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55)
제55화
55화
“내가 보고 싶었던 건 검술이라고!”
붉은 화염과 푸른 바람이 각기 맹금과 늑대의 형상을 띠었다.
곧 맹금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늑대를 할퀴었다.
늑대가 맹금의 날개를 물어뜯었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화려한 오러의 향연!
겉으로 보기에는 그러하지만 제론의 눈에는 전부 쓸데없는 힘의 낭비로만 보였다.
기를 형상화하는 것에도 종류가 있다. 형상화를 하는 단계로 나누자면 수십 가지나 되지만 종류는 딱 2가지로 꼽을 수가 있었다.
‘바로 의식과 무의식이지.’
전자가 바로 지금 눈앞에서 쓸데없는 힘의 소모를 하고 있는 2명의 오러 마스터처럼 의식하고 기를 형상화하는 것이었다.
의식하고 기를 형상화하려면 집중이 필요하다.
간단하지도 않다.
형상이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2명의 오러 마스터가 형상화 시킨 맹금과 늑대는 깃털과 털마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이 말은 즉,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를 의식하고 오러를 형상화했다는 뜻이다.
앞서 말한 쓸데없는 힘의 소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무의식의 단계가 무엇이냐고?
‘의식하지 않아도 기가 형상화를 이루는 것이지.’
기의 형상화에 익숙해져서 따로 의식하지 않아도 형태를 이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궁극에 도달한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지금 제론이 말하고 싶은 것은 존재 자체를 의미했다.
어떤 이는 사자로 태어났다.
어떤 이는 호랑이로 태어났다.
어떤 이는 용으로 태어났다.
사자는 사자고, 호랑이는 호랑이며, 용은 용이다.
겉모습은 사람이지만 사자로 태어난 자가 있다.
그런 자가 기를 형상화시키면 따로 의식하지 않아도 사자의 형태를 띤다.
왜냐면 사자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무슨 헛소리냐고 하겠지만 정말로 그런 이들이 있었다.
제론은 무림에서 그런 자들을 많이 봤다.
물론 모두가 사자나 호랑이, 용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선천적으로 그런 존재로 태어난 자들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그런 존재가 된 자들도 많았다. 순수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태어난 환경을 극복하고 기를 형상화시키는 것에 능숙해져 가며 스스로의 존재를 완성시킨 자들이었다.
‘하지만 저건 그냥 쓸데없이 힘을 사방팔방 뿌려대는 거잖아!’
저건 저질이다.
그냥 저질도 아니고 여고 앞에서 성희롱을 하는 바바리맨이었다.
‘오러 마스터는 다 저러는 건가?’
아니겠지.
설마 다 저러겠어?
무武가 발전한 방향이 무림과 다르다고 해도 모든 것은 결국 끝이 하나로 통하기 마련이다.
어느 방향으로 돌아가냐의 차이일 뿐이다.
콰강-!
오러의 향연이 아카데미 건물을 반파시켰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아니잖아!’
제론은 허망한 표정으로 보며 생각했다.
콰가가강-!
아카데미 정문이 허물어졌다.
‘미친놈들아! 그만해!’
콰가가가가강-!
아카데미 담벼락이 폭삭 무너졌다.
‘제발! 제발 그만해……!’
제론이 마음속으로 빌고, 또 애원했다. 그는 삼류 무사나 할 법한 저런 병신 같은 싸움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오러 마스터라는 절대자에 걸맞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이런 쓸모없는 소모전은 그만하지.”
때마침 로반테인 공작이 맹금으로 형상화했던 오러를 거둬들이며 말했다.
그 말에 시무르 칸도 동의했는지 늑대를 없애며 클레이모어를 곧게 세웠다.
‘그래! 너희 둘 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신경 쓴 거였구나!’
제론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절대자에 걸맞은 ‘진짜’ 싸움을 볼 수 있는 것인가!
