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67)
제67화
67화
“그래,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구나. 정말로 깜짝 놀랐으니까.”
“맞아. 심장이 덜컹했어.”
선생님들이 재차 신신당부했다.
제론은 알겠다고 말하며 두 명을 양호실로 데려가겠다고 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로 없게 할게요. 친구들이 뭐라고 해도 제가 말릴게요.”
“믿고 있으마.”
선생님들은 제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제론이 없는 말을 지어낸 것은 아니었다.
정말로 오늘처럼 실신할 만큼 뛰게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실신하기 직전까지만 굴릴 생각이니까.’
녀석들의 몸을 확인하면서 내공으로 기운까지 북돋아 줬다.
아마 한숨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개운할 것이다.
로한과 에르딘은 양호실에서 1시간 정도 깊은 수면에 빠졌다.
이윽고 잠에서 깬 두 사람은 눈을 번쩍 뜬 순간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헉! 헉!”
“흐어어어!”
두 사람 모두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창백한 표정이었다. 제론과 로한의 집사 후보생이 물이 담긴 컵을 내밀자 동시에 받아서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곧 동공에 지진을 일으키며 녀석들이 말했다.
“나 돌아가신 할아버지 뵙고 왔어.”
“저는 작은 아버지께서 불길한 강 건너편에서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말하는 게 꼭 삼도천이나 스틱스강에라도 한 발 걸치고 온 것 같다.
태어나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었을 테니 그렇게 느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멀쩡히 잘 살아계신 작은 아버지께서 왜 그런 곳에 서 계신 건진 모르겠습니다만…….”
작은 반전이 있었지만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뛰다가 실신한 사람이 살아계신 작은 아버지가 아니라 신을 만나고 왔다고 해도 이해하리라.
“몸은 좀 어때?”
“몸? 몸이 왜?”
로한이 제론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한다. 이내 몸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정도로 뛰면 다리가 터질 것처럼 아파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다리가 불끈불끈하며 몸에 힘이 넘쳐났다.
“몸에…….”
에르딘이 벌떡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폴짝 뛰니까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다. 그런 에르딘을 본 로한이 눈을 크게 뜨더니 제론을 바라봤다.
“너 설마……?”
로한은 한번 겪어본 적 있기에 바로 알아차렸다.
제론이 무언가를 했다.
아마도 ‘오러’라고 추측되었다. 제론과 친한 소수만 눈치챈 사실이 있다. ‘에단의 은신처’에서 오우거를 쓰러트린 정체불명의 존재가 바로 제론이라는 것이다.
혼자서 쓰러트렸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자검’이라고 불리는 유한과 힘을 합쳐서 쓰러트렸다고 안다.
물론 진실과는 달랐지만 말이다.
아무튼, 제론이 특별한 힘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지금 그 힘을 사용했다.
로한과 에르딘은 눈치챘다.
“둘 다 몸은 괜찮지?”
제론이 로한의 시선을 무시하고 묻는다. 로한과 에르딘만 있는 자리였다면 상관없었겠지만 주변에 다른 시선들이 많았다.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이야기하면 된다.
“아, 아아. 몸은 괜찮아. 수업을 듣는 데 지장도 없을 것 같고.”
“저도요.”
에르딘이 짧게 대답했다.
자신의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볍다는 사실이 신기한지 휘둥그레 눈을 뜨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째서 이런 것인지 예상을 하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역시 눈치챈 모양이다.
‘쟤도 아냐?’
‘어, 알아.’
로한과 제론의 눈빛 교환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카론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로한과 제론을 바라봤다.
눈빛 교환이 이루어진 것 역시 눈치챈 그였다.
“호오.”
아무래도 친구들이 자신을 빼놓고 어떤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 * *
작은 소동이 마무리되고 로한과 에르딘이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한 선생님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돌아갔다.
“운동은 좋은 거야.”
“으음. 그런 것 같긴 해.”
