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63)
제63화
63화
누나를 실컷 놀린 제론은 형에게 새로운 무공을 알려주기로 했다.
형은 소영주로서 공부와 책무로 바쁜 와중에도 무공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무공을 수련해도 되겠어.’
사실 살짝 늦은 감이 있긴 했다.
형의 무공은 나날이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제론이 방학 때마다 돌아와 살피면 깜짝깜짝 놀랄 정도였다.
옆에서 자주 무공을 봐줬다면 지금보다 몇 단계는 올랐을 것이다.
그 사실이 내심 아쉬웠다.
“지금부터 가르쳐 줄 무공의 이름은 창궁무애검蒼穹無涯劍이라는 거야.”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을 검에 담은 것이냐?”
“맞아. 뭐 이름은 거창하지만 엄청 대단한 무공은 아니야.”
사실 창궁무애검은 대단한 무공이 맞다.
무림에서도 천하제일 세가였던 남궁 세가의 비전 검술이었으니까.
창궁무애검이 탄생한 계기는 이러하였다.
한 남궁 세가 무인이 비무행을 하다가 패배하여 쓰러져 있었을 때 위를 올려다봤고 ‘나의 검에 저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을 담을 수만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 깨달음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형의 말처럼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을 담은 검술이었다.
제론의 생각에는 남궁 세가의 제일공第一功인 제왕검형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검술이었다.
“구결을 알려줄 테니까 잘 들어.”
“세이경청洗耳傾聽하마.”
“오올.”
제론이 형의 응용력에 감탄하며 누나를 쳐다봤다.
누나가 날카롭게 눈을 뜨며 소리쳤다.
“뭘 봐!”
“음음. 역시 누구랑은 달라.”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 제론은 형에게 창궁무애검의 구결을 천천히 알려줬다.
놀랍게도 형은 검술 구결을 2번만 듣고 전부 외웠다.
아직 이해는 하지 못했다고 미안해하는데 구결을 2번만 듣고 외운 것만으로도 제론은 어디를 탁! 치고 감탄해도 모자랄 정도였다.
“음음. 역시 누구랑은…….”
“그래! 다르다! 달라!”
누나가 씩씩대며 소리쳤고 형이 희멀겋게 미소 지었다.
“헤샤를 너무 미워하지 마라. 말은 저래도 마음은 따뜻한 녀석이란다.”
“네가 젤 얄미워!”
불똥이 형한테 튀었다.
원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다.
하지만 형은 성인군자처럼 허허 웃으며 누나를 달래줬다.
오히려 그 반응 때문에 누나가 더 열 받는 것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하하. 로한이라는 친구가 왜 너한테 반했는지 알겠다.”
“우리 자기 이름이 거기서 왜 나오냐고!”
“하하. 우리 자기? 녀석들 귀엽기는.”
형은 초지일관 성인군자처럼 반응했다.
그런 3남매를 바라보는 아빠와 엄마의 눈빛은 무척이나 따스했다.
“참으로 보기 좋소.”
“후후. 그러게요. 무척이나 사이가 좋아 보여요. 다른 귀족 가문에서는 후계 자리를 두고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는데 우리 아이들은 너무 사이가 좋아서 걱정이 되네요.”
아이리가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쥬페토는 그런 부인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하하. 사이가 너무 좋아서 걱정일 정도라니!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소?”
“다들 욕심이 너무 없어 보이잖아요. 특히나 제론이.”
“제론한테 욕심이 없다고? 절대 그렇지 않소. 남자는 같은 남자가 알아보는 법이오. 녀석은 다른 것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거지 욕심이 없는 게 아니오.”
“다른 것? 그게 뭔가요?”
“나도 모르오.”
“남자는 같은 남자가 알아본다면서요?”
쥬페토는 문득 모골이 송연해져 슬쩍 곁눈질로 아이리의 표정을 살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인자하고 자상한 엄마의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
“꽉 잡혀 사시네.”
제론이 중얼거렸다. 일반 귀족 가문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 세상은 남성 우월주의에 가까웠으니까.
여자라고 해서 차별받는 건 아니지만 은연중에 무시하거나 깔보기 일쑤였다.
‘그래도 가정이 평화롭다는 건 좋지.’
아빠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한 희생이었다.
