈빛으로는 ‘나는 저 두 명과 다르다.’고 제론에게 말했다.
“제론 너의 생각은 어떠냐?”
“제론 학생의 생각은 어떤가요?”
“……응?”
제론은 갑자기 시선이 자신에게로 집중되자 살짝 당황했다.
‘갑자기 내 생각은 왜 묻는 거지?’
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개인 면담에서 분명히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왜 자신을 붙잡고 자신의 제자가 되라고 권유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저는 누군가의 제자가 될 생각이 없어요.”
“왜죠?”
“왜냐?”
“이유가 뭡니까?”
3명의 선생님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묻는다.
자신이 사실은 전생에 유민현이었으며 현대에서 27년을 살다가 무림으로 넘어가 30년 동안 절대자의 위치에 올라섰고 우화등선 중에 환생을 해서 이쪽 세상에서 태어났다.
이렇게 말할 수도 없고, 말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페리안 남작 가문의 오러 연공법을 완성시키는 것이 제 일생일대의 목표니까요.”
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이나와 데르먼이 화색을 띠었다.
“그럼 유한 선생님은 빠지시죠.”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두 명이 유한에게 콧방귀를 뀌었다.
유한은 낯빛이 거무죽죽해졌으나 곧 말했다.
“내 검술을 익히면 페리안 남작 가문의 오러 연공법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
“하! 지금 검술과 오러 연공법을 따로 익히라는 말인가요? 제가 비록 정령사라고 하지만 그 정도로 무지하지는 않아요.”
“제이나 선생님의 말이 맞습니다. 유한 선생님께서는 제론 학생의 목표를 이루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젠…장!”
유한이 결국 의자를 박차고 나갔다. 그의 어깨가 위아래로 들썩였다.
곧 그가 퇴장하자 제이나와 데르먼의 얼굴에 승승장구한 기색이 가득 피어올랐다.
“자, 그럼 이제 우리 둘만 남았네요.”
“제이나 선생.”
“왜요?”
“꼭 한 명이 제론 학생의 스승이 돼야만 하는 겁니까?”
“……?”
“우리 두 명이 각자 시간을 나눠서 제론 학생을 가르쳐도 되지 않겠습니까?”
“……!”
제이나가 그건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데르먼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서 안경 닦이로 슥슥 닦았다.
“제론 학생의 일생일대 목표는 오러 연공법을 완성시키는 것일 뿐이지 정령술이나 마법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저도 마법만 가르치기 위해 제론 학생에게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니고요.”
“그럼 무슨 이유로……?”
선생님 두 명이 제론을 홀로 방치한 채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론은 상황이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기척을 죽이고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닫을 때까지 두 명의 선생님은 제론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곧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에르딘의 팔을 잡고 도망치듯 후다닥 달려갔다.
‘왜 내 의견은 듣지 않는 거지?’
이래서 아카데미에 오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조용히 지내려고 해도 상황이 꼬이면 답이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환생을 한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지식은 9살에게 걸맞은 것이 아니다. 밖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아도 조금씩은 줄줄 새게 되는데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었다.
“아직 입학생인데! 1부생인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군요.”
에르딘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나 눈빛이 흐뭇하게 물든 것을 보니 밖에서 모두 들은 모양이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골치가 아프다. 그나마 카론은 아무 짓도 안 하니까 다행이랄까. 그 녀석마저 사고를 치고 다녔으면 진짜 아카데미를 탈주했을지도 몰랐다.
“내일부터는 시험이니까 괜찮겠지?”
“시험감독으로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은 어떡하시려고요?”
“시험 보는 학생한테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이윽고 시험 날 당일이 되었다.
첫 번째 시험은 기초전공인 검술이었다.
시험감독 선생님은 당연하게도 검술 수업 담당인 유한이었다.
그가 보조 교사들과 함께 들어왔다.
“모두 책 집어넣어라.”
“아, 조금만 더 보면 되는데…….”
“잠깐만요!”
“지금 바로 집어넣지 않으면 전원 0점 처리하겠다.”
꼬맹이들은 칭얼거렸지만 어림도 없었다.
유한이 짧게 으름장을 놓자 어영부영 집어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제론은 나뭇잎 마을을 떠난 우X하 이X치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
“흐흠.”
제론이 깃펜을 움직이다가 헛기침에 흠칫 놀라 멈췄다.
유한이 옆에서 빤히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랐네.’
유한은 190cm 정도 되는 키에 덩치도 크고 머리카락이 사자 갈기처럼 풍성했다. 얼굴선도 각지고 굵직해서 위압감이 엄청났다.
인상 자체는 무섭지 않지만 9살의 꼬맹이들이 그 위압감을 버티기란 무리였다.
물론 우리의 제론이 그런 것에 쫄 리는 없었다.
고개를 드니까 시선이 마주쳐서 깜짝 놀랐을 뿐이었다.
“선생님?”
“왜 부르는 거냐?”
“너무 가까운 것 같아서요.”
“흐음.”
유한은 그런가 보다 싶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옆에서 멀어질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마치 무언無言의 항의로 느껴졌다.
짐작되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페리안 남작 가문의 오러 연공법을 완성시킨다는 명분으로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제자로 삼을 기회에서 완전히 멀어진 것!
‘설마 그 일로 삐진 건가?’
암, 그렇고말고.
설마 어른이 되어서 그런 걸로 삐지겠어?
