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6)
제6화
6화
쥬페토와 아이리는 오랜만에 티타임을 가졌다.
“요즘 많이 바쁘시죠?”
“음. 아무래도 계절이 봄으로 접어들면서…….”
두 사람은 티타임을 갖기 무섭게 사무적인 대화를 나눴다.
쥬페토는 페리안 남작령을 다스리는 영주로서 매일 격무로 바빴고, 그런 바쁜 남편을 대신해서 아이리가 가정의 내실을 단단하게 다지고 남작가 내부의 일을 처리했다.
그런 이유로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밤에 잠들기 직전이나 한 침대에서 얼굴을 마주하는데, 두 사람은 침대에 누운 순간부터는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한 터였다.
그래서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이거나 육아에 관련된 일만 대화를 나눈다.
지금도 엄연한 휴식시간-티타임이었지만 침대에 누워 있지(?) 않아서 암묵적인 합의가 무용지물인 상태였다.
사실 쥬페토처럼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라면 하나같이 공통적인 의문을 가질 것이다. 고작 4만 명의 인구밖에 없는 남작령이 바빠 봤자 얼마나 바쁘겠냐는 것이다.
이는 정말로 간단한 이유 때문이었는데.
바로 쥬페토가 남작령에 관련된 모든 일을 손수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비가 내린 뒤에 땅이 움푹 꺼져 물웅덩이가 만들어졌다는 사소한 것부터, 겨울이 되어 몬스터가 대이동을 해 남작령과 멀지 않은 곳에 부락을 만들었다는 중요한 일까지 전부 쥬페토의 손을 거쳐 간다.
인구 4만 명에 불과한 남작령은 매달 걷는 세금이 적기도 하지만 세율이 다른 영지에 비해 높은 편도 아니어서 항상 재정난에 허덕인다.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율을 높이거나 특산물을 외부로 수출해야 하는데, 남작령에서 나는 특산물은 전무全無했고 인구가 4만 명밖에 되지 않아 세율을 높이면 영지민이 가난으로 배를 곪게 된다.
그래서 쥬페토가 최대한 재정을 아끼기 위해 모든 사무를 자신이 직접 처리했다.
기존에 있던 사무관리를 해고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뿐. 보통의 귀족이었다면 세율을 더 높이는 선택을 하고 사무관리를 고용했겠지만 쥬페토 본인을 비롯해 아이리 역시 그와 같은 의견을 갖고 있어서 작은 의견 다툼도 없이 두 사람이 역할을 분담하게 되었다.
“…해서 머지않아 고블린 부락 토벌을 가야 할 것 같소.”
“왕실에서 지원을 나오니 큰 위험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조심하셔야 해요. 당신이 다치면 아이들이 많이 슬퍼할 거예요.”
아이리가 뺨을 살짝 붉히며 ‘저는 많이 속상하고 외로울 거고요.’라고 작게 속삭이듯 덧붙였다.
두 사람의 금실은 9살의 아이를 둔 지금까지도 애틋하고 뜨거웠다.
간혹 제론이 운기조식을 하다가 늦은 밤 부모님의 사랑을 나누는 소리를 듣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 내저으며 스스로 혈도를 점혈해 귀를 막곤 했다.
“부인……!”
쥬페토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아이리의 손을 꼬옥 잡았다.
“아이참…….”
아이리는 잡히지 않은 손으로 한쪽 뺨을 감싸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조금만 더 불이 붙는다면 뜨거운 사랑을 나누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두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녀가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농자聾者-귀머거리-처럼 대략 4m 거리에서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볼을 살짝 씰룩거리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저런 알콩달콩한 모습이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부럽기도 하면서 동시에 닭살이 돋아나는 것을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들인 제론조차 고개를 절레 내저을 정도인데 하녀의 입장에서는 오죽하겠는가?
사실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역이었다.
물론 나쁜 의미의 고역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요.”
아이리가 살짝 붉어졌던 뺨을 식히며 하녀를 밖으로 내보냈다.