“네놈을 쓰러트리기 위한 비장의 수법을 꺼낼 때가 되었군.”
시무르 칸이 두 눈에서 푸른 광채를 뿜어냈다.
오러가 과포화되어 두 눈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었다.
‘그래! 그거야! 내가 보고 싶었던 게 그거라고!’
제론은 머리가 뜨겁게 달궈졌다. 지금까지 2명의 오러 마스터가 벌였던 싸움은 삼류 무사나 할 법한 불필요한 힘의 소모였다. 하지만 2명의 표정은 이제 진지해졌다.
승부를 결착 짓기 위한 절초를 꺼내려는 것이 분명했다.
라고 생각했던 제론의 표정이 짜게 식었다.
‘하, 진짜 미친놈들이었구나.’
현시대의 최강자라 불리는 오러 마스터 2명은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들이었다.
오러를 갈무리하나 싶었는데 그대로 몸 주위로 두르더니 각자 맹금과 늑대를 자기의 신체인 마냥 형상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힘을 아주 제대로 쓰는구나. 수도꼭지를 돌린 것처럼 펑펑 쏟아내고 지랄들이야.’
그러나 제론의 감상평과는 다르게 멀리서 오러 마스터의 싸움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이, 이것이 바로 오러 마스터의 힘이란 말인가!”
“과연 엄청나구나!”
“어서 빨리 학생들을 대피시키십시오!”
“적어도 수백 미터 밖으로 벗어나야 합니다!”
난리도 보통 난리법석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도 2명의 오러 마스터는 이런 난리법석이 흐뭇했는지 얼굴에 아주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래서 너희가 그렇게 변한 거구나.’
제론은 고개를 푹 떨어트렸다.
오러 마스터가 병신이 된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그럼 승부를 보자.”
“간다.”
“그래, 와라.”
엄청난 긴장감(?)이 내리깔린 가운데 2명이 대치했다.
‘간다며? 오라며? 근데 왜 가만히 서 있는 거냐?’
제론은 절망하다 못해 울상까지 지으며 2명의 대결을 지켜봤다. ‘진짜’ 싸움에 대한 기대는 1도 하지 않았다. 그냥 어서 빨리 결착을 내고 꺼져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아니면 내가 싹 다 죽여 버릴까?’
그래, 죽여 버리자.
그게 저 녀석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올바른 선택이야.
제론이 결심하고 난입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엄청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모두가 위로 고개를 들었다. 보이지 않는 계단을 밟고 있는 것처럼 아브람이 뒷짐을 쥐고 서 있었다.
‘교장 선생님?’
엄청난 마력의 파동은 아브람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힘의 크기는 2명의 오러 마스터 개개인에 못지않았다.
‘아니. 더 강해.’
제론이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아브람의 마력 파동을 분석했기 때문이었다.
마력의 파동이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과 같았다.
아브람은 모든 힘을 보여주지 않았다.
2명의 오러 마스터를 동시에 상대할 수준은 안 되겠지만 개개인에 비하자면 훨씬 더 강하다.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군.’
제론은 아카데미의 한 건물 위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문까지 거리는 대략 500m. 기감이 아슬아슬하게 닿는 위치였다.
2명의 오러 마스터는 생각보다 수준이 낮아서 제론의 기운을 역추적하지 못했지만, 그들을 상회하는 힘을 가진 아브람이라면 정체는 물론 위치까지 들킬 위험이 있다.
‘허울뿐인 오러 마스터와 다르게 진짜 초강자가 근처에 있을 줄은 몰랐는데.’
제론의 시선이 아브람에게 고정되었다. 대륙에서 명성을 떨치는 오러 마스터와 다르게 교장 선생님이 ‘진짜’ 절대자였다.
“신성한 아카데미에서 오러 마스터나 되시는 분들께서 무슨 행패를 부리시는 게요?”
“누구냐!”
“…….”