그런 제론에게 누나가 옆으로 슬쩍 다가와서 말했다.
“엄마가 젊었을 적에는 남자들 막 두들겨 패고 다녔대. 아빠도 몇 번 맞았다던데 진짜일까?”
“아빠가?”
“나도 그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과장되긴 했겠지만 아예 없는 소문도 아니겠지.”
제론이 휘둥그레 눈을 떴다. 형과 누나가 알고 있다면 진짜이리라. 하지만 아빠는 오러 익스퍼트다. 엄마와 만났을 때라면 적어도 20년 전이었을 테니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오러 유저다.
‘반면에 엄마는 그냥 건강한 여자였을 텐데?’
그런 엄마한테 아빠가 두들겨 맞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곧 이해가 되었다. 여자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서 못 때린 거다.
‘남자니까!’
중세시대의 기사도가 떠올랐다.
제론도 자세한 내용까지는 모르지만 대충 강인한 무를 숭상하고 동시에 레이디를 존중하며, 명예를 중시하라는 식이라고 기억한다.
아빠가 엄마를 레이디로 생각했다면 손찌검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형이 마지막으로 말하고 3남매는 입을 다문 채 조용히 부모님을 지켜봤다. 분위기가 눈바람이 날리는 한겨울처럼 싸늘했다.
아니, 살벌했다.
제론이 보기에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느껴졌다.
아빠가 쩔쩔매며 엄마를 달랬지만 싸늘한 분위기는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3남매 앞에서 아빠의 기를 꺾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눈빛은 여전히 눈보라를 연상케 한 채로 ‘이따 밤에 두고 봐요.’라며 귓속말했다.
아빠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바로 그때 제론은 짐작했다.
‘의무 방어전이구먼.’
오늘 밤은 뜨거울 것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다.
* * *
형의 무공을 손봐주는 게 끝나자 아빠와 엄마 차례가 되었다. 사실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 아빠였다. 페리안 남작 가문에 내려져 오는 오러 연공법과 검술을 20년이 넘게 익혀왔기 때문이다.
아빠는 검의 파지법부터 자세까지 전부 싹 다 뜯어고쳤지만 딱 한 가지만큼은 고치지 못했다.
바로 싸우는 스타일이었다.
‘이건 정말로 고치기 힘들지.’
싸우는 스타일은 사람의 성격을 닮는다.
성격이 불같은 사람은 불처럼 활활 타오르듯 과감하게 돌진하며 싸우고, 물 같은 사람은 잔잔하게 흐르듯 싸우다가 승기라는 바람이 불어오면 거센 물결처럼 단숨에 몰아친다.
물론 불같은 성격이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건 아니다.
태양처럼 밝고 화려하게 타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은은하고 영롱하게 타오르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의미로 아빠는 폭풍이 몰려오기 전의 바다를 닮았다.
그러니까 비바람이 몰아치기 직전의 바다 말이다.
평소의 아빠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된다고 하겠지만 ‘진짜’ 아빠는 그런 사람이다.
단지 싸울 때만 그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고 말이다.
‘엄마의 영향을 받은 탓인가?’
아빠가 폭풍이 몰려오기 전의 바다라면 엄마는 맑게 갠 날씨의 바다였다.
부부는 닮는다는 말처럼 아빠가 변한 이유가 엄마의 영향 때문이라면 납득이 된다.
아무튼, 아빠의 싸우는 스타일은 본질이 변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아빠한테 맞는 무공을 알려줘야지.”
무슨 무공을 알려줄지도 미리 생각해뒀다.
바로 남해십이검南海十二劍이다.
이름처럼 12가지의 초식으로 이루어진 남해십이검은 무림에서 해남도라고 부르는 거대한 섬을 지배하는 해남파의 절기 중 하나였다.
해남파의 검술은 대부분 번개같이 빠르고 날카롭지만 남해십이검은 초식의 연계로 상대방을 사정없이 몰아치기 때문에 마치 해일을 떠올리게 만든다.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는 아빠랑 제일 잘 맞지.’
아빠는 형처럼 옆에 달라붙어서 일일이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영주로서 하루를 빠듯하게 쪼개서 사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수련하시면 된다.
“호오.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검술이구나.”
남해십이검을 알려주자 아빠가 눈에 띄게 좋아했다.
