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66)
제66화
66화
이른 아침부터 아카데미의 운동장을 뛰는 두 명이 있었다.
바로 로한과 에르딘이었다.
“헉헉!”
“허어어억!”
두 명은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헐떡이며 운동장을 뛰었다.
로한은 그간 체력단련을 열심히 해왔는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와중에서도 호흡을 나름 안정적으로 잘 조절하고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곧 갈 것(?)처럼 보였다.
한편 에르딘은 뛰는 모습이 흐느적거리는 좀비 같았다.
그러니까 엉거주춤 두 팔을 앞으로 뻗은 채 위아래로 흔들거리며 무언가를 쫓아가는 것 같은 모습이라는 말이었다.
녀석의 두 다리는 100m 밖에서도 훤히 보일 정도로 심하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언제 자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런 두 명을 지켜보는 여러 개의 시선들이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러 가던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운동장을 뛰고 있던 로한과 에르딘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춘 채 수군거렸다.
“쟤들 뭐 하는 거야?”
“한 명은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다른 한 명은 로한 선배님이신 것 같은데?”
“뭐? 로한 선배님?! 어… 진짜네!”
에르딘과 다르게 로한은 유명인이라서 후배들이 멀리서도 알아봤다.
“로한 선배님이라고?”
“진짜? 어디 어디!”
“저쪽 운동장에서 로한 선배님이 뛰고 계신대!”
“뛰다가 숨이 넘어가실 것 같다는데?”
“기절하신 채로 뛰고 있대!”
소문이 빠른 속도로 와전되었다. 그래도 제론의 몸속에 거인족의 피가 흐른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문만큼 와전되지는 않았다.
아무튼, 로한을 보기 위해 많은 꼬맹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꼬맹이들이 모여서 쑥덕거렸다.
“그런데 로한 선배님께서 아침부터 왜 운동장을 돌고 계시는 거지?”
“글쎄? 운동하고 계신 게 아닐까?”
“운동하는 게 맞긴 해? 엄청 괴로워하는 걸로 보여!”
“사실 나도 그게 의문이야. 저 뒤에 있는 선배님은 뛰는 모습이 언데드 같아 보이고.”
“운동이 안 힘든 게 이상한 거지 멍청아!”
“아! 그렇구나.”
꼬맹이들이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운동장 외곽에서 로한과 에르딘을 지켜보던 제론은 두 명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자 미간을 좁히더니 외쳤다.
“더 빨리! 속도 느려졌다!”
“헉! 헉!”
“흐어어어억!”
로한과 에르딘은 힘들어 죽을 것 같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다 못해 머릿속이 새하얬다. 뿌옇게 흐려진 시야로 보이는 건 끝없이 펼쳐진 운동장 트랙뿐이었다.
뛰고 싶지 않았다. 그만 포기하고 싶었다.
왜 이렇게 필사적으로 뛰고 있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포기하면 편해.’
머릿속으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로한과 에르딘, 스스로가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론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2개의 다리가 의지를 벗어났다.
“으아아아아!”
로한이 거친 고함을 내질렀다. 딱딱하게 굳어졌던 다리의 근육이 힘 풀리며 순식간에 펌핑되었다.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를 힘이 몸속에서 불끈! 솟구쳐 올랐다.
“흐아아아!”
덩달아 에르딘도 함께 고함을 지르며 뛰었다. 로한이 점점 멀어져갔지만 쫓아가고 싶었다. 이상하게도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명의 숨소리가 점점 숨이 넘어갈 것처럼 가빠졌다.
그 무렵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친구들을 찾아온 카론이 그의 옆으로 와서 묻는다.
“뭐 하고 있는 거냐?”
“아, 운동.”
제론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전력으로 달리느라 어느새 속도가 빨라진 두 명을 향해 다시 외쳤다.
“속도 늦춰! 이번엔 너무 빠르다!”
“으음.”
