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8)
제38화
38화
가른과 제론이 형제라는 사실을 떠올린 소녀들이 눈빛을 반짝이며 소곤거렸다.
“그러고 보니 가르시안 선배님과 제로니아 후배님이 형제였죠?”
“맞아요. 머리카락 색이 다른 건 페리안 남작님과 남작 부인께 이어받은 피가 조금씩 다르게 섞여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가른이 금색에 가깝다면 제론은 좀 더 흑색에 가까웠다. 하지만 얼굴을 보면 한 핏줄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도록 많이 닮았다. 물론 제론이 가른보다 선이 더 가늘었지만 말이다.
“1왕자님과 아이언하트 공작가 2공자께서 제로니아 후배님과 친하게 지낸다고 듣긴 했는데 정말이었네요?”
“저 같아도 친하게 지낼 것 같아요! 9살에 저 키, 저 덩치! 듬직하잖아요? 아아. 저 품에 쏙 안겨서 단단한 팔로 꽉 안아주면… 아우으! 상상만으로도 몸이 찌릿거려요!”
“저는 가르시안 선배님과 제로니아 후배님이 한자리에 있는 모습을 보니까 막 심장이 떨리는 거 있죠? 제 동생은 트롤도 동족으로 생각할 것처럼 못생겼는데 제로니아 후배님은 어쩜 저리 듬직하시고 잘생겼는지!”
“저도, 저도요! 딱 하루만 동생과 바꿔서 지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아, 가르시안 선배님도 좋아요. 동생이 아니라 오빠라고 부르면서 안기면……!”
“1왕자님과 아이언하트 공작가 2공자께서도 페리안 형제에게 밀리지 않으시는 걸 보니 과연 혈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아. 헤이샤르 후배님께서는 하루하루가 행복하실 거예요.”
“어찌 되었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그런 소녀들의 대화를 제론이 듣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누나가 들으면 아주 기함을 하겠네.’
제론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소녀들이 계속 뭐라고 떠들고 있었지만 귀를 닫았다. 중요한 건 소녀들의 대화가 아니라 자신이 화장실을 잠깐 다녀오는 사이 3명 사이에서 맴도는 어색한 기류였다.
카론이야 첫 만남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처음 사귄 친구가 아닌가? 하지만 넉살 좋은 로한이 뭐 마려운 개처럼 안절부절못하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일 것이다.
‘형도 뭐 붙임성이 있는 성격은 아니니까. 게다가 두 명의 정체도 상상 이상이고.’
형이 동생의 친구가 1왕자와 아이언하트 공작가 차남일 것이라고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
제론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두 명이 눈짓으로 말했다.
‘빨리 무슨 말이라도 해봐!’
‘이 분위기 어떡할 거야!’
제론은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오려는 실소를 힘겹게 참아내고 말했다.
“형, 누나한테 그거 들었어?”
“응? 뭐를?”
“쟤가 누나한테 들이대고 있다는 거.”
가른은 고개를 갸웃했다. 동생의 손가락이 로한에게 향해 있었다.
곧 제론이 말한 누나가 헤샤라는 것을 깨닫자 그의 안색이 굳어졌다.
“야 인마!”
로한이 당황해서 벌떡 일어섰다.
* * *
카론과 로한이 원했던 것처럼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대신 우중충한 날씨처럼 우울하고 무거워졌다.
제론이 대형사고를 터트렸기 때문이었다.
‘저 빌어먹을 자식!’
로한이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제론에게 욕을 퍼부었다. 고개를 들면 가른과 시선이 마주친다. 이맛살을 접은 채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피하게 된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압박감이 전신을 짓누른다. 아카데미 역사상 한 손에 꼽히는 천재라고 하더니 과연 무게감이 장난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 헤샤와 교제하고 있다는 건가?”
고요한 적막이 계속되던 가운데 가른이 질문했다.
로한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숨이 턱 막혔다.
“그, 그건……!”
