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56)
제56화
56화
“뭐?”
“할 줄 아는 말이 ‘뭐?’밖에 없냐?”
제론은 다리를 꼬며 말했다.
시비조에 도발적인 말투였으나 시무르 칸은 안색만 딱딱하게 굳힌 채 의자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오러가 흘러나와 몸을 더듬듯 끈적끈적하게 달라붙고 있었다.
상대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한 시도는 좋았으나 수법이 너무 같잖았다.
“하. 이런 것들이 격을 초월했다고?”
“뭐?”
“내가 방금 한 말 못 들었어? 할 줄 아는 말이 ‘뭐?’밖에 없냐고 했잖아. 기억력이 안 좋아? 오케이. 알겠으니까 다른 레퍼토리라도 보여줘 봐.”
제론이 목을 좌우로 꺾으며 말했다.
시무르 칸은 엄청난 폭설暴說에 당황했는지 잠깐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금방 침착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말이 심하군.”
그가 분노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러 마스터가 된 이후로 이런 모욕을 받은 적이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클레이모어를 들고 와 제론을 반으로 쪼개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오러 탐색법을 어떤 수법으로 피했는지 짐작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 것이었다.
‘최소한 오러 마스터.’
처음의 짐작이 맞았다. 아카데미의 수호자가 분명했다.
더 나아가 오른 왕국이 키우고 있는 새로운 전략병기!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모욕을 했니 마니 하면서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지 않냐?”
“그건 하찮은 짐승들한테나 그러는 거다.”
“미친놈이 아니라 병신이었구나.”
까드득.
저 히죽 웃는 낯짝을 뭉개버리고 싶은 욕구가 피어올랐다.
“왜? 빡쳐?”
“무슨 이유로 나를 도발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여긴 오른 왕국의 수도다.”
“아, 그렇구나. 쫄보 새끼였어.”
“……!”
시무르 칸은 오러와 살기를 동시에 뿜어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질식할 정도로 짙은 오러와 살기였다.
하지만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것은 제론이었다.
“웬 날파리가 있네.”
오러와 살기를 날벌레로 취급하며 흘려보낸다.
“음식…….”
직원들이 음식을 가지고 들어오다가 시무르 칸과 제론의 분위기가 살벌하다는 것을 느끼고 머뭇거렸다. 하지만 프로정신-팔과 다리를 덜덜 떨고 식은땀을 흘리며 힘겹게-을 발휘해 식탁 위로 접시를 내려놨다.
“시,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
직원들이 나가자 제론은 일어나 고개를 까닥이며 시무르 칸에게 말했다.
“나와.”
“뭐?”
시무르 칸이 미간을 좁힌다.
제론은 식당을 나가려다가 멈칫하고 뒤돌아서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 말이 있어.”
“……?”
“미친놈한테는 몽둥이가 약이다.”
시무르 칸은 벌떡 일어나 방에서 클레이모어를 들고 내려왔다.
부관이 따라오면서 외쳤다.
“무슨 일입니까? 시무르 칸! 무슨 일이냐고!”
“닥쳐!”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닥치라고 했지?”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주면! 당신은……?”
히죽 웃으며 서 있는 제론을 발견한 부관이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시무르 칸에게 말했다.
“이 이상은 국가적 문제로 발전할……!”
“닥치라고 했지!”
시무르 칸이 화를 참지 못하고 부관에게 클레이모어를 휘둘렀다.
제론은 헛웃음을 들이켜며 중얼거렸다.
“이거 상상 이상으로 미친놈이었잖아?”
신법으로 시무르 칸과 부관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클레이모어가 부관의 허리에 베기 직전 손을 뻗었다. 내공이 손바닥을 감싼다. 검인을 부드럽게 밀어냈다. 클레이모어가 부관의 옷자락도 베지 못한 채 몸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
“……!”
시무르 칸과 부관이 동시에 깜짝 놀라며 제론을 쳐다봤다.