특히나 초식을 연계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
몇 번의 시연을 마치고 따라 해 보라며 말하자 아빠가 검을 휘둘렀다.
아빠와 검술의 상성이 좋아서 그런지 금방 따라 했다.
“1초식은 이 부분에서…….”
제론이 잘못된 자세나 초식의 경로를 고쳐주자 아빠는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처럼 계속 ‘아!’라고 감탄사를 터트리며 남해십이검을 빨대 꽂은 모기처럼 쭉쭉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엄마는 상태만 확인했다.
옥녀궁의 무공은 대성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지만 가장 안정적이었고 수련을 하지 않더라도 꾸준하게 증진이 된다.
왜냐면 선술이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루아침에 무공을 익혀 절대 고수가 된다면 무림은 이미 고수들이 모래사장의 모래알처럼 많거나 힘을 주체하지 못해서 서로 죽고 죽이는 혼란스러운 시대가 닥쳐왔을 것이다.
‘고수가 되려면 뭐 빠지게 열심히 수련을 해야 한다는 거지. 하지만 옥녀궁은 강한 힘을 가진 무인이 되려는 게 아니라 신선이 되고자 하는 거고.’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성불구가 되면서까지 무공을 익혀 천하제일인이 된 자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영화로 유명해진 동방불패는 아니었다.
세상이 달라서 그런지 그런 별호를 가진 무인은 없었다.
대신 환관이 있었다.
옛날 사람이라서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무림의 기록에 남아 있었다.
‘춘검공春劍工이었던가?’
봄바람이 솔솔 나는 별호였지만 춘검공의 검에서는 봄바람 대신 피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그래서 또 다른 별호가 있었는데, 검을 뽑기 전까지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봄바람을 솔솔 불러오지만 검을 뽑은 순간부터는 피바람을 불었다고 하여 ‘혈검血劍’이라 불렸다.
모든 남자 무림인이 고자가 되면서까지 고수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그런 이유로 춘검공 같은 고수는 몇 세기에 한 번씩 나타났다.
아무튼, 고수가 되려면 뭐 빠지게 열심히 수련을 해야 하는데 춘검공이 천하제일인이 된 나이는 78세였다.
그 나이까지 열심히 무공수련을 해야 겨우 천하제일인이 되는데 우화등선해서 신선이 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유민현의 경우와는 달랐다. 춘검공은 800년 전의 인물이었다. 또한 초절정의 고수였다. 그 말은 곧 800년 동안 무공이 발전했다는 뜻이다.
옥녀궁은 그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고 무공-선술의 방향성을 바꿨다.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내공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느리지만 굳이 수련을 하지 않아도 내공이 조금씩 꾸준히 모이는 쪽으로 말이다.
대신 깨달음에 집중했다.
죽음의 위기 속에서 각성하는 대오大悟-크게 깨달음-가 아니었다.
세상의 진리眞理, 참된 이치를 추구했다. 그래서 엄마는 아빠나 형, 누나처럼 특별히 운기조식을 하거나 검을 휘두르지 않아도 됐다.
대신 책을 많이 읽어야 했다.
옥녀궁의 선술은 깨달음이 기반으로 깔려 있어야 하니까!
또한.
“피부가 많이, 아니 엄청 좋아지셨네요.”
“호호! 그치? 우리 제론이 알려준 이상한 무공을 익힌 뒤로 조금씩 주름이 펴지더니 늘어졌던 살이 탄력적으로 변하더구나.”
칭찬을 많이 해야 했다.
엄마가 제론의 말에 반색하더니 재잘재잘 떠들었다.
“살짝 남았던 기미도 거의 다 없어졌어. 이대로 몇 달만 지나면 완전히 사라지겠던데? 이러다가 막 남자들이 엄마한테 반해서 작업 거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죠.”
“어머어머. 얘도 참. 내 나이가 벌써 34살이야. 그리고 이 엄마는 네 아빠 한 명으로도 충분하단다.”
적당히 추임새를 넣어주니 엄마가 주책없게 깔깔거리며 웃었다.
옥녀궁의 선술은 정말로 신기했다. 깨달음을 기반으로 칭찬만 해줘도 조금씩 경지가 올라간다니 세상에 이런 괴공이 또 어디 있을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