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9)
제39화
39화
“내 새끼들!”
제론이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엄마가 격한 포옹을 했다. 얼마나 세게 안았던지 숨이 막힐 정도였다. 하지만 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것을 발견하자 참아야 했다.
세 명의 자식들이 전부 아카데미로 갔으니 하루하루가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했으리라.
‘아들인데 이 정도 서비스는 해야지.’
숨이 좀 많이 막히긴 하지만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잠시 후.
제론의 머릿속으로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가 도통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귀식대법! 귀식대법!’
제론은 서둘러서 귀식대법을 펼치려고 했다. 전생에 천하제일 고수였던 그가 엄마의 품에서 숨이 막혀 죽을 수는 없었다.
“아, 좀!”
귀식대법을 막 펼치려는 순간 누나가 참지 못하고 엄마를 밀어냈다.
“하아. 하아.”
형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굴이 시뻘건 게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으로 보였다.
‘이번만큼은 땡큐야. 누나.’
제론이 마음속으로 누나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엄마의 걱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 명의 몸을 꼼꼼히 살펴보며 계속 묻는 것이었다.
“어디 다친 곳 없지? 아프거나 그런 건 없고? 아프면 바로 사제 선생님 찾아가야 한다? 타지에서 내 새끼들이 아프면 엄마는 속이 많이 상해요. 엄마 속 안 썩이기 위해서라도 꼭 가는 거 잊지 말…….”
“험험. 부인, 진정하시오.”
뒤에서 잠자코 서 있던 아빠가 말릴 정도였다.
곧 엄마는 정신을 차렸는지 ‘어머!’ 하며 뒤로 물러났다.
“나도 참 주책이네.”
엄마가 손부채로 달아오른 뺨을 식히며 중얼거렸다.
아빠는 헛기침을 하며 넌지시 마차 앞에 서 있는 에르딘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뒤에 있는 아이는 누구니?”
“안녕하십니까? 저는 제론 님의 집사인 에르딘 제이워크라고 합니다. 페리안 남작님과 남작 부인을 뵙습니다.”
에르딘은 우아하게 예법으로 인사했다. 제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곧 아빠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제이워크라면 왕실에 소속된 집사 가문인 걸로 아는데… 혹시 내 생각이 맞는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아카데미 입학생이자 제론 님의 집사일 뿐이니 허울 없이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으음. 그렇게 하지.”
아빠가 묘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왕실에 소속되어 있다고?’
제론은 게슴츠레 눈을 뜨고 에르딘을 쳐다봤다.
대화를 듣다 보니 제이워크 가문이 평범한 곳은 아님을 알았다. 그런데 첫 만남에서 녀석은 성姓을 밝히지 않았다. 일부러 감춘 것이다.
정체를 속였다고 말하기에는 애매모호하지만 썩 유쾌한 기분이 아니다.
에르딘이 그와 시선을 마주치자 움찔 떤다.
제론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바로 눈치챈 것이다.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해야지.’
부모님 앞에서 녀석을 추궁하고 싶지는 않았다. 눈짓으로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말하며 함께 남작 저택에 들어갔다.
“제론 도련님!”
엄마에 이어 유모 에리스가 제론을 격하게 포옹했다.
제론은 또다시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귀식대법을 펼쳐야겠다고 다짐할 때 그를 놓아줬다.
‘1시간 사이에 2번이나 죽을 뻔했네.’
제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보다 포옹 시간이 짧아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제가 주책을 부렸네요.”
“주책이라니? 유모는 내게 제2의 엄마나 다름없는걸.”
제론이 그렇게 말하자 유모가 감동을 받아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렇게 유모를 달래는 데 30분이 소요되었다. 두 차례 진땀을 빼자 제론은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목욕을 해야겠어.”
“모시겠습니다.”
에르딘이 아카데미에서와 똑같이 그의 집사처럼 행동했다.