“그건? 설마 하룻밤의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니겠지?”
“하룻밤의 장난감?”
갑자기 제론의 눈빛도 매섭게 변한다. 형제의 이중압박에 로한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렸다.
그런 세 명을 구경하는 카론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는 법이지.’
제삼자인 카론에게 세 명의 일은 즐거운 구경거리였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로한의 당황한 꼴을 보니 은근히 통쾌했다.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내서 그런지 녀석한테 워낙 당한 게 많았기 때문이다.
“하룻밤의 장난감이라니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헤샤 선배님께 첫눈에 반해서 고백했고 그녀와 진지한 교제를 하고 있습니다.”
“헤샤와 진지한 교제를 하고 있다고?”
“너 나한테는 그런 말 안 했잖아!”
“앗. 앗.”
로한의 눈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말하고 나서 아차 한 것이다. 사실 헤샤와는 교제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고백했는데 그녀가 받아준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문제 될 게 없었다.
첫눈에 반한 그녀가 고백을 받아줘서 로한은 기뻐서 미쳐 날뛰었다.
그런데 헤샤가 가족에게는 비밀로 하자고 말하면서 상황이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이유는 타당했다.
‘아직 후배님은 어리고 교제를 나눈다고 해서 약혼이나 결혼까지 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요.’
과연 4살 연상의 여인은 어른스럽기까지 하구나!
로한은 크게 감탄하며 그렇게 하겠노라 대답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흐르자 점점 초조해졌다. 헤샤는 자신의 연인이었지만 친구인 제론의 누나이기도 했다.
이걸 숨기고 있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 순간에 하룻밤의 장난감이라는 말을 듣고 발끈해서 진실을 밝히고 말았다.
‘으악!’
로한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카론이 겁나게 얄미웠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처럼 지금 로한에게 카론이란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어라? 오빠랑 제론이잖아. 여기서 뭐…….”
식사를 하러 온 헤샤와 조우하고 말았다.
헤샤가 본능적으로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제론의 사나운 시선에 붙잡혀버리고 말았다.
친구들에게 따로 식사하라고 말한 뒤 착석했다.
그것도 하필 로한의 옆에 말이다.
“다정한 연인이로군.”
가른은 으르렁거리듯 중얼거렸다.
로한이 몸을 움찔 떨었고 헤샤가 쌍심지를 높게 들었다.
“뭐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조금 이르긴 하네.”
“뭐?”
가른이 황당한 표정으로 헤샤를 쳐다봤다.
헤샤는 당당하게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며 말했다.
“내가 얘랑 건전한 교제를 하든 불건전한 교제를 하든 오빠가 무슨 상관이냐?”
“너 지금!”
“가족끼리도 지킬 선이 있는 거야. 오빠는 지금 나한테 선을 지키지 않고 있는 거고. 내가 밖에서 무슨 사고를 치고 다니나?”
제론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래서, 누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행동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헤샤는 시선을 좌우로 옮기며 말끝을 흐렸다.
제론이 추궁했다.
“그건 아닌데 왜 숨겼어?”
“가족끼리도 지킬 선이…….”
“사귀지 말라거나 헤어지라는 게 아니잖아? 로한은 누나와 교제를 하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내 친구기도 해. 그리고 누나는 내 누나고. 적어도 그런 관계라는 것을 밝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직…….”
헤샤가 가른과 제론에게 대답하는 온도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컸다. 가른에게 대답할 때는 쌍심지가 높이 올라갔지만 제론에게 대답할 때는 비 맞은 강아지처럼 축 늘어졌다.
‘실세는 제론이었구나!’
로한은 깨닫고 말았다.
잠시 후 음식이 나오며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헤샤의 음식도 추가로 주문해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했지만 분위기 자체는 좋아졌다.
“헤샤를 잘 부탁한다.”
“행복하게 만들 자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 생각은 없으니 눈치 안 봐도 된다. 곧 졸업을 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사실 내가 있어서 그런 거잖아?”
