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50)
제50화
50화
두 사람에게 제론을 걱정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야 당연했다.
“제론이니까.”
“오우거가 무서운 몬스터라는 건 알지만 이상하게 걱정이 안 되네.”
“오우거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지.”
“공감하는 바야.”
제론보다 걱정이 되는 건 이쪽이었다.
왕실 기사들과 병사들이 빠른 속도로 ‘에단의 은신처’를 돌파하고 있지만 몰려드는 몬스터의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죽이고 또 죽여도 바로바로 만들어진 것처럼 나타난다.
“우익이 무너졌습니다!”
“바로 지원을 가겠다! 조금만 버텨라!”
첩첩산중으로 우익 진형이 무너졌다. 손에 여유가 있는 왕실 기사들이 지원을 갔으나 또다시 위기가 닥쳐왔다.
이번에는 좌익 진형이 무너진 것이다.
쌍익 진형은 최대한 전력을 보존하며 빠른 속도로 전장을 이탈하기 위한 전법이다. 성공하면 70프로 이상의 전력을 보존하지만 진형이 무너진 순간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이 바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진형을 재구축하며 최대한 버텨라! 곧 입구에 도착한다!”
왕실 기사들이 사방에서 고함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몬스터를 베어냈다.
아카데미 선생들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포진하며 사방으로 무기를 휘두르고 마법을 펼쳤다. 기본적으로 아카데미 선생이 되기 위해서는 무기술 혹은 마법 같은 재주를 한 가지 이상은 가지고 있어야 했다.
아카데미 내부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외부에서 수업을 하다가 왕실 기사들과 병사들에게서 떨어진 채 몬스터를 만나면 학생들을 지킬 무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생들은 기사로 치면 최소 오러 익스퍼트 초급-마법사를 기준으로 하면 3서클에서 4서클 사이-정도의 무력을 갖춰야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부족했다.
쌍익 진형이 무너진 순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커져 갔다.
바로 그때였다.
드드드드-!
전방에서 땅이 울리며 오른 왕국의 깃발이 높게 휘날렸다.
이윽고 나타난 말을 탄 수백 명의 기병대!
“왕국 순찰대다!”
왕실 기사가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외쳤다.
숲에서 싸우기 좋은 병과가 아니었지만 ‘에단의 은신처’는 아카데미에서 전투 실습으로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말과 마차가 이동할 길이 잘 닦여 있었다.
몬스터가 왕국 순찰대의 앞길을 막아섰으나 전마戰馬는 사납게 울부짖으며 거침없이 돌진했다. 전마에 씌워진 철갑에는 송곳이 박혀 있었다. 몬스터들은 전마의 돌진을 막으려다 전신에 구멍이 뚫리고 기마병의 랜스Lance에 몸이 꿰어져 대롱대롱 매달렸다.
“랜스 차징!”
“우오오오오-!”
기마병들의 돌진에 몬스터들이 추풍낙엽처럼 휩쓸려 나갔다.
오우거의 피어를 못 견뎌 마지못해 공격하던 몬스터들도 기마병의 랜스 차징에 학살을 당하자 기세가 꺾이며 살기 위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추격은 하지 않는다!”
순찰대는 우연히 이곳까지 도달한 것이 아니었다.
아카데미 학생들의 전투 실습이 있다는 것을 보고 받아서 알고 있었고, ‘에단의 은신처’ 내부로 들어가는 왕실 기사들과 그들이 이끄는 병사들과는 달리 주변에서 위험이 될 요소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숲에서 몬스터들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기묘한 움직임을 감지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빨리 전령을 보내고 ‘에단의 은신처’로 진입했다.
수많은 몬스터들이 입구 주변에 숨어 있었다.
마치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혹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까?”
“북부대륙의 기사 사자검 유한! 그가 오우거를 상대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서둘러서 구해야 한다!”
왕실 기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얼마나 다급하던지 문장이 어색하게 뚝뚝 끊어졌다. 그러나 알아듣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오우거? 오우거가 왜 ‘에단의 은신처’에 있다는…….”
