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5)
제5화
5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무려 3년!
이 세상은 태어난 순간 1살이 아니라 0살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지금 제론의 나이는 3살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살!
‘아, 3살이라서 그런가? 삼삼한 거 말고 달달한 거 땡기네.’
제론은 누가 들었다면 욕먹어도 싼 드립을 마음속으로 치며 입맛을 쩝! 다셨다. 모유를 끊은 지도 벌써 1년째다. 보통 아기가 생후 15개월에서 16개월쯤부터 모유를 끊는다고 한다.
반대로 말해서 1년이 넘게 모유만 먹었던 탓인지 아직까지도 모유의 고소하고 담백하며 달달하기까지 한 맛이 잊히지 않았다.
‘이래서 신이 사람에게 망각이라는 선물을 준 건가?’
그러나 자신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
이 역시 어떤 의미로는 불행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전생을 기억하는 나에게는 불행이 아닌 엄청난 행운이자 축복이지! 하하. 나란 녀석. 대단한 녀석. 크으! 취한다.’
제론이 멋진 포즈를 잡고 우쭐대려고 했지만 짧은 팔과 다리로 웅크린 꼴밖에 안 됐다. 그 사실을 깨달은 그가 곧 울적해진 표정으로 자신의 짧고 작은 신체를 내려다봤다.
‘너무 짧고 작다. 정말로 짧고 작아.’
제론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삼자의 시선으로는 한숨을 내쉬는 게 아니라 칭얼거리는 것으로 보이리라.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정말로 심각하게 큰 문제였다.
‘이 상태로는 가부좌도 못 틀잖아! 신체단련도 못 하고!’
사실 제론은 투덜거리는 것과 달리 3살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쑥쑥 성장하고 있었다.
현대에서 만 나이 2살, 그러니까 이곳의 기준으로 3살이면 90cm 중반에서 후반 사이의 키와 14kg대의 체중이어야 한다.
물론 중세시대에 가까운 환경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 키가 작고 몸무게가 가볍겠지만, 아직 이 세상에 대한 많은 배경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현대를 기준으로 둔 것이다.
아무튼, 위에 말한 것처럼 보통 3살이라면 90cm 대의 키와 14kg 대의 체중이어야 하는데, 제론은 놀랍게도 키가 무려 110cm에 육박하며 몸무게가 20kg에 근접했다.
현대의 기준으로 6살 정도 되는 엄청난 초超 우량아인 셈이다!
이렇게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역혈마공 때문이었다.
역혈마공은 피를 거꾸로 흐르게 만들어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백회혈이 닫히지 않아서 호르몬이 분비되는 양을 제어하는 게 가능하지만, 어찌 되었건 호르몬이라는 존재가 신체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태아일 때부터 내공을 쌓아서 하루가 다르게 쭉쭉 자라났다.
그런데 왜 가부좌를 틀지 못하냐고?
‘도통 젖살이 빠질 생각을 안 하네.’
3살짜리 아이의 팔과 다리가 그대로 길어지기만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두툼한 살점이 다리에 여전히 잘 박혀 있어서 다리를 꼬아 가부좌를 틀려고 해도 자꾸 흘러내려 간다.
나중에는 그런 시도를 하다가 엄마한테 몇 번 들켜버리면서 혼까지 나니까 더더욱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일종의 욕구불만에 가까운 상태인 것이다.
‘말 잘 듣는 착한 아들로 자라나려고 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무공 수련에 관련된 것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지.’
게다가 30년 동안 무림에서 살아왔기 때문일까?
남자로 태어났으니 자기 한 몸 정도는 간수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어디를 가더라도 맞고 다니지는 말아야 하니까.
‘게다가 맞으면 겁나게 아프다고.’
무림인이라는 놈들은 무공을 익히면서 참을성이 바닥나 다혈질이 된 건지, 무공을 익혀서 넘쳐나는 힘을 주체할 줄 모르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싸움이 벌어질 것 같으면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일단 칼부터 휘둘러 온다.
싸우게 될 것은 확정된 미래.
‘그러므로 맞기 전에 선빵필승하는 게 최고다!’