두 사람 모두 바쁜 격무와 일로 마지막 티타임을 가져본 적이 몇 달 전이었다.
그런데 오늘 급작스럽게 티타임을 갖게 된 진짜 이유는 바로.
“가른과 헤샤 말이오?”
쥬페토가 짐작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바로 묻는다.
아이리는 한쪽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당신처럼 검을 익힌 것은 아니지만 두 아이의 몸에 정체를 알지 못하는 신비로운 힘이 깃들어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어요.”
“으음.”
“혹시 당신이 오러 연공법을 전수한 건가요?”
“아니오.”
쥬페토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오러 연공법!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무림의 내공심법이었다.
유민현-제론이 알려준 내공심법과 차이가 있다면, 대자연의 기를 몸속으로 끌어와 기경팔맥과 임독양맥을 통해 흐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의 세맥으로 퍼트려 흡수시킴으로써 용력을 강하게 만들고, 세맥이 흡수하지 못한 나머지를 오러 홀Aura hole-배꼽 아래에 있는 단전과는 위치가 다르다-이라고 부르는 곳에 저장해서 필요할 때마다 끌어와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오러 연공법과 내공심법은 궁극적인 목표는 같지만 기를 모으는 방식이 조금 틀렸고, 그래서 오러 연공법을 익힌 쥬페토는 가른과 헤샤의 몸속에 내단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었다.
“오러 연공법을 전수하려고 결정했다면 부인께 먼저 말하기로 하지 않았소?”
“맞아요. 하지만 그런 힘을 만드는 건 제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 당신의 가문에서 내려오는 오러 연공법밖에 없어서. 혹시나 제가 듣고도 기억하지 못한 건 아닐까… 해서 물어봤어요.”
가른과 헤샤는 아직 주변 귀족의 사교모임이나 왕도의 연회에 데뷔하지 않았다. 그래서 외부의 인물과 접촉하거나 만나지 못했다.
만약 만났다고 하더라도 남작가 저택을 중심으로 반경 몇백 미터 내에서 스치듯 지나갔거나, 저택 안에 있는 고용인 중 한 명이라는 뜻이다. 영지 내에 두 명의 기사Knight도 있지만 아직 그들은 가른이나 헤샤에게 오러 연공법을 가르칠 수준이 못 된다.
만약 오러 연공법을 가르친다고 해도 쥬페토가 가문의 것을 전수했을 테고.
위의 여러 가지 추측을 통해 아이리는 쥬페토가 두 아이에게 오러 연공법을 알려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나는 부인께서…….”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저는 아이리 페리안이니까.”
쥬페토가 조심스럽게 말끝을 흐리자 아이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투박하고 거친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살포시 얹었다.
두 사람의 사이에서 핑크빛 기류가 맴돌았다.
“흠흠. 아무튼, 어떻게 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가문의 오러 연공법보다 더욱 뛰어나고 신묘하오.”
“혹시 드래곤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의 유희로 인해 벌어진 일은 아니겠지요?”
아이리가 정말로 가능성이 낮은 의혹을 끄집어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무수한 이야기.
어느 드래곤의 유희로 탄생한 한 왕국의 건국왕을 비롯해 고대시대에 마왕을 쓰러트린 용사, 언데드킹의 침공으로 생겨난 대륙의 혼돈을 잠재운 신비인 등.
건국왕과 용사, 신비인이 모두 드래곤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로 추측되고 있었다.
“그건 그것 나름대로 걱정이 들지만…… 우선 악한 의도가 없게 느껴지니 당분간은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소.”
두 사람의 결론은 그렇게 내려졌다.
곧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시금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그 시각.
제론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면.
‘아, 달달하다. 달달해.’
자기 방에서 뒹굴거리며 부모님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형과 누나의 몸속에 존재하는 내단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흠칫 놀랐지만 일단 지켜보겠다는 말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에는 부모님의 알콩달콩한 소리(?)에 재빨리 귀에 깃든 내공을 회수했다.