‘충분히 삐지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나이가 들면 성숙한 어른이 된다고!
이는 절대로 착각이었다.
나이가 든다고 성숙해지거나 생각이 깊어지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예로 유민현이 있다.
27살에 무림으로 넘어간 유민현은 나름 평범한 현대인(?)이었지만 불과 몇 년도 지나지 않아서 제멋대로 날뛰는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었다.
무림이라는 특수한 환경도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유민현이라는 존재의 인생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
유민현 본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유민현은 어렸을 적에 고아원 앞에 버려져 갓난아기 때부터 그곳에서 자라나며 모든 것을 족쇄처럼 묶여 억압받았다.
억울하게도 그가 선택한 적도 없는 악의에 찬 말도 들어야만 했다.
부모님도 없는 녀석.
버림받은 자식.
어른이 되면 사고나 치고 다닐 놈.
위의 말은 약과에 불과했다.
들으면 가슴을 사정없이 후벼 파는 더욱 심한 말도 많았다.
제일 화가 나는 건 그 말들을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는 점이다.
누구는 부모가 없고 싶어서 없는 걸까?
왜 버린 부모가 아닌 버림받은 자신을 손가락질하는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지만 사고를 친 적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는데 왜 단정 짓는 걸까?
그런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사람들.
모두가 사회에서는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 많은 자들이었다.
나이를 먹는다고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편협해지고 시야가 좁아진다.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며 상대방에게 그것을 주장한다.
유민현은 어리석어서 그들의 말을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아원 원장님께 피해가 끼치지 않게 참고 또 참았다.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족쇄를 더욱 단단하게 옥죄였다.
그런데 어느 날 무림이라는 곳으로 떨어졌다.
웬만한 것이 전부 힘으로 해결되는 세상이었다.
그곳에서 무공을 익히고 강해진 순간 유민현을 억압하던 모든 족쇄가 풀렸다.
1 플러스 1이 2가 아니라 그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제멋대로 했다.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먼저 싸움을 걸지는 않았지만 덤벼든다면 봐주지 않았다.
현대인의 윤리성이나 도덕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유민현은 살인마에 사이코패스이자 악인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지끈.
‘음.’
제론은 생각하던 것을 멈췄다. 감정이 고조되면서 머리에 두통이 일어났다. 아직 ‘제론’의 몸은 ‘유민현’의 자아를 완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무리였던 모양이다.
아무튼.
‘나이가 든다고 성숙해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지.’
40대의 철없는 아저씨.
30살이 넘어서도 부모님의 등골을 빼먹는 백수 아들.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은근히 많이 보이는 이유가 괜한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유한 선생님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가?’
아니.
어쩌면 그 정도가 맞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바로 옆에 서서 빤히 자신의 뒤통수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니까!
‘일단 시험부터 끝내자.’
제론은 내공을 돌려 감각을 둔화시켰다.
너무 신경 쓰여서 집중이 안 된다.
사각, 사각.
깃펜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대한 무난하게 답변을 쓰고 제출했다. 교실을 나가는 순간까지도 유한의 시선이 꽂혀 있었다.
이윽고 정령술 시험.
“제론 학생?”
“예, 제이나 선생님.”
“시험지 좀 나눠줘요. 부탁할게요.”
제이나가 일부러 보조 교사를 떼놓고 와서 제론에게 부탁했고.
“제론 학생. A플러스입니다.”
“아직 시험 안 봤는데요?”
“점수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 그렇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시험을 보기 전부터 편파적인 구애를 날리는 데르먼까지.
최대한 신경을 끊고 중간고사를 마친 제론은 아카데미 내부의 공원 의자에 앉아 진지하게 아카데미에서 도망칠까 고민했다.
“흠. 어떡하지?”
3연속으로 선생님들의 신경전에 시달리니 꽤나 짜증이 난 것이다.
제론이 한참 고민하고 있는 사이 에르딘이 나타났다.
“제론 님, 말씀하신 생과일주스 가져왔습니다.”
“고마워.”
“과찬이십니다.”
병마개를 따서 시원한 생과일주스를 목구멍에 콸콸 붓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카데미에서 도망칠까 말까의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 고민을 해결해준 것은 놀랍게도 유한이었다.
* * *
똑똑.
유한이 아카데미 교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누구시오?”
“저 유한입니다. 교장 선생님.”
“들어오세요.”
끼익.
조심스럽게 유한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꽃잎을 한 장씩 정성스럽게 닦고 있는 아카데미 교장 아브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로 왔나요?”
“제가 교칙을 어겨서 벌을 받고자 왔습니다.”
멈칫.
꽃잎을 닦던 아브람의 손이 멈췄다.
아브람은 원리원칙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교칙을 어겨 벌을 받고자 찾아왔다고 하지만 절대로 봐줄 만한 성격이 아니었다.
“무슨 교칙을 어겼어요?”
“입학생에게…….”
유한은 입가에 실소를 머금은 채 침통한 목소리로 제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 과정에서 제이나와 데르먼을 언급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제이나 선생님과 데르먼 선생님한테 지금 당장 교장실로 오라고 하세요.”
아브람이 유한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곧장 통신 아티팩트를 켜서 교무실에 전달했다.
잠시 후 제이나와 데르먼이 교장실로 왔다.
두 명은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으나 곧 한쪽에 반성하는 자세로 서 있는 유한을 발견하고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일러바쳤구나!’
두 명이 동시에 생각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