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4)
제4화
4화
마공魔功!
쉽게 설명하면 아주 나쁜 방식으로 기를 모으는 무공이었다.
마공을 수련하는 방식은 종류마다 제각기 다른데.
무림에서는 사마외도라 말하는 방법이 대부분이다.
이것도 쉽게 설명해서 여인을 덮쳐서 음기陰氣를 뺏어가거나, 피를 빨아먹어 그 속에 담긴 생기를 흡수하는 등 정말로 사악하고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문제는 음기를 뺏기거나 피를 빨아 먹힌 사람이 모두 죽는다는 거다.
사실 알고 보면 그런 종류의 마공도 꽤나 희귀한 축에 속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겠지만 사람을 해치거나 여인을 강간해서 내공을 쌓는다면 그 누가 계속하라며 가만히 지켜볼까?
또한 그런 종류의 마공을 익힌 자는 대부분 사악한 심성을 지니게 되어 악행을 저지르고 마니,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가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협심-정의감 넘치는 협객들이 어떻게든 찾아가 처리한다.
또는 명성을 쌓아 이름을 널리 알려서 우쭐대고 싶어 하는 자들이 해결하기도 하고.
‘뭐, 내가 익힌 건 나쁜 방식까지는 아니지만 말이야.’
과거 유민현이 익혔던 마공은 그런 종류가 아니다.
현대인이었던 그는 윤리나 도덕면에서 무림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엄격하여 사람을 해치거나 상해하는 방식으로 강해지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는 그 경계가 어느 정도 흐릿해지긴 했지만 자아가 확고해지는 27살까지 현대에서 살았던 탓인지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대신해서 본인 스스로가 많이 위험해지는 마공을 익혔다.
역혈마공易血魔功!
피를 거꾸로 흐르게 만들어 몸속에 흐르는 기-내공 역시 거꾸로 흘러가게 만드는 마공이었다.
본래라면 일정한 속도로 혈도를 순서대로 지나쳐가며 내공이 점차 거세져야 하지만, 역혈마공은 거꾸로 흘러가게 만들기 때문에 하나의 혈도를 지나칠 때마다 폭발적으로 내공이 늘어난다.
쉽게 설명하자면 물구나무를 섰을 때 피가 얼굴로 쏠리며 뻘게지고 심장이 빨리 뛰며, 숨이 가빠짐과 동시에 두통이 생기고 혈압이 오른다는 것이다.
즉, 아드레날린adrenalin-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시키는 마공인 것이다.
호르몬이 분비되는 동안에는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기-내공을 제어하지 못하면 혈관이 터져서 죽거나, 내공이 폭주하는 현상, 소위 말하여 주화입마에 빠지게 된다.
혈관이 터져서 죽으면 혼자 죽지만, 주화입마에 빠지면 미치광이가 되어 주변은 물론 멀리 돌아다니며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고 다니니, 마공이 괜히 마공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흐흐! 본래라면 이런 몸 상태로는 익히지 못했겠지.’
제론이 음침하게 웃었다.
정작 갓난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건 옹알이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우으!”
“아이고. 도련님, 쉬 마려우세요?”
유모 에리스가 제론의 음침한 웃음소리를 오해하고 그를 번쩍 들어 안았다.
“아우으으!”
“알겠어요. 많이 마려우셨군요.”
곧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리기 시작하자 당황한 제론이 팔을 허우적거리며 아니라고 해명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건 옹알이였다.
‘아니! 오줌 안 마렵…… 아, 쌌다.’
제론은 몸이 나른해지며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오줌이 마렵지도 않았는데 줄줄 흘러내렸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소림의 땡중들이 자신 앞에서 맞고 돌아가기 전까지 지껄이던 말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저 말이 떠오르는 걸까?
참으로 모든 것이 덧없게 느껴진다.
‘후우. 그래, 기저귀라도 빨리 갈아줘요.’
유모 에리스의 토닥거림은 엄청난 효과였다!
대충 기저귀를 가는 시간을 포함해 10분이 흐르자 제정신이 돌아왔다.
‘아무튼간에 피를 거꾸로 흐르게 만든다는 건 단순히 호르몬 분비 효과만 있는 게 아니야. 신체에도 엄청난 부담이 생겨. 본래라면 갓난아이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수련 방법일 테지.’
물론 자아도 형성되지 않고 평범하기만 한 갓난아이였다면 말이다.