순찰대장이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왕실 기사가 헛것을 봤을 리는 없었다. 다른 기사들과 병사들의 반응을 보면 거짓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우거는 마스터 급의 기사나 7서클 마도사가 아니면 상대하지 못한다.’
북부대륙 출신의 사자검 유한이 대단한 기사라는 건 안다.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는 아무나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상대가 나빴다.
하필이면 오우거였다.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
순찰대장은 단언했다. 하지만 곧 들려오는 괴성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크아아아아아-!
오우거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었다.
* * *
제론이 오른팔을 굽혔다가 펴기를 반복했다. 살짝 시큰거리며 아파 왔다. 하지만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살짝 근육통이 온 정도였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오우거의 괴력은 거대한 바위조차 깨트린다.
그런데 제론은 그런 오우거의 주먹질을 5번 넘게 막아냈다.
“이 정도면 테스트는 끝났어.”
씨익 웃으며 제론이 오우거를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쭉 훑어봤다. 녀석의 머리에는 아직까지도 유한 선생님의 검이 박혀 있었다.
망치로 못을 내려치듯 검 자루를 더욱 깊숙하게 박아 버리면 그만이지만 저놈이 순순히 당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잘못하면 죽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거지.”
크르르르르!
제론이 이죽거리며 말하자 오우거가 신경질적으로 울었다.
오우거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자신의 괴력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는 존재가 있을 줄 몰랐을 테니까.
“네로. 제2형태로.”
[흥. 귀찮게 하는군.]오른팔 전체를 휘감고 있던 검은 천이 두 주먹으로 옮겨가 감싼다. 마치 권갑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이제 제대로 해보자고.”
제론이 깍지를 끼고 손바닥이 보이도록 쭉 폈다. 뚜두둑- 뼈마디가 시원해졌다. 목과 어깨도 영차, 영차 풀어줬다.
그사이 오우거가 멀뚱멀뚱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크와와-!
분노에 차 울부짖으며 달려왔다.
녀석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대지가 고통스럽게 울었다.
쿵! 쿵!
“능유제강能柔制强-부드러움이 강함을 능히 제압한다-이라!”
무당파에서 추구하는 궁극의 묘리였다.
탈마를 뛰어넘어 우화등선까지 도달한 유민현은 만류귀종萬流歸宗-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으로 인하여 능유제강을 펼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수법은 아니지.”
무림의 30년 인생으로 깨달았다.
적당히 어르고 달래면 지가 강해서 그런 줄 알고 착각해서 다시 덤벼든다.
그런 마음을 갖지 못하게 완전히, 그리고 철저하게 깨부순다.
힘은 힘으로 깨부순다!
크와!
제론이 입꼬리를 올린 순간 오우거가 주먹을 휘둘렀다.
콰가가가가-!
대기를 찢어버리는 파공성과 함께 쇄도해온다. 오우거의 거대한 주먹이 제론을 쥐포처럼 납작하게 만들려고 했다.
제론은 2개의 주먹을 X로 교차시켰다.
“천격天格-”
나지막한 음성.
그에 반하여 천둥 번개가 몰아친 것처럼 격렬하게 떨리는 단전.
전신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교차시켰던 주먹을 허리로 가져온다.
“-붕권崩拳.”
이윽고 뻗어지는 2개의 주먹.
흉악하게 휘둘러져 오는 오우거의 거대한 주먹과는 상반되게 평화롭기까지 한 양권兩拳 지르기!
계란이 바위를 쳤다.
아니.
제론의 양권과 오우거의 주먹 크기만 비교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이윽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절대로 평화롭지 못했다.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득-!
계란이 바위를 박살냈다.
오우거의 주먹이 유압기로 눌러버린 것처럼 찌그러지며 부서진 뼈가 사방으로 튀어 날아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오우거는 주먹을 휘두르며 돌진하고 있었다. 거대한 몸뚱이가 급정차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론의 주먹이 놈의 주먹을 완전히 짓이기고 손목까지 박살 냈다. 피륙을 가르며 앞을 가로막는 뼈까지 산산조각내며 전진했다.