시무르 칸이 긴장감 섞인 표정으로 외쳤다. 그에 반면 로반테인 공작은 아브람의 정체를 알고 있었는지 오러와 대검을 회수했다.
아브람이 허공에 떠 있는 채 대답했다.
“아카데미의 교장이오.”
대답을 한 그가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왔다.
“……!”
시무르 칸은 클레이모어를 쥔 손에 힘을 줬다.
‘벨까?’
스치듯 지나간 생각.
하지만 그는 끝내 클레이모어를 휘두르지 못했다. 어디선가 이곳을 주시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존재-제론-가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힘을 거두며 시무르 칸이 말했다.
* * *
아카데미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정문과 담벼락, 건물 몇 채가 무너지고 박살 나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인명피해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이었다.
시무르 칸이 파괴 행위에 따른 피해 보상-로반테인 공작도 마찬가지였다-을 약속하고 돌아갔다.
제론은 해가 저물자 호텔 ‘해가 저무는 밤’으로 찾아갔다.
시무르 칸의 찾아오지 않으면 아카데미를 몽땅 부숴버린다던 말 때문이 아니었다.
오러 마스터나 되는 놈들이 형편없는 싸움을 했다.
그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미친놈들한테는 몽둥이가 약이지.”
마음 같아서는 로반테인 공작도 아주 혼쭐을 내고 싶었지만 아브람이 수도에서 또다시 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해가 저무는 밤’ 호텔에 도착하기 전 역용술로 모습을 바꿨다.
미친놈한테 몽둥이찜질을 해줄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외모는 너무 눈에 띄었다.
부모님을 닮아서 너무 잘생겼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면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지도 몰랐다.
뚜두둑.
제론의 골격이 변했다.
변장을 할 거면 제대로 할 생각에 축골공까지 펼친 것이다.
어설프게 아카데미 학생복을 입고 가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다.
아카데미에서 나오기 전에 평범한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이 정도면 지나가는 행인3 정도는 되겠지?”
혹시 몰라서 거울로 확인도 했다.
‘어? 어디서 본 적 있는데.’라는 말이 나올 법한 평범한 얼굴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전체적으로 점검을 마치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호텔은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시무르 칸과 그의 부관을 빼고 말한 것이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호텔 지배인이 들어오는 제론을 발견하고 달려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제론은 내공으로 목소리를 바꿔 대답했다.
“알고 있다.”
“그런데 무…….”
“내가 초대한 손님인 것 같군.”
시무르 칸이 식당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호텔 지배인은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는지 핼쑥해진 표정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연달아 반복하고 뒤로 물러났다.
“아카데미에서, 맞나?”
“맞다.”
“말이 짧군.”
“너도 말이 짧잖아?”
시무르 칸이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서서 식당으로 갔다.
커다란 식탁에는 차갑게 식은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시무르 칸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지배인.”
“예, 부르셨습니까?”
“새로 해와.”
주어가 빠졌지만 호텔 지배인은 눈치껏 음식을 전부 새로 해왔다.
제론이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한잔할 텐가?”
“아니.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많이 좋아한다.
나이는 둘째 치고 아카데미 숙소만 아니었으면 몰래 마셨다.
“하긴, 아카데미의 비밀 수호자가 술을 마실 리가 없겠지.”
“……?”
무슨 헛소리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시무르 칸이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둥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제자인가?”
“…….”
“지금 모습도 아마 진짜 네가 아니겠지.”
반만 맞췄다.
제론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의미로 고개를 까닥였다.
시무르 칸이 와인을 홀짝이며 말했다.
“미안하게 됐지만 아까의 일은 없던 걸로 하겠다.”
“아까의 일?”
“찾아오라고 했던 말.”
“아, 그거.”
“그래, 싸울 기분이 아니…….”
시무르 칸은 곧 들려오는 제론의 목소리에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누구 마음대로?”
“뭐?”
“누구 마음대로 오라 가라야?”
제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