이내 제론이 고개를 갸웃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현대에서도 무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기는 칼을 쓰는 대신 주먹과 혀로 공격하지만 말이다.
‘역시 선빵필승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제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선견지명에 재차 감탄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혼자만의 세상에 잠겨 있던 제론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정신을 차려 앞을 바라보자 전신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가른이 한 손에 쇼트 소드를 들고 서 있었다.
쇼트 소드는 검신의 길이가 70cm에서 80cm 정도로 한 손으로 들어 휘두르는 검을 통틀어 일컫는 호칭이었다.
쉽게 예를 들자면 로마 시대의 군인들이 사용하던 검이자 게임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글라디우스와 브로드 소드, 바이킹족이 사용하던 바이킹 소드가 쇼트 소드의 계열이다.
주로 보병이 난전이나 좁은 장소에서 사용하는 무기인 셈이다.
‘어이쿠. 무서워라.’
형인 가른이 들고 있는 쇼트 소드는 쇠로 만들어진 진짜 검이 아니라 목검이었지만 3년이 지나 9살이 된 지금도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뚝뚝해서 다른 의미로 무서웠다.
마치 공포 영화에서 악당이나 귀신이 주인공 앞에서 불쑥 나타나 얼굴을 들이민 기분이랄까!
3년이나 형을 봐왔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여러 가지 중 하나였다.
“계속 불러도 대답이 없더구나.”
“불렀었쪄? 헤헤.”
제론은 말하고 나서 멋쩍게 웃었다. 형의 부름을 듣지 못해서가 아니라 혀 짧은 발음이 나와서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정도 발음이 정확해졌는데 완전히 교정하지를 못했다.
혀가 덜 자랐다는 신체적 결함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아니면 팔과 다리처럼 혀도 통통하거나 그런 거겠지.’
1년만 더 지나면 괜찮아지리라.
지금은 눈물을 머금으며 그렇게 위안을 삼아야만 했다.
“긍데, 왜 불렀쪄?”
“네가 알려준 방법대로 숨을 내쉬는데 이상하게 힘이 넘치는 것 같아서.”
“으응? 나는 잘 몰르겠는뎅?”
제론이 어물쩍 넘어갔다.
가른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알겠다고 대답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내 목검을 다시 들고 허수아비를 때리는데, 곧 제론은 처음에만 해도 고고히 서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던 녀석이 처참한 몰골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메! 얼마나 세게 때렸길래 얘(?)가 다져진 거야?’
허수아비는 머리와 팔이 부러져서 너덜거리고 있었다.
9살 어린아이의 연습용 허수아비이기에 재질이 나무고 내부가 텅 비었다고 들었지만 웬만한 힘으로는 저런 상태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제론이 살짝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이거 너무 빨리 내공심법을 알려줬나?’
가른이 말한 숨을 내쉬는 방법.
그것의 정체는 바로 내공심법의 호흡법이다.
심지어 평범한 내공심법도 아닌 심룡연단신공尋龍鍊丹神功이라 불리는, 무림에서도 보기 드문 엄청나게 희귀한 상승의 내공심법이었다.
심룡연단신공을 수련하면 몸속에 내단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마치 여의주처럼 동그란 구슬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용龍이라는 글자가 붙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아무튼, 내단이 한 번 만들어지면 운기조식을 하지 않아도 내공이 계속 늘어난다.
그럼에도 무림인들이 심룡연단신공을 익히지 않은 이유는 내공이 늘어나는 속도가 많이 느리고, 내단이 만들어지면 다른 내공심법을 익히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내단을 만들고 1년이 지나면 1년 어치의 내공이 아니라 어림잡아 0.3년의 양이 늘어난다.
그렇다면 운기조식을 해서 더 늘리면 되지 않냐고?
괜히 운기조식을 하지 않아도 내공이 계속 늘어날까!
해봤자 소용없기 때문이다.
잠깐은 늘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그건 착각이다.
운기조식이 끝나면 전부 체외로 배출된다.