두 사람 모두 제론이 끼어든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부관은 애당초 실력 차이가 크니 당연했지만 오러 마스터인 시무르 칸은 제론의 실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사실을 눈치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분노로 머리가 뜨거워져 제대로 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역시 숨겨둔 한 수가 있었구나!’
시무르 칸은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후 인간의 격을 초월했지만 완전무결한 존재로 거듭난 것이 아니었다.
이 세상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오러 마스터는 인간이 아닌 인간을 뛰어넘은 새로운 존재라고 말이다. 하지만 실체는 다르다. 남들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사람에 불과했다.
저렴하게 예를 들자면 일반인 사이에 섞인 깡패 새끼라고 생각하면 된다.
깡패 새끼가 일반인들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대장 노릇을 하거나 갖고 싶은 게 있다면 뺏고 화가 나면 모두 때려 부술 것이다.
문제는 일반인 여럿이서 깡패 새끼 한 명 정도는 제압을 할 수 있겠지만 오러 마스터는 저런 비유조차 미안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인 유한 선생님을 수백 명 갖다 놔도 엄청난 피해를 입고 겨우 죽일 수 있다.
무림에서도 그런 자들이 있다. 십대악인-유민현도 십대악인에 포함된 전적이 있었다-이라 불린 고수들이었다.
그들의 삶은 대부분 기구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특정된 종류의 사람을 극도로 증오하거나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결여됐다는 등 말이다.
무림인들이 무공을 배울 때 정신적인 수양을 함께 하는 이유가 괜한 것이 아니다.
시무르 칸의 삶이 어떠했는지 몰라도 정신은 십대악인들처럼 문제가 많아 보였다.
“넌 안 되겠다.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이 여기서 좀 맞아야겠어.”
“뭐?”
“그놈의 뻔한 레퍼토리.”
제론이 입술을 비틀고 진각을 밟았다. 콰득- 바닥이 꺼지며 체중이 발로 집중되었다. 사무르 칸이 흠칫 놀라며 재빨리 클레이모어를 회수했으나 그의 복부에는 이미 제론의 손바닥이 닿아 있었다.
텅-!
“컥!”
시무르 칸의 입술 사이로 짧고 굵은 비명이 튀어나오며 튕겨져 나갔다. 놈이 식당 벽을 뚫고 프론트 홀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시무르 칸!”
부관이 경악하며 외쳤다. 곧 검을 뽑아 제론에게 겨눴다. 하지만 검첨-칼끝-이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제론이 그녀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날 막으려고?”
“그렇습니다.”
부관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제론을 쳐다보는 시선에는 공포라는 감정이 박혀 있었다.
“왜?”
“시무르 칸이 빌어먹을 새끼이긴 하지만 제 상관이니까요.”
제론은 턱을 쓰다듬으며 ‘흐음.’ 하고 부관을 쳐다봤다. 그녀가 순순히 대답한 까닭은 제론이 내공을 흘려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내공에 대답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흘렸다.
부관은 그것을 머리가 아닌 본능으로 깨닫고 대답한 것이다.
‘저놈보다 감각이 더 좋네.’
보통은 잘 느끼지 못한다.
눈빛만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과 다르다.
저런 녀석 옆에 있는 게 아깝다.
“너, 나한테 올래?”
“그게 무슨……?”
“저런 놈 옆에 있어 봐야 좋을 거 없어. 그래, 쉽게 말해서 네 재능이 아깝다는 말이야. 너 내가 조금만 손봐주면 3년, 아니 1년 안에 오러 마스터가 될 수 있어.”
“싫습니다.”
칼대답이 돌아왔다. 아까처럼 떨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눈빛을 보니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설득해도 소용없겠어.’
목에 칼을 대도 굴복하지 않을 스타일이다.
권유는 한 번이면 됐다.
“그럼 저쪽으로 빠져 있어.”
“싫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부관의 검첨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싫긴 해도 무섭기는 한 모양이다.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그냥 빠져 있어. 괜히 휘말려서 다치지 말고.”