제론이 히죽 웃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참 해맑다고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을 모습이다.
‘백회혈이 닫히지 않았으니까 부작용이 없어!
탈마를 뛰어넘어 등선의 경지까지 올랐던 유민현은 역혈마공에 관련된 엄청난 비밀을 알아버렸다.
여기까지 설명했다면 대충이나마 짐작했을 것이다.
그래, 맞다.
역혈마공은 사실 상단전을 이용하는 마공이었다.
백회혈이 열려 있으면 호르몬 분비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30년을 수련했던 마공이 그런 비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등선 할 때가 가까워지자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게다가 원영신까지 있지.’
원영신은 반선의 경지인 탈마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혼을 떼어 기로 만든 자신의 분신이자 화신이기도 했다.
계속 분신이자 화신이라고만 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제론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원영신을 움직여 몸의 주변을, 육안이 아닌 원영신의 시야를 통해 감각적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몸이 기로 이루어져 있기에 사물을 투과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니까 배 속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던 거고.
반대로 말해 자신의 몸속으로 집어넣는 것도 가능했다.
그 효과는 유모 에리스의 토닥거림만큼이나 굉장했다!
지금 제론의 상단전에 3년에서 5년 어치의 내공이 괜히 쌓인 게 아니다.
역혈마공으로 운기조식을 할 때마다 원영신을 몸속에 집어넣어 혈도와 신체를 보호했다.
백회혈이 열려서 호르몬 과다 분비라는 부작용도 없고, 원영신과 합체(?)하니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내공에서 혈도와 몸을 보호해주고.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의 효과였다!
‘음음. 아주 좋아. 이대로만 크자. 무공을 익혔으니 걷기 시작할 때부터 열심히 신체단련도 하면 쑥쑥 클 거야. 그러면 또래 애들보다는 훨씬 키가 크겠지!’
그런데 얼마나 시간이 더 흘러야 걷고 뛰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유민현일 때 애를 키워본 적이 없으니까 알 리가 없었다.
이제는 말도 대충이 아니라 거의 다 알아듣게 되었으니 걷고 뛰고 말할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더 빨리 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운기조식까지 끝마치자 때가 되었다.
“도련님, 식사하실 시간이에요.”
유모 에리스가 젖을 먹일 시간이 온 것이다. 평소에는 엄마인 아이리가 모유를 먹이지만 가끔씩 그럴 사정이 안 될 때 유모가 자신의 젖을 먹인다.
‘음. 유모한테는 아직 좀 부끄러운데.’
꼬르륵. 꼬르륵.
운기조식을 끝마친 뒤로 배가 어서 빨리 밥을 내놓으라고 요동쳤다.
부끄러운 척 거절하지 못하고 입에 힘을 줬다.
“쭙. 쭙. 쭙.”
“아이고. 맛있게 잘 드신다. 많이 드세요. 배부를 때까지 잔뜩잔뜩 드세요.”
제론은 열심히 배를 채우며 자신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유모와 시선을 맞췄다. 그녀의 눈빛은 제 자식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의 것과 같았다.
유모라는 존재가 원래 이런 건가 싶은 의문이 들었다.
‘잘 이해가 안 되네.’
그러나 그녀의 감정은 진짜였다.
제론이 아직 이 세상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아직은 불가사의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의문이었다.
‘복잡한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자.’
경험하지 못한 것은 제아무리 골머리를 썩여 봤자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제론은 유민현으로서 현대와 무림을 살아가며 자주 겪어봤기 때문에 아주 잘 알았다.
게다가 복잡한 건 딱 질색이지 않은가?
‘내가 살아갈 이 세상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는 게 먼저니까.’
무공을 제외하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머릿속이 복잡했다.
“도련님, 그러다가 체하세요. 천천히 드셔요.”
유모가 등을 살짝 토닥이며 말하자 제론은 입에서 힘을 살짝 뺐다.
‘걱정하니까 천천히 먹지 뭐.’
위에 설명한 것처럼 이제는 사람들의 말도 거의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간단한 것이라면 맞춰주려고 하는 편이었다.
물론 사람들은 갓난아이가 진짜로 말을 알아듣고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내가 말만 하면 바로 힘을 빼시고.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설마 알아들으시는 건가?”
“……!”
