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48)
제48화
48화
“이상해.”
유한이 가늘게 눈을 뜬 채 주변을 둘러봤다.
전투 실습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몬스터가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아 허무하게 끝났다는 표현이 맞았다. 꽁무니는 발견했다. 저 멀리 줄행랑치는 코볼트와 놀의 등짝이 보였으니까.
학생들이 ‘몬스터!’라고 외치며 쫓아가려는 것을 말렸다.
제론의 말이 자꾸만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놈들이 도망쳤다고?’
‘에단의 은신처’는 몬스터가 살기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를 발견할 수 있는데 간혹 트롤이나 미노타우로스 같은 강력한 개체도 나타나곤 한다.
트롤이나 미노타우로스는 오러 익스퍼트 상급 기사도 간신히 상대하는 강력만 몬스터!
마법사 에단이 세상의 신비를 연구하기 위해 거처로 삼은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위험한 몬스터가 나타나는 곳에는 사람이 오지 않으니까!
몬스터라고 조용한 건 아니지만 사람들처럼 와서 ‘이것 좀 해 달라.’, ‘저것 좀 해 달라.’ 하고 귀찮게 굴지 않았다.
참으로 단순명쾌한 이유였다.
‘에단의 은신처’와 아카데미의 거리가 전투 실습에 적당한 장소라 판단되어 주기적으로 토벌을 했지만 이미 몬스터가 살기 좋은 생태환경으로 변한 뒤라 새로운 녀석들이 끊임없이 유입됐다.
게다가 이곳을 양분하던 두 놀의 무리는 오랜 시간 영역을 지켜온 녀석들이었다. 놀은 영역본능이 있어서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적을 절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도망치던 녀석들이 마주치게 돼서 싸웠고, 그 흔적을 발견한 건가?’
느낌이 싸하다.
유한은 곧장 왕실 기사를 찾아가 말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모르겠군요.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몬스터가 너무 없습니다.”
“몬스터가 없으면 좋은 일 아닙니까?”
왕실 기사가 곧장 대답했다.
“지금 우리는 녀석들의 영역을 침범했습니다. 그런데 얼굴도 비추지 않는 건 비이상적인 일입니다.”
“왕실 기사가 10명이고 병사들이 3천 명입니다. 미달 수준의 전력이라고 하지만 죄수들까지 500명이 있지요.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했다고 한들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유한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런 미친 새끼가!’
깊게 생각도 안 해보고 간단하게 대답할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의 안전이 걸려 있다.
게다가 학생들 중에는 오른 왕국의 국민만 있는 게 아니다.
국가적인 문제로 확산될 수도 있다.
미노타우로스나 트롤 같은 몬스터라면 이곳의 기사들과 병사들로도 상대가 가능하지만 더 상위 종의 개체는 이야기가 틀리다. 많은 피해가 생긴다. 최악의 경우 이곳에 있는 기사들로 상대하지 못하는 몬스터가 나타난다면 모두 전멸이다.
‘아니.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유한은 최대한 이성을 냉철하게 유지했다. 제론의 말을 듣지 못했다면 그 역시 저 기사와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기사 10명과 병사 3천 명은 웬만한 몬스터라면 가까이 접근조차 하지 않을 정도의 전력이니까.
본능대로 살아가는 몬스터도 제 목숨을 아까워할 줄 안다. 괜히 덤벼들었다가 죽거나 상처를 입고 돌아간다면 또 다른 포식자에게 당하고 만다.
오크처럼 지성을 가진 종족-처음에는 몬스터로 구분했지만 훗날 그들에게도 사회와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하나의 종족으로 인정했다-이 전략적으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면 덤벼들 시도조차 않는다.
‘더 말해봐야 소용없다.’
유한은 기사의 바이저 아래 표정을 보고 깨달았다.
무엇을 그렇게 걱정하냐는 미소.
하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왕실 기사는 방심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단지 그 정도로 부족했다.
* * *
‘에단의 은신처’의 지배자로 군림한 오우거는 새로운 거처에서 잠을 자던 도중 침입자의 존재를 느끼고 분노했다.