급기야 눈이 반쯤 뒤집어진 채 달리는 에르딘과 로한을 쳐다보며 카론이 침음을 흘렸다. 열심히 뛰는 걸 보니 운동인 건 알겠지만 이 정도면 슬슬 걱정이 들었다.
그때 제론이 카론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처음부터 느긋하게 운동하면 효과 없어.”
“그런가?”
“생각해봐. 천천히 느긋하게 걷다가 빠르게 달리면 어때?”
“힘들지.”
“빡시게, 아니 빠르게 뛰다가 천천히 느긋하게 걸으면?”
“으음. 안 힘들겠지.”
“바로 그거야!”
제론이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그것과 처음부터 느긋하게 운동하면 효과 없다는 말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카론에게는 그럴싸하게 들렸다.
“…….”
잠시 생각에 잠긴 카론은 이내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렸다.
“제론 네 말은 처음부터 한계에 몰아붙여야지 그다음부터는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똑같이 뛰어도 괜찮아진다는 건가? 그래야 운동량을 더욱 늘릴 수 있고.”
“그렇지.”
제론은 잠시 침묵하고 대답했다.
카론이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운동은 타협해선 안 된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처음이 쉬운 법이다. 한 번 타협하는 순간 2번도, 3번도 타협하게 된다. 그러면서 목표와는 멀어진다.
헬스장에서 PT를 받으면 트레이너가 목표량을 채워도 ‘회원님, 한 개만 더!’라고 외치며 억지로 더 시키는 데 괜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그건 알겠지만 운동장이 너무 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뭐, 그건 둘째 치더라도 저 두 명의 상태가 더 뛰면 안 될 것처럼 보이지만.”
카론이 운동장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3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이용하는 곳이니만큼 그 크기도 어마어마하게 컸다.
간단하게 예로 들자면 서울의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비교할 수 있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2002년 FIFA 월드컵 개최를 위해 건설된 곳이다. 대략 6만 6천여 명의 테이블 석이 설치되었으며, 귀빈석이 8백여 석, 보도석이 7백여 석, 또한 스카이 박스 75실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랬다.
로한과 에르딘은 축구 선수들이 뛰는 축구장 크기가 아니라 그것의 5배에 달하는 운동장을 몇 바퀴째 돌고 있던 것이었다.
“크긴 하지만 못 돌 정도는 아니야. 봐봐. 로한이나 에르딘도 죽어가는 중이긴 하지만 잘 뛰고 있잖아?”
“으음. 죽어가는 중이라는 게 문제인 것 같은데.”
제론은 카론의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에르딘을 쳐다봤다.
녀석의 체력이 생각보다 좋다. 미소년같이 생겨서 비실비실할 줄 알았는데 처음 상태의 로한보다 훨씬 낫다. 적어도 2배 이상으로 말이다.
물론 지금은 로한이 더 낫지만.
“그만!”
“…….”
“…….”
제론이 그만이라고 외친 순간 두 명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동시에 실신한 것이다.
“로한 님!”
로한의 집사 후보생이 허겁지겁 달려가 낑낑거리며 로한을 부축했다.
제론도 에르딘에게 다가가서 등에 들쳐 업었다.
흙먼지가 옷을 더럽혔지만 상관없었다.
‘옷이야 갈아입으면 그만이니까.’
아카데미는 역사적으로 입학한 학생들 모두가 동등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명시하기 위해 사복을 입는 것을 금지했다. 그래서 학생복이 한 벌이 아니라 여러 벌 지급된다.
운동장 스탠드로 가던 도중 등에 업힌 에르딘의 가느다란 숨결이 느껴졌다. 호흡이 점차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둘 다 고생했다.”
제론이 두 사람을 격려했다.
당연했다.
두 명은 오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으니까.
물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이 바로 제론이었다.
제론은 두 명에게 빠르게 뛰라고 외치며 목소리에 의기意氣를 담았다. 이 세상으로 표현하자면 언령言靈이었다. 드래곤의 마법-언령처럼 절대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건 아니었다.
두 명에게 계속 뛰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가능했다.