쾅-!
크아아아아아-!
오우거가 한쪽 팔을 덜렁거리며 땅에 처박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녀석의 가죽 위로 피어오르던 마력은 신기루처럼 사라진 지 오래.
“후우. 오랜만에 몸을 푸니까 좋네.”
제론은 몸에 묻은 피와 살점을 가볍게 털어내며 천천히 오우거를 향해 다가갔다. 녀석의 눈이 흐릿하게 변했다. 처음 겪어본 엄청난 고통에 정신을 놓아버린 모양이다.
크와!
곧 사정권까지 들어오자 놈의 흐릿했던 눈빛이 돌아오며 왼팔을 휘둘렀지만 어느새 제론은 사라지고 없었다.
“인마. 그런 잔꾀에 안 당해.”
머리맡에서 들려온 제론의 목소리.
오우거는 흠칫 놀랐으나.
푹-!
정수리에서 엄청난 고통이 몰려오며 눈빛이 완전히 꺼졌다.
제론이 유한의 롱 소드 자루를 장법으로 쳐서 깊숙하게 박아버린 것이다.
게다가 암경을 침투시켜 뇌까지 곤죽으로 만들어버렸다.
오우거가 제아무리 숲의 제왕이라고 하지만 뇌가 없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휴우.”
[하찮은 인간 꼬마. 정말 귀찮게 하는군.]제론의 두 주먹을 감싸고 있던 네로가 고양이로 변화해 어깨 위에서 툴툴거렸다.
“그럼 이만 가자고.”
늦으면 인원 점검할 때 없었다는 사실을 들킬지도 모르니까.
제론이 크게 발을 굴러 나무 위로 올라갔다.
아카데미 학생들의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신법을 펼쳤다.
잠시 후.
“오, 오우거가 죽었습니다!”
상황을 확인하러 온 순찰대가 깜짝 놀라 외쳤다.
* * *
“유한 선생님!”
유한은 중간에서 순찰대와 조우해 무사히 ‘에단의 은신처’를 벗어났다. 이윽고 아카데미 학생들이 전원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곧 한 명이 비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론!’
죽음의 위기에 놓인 자신을 구해준 제론이 없었다.
“인원 점검은 마쳤습니까?”
“아니요. 저희도 이제 막 안전한 곳에 도착했던 찰나였습니다.”
“…….”
유한은 제론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아직 오우거와 싸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다시 돌아가다가는 오우거에게 모조리 죽임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오우거 사냥을 준비하고 가자니 제론이 걱정되었다.
“사실…….”
“유한 선생님?”
“……!”
유한은 귀신이라도 본 사람의 표정을 지었다.
제론이 처음부터 그곳에 있던 것처럼 나타났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이곳에……!”
“네? 저도 같이 대피했는걸요?”
유한은 순진한 아이처럼 고개를 갸웃하는 제론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우거를 상대로 상처 하나 없이 돌아왔다.
녹색으로 물든 옷자락은 제론의 피가 아니었다.
오우거, 몬스터의 피였다.
찡긋.
“……다행이로구나. 네가 보이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었다.”
제론이 한쪽 눈을 깜빡이자 유한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윽고 30분 뒤 안쪽 숲으로 갔던 순찰대가 돌아왔다.
“오우거가 죽어 있었습니다!”
“유한 선생님, 당신이 한 겁니까?!”
“……!”
유한은 자신도 모르게 학생들과 섞여 있는 제론을 쳐다봤다.
녀석이 입술 앞에 검지를 세운다.
‘비밀로 해달라는 거냐?’
유한이 재촉하는 사람들에게 모른다고 대답했다.
오우거를 죽인 자가 누구인지 알았으나 목숨을 빚졌다.
* * *
“역시 무사할 줄 알았다.”
“사실 오우거를 죽인 건 너지?”
카론과 로한이 차례대로 말했다.
제론은 입술 앞에 세운 검지를 내리며 대답했다.
“아닌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