제론은 이미 익숙해져서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솔직히 에르딘 덕분에 많은 편의를 보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 겸사겸사 너도 같이하자. 물어볼 것도 있고.”
“아닙니다. 집사가 어떻게 주인과 같은 곳에서 목욕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보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응, 어떻게 할 수 있어. 그리고 갑자기 생길 일도 없고. 여긴 아카데미가 아니거든.”
제론은 에르딘이 빠지려고 하자 콧방귀를 뀌었다.
* * *
“어흐! 시원하다.”
제론이 목욕탕에 몸을 푹 담갔다.
바로 앞에 에르딘도 있었는데 우물쭈물 제론의 눈치만 살폈다.
평소와 달리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까의 일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너, 제이워크 가문의 사람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목소리도 개미처럼 기어들어 갔다.
“처음에 왜 말 안 했어?”
“그건…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내가 왜 부담스러워해?”
에르딘이 깜짝 놀랐다.
제이워크 가문은 단순히 왕실에 소속된 집사 가문이 아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국왕이 거주하는 궁궐을 비롯해 왕실 내부의 모든 시종과 시녀를 이끄는 우두머리였다.
즉, 제이워크 가문의 뒤에는 왕실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웬만한 백작들도 감히 제이워크 가문 앞에서는 이름을 앞세우지 못하고 설설 기었다.
제론은 그런 사실을 몰라서 태연했으나 에르딘으로서는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나의 주인님이 되기에 충분하신 분이시다!’
에르딘이 언제 초조하고 불안해했냐는 듯 눈을 반짝이며 제론을 바라봤다.
페리안 남작조차 제이워크 가문이라는 말에 살짝 부담스러워는 기색을 비쳤는데 아들인 제론은 아무렇지 않아 하니 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사실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말이다.
“집에 오니까 좋다.”
“저도 제론 님의 집에 오니까 좋습니다.”
“너는 왜?”
“당연히 제론 님의 집이니까요.”
“그래, 됐다. 내가 괜한 걸 물었나 보다. 아 참, 아카데미랑 다르게 음식이 좀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그럼요. 제론 님의 집인 걸요.”
“후우.”
제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싱글벙글 웃고 있는 에르딘을 보니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마음의 짐이 무거웠던 거냐?’
‘역시 저의 주인님이 되실 자격이 충분하십니다.’
제론과 에르딘은 서로가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목욕을 했다.
* * *
방학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카데미에 도착한 형은 2차 졸업시험 때문에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누나도 로한과 데이트가 있다며 바로 후다닥 달려갔다.
제론은 에르딘과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2학기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페리안 남작령에서 보낸 시간은 짧지 않았다.
무려 3개월!
꽤 많은 일이 있었다.
무공을 수련하고 형과 누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줬다.
네로와 대화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녀석의 덩치가 전보다 1.3배나 커졌다는 건 제론만 아는 사실이었다.
여전히 까칠한 네로였다.
녀석의 턱을 몇 번 긁어주자 골골송이 흘러나왔다.
“많이 불편했지?”
“아닙니다. 재밌었습니다.”
에르딘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태어나서 수도에서만 지내온 그에게 페리안 남작령의 생활은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다.
물론 불편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수도의 시설과 비교하면 선진국과 후진국만큼 차이가 났다.
“무엇보다도 탁 트인 광활한 초원이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더군요.”
“유일한 장점이자 단점이지. 몬스터가 자주 나타나거든.”
“그건 좀 그렇습니다만.”
“뭐 아무튼 간에 마음이 편한 곳은 집이지만 몸이 편한 건 아카데미지.”
“그건 반박할 수가 없네요.”
에르딘이 쓴웃음을 지었다.
짐을 옮기는 게 끝나자 제론은 에르딘을 보냈다.
“저녁은 알아서 먹을 테니까 내일 봐.”
“하지만.”
“저녁 먹고 바로 잘 거야.”
