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52)
제52화
52화
“요즘 칼튼 제국이 시끄럽다고 하더군.”
“황태자 자리를 두고 1황자와 4황자가…….”
제론의 4부생 2학기가 끝나갈 무렵 칼튼 제국에서 황태자 계승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졌다. 칼튼 제국과 인접한 왕국들은 각 정보기관을 총동원하여 전쟁의 동향에 귀를 기울였다.
모든 정보를 취합하자 황태자 계승권 전쟁이 끝나기까지 최소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어디까지나 최소한 3년이었다. 변수가 끼어든다면 길게는 10년까지도 가정했다. 아니면 더욱 짧아질 수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황제의 돌연사 같은 종류.
그러나 칼튼 제국의 현 황제는 오러 마스터였다.
암살이나 독살이 통할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서 최소 3년의 시간을 예상한 것이었다. 반대로 10년까지 길어질 변수는 계승권 순위에서 저 아래로 밀려난 2황자와 3황자가 힘을 합치는 경우였다.
“그런데 이상해. 갑자기 왜 황태자 계승권 전쟁이 시작된 거지?”
칼튼 제국의 황제는 정정했다.
얼마나 정정하냐면 지금 당장 전쟁터에 풀어놔도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학살극을 펼칠 정도였고, 매일 수십 명의 여인을 품을 정도로 기운도 넘쳐났다.
황제의 나이가 70살을 넘었다는 걸 생각하면 믿기 힘들겠지만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 육체가 재구성돼서 젊어지고 노화가 늦춰지기 때문에 겉모습은 40대 초반이었다.
또한 황제는 성정이 폭급하고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현 1황자가 본래 3황자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자리를 노렸던 도전자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을지 알 수 있었다.
“설마 황제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외부에 알려진 것과 실상이 다르다면 가능한 일이다.
각국에서 모든 관심을 가졌다.
그 무렵 오우거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 오른 왕국으로 가고 있던 동부대륙의 대검호 시무르 칸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면.
“오른 왕국이 해상국가였던가?”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의문을 해결해줄 존재는 없었다.
말 그대로 눈앞에 펼쳐진 것은 광활한 바다였기 때문이다.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광활한 바다 말이다.
“흐음. 부관이라도 데리고 올 걸 그랬나?”
시무르 칸이 검지로 볼을 긁적였다.
오우거라는 말에 눈이 휙 돌아가 무작정 가다 보니 해안가였다.
자신이 방향치에 길치라는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시무르 칸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저 멀리에서 마차와 짐수레를 끌고 어딘가로 향하는 상인들을 발견했다.
“길 좀 묻겠습니다!”
시무르 칸이 빠르게 상인들에게 다가가며 외쳤다.
“흐에엑!”
“하, 하늘에서 사람이 날아온다!”
상인들은 하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시무르 칸을 발견하고 기겁해 비명을 질렀다. 짐수레와 마차를 끌고 발등에 불이 붙은 것처럼 도망쳤다.
“아니, 길 좀 묻겠다는데 왜 도망가?”
시무르 칸이 황당한 표정으로 상인들의 뒤꽁무니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 * *
시간이 흘러 제론은 5부생이 되었다.
오우거의 사건이 벌어진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난 것이다.
제론은 지난 1년 사이 키가 5cm가 자라 180cm에 육박했다.
같은 S클래스 1반의 학우들이 이제 막 160cm가 되었으니 거의 머리 한 개만큼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제론을 놀랍거나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지 않았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난 4년 동안 제론의 엄청난 성장에 다들 익숙해져서 납득하고 만 것이었다.
대충 반응이 ‘얘는 원래 이렇지.’라던가 ‘더 클 줄 알았는데?’라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너는 얼마나 크려고?”
“웬 뚱딴지같은 질문이야?”
“이대로 20살쯤 되면 2m는 가뿐히 넘을 것 같아 보여서 묻는 거야.”
로한이 투덜거렸다.