제론이 말하자 로한은 찝찝한 표정으로 웅얼거렸다. 내공의 힘을 똑똑히 본 녀석이 저러니 고개가 내저어졌지만 원래부터 운동을 싫어했으니 그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부정적인 반응은 아니니까 됐지.’
먼 훗날 30대나 40대가 되면 운동시켜줘서 정말 고맙다고 엎드려 절을 할 것이다. 그날을 생각하니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또 불길한 미소를 짓고 있네.”
“저는 제론 님께서 저런 미소를 지을 때마다 불안합니다.”
로한이 중얼거리자 뒤에서 에르딘이 말했다.
두 명의 눈빛에서 묘한 동지애가 느껴졌다.
바로 그때 카론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제론.”
“어?”
“나에게도 운동을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제론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론이 스스로 제 무덤을 파고 들어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니지.’
제론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로한과 다르게 카론은 꾸준하게 운동을 해왔다. 단순히 운동장을 뛰는 종류가 아니다.
왕실의 기사 로얄 가드가 1 대 1로 붙어서 검술을 가르치고 체력단련까지 시킨다.
주기적으로 사제와 마법사가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한다.
로한이 그런 대접을 못 받는다는 건 아니지만 1왕자인 카론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집안 내력이 운동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쪽에 관련된 건 크게 간섭하지 않기도 했다.
아무튼, 카론이 먼저 부탁을 해주는 건 고마웠지만 로한이나 에르딘과 함께 운동을 시키는 것은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불가능했다.
정확하게는 같이 운동하는 게 안 된다는 것이다.
“너는 갑자기 웬 운동이야?”
“그렇게 말하면 섭섭한데.”
카론이 표정을 어둡게 물들이며 말했다.
“나를 빼고 둘이서 뭘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 정도 눈치는 있으니까. 말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하지만 나를 따돌리면 섭섭하지.”
“음.”
제론이 살짝 앓는 소리를 냈다.
사실 제론과 카론, 로한은 무엇을 하던 항상 함께 해왔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카론 혼자 갑자기 겉도는 모습으로 변했다.
의도적으로 따돌리는 건 아니었지만 당사자가 그렇게 느꼈다면 할 말이 없었다.
“그건 미안하게 되었어.”
“나도 미안해. 사실 제론이 자기 누나랑…….”
“어허.”
제론이 로한을 입단속 시켰다. 하지만 눈치 빠른 카론이 로한이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유추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뜨거운 땡볕 아래 놓인 강아지처럼 혀를 길게 쭉 내민 채 헥헥거리면서 함께 다니던 모습이 안쓰럽기는 했지.”
“…….”
카론의 말에 로한이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이렇게 맥이네.’
제론은 쓴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맞아. 내가 우리 누나랑 계속 사귀고 싶으면 운동하라고 억지로 시켰어. 본의 아니게 따돌림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하니 미안해.”
“음?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지? 기억이 안 나는데.”
“……?”
“……?”
제론과 로한이 카론을 멍하니 쳐다봤다.
분명히 방금 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카론은 담담하게 고기를 썰어서 입속에 쏙 넣고 우물우물 꿀꺽 삼킨 뒤 고개를 갸웃한다.
“다들 귀신과 대화라도 한 모양이군. 그렇지? 듀본.”
“예, 카론 님. 저도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카론의 집사 후보생인 듀본이 태연한 표정으로 지원사격을 나섰다.
슬그머니 눈치를 살피던 로한의 집사 후보생 콘웰이 말했다.
“저도 듣지 못했습니다.”
“너, 너!”
로한이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적군(?)의 배신에 부들부들 떨 때 제론이 손뼉을 쳤다. 짝- 이목이 집중되자 로한에게 진정하라고 한 뒤 말했다.
“스펙터라도 나타났던 모양인데 다들 진정하라고?”
스펙터는 언데드 계열의 유령 몬스터였다.
검은색 식탁보를 둘러쓴 형태를 하고 있어서 언뜻 귀엽게 보이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에 빙의해서 악몽을 선사하고 생기를 빨아들이는 아주 무서운 놈이었다.
