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59)
제59화
59화
“신의 축복이 항상 함께하기를.”
“신의 축복이 항상 함께하기를.”
남자와 소녀가 성호를 그으며 축복을 내렸다. 사냥꾼은 기분 좋게 히죽 웃으며 두 명을 집 안으로 들이고 잠자리를 마련했다.
“식사하십시오. 사제님들.”
“아! 식사까지 준비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사냥꾼은 냄비에서 감자 수프를 떠서 건넸다.
간단한 식사가 끝나고 사냥꾼이 사냥을 하고 오겠다며 나갔다.
남자는 사냥꾼이 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곧 사냥꾼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소녀에게 돌아와 조용히 말했다.
“어서 빨리 켄흐론 왕국을 떠나셔야 합니다.”
“…….”
안대로 눈을 가린 소녀가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남자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새 가슴 앞에 모여진 두 손.
소녀는 섬기는 신께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보통 사제였다면 응답을 받지 못하겠지만 소녀는 아이오닉 교국의 성자인 교황과 더불어 신의 뜻을 대리하는 화신-아바타Avatar 성녀였다.
남자는 성녀의 직속 성기사단 화이트루나WhiteLunar의 단장이라서 소녀-성녀가 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기도를 방해하지 않았다.
“…….”
그러나 남자-성기사 단장은 소녀의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두 사람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교국을 벗어날 때까지만 해도 일행은 5명이 더 있었다. 하지만 교국의 영토를 벗어나자 정체불명의 무리가 그들을 습격해왔고 두 사람을 무사히 탈출시키는 대신 5명의 성기사는 순교했다.
신의 응답을 받으며 켄흐론 왕국에는 무사히 도착했으나 정체불명의 무리가 추격해오는 건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곧 성녀가 모았던 양손을 풀자 얼른 묻는다.
“신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남쪽으로 가라고 하셨어요.”
“남쪽이라면 얼마나……?”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성기사 단장의 물음에 성녀가 고개를 저었다.
신화 시대가 종막을 고하며 신은 중간계인 대륙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지 못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신의 아바타인 성자와 성녀가 신과의 연결이 흐려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 도시에 들러서 신전의 도움을 받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건 안 돼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칠 거예요. 순교하신 성기사 분들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더 이상 사람들이 휘말리게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성녀님께서…….”
“단장님께서도 이만 돌아가세요. 앞으로 저 혼자…….”
“절대로 안 됩니다!”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인 남자는 흠칫하더니 조심스럽게 창문으로 다가가 주변을 살폈다. 혹시나 사냥꾼이 돌아왔다가 자신들의 대화를 들은 건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다.
만약 자신들의 대화를 들었다면 입막음시켜야 했다.
은혜를 베풀어준 은인에게 할 행동은 아니었지만 성녀의 존재는 그만큼 중요했다.
다행히도 그의 감각에 걸리는 존재는 없었다.
다시 돌아온 성기사 단장이 말했다.
“성녀님, 부디 스스로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주십시오.”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어요.”
“그럼 내일 아침에 바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제임스.”
성기사 단장이 멈칫했다. 제임스는 그가 세례명을 받으며 버린 이름이었다.
“아닙니다. 성녀님을 모시는 것은 제 사명입니다.”
* * *
방학이 한 달 남았다.
아카데미로 돌아갈 때가 가까워졌다.
제론은 마지막으로 로한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부족했던 양기를 채워주는 건 좋은 선택이었다.
한 달 동안 로한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며 빼빼 말랐던 몸에 조금씩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신체의 변화는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앞으로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거잖아?”
“그렇지.”
“하기 싫어도 해야 해?”
“그건 네 선택이지만 나는 되도록 운동하는 걸 추천해.”
제론은 로한을 강제로 운동시킬 생각이었지만 말로는 좋게 제안했다. 아이들의 반발심으로 인한 청개구리 심보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머리를 잘 굴리는 녀석들은 고집까지 세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말해도 듣지 않는다.
게다가 운동하는 것을 원래 싫어했던 로한이었기 때문에 법보다 가까운 주먹이 사라지면 바로 운동을 그만둘 것이 뻔했다.