에르딘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페리안 남작령에서 생활하면서 그가 새벽이 될 때쯤 취침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너도 짐 정리할 게 있잖아.”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 7시 3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내일 봐.”
제론은 에르딘을 내보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불순한 행위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혼자 있고 싶어서 그를 보낸 것이었다.
“저녁도 먹을 겸 잠깐 산책이나 다녀와야지.”
짐 정리가 끝나고 제론이 밖으로 나갔다.
아카데미 안은 한산했다.
2학기가 시작되기 3일 전이니까 당연했다.
내일이나 모레부터 꼬맹이들이 다시 바글바글해질 것이다.
그전에 마음껏 아카데미를 구경할 생각이었다.
“어서 오세요!”
“식사 되나요?”
“물론이죠. 무엇을 드릴까요?”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했다.
학생들의 숫자는 10분의 1도 안 됐지만 식당이나 편의시설들은 전부 열려 있었다. 배를 채우고 카페에서 생과일주스를 사서 1학기 때 가보지 못한 장소들을 돌아다녔다.
특별히 관심이 가는 곳은 없었다.
S클래스는 개인 숙소에 웬만한 편의가 거의 다 제공되어 있기 때문이다.
막말로 운동기구까지 있으니 말 다 한 셈이었다.
부엌에도 조리도구가 전부 있어서 원한다면 요리를 하는 것도 가능했다.
만약 없는 조리도구가 있다면 요청해서 받아내면 된다.
“S클래스가 확실히 좋긴 하네.”
형과 누나는 절대로 하위클래스로 떨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A클래스만 돼도 방 크기가 지금의 절반으로 작아지고 아카데미의 지원도 S클래스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한다.
사실 누나가 S클래스라는 점에서 놀란 탓인지 와 닿지는 않았다. 친구라고 있는 2명도 같은 S클래스라서 놀러 가봐야 볼 것도 없었다.
“그보다 클럽 활동이 기대되는데?”
2학기부터는 클럽 활동도 가능해진다.
요리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은 요리부에 들어가고 누나처럼 승마나 궁술에 관심이 있으면 그쪽과 관련된 클럽에 가입한다.
제론은 연금술 클럽에 가입할 생각이었다.
“탄산음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지! 크흐흐!”
무림에서는 포기해야만 했던 꿈이었다. 치킨과 탄산음료를 같이 먹는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침이 잔뜩 고였다.
“뭐야? 쟤 왜 저래?”
“어라? 소문의 입학생 아냐?”
“이크.”
악당처럼 웃던 제론은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얼른 자리를 벗어났다.
최대한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다 보니 알림판이 보였다.
아카데미에서 공지할 사항이 있으면 저기에 붙여놓는다.
예를 들면 새로운 소식이나 이벤트, 혹은 학생들의 징계 같은 것 말이다. 평소라면 에르딘이 확인해서 알려주겠지만 녀석을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줬으니 직접 가볼 생각이었다.
“S클래스가 참 좋긴 좋아.”
집사 후보생은 모두에게 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직 S클래스에게만 배정된다. 집사 후보생을 거부하는 것도 가능했다.
누나가 그랬으니까.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방학 때였다. 만약 집사 후보생을 거부하고 싶다면 입학식을 마치고 일주일 안에 담임 선생님에게 말해야 한다고 한다.
“다시 생각하니까 빡치네.”
에르딘이 일부러 말 안 한 거다.
혹시나 자신을 거부할까 봐!
제론은 작게 투덜거리며 알림판으로 갔다.
1학기에 붙인 것을 아직도 떼지 않았다.
2학기가 시작되려면 3일이 남았으니 그럴 수도 있었다.
알림판을 쭉 훑어보던 제론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었다.
가장 맨 위에 붙어 있는 따끈따끈한 새 소식!
“개국 기념 축제?”
바로 오른 왕국의 개국을 기리는 축제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