이 세상에서는 귀신을 봤냐는 말 대신 비유하는 표현이었다.
“그러니까…… 카론 너도 운동을 하고 싶다고?”
“아니. 가르쳐 달라는 거다.”
카론이 다시 한번 정확하게 짚었다.
제론은 살짝 골치가 아파 왔다.
수준을 생각해서 카론에게 운동을 가르치려면 바로 기초 무공으로 가야 한다. 로한이나 에르딘처럼 열심히 운동장을 뛰어봐야 워밍업밖에 안 되니까. 그래서 뭐라고 말하며 거절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그냥 너희와 함께 하고 싶어서 고집부리는 거다. 그런 표정 짓지 마라.”
“흠흠. 너무 티가 났나?”
“그래. 뭘 가르쳐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곤란한 거 안다. 어지간한 건 로얄 가드에게 배우니까. 그럼 이건 어떨까? 내가 배우지 못할 만한 기초적인 자세를 알려주는 거지.”
그 순간 제론의 머릿속에 번갯불이 번뜩였다.
초급자 코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있었다.
“너 말타기 자세 아냐?”
“말타기 자세?”
“그냥 말타기 자세가 아니야 인마.”
제론이 씨익 웃었다.
* * *
카론이 다리를 덜덜 떨며 말했다.
“나는 말을 이런 자세로 안 타는데.”
지금 그는 마보를 하고 있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말을 타고 있는 자세였다.
이쪽 세상에도 마보 자세로 수련하는 방법은 존재했다. 하지만 제론이 지도수련을 받고 있는 카론에게 똑같은 마보를 시키겠는가?
카론이 열심히 1 대 1 지도수련을 받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14살의 어린애다. 하체를 단련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의 방법은 소용없다. 너무 익숙한 수련이었으니까.
그래서 준비한 것이 각법가가 수련하는 마보 자세였다.
기본의 마보와 2가지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팔을 앞으로 뻗은 채 고정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법가는 주먹을 무기로 쓰고 검법가는 검을 무기로 쓴다.
각법가는 발이 무기이니 철저하게 단련을 시키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어느 자세에서도 발-무기를 휘둘러야 하기 때문에 하체를 단련시키면서 동시에 균형감각을 계속 바꿔줘야 했다.
그래서 팔을 천천히 앞뒤 좌우로 불규칙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바로 두 번째 차이.
발꿈치를 높게 드는 것이다.
일반적인 마보 자세는 발바닥을 땅바닥에 완전히 붙여놓는다. 어떤 자세에서도 하체가 무너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지만 각법가는 역설적이게도 어떤 자세에서도, 심지어 공중에서도 발을 휘둘러야 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의 새로운 마보 자세가 만들어진 것이다.
발꿈치를 들고 팔을 움직이면 조금만 집중이 깨지더라도 바로 휘청거린다.
처음에는 그 상태가 심한데 카론도 그 과정을 똑같이 밟아가고 있었다.
계속 앓는 소리를 내는 이유였다.
“가르쳐 달라며?”
“끄응.”
카론은 힘들었지만 참고 자세를 최대한 유지했다. 앞서 한 말이 있으니 계속 투덜거리지는 못하겠지만 정말로 힘들었다.
“끄으으으응.”
“아주 싸겠어.”
제론이 중얼거렸다.
카론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시뻘게지자 잠시 쉬라고 했다. 곧바로 철퍼덕 드러누운 녀석에게 다가가 발목을 확인했다.
‘역시나 살짝 부었네.’
그냥 마보도 아니고 발꿈치를 드는 방식의 수련은 생소할 테니 부담이 온 모양이었다. 발목을 주물러주며 내공을 천천히 불어넣자 녀석의 안색이 금세 회복되며 붓기가 가라앉았다.
그런데.
“너희들의 비밀이 이거였구나?”
카론 녀석이 히죽 웃고 있었다. 지쳐 보이던 기색은 씻은 듯 사라졌다.
제론은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이 새끼 사쿠라였네?’
처음부터 이걸 노린 것이 분명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