크르르.
낮게 깔린 울음소리.
굳이 해석을 하면 ‘감히 내 영역으로 들어와?’라는 의미였다.
어미의 품을 떠나 처음으로 제 영역을 가진 오우거는 침입자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었다.
크르르르!
모두 찢어버리리라.
오우거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침입자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 * *
쿵-!
유한이 땅의 진동을 느낀 것은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
“왜 그러십니까?”
다른 선생님들이 유한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한창 전투 실습을 하고 있을 때부터 이상한-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주변을 둘러보고 오는 둥- 행동을 하더니 지금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모두 준비하십시오!”
“예?”
다른 선생님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유한을 쳐다봤다.
무엇을 준비하란 말인가?
“빨리 학생들을 안전한 곳으로…….”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젠장! 늦었군.”
“……!”
유한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선생님들이 당황한 그 순간 쿵-! 하고 땅이 크게 흔들렸다.
크아아아아아아-!
숲의 제왕-오우거가 피어Fear를 터트렸다.
* * *
유한보다 먼저 오우거의 존재를 알아차린 사람이 있었다.
바로 제론이었다.
“카론! 로한!”
“왜?”
“선생님들한테 가!”
제론은 두 명에게 외치고 바로 숲으로 뛰었다.
크아아아아아아-!
곧이어 들려오는 흉포한 함성!
피부를 저릿하게 만드는 거대한 힘이 담겨 있었다.
타닥-!
제론은 내공을 끌어올리고 단숨에 나무를 발로 차며 높게 뛰어올랐다. 그의 어깨 위에서 식빵 자세를 하고 있던 네로가 호박색 눈을 뜨며 말했다.
[하찮은 인간 꼬마야. 오우거라는 놈이다.]“오우거?”
동시에 나무 꼭대기로 올라간 제론이 작게 중얼거리며 함성이 들려온 곳을 주시했다.
대략 3m로 보이는 엄청난 거구의 몬스터-오우거가 보였다. 거리는 약 500m. 죄수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곳이다.
때마침 오우거가 두꺼운 나무를 뿌리째 뽑아 휘둘렀다.
후웅-! 퍽-!
“컥!”
“……!”
9명의 죄수들이 나무에 맞아 날아간다. 우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한 군데가 기형적으로 꺾인 채 누였다. 저 정도의 위력이라면 산다고 해도 앞으로 평생을 기어 다녀야 한다.
오우거는 커다란 주먹을 들어 옆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죄수의 머리를 내려쳤다. 죄수가 프레스로 누른 캔처럼 찌그러졌다.
크아아아아아-!
놈이 또다시 포효했다.
제론은 피부가 따가웠다.
아까보다 더욱 포효에 담긴 힘이 세졌다. 오우거의 힘을 가늠하는 사이 10명이 넘는 죄수들이 곤죽으로 변했다.
[이제 막 성체가 된 녀석이다.]“저게?”
[몇 년 뒤면 5m까지 클 거다.]제론이 목을 뒤로 빼며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도 3m는 넘어 보였다. 그런데 5m까지 큰다고?
“거인족의 피라도 흐르는 건가?”
[하찮은 인간 꼬마야. 그 사실은 어떻게 안 거냐?]네로가 호박색 눈을 커다랗게 뜨며 되묻는다.
“…….”
의외의 진실을 알게 된 제론이 오히려 당황해서 침묵했다.
[오우거를 비롯해 현시대에 이르러 몬스터라 불리는 몇몇은 거인족이 낳은 혼혈아였다. 신화시대의 종막 이후 거인족이 사라지고 신격의 주체를 잃어버린 그들은 퇴화를 거듭했고, 마침내 지성까지 사라져 몬스터 화化 된 것이지.]“거인족이 사라진 것과 신격神格을 잃어버린 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거야?”
[거인족은 신격을 가진 존재다. 신격에 오른 존재는 신성이 없으면 신격을 유지하지 못한다.]신격을 가진 존재가 신성을 얻는 방법은 한 가지.
바로 경외심에서 비롯된 믿음이다.
