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7)
제37화
37화
“선생님들이 징계를 받았다고?”
제론이 자세하게 말해보라고 하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로한은 거대한 물체가 다가오자 움찔 떨고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이윽고 기억을 상기시키며 아까 들었던 소문을 말했다.
“나도 우연히 지나가다가 얼핏 들은 거라 잘 몰라. 뭐… 선생님들께서 교칙을 어기셨다나? 그래서 3개월 감봉에 7일의 근신 처분을 당했다더라고. 내가 들은 건 이게 전부야.”
“흐음.”
제론이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겠지만 면담실에 모였던 선생님 3명이 전부 징계를 받았다.
이 정도면 우연이 아닌 필연이리라. 그가 누군가에게 말한 적도 없으니 다른 사람이 고발했거나 혹은 현장이 적발됐다는 것이다.
‘설마?’
문득 유한이 다른 선생님들에게 명분 싸움에서 밀려 면담실을 박차고 나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중간고사를 치르던 도중에도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다른 선생님들처럼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명분이 밀렸다고 해도 제자로 삼지 못할 이유가 없지.’
적어도 제론이 동의만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가 동의를 할 리가 없었다. 머릿속에 무림에서 건너온 따끈따끈한 무공이 있으니까.
원영신과 네로의 시너지 버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전력 질주로 강해지고 있으니 다른 곳에 한눈을 팔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밖에 없지.’
내가 갖지 못한다면 아무도 가질 수 없다!
일명 자폭이었다.
유한은 스스로 징계를 받음으로써 다른 선생님 두 명도 함께 끌고 간 것이다.
100프로 확신은 없어도 80프로까지는 장담한다.
‘제법 머리를 잘 썼어.’
고마운 마음이 새록새록 피어나려고 한다. 덕분에 귀찮고 골치 아팠던 일이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유한의 제자가 될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그것과 이것은 엄연히 별개였다.
“한동안은 평화롭겠어.”
때마침 중간고사도 끝났으니 무공에 집중할 시간이 생겼다.
제론은 히죽 웃고 일어나며 말했다.
“뭐 해? 밥이나 먹으러 가자.”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 보이니 다행이네.”
로한이 어깨를 으쓱하고 일어섰다.
* * *
1학기가 끝나갈 때쯤 졸업부생들이 돌아왔다.
졸업부생들의 얼굴에는 희비가 엇갈려 있었다.
1차 졸업시험 이론평가의 성적이 영향을 끼친 것이었다.
“뭐? 형이 돌아왔다고?”
제론은 형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찾아갔다.
“제론이구나.”
“형,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물어보면서 쑥 훑어보니 신수가 훤했다. 누구의 형인지 몰라도 아주 잘 생겼다. 밖에 많이 돌아다녔는지 피부도 보기 좋게 타서 건강미가 넘치는 옅은 갈색빛을 띠었다.
“나는 잘 지냈다. 아카데미 생활은 어때? 할 만하니?”
“나쁘지는 않아. 딱히 좋지도 않지만 말이야.”
제론이 어깨를 으쓱였다.
한 달 전에 골치 아픈 일이 있었지만 유한이 자폭을 하면서 사라졌다.
그 뒤로 선생님들끼리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기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그에게 접근하는 일은 없었다.
“친구는 많이 사귀었고?”
“음. 2명 정도?”
가른의 미간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오랫동안 형을 봐온 제론이 파악하기로 ‘2명이나 된다고?’라는 표정이었다.
곧 형이 말했다.
“놀라운 일이구나. 나는 네가 친구를 한 명도 못 사귈 줄 알았다.”
“아니, 날 어떻게 보고?”
“내 입으로 말하면 상처가 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니?”
“으음. 이 이야기는 그냥 넘기자고. 그보다 졸업시험은 어떻게 됐어?”
제론이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가른은 그런 동생이 귀여워 보여서 피식 웃고 대답했다.
“그냥저냥 무난한 점수를 받은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알고 보니 1등인 거 아냐?”