“만약에 안 하면 어떻게 되는데?”
“그냥 살겠지.”
“그럼 안 해도 되는 거 아냐?”
“말했잖아. ‘되도록’ 추천한다고. 지금은 내가 요래 저래 해서 괜찮지만 어른이 되면 잔병에 시달리기밖에 안 할 거야. 그거 말고는 아무 문제 없어.”
“그게 문제인 거 같은데…….”
로한이 신음을 흘리듯 중얼거렸다.
갑자기 문득 감기약을 악세사리처럼 달고 사는 아버지와 항상 눈 밑이 퀭하며 피곤을 호소하던 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엄마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잔병으로 고생한다. 자신도 어른이 되면 그런 아버지와 형처럼 될 거라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로한이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기 시작했다.
‘나름 보람차긴 했지.’
처음에는 운동이 끝나면 몸에서 힘이 쭉 빠지고 나른해지는 느낌이 싫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 체력과 지구력이 늘어나자 힘이 빠지고 나른해지는 것이 아니라 뭐라고 설명하지 못하는 새로운 힘이 몸속에서 솟구쳤다.
로한은 알지 못하나 새로운 힘의 정체는 제론의 내공이었다.
운동을 하면서 몸속에서 내공이 빠른 속도로 흩어지며 신체를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새로운 힘-내공-이 솟구치며 전신에 활력이 돌자 중독성까지 느꼈다. 스켈레톤 같았던 팔과 다리에 근육이 생기며 옷태까지 살아나니까 매일 아침 전신 거울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그런 로한의 표정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제론은 흐뭇하고 뿌듯했다.
이렇게 한 명의 친구를 헬창의 길로 인도했다.
“자자. 이제 아카데미로 돌아가서 카론에게도 전도하자고.”
“그래. 이왕 하는 운동 혼자보단 여럿이 좋지.”
제론과 로한이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다.
* * *
한편 아이오닉 교국에서는.
“교황님!”
“베드릭 추기경, 무슨 일입니까?”
“성녀님께서 화이트루나 성기사 단장과 성기사 단원 5명과 함께 사라지셨습니다!”
“……!”
신께 작정기도-몇 달 동안 물과 소량의 식사만 먹고 마시며 기도를 하는 의식-를 올리던 성녀가 사라진 사실을 2달이 지난 뒤에서야 알아차렸다.
대륙의 강대국 중 하나가 웅크렸던 몸을 일으킨 순간이었다.
* * *
아카데미로 돌아온 제론과 로한은 카론에게 운동시켰다.
물론 강제는 아니었다.
로한과 다르게 카론은 간단한 운동을 꾸준하게 해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함께 운동을 하자는 말에 순순히 그러자고 대답했다.
이윽고 1학기가 끝나갈 무렵.
아이오닉 교국의 성녀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전 대륙을 강타했다.
“성녀라면 차기 교황 아냐?”
“아니. 그건 성자야. 음, 성자와 성녀는 조금 달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래.”
성자는 가장 강력한 신성력을 지니고 있거나 기적을 일으킨 사제에게 부여되는 교황 바로 아래의 최고 위치다.
신에 대한 신실한 믿음을 갖고 있어야 하는 건 당연했고 정치적인 부분에서도 뛰어나야 했다.
왜냐면 로한이 대답한 것처럼 성자가 곧 차기 교황이기 때문이었다.
쉽게 설명하면 교황은 교국을 다스리는 왕이었다.
즉, 성자는 왕세자 혹은 황태자라고 보면 된다.
일반 사제와 다르게 제왕학과 학문을 배워야 한다.
성녀는 성자와 다르게 처음부터 신의 영향력을 대신해서 행사하기 위해 태어난 화신-아바타였다.
특별한 직위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교국은 신을 믿는 사제를 중심으로 세워진 국가였다. 성녀는 곧 신의 실재를 의미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갖고 있었다.
“한마디로 상징이라는 거네.”
“그렇지.”
“그럼 교황과 성녀가 대립했던 적도 있겠네?”