“저 자식을… 아니, 시무르 칸을 가볍게… 아니, 무겁게 손봐주려는 겁니까?”
“어, 어어. 그렇지.”
“알겠습니다.”
제론은 검을 집어넣으며 한쪽으로 물러나는 부관을 떨떠름하게 바라봤다.
‘왜 납득하는 건데?’
묘하게 홍조를 띤 얼굴이 기대감으로 가득 차오르기까지 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럴까.
시무르 칸을 손봐줄 합리적인 이유가 한 개 더 생긴 순간이었다.
“이 개자식! 죽인다!”
때마침 시무르 칸이 일어나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게 느껴졌다.
살기가 얼마나 지독하던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게다가 뭐?
“아직 감이 안 잡히나 보네. 누구랑 다르게 말이야.”
제론은 히죽 웃었다.
시무르 칸이 지은 죄는 이러했다.
1. 아카데미에서 행패를 부린 죄.
2. 오러 마스터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하찮은 싸움을 보여준 죄.
3. 감히 자신에게 덤벼든 죄.
마지막 죄가 제일 컸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제론 역시 무림에서 30년을 살면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정파 무림의 모함이 그를 ‘사악한 마두’로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지만 그 이전부터 마인으로 취급받고 있었다.
말은 즉, 제론-유민현의 성격 역시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쪽 세상으로 넘어와서 행복한 13년을 보냈지만 불행은 행복과 다르게 더 가슴 깊숙하게 박혀 영원히 잊히지 않는 법이다.
현대의 27년과 무림의 30년.
오랜 불행으로 유민현의 배배 꼬인 성격이 13년의 봉인을 풀고 깨어났다.
“죽어!”
오러 블레이드가 깃든 클레이모어가 제론을 향해 휘둘러졌다.
콰아아아-!
엄청난 파공성이 울려 퍼졌다. 풍압이 호텔 내부를 흔들었다. 식탁과 의자가 흔들렸다.
“음식 아깝잖아.”
제론이 내공을 퍼트려 풍압을 멎게 만들었다. 클레이모어를 휘두르는 시무르 칸의 눈이 2배로 커졌다. 동시에 제론은 양손으로 원을 그리듯 움직였다.
2개의 손바닥이 가까워지면서 ‘길거리 파이터’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기술인 파동권처럼 회색빛 구체가 만들어졌다.
“풍원風圓.”
제론이 중얼거리며 회색빛 구체를 만든 양손을 뻗었다.
풍원이 오러 블레이드와 부딪쳤다.
-!
문자로 표현하지 못할 굉음이 터져 나왔다.
식당 내부에 회오리가 몰아쳤다.
“큿!”
부관이 양손으로 눈을 가렸다.
회오리가 거세서 본능적으로 얼굴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
잠시 후 회오리가 사라진 것을 느낀 그녀가 팔을 내려 제론과 시무르 칸의 대결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한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X도 아닌 게 까불어.”
제론은 생채기 한 개 없는 모습으로 손바닥을 탁탁 털고 있었고.
“꺼억, 꺼억.”
시무르 칸은 벽에 처박혀 고통스럽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챙그렁.
손에서 놓지 않고 있던 클레이모어가 갑자기 반으로 뚝 부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저 클레이모어가 왕실에서 시무르 칸이 오러 마스터가 되자 하사한 명검이라는 사실을 아는 부관이 ‘아!’ 하고 안타까워했다.
“끄으윽!”
“이야! 맷집은 참 좋네.”
시무르 칸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두 눈에 짙은 핏발이 섰다. 하지만 손과 발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래도 공포에 질려서 오줌이라도 안 싼 걸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왜냐면.
“냄새나는 새끼를 때리고 싶지는 않거든.”
“무, 뭐라고……?”
“이제부터 내가 너를 개 패듯이 때린다는 말이야.”
제론이 주먹을 들었다.
비틀거리는 시무르 칸의 얼굴에 그대로 꽂았다.
퍼억-!
찰진 소리가 식당 안으로 크게 울려 퍼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