제론의 의기는 두 사람의 의지를 자극했고 진작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태에서도 뛰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의지만으로 된다면 모두가 해냈을 것이다. 하지만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기지수였다.
“앞으로 더 힘들 건데 이 정도로 기절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건지. 쯧쯧.”
제론이 중얼거리며 혀를 차자 에르딘과 로한의 몸이 움찔 떨렸다. 실신한 와중에서도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운동장 스탠드에 도착하자 두 명을 눕히고 물로 입술을 적셨다.
무척이나 목마른 상태일 테지만 기절한 도중이라서 목으로 넘기지 못하고 기도가 막힌다. 그래서 입술만 적셔준 것이었다.
“다리를 주물러줘. 세게 말고 천천히 부드럽게. 근육을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알겠습니다.”
제론은 로한의 집사 후보생에게 말하고 에르딘의 다리를 주물렀다. 손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로한은 몰라도 에르딘은 처음부터 한계를 뛰어넘었으니 근육이 파열되거나 인대가 늘어났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려고 한 것이다.
‘게다가 수업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지.’
확인을 하자 다행히도 문제는 없었다. 근육이 혹사되며 살짝 놀란 것을 빼면 멀쩡했다. 로한의 몸도 검사해보니 펌핑이 아주 잘 되어 있었다.
‘이놈 꾀부린 거 아냐?’
실신한 건 진짜였지만 근육은 혹사당한 상태가 아니었다.
오히려 뛰기 전보다 상태가 멀쩡했다.
아무래도 정신부터 뜯어서 고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훨씬 나아지겠지.’
제론은 히죽 웃으며 로한을 내려다보며 생각할 무렵 어느새 수십 명을 넘어 100명 가깝게 주변에 모여든 꼬맹이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한과 에르딘이 실신하자 더 많은 학생들이 모여든 것이다.
“괜찮은 건가?”
“제론 선배님께서 ‘그만!’이라고 하시니까 바로 쓰러지시더라고!”
“혹시 어디 크게 다친 건 아니겠지?”
멀리서 지켜보던 선생님들도 다가왔다.
“거기 괜찮으냐!”
“얘들은? 얘들은 괜찮니?!”
잔뜩 걱정하고 있는 표정이다. 하지만 두 명이 기절했다는 것을 알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곧 선생님들이 사정을 묻자 제론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얘들이 너무 무리한 거 같아요. 제가 그렇게 말렸는데. 에휴.”
옆에서 지켜보던 카론과 다른 학생들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더 빨리! 속도 느려졌다!’라던가 ‘속도 늦춰! 이번엔 너무 빠르다!’라고 한 말을 모두가 똑똑히 들었다.
말리는 태도는 절대로 아니었다.
그런데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황당한 게 당연했다.
“혹시나 자기들이 지쳐서 포기할 것 같으면 일부러 채찍질을 해달라고 해서 하기는 했는데 제가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던지…… 하아.”
“그, 그랬니?”
“난 제론 네가 친구들한테 일부러 그런 줄 알았는데…….”
선생님들과 꼬맹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이유라면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친구 두 명에게 채찍질한 것을 납득할 수 있었다.
“제가 친구들한테 일부러 그럴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수업도 받아야 하는데. 친구들의 학업을 방해할 이유도 없고요. 친구들에게 모질게 말해야 하는 제 심정은 정말…….”
제론이 신들린 연기를 펼치자 선생님들은 여전히 갸웃하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론의 성적은 5년 연속 1등이었다. 그것도 아슬아슬한 게 아니라 압도적인 점수의 차이로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이제 와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의 학업을 방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으음. 친구들이 그런 부탁을 했다고 해도 앞으로 조금만 조심해주면 좋을 것 같구나. 혹시나 크게 다치거나 그러면 우리도 곤란하거든.”
“그래, 뭐 하나 지켜보다가 간 떨어질 뻔했어.”
신들린 연기를 펼쳤지만 질책까지는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범위였기에 제론은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제가 친구들을 잘 설득해볼게요.”
물론 설득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