“맞다. 헤샤가 내 말은 안 들어도 네 말은 잘 들으니까.”
듣고 있던 헤샤가 몸을 움찔 떨었지만 부정하지 못했다.
로한이 제론을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실세는 제론이었다.
아까 상황으로 확실하게 파악했다.
‘나중에 뭐라도 챙겨줘야겠네.’
구워삶아야 하는 사람은 가른이 아니라 제론이다.
로한은 확실하게 학습했다.
“어라? 여기 맛있네.”
제론이 음식을 먹더니 말했다. 음식을 잘 가리는 편이 아니었던 그는 자리만 있다면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먹는 쪽이었다. 형이 왜 이곳으로 자리를 잡았는지 알 것 같았다.
‘육즙도 장난 아니잖아?’
고기를 써는데 육즙이 철철 흘러넘쳤다. 입속에 넣고 씹으면 살살 녹는다. 솜사탕까지는 오버여도 다진 고기를 뭉쳐 만든 함박스테이크 정도의 식감이었다.
“그런데 네 친구들은 어떡하고?”
“아, 몰라!”
헤샤가 가른의 질문에 짜증을 부렸다.
“누나, 친구들은?”
“내가 산다고 따로 먹자고 했어.”
제론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하는 헤샤였다.
가른이 나이프와 포크를 멈췄다. 어깨를 축 늘어트린 것처럼 보였다. 로한은 그런 예비 처남(?)을 딱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식사가 끝나고 소화를 시키기 위해 산책했다.
아카데미 내부에는 커다란 공원이 있었다.
아름답게 잘 꾸며져서 꽃이 필 봄에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며, 연인들의 데이트 1순위인 장소였다.
“헤샤, 이리로 와봐.”
“왜?”
로한이 꽃을 꺾어서 헤샤의 귀에 꽂아줬다.
“너무 아름다워. 헤샤의 미모에 꽃이 빛을 바래. 이렇게 아름다운 헤샤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너무나도 감사해.”
“어머!”
제론과 카론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티는 잘 나지 않았지만 가른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이러려고 공원에 온 게 아닌데.’
세 명의 표정을 잘 읽어보면 이런 의미였다.
두 사람의 사이에 낄 생각이 없다고 말한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뭐라고 말은 안 하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제론이었다.
“하지만… 곧 방학이야. 벌써부터 헤샤를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슬퍼.”
“나도 마찬가지야.”
로한과 헤샤가 손을 맞잡고 다정하게 속삭였다.
아직 로한이 키가 작아서 헤샤의 귀에 겨우 닿을 정도였지만 4살 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금방 쑥쑥 커서 비슷해지거나 더 커질 것이다.
“내가 방학 때 페리안 남작령으로 갈까?”
“그래도 되겠어?”
“야! 누나! 그만 좀 해!”
제론이 기어코 소리쳤다.
* * *
방학식이 끝났다.
로한과 누나의 신파극을 감상한 것은 덤이었다.
제론은 형과 누나와 함께 페리안 남작령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에르딘이 따라왔다.
“저는 제론 님의 집사니까요.”
“그래도 되는 거야?”
“집에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당연히 가야 하는 게 아니냐며 혼쭐이 났죠.”
“어, 어어.”
이쯤 되니 되물은 제론만 머쓱해졌다.
‘형의 집사는 안 왔던 것 같은데?’
뭔가 좀 이상했지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에르딘의 집안은 집사 가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게 정상일지도 모른다.
“거의 다 도착한 것 같구나.”
가른이 말했다.
창문 밖을 확인하니 저 멀리 도시가 보였다.
오랜만에 집에 왔다.
“잘 지내고 계시려나?”
제론은 벌써부터 아빠와 엄마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오
Davin Miltan
Really?
Do we really need to be involved in a relationship between a 9 yo and a 13 yo?
But if you really want to, do it, but don’t make it a foreground drama. Not only is this uncomfortable it’s boring as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