영약을 복용해도 마찬가지로 먹는 족족 전부 싹 빠져나가 버리니 익힐 필요가, 아니 절대로 익혀서는 안 되는 신공절학(?)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초반에 잠깐 익히고 내단을 깨트려도 되지만 그럴 시간도 아깝다는 게 무림인들의 결론이었다.
그런 신공절학이라서 1년 전에 형보고 건강하게 자라라는 의미에서 잠깐의 신체접촉이 있을 때 내공을 흘려보내 몰래 내단을 만들고 호흡법만 알려줬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효과가 있다고? 아무리 속이 빈 나무 허수아비라고 하지만 고작 목검으로 저런 몰골로 만드는 건 불가능할 텐데.’
이건 형과 심룡연단신공의 궁합이 엄청 잘 맞는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무림에서 알려진 심룡연단신공의 효율을 월등히 뛰어넘을 정도로!
사실 형한테만 그랬다면 심각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쯤 되면 예상했겠지만, 누나한테도 똑같이 해줬다.
누나-헤샤는 올해로 7살이 되었는데 가른과는 다른 의미로 힘이 넘쳤다.
“꺄하하하하하! 나 엄청 빨라!”
헤샤가 포복절도하는 것처럼 웃으며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있었다.
7살의 어린아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몸이 날랬다.
조금 과장을 하면 한 마리의 표범 같았고, 현실적으로 표현하면 고양이가 우다다- 뛰어다니는 것을 보는 기분이다.
혼자만의 세상에 빠지기 전부터 저랬으니 거의 한 시간째다.
힘이 넘쳐도 너무 넘친다.
형인 가른 한 명도 심각한데 누나까지 저러고 있으니 서서히 내공심법을 심어준 게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나이의 꼬맹이들이 힘이 넘쳐봤자 얼마나 되겠냐고 싶었는데. 맙소사. 거의 아수라장이잖아?’
제론의 표정이 점점 더 심각해져 갈 무렵 한 줄기의 빛이, 아니 구원자가 등장했으니!
“얘들아.”
“엄마!”
“어머니.”
“엄마?”
바로 엄마 아이리가 유모와 하녀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었다.
아이리의 부름에 차례대로 헤샤와 가른, 제론이 반응하며 행동을 멈췄다.
“엄마아아아!”
헤샤가 우다다다- 달려가 폴짝 뛰어 아이리의 품에 쏙 안겼다.
“사랑하는 우리 딸 헤샤. 오늘도 기운이 넘치네. 사랑하는 우리 첫째 아들 가른도 힘이 넘쳐나는 것 같고. 사랑하는 우리 둘째 아들 제론은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거니?”
가른이 목검을 거두고 아이리 앞으로 가 작게 고개를 숙이며 목례했다.
9살의 어린아이답지 않은 과한 예식이었지만 아이리는 가른의 이런 행동이 이미 익숙해져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첫째 아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제론은 총총걸음으로 가서 유모에게 안아달라며 손을 뻗었다.
곧 유모에게 안겨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제가 심가칸 표정을요?”
“으응?”
아이리가 잠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히 심각한 표정이었는데. 순간 ‘내가 잘못 봤나?’라고 생각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후후. 오늘도 다들 재미있게 놀았지?”
“응!”
“예, 어머니.”
“형이랑 누나 보느라 시간 가는 줄됴 몰라써요!”
헤샤가 고개를 거세게 끄덕이고 가른이 절도 있게 대답했다.
제론은 여전히 혀 짧은 소리를 냈다.
아이리가 헤샤를 안은 채 제론의 오동통한 볼을 살짝 꼬집었다.
“헤헤.”
“그럼 가자꾸나. 아빠가 너희가 오기를 무척이나 애타게 기다리고 계시단다.”
아이리가 몸을 돌려 저택으로 걷자 하녀들이 뒤따랐다.
제론은 유모의 품에 안겨서 움직이며 생각했다.
‘유모의 품도 좋지만 엄마의 품속이 더 짱인데, 하필 누나가 먼저 안겨서. 쯧.’
뭐랄까.
아이리-엄마의 품은 조금 더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체온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진달까?’
가족이라는 존재를 가져본 적 없던 유민현으로서는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생소한 감정이다. 이제는 그것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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