형이 대답하지 않고 희미하게 웃었다. 반응을 보니 진짜인 모양이다.
‘역시 희대의 사기 캐릭터!’
형은 본래도 오성이 뛰어난 편이긴 했지만 무공을 익히면서 수도꼭지를 연 것처럼 완전히 트여버렸다. 꽃으로 비유하자면 활짝 핀 것이다. 그래서 아카데미에서 모든 과목을 섭렵하고 부동의 1등 자리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제론이 전생을 기억하지 못했다면 분명히 형과 비교해서 태양 아래 반딧불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제론은 형에게 궁금한 것은 따로 있었다.
“졸업시험은 어떻게 치렀어?”
“모의 전투였단다.”
형은 간략하게 설명했다.
졸업부생이 지휘관 혹은 장교, 기사, 특수병과가 되어 전쟁을 체험하는 것이란다.
모의 전투라고 해도 가만히 앉아서 토론만 하는 게 아니라 왕실의 감옥에 갇힌 죄수들이 동원된다고 말했다.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왕실의 병사와 기사가 배치되고 말이다.
“죄수들끼리 싸운다고? 아니, 그 전에 그런 거 말해도 되는 거야?”
“비밀은 아니니까.”
“그렇구나. 그래서 형이 맡은 역할은 뭐였어?”
“기사였다. 말을 타고 중앙을 돌파하는 돌격대였지. 차징Charging은 처음 해봤는데 짜릿하더군.”
“차징이라면 말에 타서 랜스Lance를 들고 돌진하는 거 맞지?”
“그래. 실제로 전장을 누빈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응? 그건 무슨 말이야?”
“1차 졸업시험은 이론평가니까.”
“아!”
제론이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맞다.
졸업시험은 1차 이론평가와 2차 실전평가로 분리되어 있다.
‘그럼 2차 실전평가에서는 형이 진짜로 죄수들과 싸운다는 거잖아?’
제론은 짧게 감탄했다.
‘괜찮은데?’
무림에서도 죄수들을 북방 야만족과의 전쟁에 투입시켜 일정한 기간을 살아남거나 전공을 세우면 일부 죄를 경감시킨다.
예를 들어 10년 갇혀 있어야 할 죄수가 5년을 북방에서 복무하면 5년의 수감 기간을 감면받는 것이다. 그래서 죄수들은 죄를 경감받기 위해 열심히 싸웠고 때로는 큰 전공을 세워 면죄를 받기도 했다.
물론 인권이 현대에 비해 많이 떨어져서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튼, 제론이 감탄한 진짜 이유는.
‘유사시에 상위성적의 졸업부생을 지휘관이나 장교로 징병할 거라는 거잖아?’
라는 것 때문이었다.
요약해서 아카데미는 현대의 학교와 군대를 합쳐놓은 곳이다.
이런 시스템이 생겨난 이유는 이 세상의 환경 때문이다.
대륙은 곳곳에서 전쟁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지금의 대륙이 평화롭다고 말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나 통용되는 말이다.
페리안 남작령만 봐도 안다.
주기적으로 몬스터 토벌을 한다.
때로는 왕실의 지원을 받아 대규모 토벌 원정을 나서기도 했다.
게다가 영지전까지 벌어지지 않던가?
그런데 만약 국가 간의 전쟁이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이 바로 왕실에서 귀족가 자제들을 의무적으로 아카데미로 입학시켜 교육을 받게 하는 진짜 이유였다.
언제 어디서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
명망 높은 지역의 지주나 상인, 부호의 기부금을 받아 그들의 자식을 아카데미 입학생으로 받는 것도 유사시에 전쟁자금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재밌겠네.”
제론이 입술을 비틀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가른은 그런 동생을 잠시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말했다.
“나중에 너도 하게 될 거다. 그보다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새로 사귄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지 않을래?”
“친구들을?”
“그래.”
“음. 괜찮겠어?”
“동생의 친구들을 만나는 건데 안 괜찮을 게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지만…….”