“너도 많이 컸는데, 뭘.”
“내가 커봐야 너만 하겠냐?”
히죽 웃은 제론이 로한의 전신을 쑥 훑어 내렸다. 녀석에게 운동을 가르쳐 준 덕분인지 옛날보다 몸이 다부졌다. 방학 동안에도 빼먹지 말라고 했는데 잘 지킨 모양이다. 키도 많이 컸다. 어림잡아 165cm 정도는 되어 보인다.
“근데 너는 왜 클 생각을 안 하냐?”
제론의 타겟이 카론으로 바뀌었다.
로한이 165 정도 되어 보이는 반면 카론은 160을 겨우 넘었다.
또래 아이들 중에서는 큰 편이지만 여기 3명 중에서는 제일 작았다.
카론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래도 평균은 넘었다.”
“그래, 평균은 넘었지. 평균은 말이야.”
로한이 키득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카론의 반응이 담담하자 머쓱해진 표정으로 시원한 음료수를 쭈욱 들이켰다.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그러고 보니 3명의 앞에는 책과 노트가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책을 쳐다보지 않았다.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딴청만 피웠다.
“공부 더럽게 하기 싫다.”
“공감한다.”
“날도 좋은데 중간고사는 웬 말이야.”
차례대로 로한, 카론, 제론이 말했다.
그랬다.
초록빛 새싹이 뾰로롱 튀어나올 따스한 봄날에 중간고사 공부만 하고 있으려니까 좀이 쑤셔 죽을 것 같은 3인방이었다.
“헤샤아아아아.”
돌연 로한이 누나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통곡했다.
아니.
정말로 통곡한 건 아니었다.
흐느낀 것에 가깝다.
단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렇게 느껴진 것이었고.
“이번에는 왜 우리 누나를 불러?”
“보고 싶어서!”
“지랄도 가지가지다.”
“…….”
제론이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에 언뜻 카론이 ‘염병하네.’라고 중얼거린 것 같았지만 착각이리라.
카론 녀석은 아무리 화가 나도 욕설이나 비속어를 쓰지 않는다.
혹시나 입에 배면 안 되기 때문에 아카데미에서도 말을 조심한다나?
‘주원장인가 주장원인가는 입에 항상 욕을 달고 살던데.’
현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무림에 있을 적에 황궁에 가니까 온갖 쌍욕을 퍼부으며 참수를 하느니 마느니 했다. 눈앞에서 몇 명 족치니까 벌벌 떨면서 오줌을 지리며 기절하긴 했지만 말이다.
‘시대가 다르니까 그럴 수 있지.’
제론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했다.
“그래서, 요즘 뭐 재밌는 거 없냐?”
“흠. 재밌는 거라.”
“너희 같은 경우에는 이곳저곳에서 듣는 게 많을 거 아냐.”
카론과 로한이 서로를 쳐다봤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외부에서 발설하면 안 되는 극비였다.
물론 정말로 중요한 건 두 명도 듣지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떠들고 다녀서는 안 되는 종류가 많았다. 아직 사리 분별이 어려운 나이라고 해도 말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았다.
“말하면 곤란해지는 건 됐고. 재밌는 소문 같은 거.”
제론은 두 명의 표정을 보고 바로 알아차리고 딱 못 박았다.
“흠. 오우거Ogre 슬레이어Slayer라고 들어본 적 있으려나?”
“오우거 슬레이어?”
“‘푸른 바람의 늑대’ 시무르 칸. 위대한 오러 마스터 중 한 명이지.”
카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 대륙에는 공식적으로 50명의 오러 마스터가 있다. 모두가 1인 군단의 힘을 가진 전략병기였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10명의 오러 마스터가 있는데, ‘푸른 바람의 늑대’라고 불리는 시무르 칸은 오우거 슬레이어로 유명했다.
“그가 오우거 슬레이어로 유명해진 까닭은… 간단하게 말해서 대륙 공통법 때문이다.”