신화시대가 종막을 고하며 거인족은 중간계에서 사라졌고, 그들의 ‘신명神名’은 천천히 잊혀졌다. ‘신명’을 모르면 경외심을 받지 못한다. 누구인지도 모르고 믿을 수는 없지 않은가!
거인족은 조금씩 신성을 잃었고 마침내 신격을 박탈당했다.
거인족의 자손인 존재들이 퇴화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거인족은 왜 사라진 거야? 아니, 그 전에 신화시대는 왜 종막을 고한 건데?”
[그건…….]네로가 대답하려는 순간 비명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 * *
“사, 살려줘!”
죄수들이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맞서 싸웠지만 오우거의 가죽은 오러가 깃든 공격이 아니면 흠집도 나지 않을 정도로 두텁고 질겼다.
게다가 학생들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죄수들에게 지급된 무기는 조잡하기까지 하니 오우거의 몸에 닿는 순간 이쑤시개처럼 또각 부러졌다.
크아아아아아아-!
퍽-!
오우거는 죄수의 머리를 붙잡고 땅에 휘둘렀다.
몸뚱이가 땅에 패대기쳐진 순간 선홍빛 피가 질퍽하게 뿌려졌다.
오우거의 손에는 척추 째 뽑힌 죄수의 머리가 쥐어져 있었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었다.
“이, 이대로는 모두 죽을 거야!”
“도망쳐!”
“이러나저러나 죽는 게 마찬가지라면 난 차라리 살 확률이 높은 도망을 선택하겠어!”
죄수들이 탈주를 시도했다.
평소라면 3천 명의 병사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겠지만 오우거의 등장으로 모두가 패닉에 빠진 상태였다.
“죄수들의 탈주를 막아라!”
“하, 하지만 오우거가……!”
왕실 기사가 외쳤으나 병사들은 오우거의 피어에 두려워하며 덜덜 떨고 있었다.
때마침 유한이 나타나 검을 뽑으며 말했다.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제까지만 해도 오우거가 없었습니다! 숲에 들어오기 전에도 레인저를 몇 번이나 보내 정찰했습니다! 오우거의 흔적은 발견조차 하지 못했…… 아니, 이럴 때가 아니라 어서 학생들부터 대비시키십시오!”
“다른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가고 있습니다! 그보다 우선 병사들을 후퇴시켜야 합니다! 오우거의 상대가 못 됩니다!”
유한이 외치자 왕실 기사는 빠르게 병사들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사이 오우거는 죄수들을 장난감처럼 이리저리 휘두르며 학살했다. 곧 죄수들이 죽거나 도망쳐서 얼마 남지 않자 이번에는 왕실 기사들과 유한을 노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크르르르?
왜 도망치지 않냐는 의미 같았다.
“학생들이 도망치기 전까지는 못 물러나지, 이 몬스터야!”
유한이 외치며 오러를 끌어올렸다.
사자 갈기처럼 풍성한 머리카락이 푸른빛에 휩싸이며 흩날렸다.
이윽고 그의 검에 맺히는 선명하고 진한 오러 소드!
오러 블레이드로 완성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왕실 기사는 오우거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감탄했다.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 당신 지금까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차!”
왕실 기사들이 다급하게 오러를 끌어올리려는 순간 유한은 다시 말했다.
“오우거는 제가 상대하며 시간을 끌 테니 학생들부터!”
“하지만!”
“오우거가 지배하는 영역! 모든 몬스터! 모두를 공격!”
다급해진 유한이 속사포를 내뱉었다.
자세히 풀자면 이 숲은 오우거가 지배하는 영역이니 모든 몬스터가 도망치는 죄수를 포함해 학생들까지 공격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오우거가 달려오는데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건 불가능했다.
다행히도 왕실 기사가 유한의 속사포에 담긴 뜻을 알아차렸다.
“그럼 부디 살아남으십시오!”
유한은 왕실 기사의 외침을 뒤로한 채 오우거를 향해 달려갔다.
* * *
“혼자서는 힘들 텐데?”
제론이 나무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