제론이 어깨를 으쓱했다.
친구들의 정체를 안다면 형이라도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손가락을 걸고 장담할 수 있었다.
* * *
아카데미를 걸어 다니는 학생 10명을 붙잡고 이곳에서 제일 맛있는 식당이 어디냐고 물으면 모두가 똑같은 이름을 말할 것이다.
바로 ‘새벽의 꽃잎’이었다.
브레이크 타임을 제외하면 빈 테이블이 5분도 채 존재하지 않는다는 ‘새벽의 꽃잎’에서 많은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중앙테이블에 앉은 소녀들 중 한 명이 웨이터를 부르려다가 빈 잔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가른을 발견하고 작은 목소리로 일행에게 물었다.
“어머. 저쪽에 가르시안 선배님 아니에요?”
“맞아요! 어제 졸업부 선배님들이 1차 졸업시험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하더니 정말이었네요?”
곧 소녀들의 볼에 홍조가 떠올랐다.
“너무 멋져……!”
“저 우수에 찬 눈빛.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
소녀들은 힐끔힐끔 가른을 쳐다보며 소곤거렸다.
가르시안 페리안!
아카데미 학생들 중 단연 원톱인 화제의 인물이었다.
아카데미 역사상 한 손에 꼽힐 천재라는 점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도 뛰어난 외모가 관건이었다. 키가 크고 오랜 검술 수련으로 늘씬한 호랑이나 표범을 떠올리게 만드는 몸매, 그리고 조각상을 깎은 것처럼 잘생긴 얼굴까지!
심지어 가른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무표정은 그를 고독한 한 마리의 늑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한 마디로 능력과 외모 두 가지를 전부 갖춘 남자!
아직 로망이 가득한 나이의 소녀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서 완벽한 조건을 가진 학생이 바로 가른이었던 것이다.
페리안 남작령이 변방에 위치해 있다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런 것을 따지기에는 아카데미 학생들은 살짝(?) 때가 덜 탄 상태였다.
곧 어느 소녀가 말했다.
“어머! 가르시안 선배님께서 일행과 함께 오셨나 봐요.”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같은 테이블 맞은편에 입학생 옷을 입고 있는 두 명이 있었다.
가른에 비하면 살짝 덜 잘생겼다고 하지만 말 그대로 살짝일 뿐 큰 격차는 나지 않았다.
“저 후배님들은 누굴까요?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요?”
한 소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다른 소녀가 두 명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재빨리 말했다.
“쉿! 목소리 낮춰요. 1왕자님과 아이언하트 공작가 2공자세요.”
“어머어머! 어째 얼굴에서 기품이 흘러넘치더니!”
가른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두 명의 입학생 역시 최근에 떠오르는 화제의 인물들이었다. 물론 외모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두 명의 신분이었다. 1왕자 카론과 아이언하트 공작가 2공자 로한은 추후 오른 왕국을 이끌어갈 어린 차기 권력자였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에서 화제의 인물 3명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그런데 왜 어색하게 웃고 계시는 걸까요?”
“어라? 그러게요?”
소녀들의 표정에 호기심이 떠올랐다.
빈 잔을 만지작거리며 무표정한 가른과 달리 입학생 두 명이 어색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특히나 아이언하트 공작가 2공자는 오줌이라도 마려운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가른이 두 명의 군기라도 잡고 있는 것일까?
소녀들이 의문을 떠올린 바로 그때 화제의 3명이 앉은 테이블로 입학생 옷을 입고 있는 거인(?)이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거인이 가른의 옆에 가까이 다가가 말한다.
“분위기가 왜 이래?”
소녀들이 바로 거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소문의 그 입학생이에요!”
“거인족의 피가 흐른다던 그 입학생이요?!”
그랬다.
거인은 바로 제론이었다.
9살의 입학생답지 않은 키와 체구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유명인이 된 제론은 1학기가 끝나가는 지금 못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화제 4인방이 한자리에 모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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