“물론이야. 성녀는 신의 영향력을 대신하는 존재라서 신의 뜻을 1순위로 삼고 행동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움직이지 않아. 반면 교황은 교국을 이끌어 가야 할 책임이 있어서 특별히 계시가 내려진 게 아니라면 언제든지 국가적인 이득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그래서 교국의 역사를 보면 교황과 성녀의 대립이 잦았다는 기록이 있어.”
“그럼 성녀의 실종과 교황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건가?”
“……!”
카론과 로한이 동시에 숨을 멈췄다. 제론의 말은 교황이 성녀의 실종에 일조한 게 아니냐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너… 그런 말 어디 가서 함부로 하면 안 돼.”
“맞아. 신성 모독죄로 끌려갈 수도 있어.”
카론과 로한이 주위를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춰 조심스럽게 말했다.
“없을 땐 나라님도 욕한다는데 왜?”
“교황은 교국을 이끌어가는 왕이자 동시에 신을 신실하게 믿는 사제이기도 하니까.”
“교황을 욕하는 건 신을 욕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네.”
“맞아. 게다가 아이오닉 교국은 태양과 인간의 신 ‘솔라Soral’를 믿고 있는 ‘태양의 교단’의 성자가 역대 교황을 역임했어. ‘태양의 교단’이 교단 중에서 제일 큰 건 알지?”
“알고 있지. 아, 그러니까 ‘태양의 교단’의 신도가 어디에 있을지 모르니까 조심하라는 거잖아?”
제론에게 그 정도 기본 지식은 있었다.
“그렇지.”
“아카데미에 계신 사제님들의 절반이 ‘태양의 교단’ 소속이니까 더더욱 조심해야 해.”
“오케이. 알겠어.”
‘태양의 교단’은 두 명의 말처럼 대륙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들 중에서 최고신인 ‘솔라’를 믿고 섬기는 교단이었다.
괜히 욕을 했다가 적으로 삼아서 좋을 건 없었다.
‘그래도 좀 이상하단 말이지.’
성녀가 갑자기 실종되었다.
교황청에 쳐들어가서 납치한 거면 교황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난리가 났다.
‘교황이 아니라면 누구일까?’
어쩌면 성녀가 스스로 모습을 감춘 건 아닐까?
제론은 생각을 멈추고 피식 웃었다.
어차피 오른 왕국과, 더 나아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 * *
“조금만 더 힘을 내십시오!”
성기사 단장이 성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성녀가 쓰러지려다가 멈췄다.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발을 움직여 뒤에서 쫓아오는 추격자를 피해 국경을 넘었다.
추격자들은 더 쫓아오지 못하고 멈췄다.
삐이익-!
국경수비대가 추격자들을 발견하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커다란 나무 뒤로 숨은 두 사람.
“신이시여, 우리의 모습을 적들에게서 가려주세요.”
성녀가 대화를 하듯 말하자 은은한 빛이 두 사람을 감쌌다.
추격자를 완전히 쫓아낸 국경수비대가 돌아와 성녀와 성기사 단장을 찾았다. 하지만 발자국은 남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솔라의 힘이 두 사람의 주변에서 빛을 왜곡시켜 보이지 않게 만든 것이었다.
“분명히 이 근처를 벗어나지 못했을 거다!”
국경수비대는 끝내 두 사람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하아. 하아.”
“성녀님, 잠시 쉬고 계십시오.”
성기사 단장은 가쁘게 숨을 내쉬는 성녀를 나무에 기대서 쉬게 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왔다. 추격자들은 국경을 넘지 못하고 물러났고 국경수비대는 엉뚱한 곳을 탐색하러 이동했다.
“이제 안전합니다.”
“고마워요. 제임스가 없었다면 전 이미 붙잡혔을 거예요.”
“…….”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요.”
성녀는 그 말을 끝으로 잠들었다.
산을 넘어 국경까지 오느라 체력이 모두 소진된 것이었다.
성기사 단장은 망토를 벗어 성녀의 가녀린 몸 위에 조심히 덮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