“그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
“흠. 대륙 공통법에 ‘오러 마스터 급의 전략병기는 범국가적 규모의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절대로 같은 사람을 향해 칼을 겨눠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런 법이 정해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문제로 꼽힌 것은 무분별한 파괴 때문이었다.
오러 마스터는 같은 사람이라고 규정하기 힘든 초월적인 존재였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심성이 비틀린 몇몇 존재는 사람을 같은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벌레처럼 생각한다.
인간의 격을 초월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상위 종으로 거듭났다고 여기는 것이다.
현시대는 오러 마스터에 의한 무분별한 파괴행위가 거의 없지만 대륙 공통법이 생겨나기 전만 해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오러 마스터의 손에 죽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우연히 시선이 마주쳤는데 기분이 나빴거나 근처에 있어서 거슬린다는 사실만으로 죽였다.
수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빈번하게 일어나던 사건이었다.
지금은 대륙 공통법이 잘 지켜지고 있으나 언제 어디서 마스터 급의 존재가 폭주해서 학살을 자행할지 모른다.
여기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같은 마스터 급의 존재밖에 없다.
1인 군단의 힘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 대륙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오러 마스터의 숫자는 50명밖에 안 되고, 각국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전략병기를 어쩌면 싸우다가 죽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보낼 리가 없었다.
“잠시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샜군.”
“뭐, 아무튼 간에 그거 말고도 이런저런 이유가 있다는 거잖아?”
“맞다.”
“그래서 시무르 칸이 왜 오우거 슬레이어로 불리게 되었는데?”
“대륙 공통법을 지키고는 싶지만 싸울 만한 상대가 같은 마스터밖에 없게 되자, 투쟁심이나 호승심 같은 것을 풀 대상이 필요하게 된 시무르 칸은 마스터 급의 존재만이 상대가 가능한 몬스터를 찾아다녔다.”
그중에서도 대륙에 제일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오우거였다.
마나를 다루는 네임드 몬스터도 아닌데 마스터 급의 존재가 아니면 상대가 불가능했다.
싸우고 싶다는 욕구를 풀기 적절한 대상이었던 것이다.
‘눈이 휙 뒤집어질만 하네.’
제론은 시무르 칸을 이해했다.
과거의 제론, 그러니까… 유민현은 다른 사람들을 벌레나 짐승처럼 여기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비단 천하제일인이라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었다.
현대에서 태어난 유민현에게 무림은 타지他地에 불과했다.
취업비자 혹은 영주권을 갖고 유럽에서 생활하는 것과 달랐다.
절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였다.
‘스스로의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집착하는 건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탄산음료에 목을 매던 자신과 똑같다.
시무르 칸의 집착대상은 오우거였고 말이다.
“…르 칸이…… ……냈다고 하더군.”
“어, 뭐라고?”
제론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던 탓에 제대로 듣지 못했다.
반문하자 카론이 살짝 눈썹을 찡그리더니 다시 말했다.
“시무르 칸이 얼마 전에 오른 왕국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더군.”
“무슨 이유로?”
“왕실에서는 작년의 일 때문이라고 추측하더군.”
“작년의 일? …아, ‘에단의 은신처’에서 오우거가 나타났다는 거?”
“맞다.”
“그런데 그 오우거 죽었잖아?”
“그게 문제지.”
로한이 불쑥 끼어들었다.
시무르 칸에 대한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인 모양이었다.
“전략병기가 자국에 보고도 없이 움직였으니까 주변 국가에서 난리가 난 거야.”
“죽은 오우거를 왜 찾아오는 거야?”
“음. 일각에서는 그를 ‘귀머거리 늑대’라고 부르더군.”
오우거 얘기만 나오면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듣지 않고 일단 간다는 뜻이었다.
제론이 헛웃음을 들이켰다.
“그 사람 부하들로서는 환장할 노릇이겠네.”
* * *
“시무르 칸. 돌아가야 합니다.”
“응, 안 들려.”
시무르 칸이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