‘음음. 프라이버시는 소중한 법이지.’
더군다나 자식들에게는 저런(?) 모습은 더더욱 들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현대의 인터넷 사이트에 간혹 올라오는 게시물 중에 부모님의 애정표현을 목격하고 말았다며, 그 이후부터 분위기가 삭막하고 어색해졌다는 내용이 있었다.
‘무림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았지.’
어느 세상이나 다 똑같은 것이다.
그런 의미로 그는 부모님의 시간을 존중할 생각이었다.
그런 제론의 입에는 흐뭇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내가 잘 태어나기는(?) 잘 태어난 모양이야.’
이런 화목한 가정은 좀처럼 찾기 힘든 법이니까.
* * *
시간이 또다시 쏜살처럼 지나갔다.
제론의 오동통했던 팔과 다리의 살이 제법 볼만하게 빠졌다.
부모님의 시선으로는 말랐다며 걱정을 하지만 이미 4살이라고 보기 힘든 115cm와 20kg의 엄청난 초 우량아였기에 한편으로는 나름 뿌듯해하는 감정도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제론이 가장 기뻐한 것은.
“가부좌를 틀 수 있다는 거지!”
다리의 살이 빠지고 더 길어지며 드디어 가부좌를 틀어도 다리가 흘러내리지 않게 되었다. 얼른 몸을 움직여달라며 삭신(?)이 쑤시는 것 같았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쉬익- 쉬익- 콧김을 내쉬던 제론은, 아빠-쥬페토가 몬스터 토벌을 마치고 돌아온다는 소식에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며 일어나 아장아장 걸어 문밖으로 나섰다.
“도련님, 안아드릴까요?”
문밖에는 유모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요. 자주 걸어야지 다리가 튼튼해져요.”
“호호. 그렇군요. 하지만 유모는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하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안아달라며 양손을 쭉 뻗던 도련님의 귀엽고 늠름하신 모습이 아직까지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걸요.”
“으음.”
제론은 잠시 고민하고 유모에게 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
“그럼 손만 잡아줘요.”
“어머!”
유모가 귀여워서 깨물어버리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론은 흠흠! 헛기침을 하며 유모에게 손을 뻗었다.
손이 꼬옥 잡히자 아장아장 걸으며 생각했다.
‘이러다가 깨물어 죽이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드는데.’
현대에는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 죽여 버리고 싶다는 표현이 있다.
보통은 나쁜 의미로 쓰이는 편이지만, 자제하기 힘들 정도로 귀여운 것을 보면 실수로나마 정말로 너무 세게 깨물게 되지는 않을까 싶은 경우에도 간혹 쓰이긴 한다.
유모의 표정이 딱 그랬다.
“도련님.”
“웅?”
“이쪽으로 가셔야 해요. 호호.”
잠깐 딴생각에 빠져 있다가 벽에 부딪힐 뻔했다. 유모가 손을 살짝 당기면서 말하지 않았다면 창피한 모습을 보여줬으리라.
“아코.”
“아우우우.”
유모가 제론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더니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의 입에서 마치 보름달이 뜬 밤 늑대가 하울링을 하는 것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괜스레 부끄러워진 제론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애처럼 행동하다가 진짜 애같이 되어버렸잖아!’
왠지 흑역사를 만들어버린 것 같았다.
* * *
저 멀리서 쥬페토-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허리를 곧게 편 채 말을 타고 온다.
그 뒤로 무장을 한 병사들과 기사들이 아빠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아마도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개미 떼처럼 작은 점들이 뭉쳐진 것으로 보이리라. 하지만 두 눈에 내공을 불어넣은 제론에게는 망원경처럼 크고 뚜렷하기만 했다.
‘이야. 역시 내 아빠! 누구를 닮아서 저렇게 잘생긴 거야?’
누구의 핏줄 아니랄까 봐 남자답게 잘생겼다.
늠름한 아빠의 모습을 본 제론이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