제론은 깜짝 놀라서 입을 오물거리던 것을 멈추고 유모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유모의 혼잣말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거야. 아직 아빠, 엄마도 하지 못하시는 분인데. 우쭈쭈. 저 때문에 놀라셨나 봐요? 죄송해요. 호호.”
“쭈웁. 쭈웁. 쭈우우웁.”
제론은 눈치를 계속 살피며 천천히 입을 오물거렸다.
‘휴. 눈치 깐 줄 알았잖아.’
현대의 과학자들이 말하길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는 자신들만의 커뮤니케이션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끼리다. 옹알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아직 걷지도 못하는 갓난아이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란 불가능했다.
‘그나저나 엄마랑 아빠는 어디 가셨지? 오늘 하루 종일 안 보이시는 것 같은데.’
최근에서야 알았지만 아빠-쥬페토의 정체가 귀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세상에!
정말로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귀족이라니!
비록 하급 귀족이라고 하는 남작이지만 작위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대접을 받는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영지까지 소유한다는 건 어느 정도 이상의 큰 대우를 받고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하니, 자신이 그런 귀족의 둘째 아들이자 막내라는 것에 적어도 은수저는 물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로 엄마인 아이리가 젖을 물리거나 한가로울 때 제론을 안고 가족과 영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배가 부르면 잠이 쏟아져 와서 전부 듣지 못했지만 이것저것 주워들은 내용을 대충이나마 조합해보자면 이랬다.
‘가족은 아빠와 엄마, 형 한 명, 누나 한 명이 끝이고. 인구가 4만 명에 달하는 남작령에다가 제법 뛰어난 검객이라고 했지?’
옛날 중세시대에는 인구가 4만 명이라면 영지민으로 집계하지 않는 노예와 천민, 돈이 없어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포함에 대충 5만 명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무림이라는 곳도 마찬가지였으니 아마 이쪽 세상도 같을 것이다.
‘보통 장남이 뒤를 잇는다고 했고.’
제론이 히죽 웃었다.
형인 가른이 있으니 아빠의 뒤를 이어 남작위를 이어받지 않아도 된다.
즉, 귀찮은 일을 안 해도 된다는 거다.
‘형의 자질이 모자란다면 내가 나중에 커서 가르쳐주면 되는 일이지!’
이래 보여도 무림에서 한 세력의 수장까지 해본 적이 있던 몸이다.
4만 명에서 5만 명 사이의 영지민쯤이야 어렵지도 않다.
그렇게 제론이 생각하는 동안 아이리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유모. 저 돌아왔어요.”
“남작 부인 오셨어요?”
유모가 제론의 입에 물린 젖을 조심스럽게 떼며 아이리에게 제론을 건넸다.
아이리가 제론을 받아서 품속에 살포시 안아 들었다.
‘아. 따뜻해. 역시 엄마 품이 최고야!’
제론은 푸근함을 느끼며 나른해지는 몸을 만끽했다.
“우리 제론! 사고 안 치고 얌전히 잘 있었지?”
“아우.”
제론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아이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유, 유모?”
“예, 남작 부인.”
“방금 우리 제론이가 엄마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우아우으으아?”
제론이 ‘난 그런 적 없는데?’라고 말했지만 아이리의 눈은 아까보다 더욱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덩달아 유모도 감격에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맞아요! 지금도 제론 도련님께서 남작 부인께 ‘엄마’라고 하고 계세요!”
“아우?”
제론이 당황해서 ‘언제?’라고 되물었다.
이내 옹알이(?)를 포기하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어아!”
“흑.”
아이리가 감동의 물결을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젠장! 울리고 말았군. 이래서 인기남이란.’
제론은 자화자찬을 하며 짧은 팔을 뻗었다.
비록 팔이 짧아서 닿지는 못했지만 생각은 닿았는지 아이리가 제론의 손이 뺨에 닿을 정도로 살짝 높게 들었다.
“엄마라고 불러줘서 고마워. 흑. 정말로 고마워.”
“…….”
제론은 이상하게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느꼈다. 입술을 살짝 깨물어 참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리가 다시 한번 그를 깊게 안으며 중얼거리자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고맙다. 정말로 고마워! 엄마…… 흐윽! 라고 불러줘서 고마워!”
“응애애애애애애애-!”
아이리가 흐느끼자 더더욱 참지 못했다.
‘아씨.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던데!’
아무래도 뻥이 분명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