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7)
제7화
7화
‘그런데 저 노인은 누구지?’
제론의 시선이 옮겨졌다.
쥬페토 뒤로 기사 2명이 말을 타고 있었는데, 두 사람 사이에 처음 보는 노인이 망토 비슷한 것을 걸치고 말에 올라탄 채 몸을 앞뒤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얼핏 봤을 땐 사람 모양을 한 연鳶인 줄 알았다. 하지만 노인에게서 내공과는 다른 기운이 느껴져서 진짜(?)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설마 마법사인가?’
제론이 노인의 행색을 쭉 훑어보다가 허리춤에 지팡이랑 비슷하게 생긴 나무 몽둥이(?)를 발견하고 생각했다. 그가 태어난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신비가 잔뜩 존재했는데, 그중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 가지가 바로 마법이라는 존재였다.
마법魔法-Magic!
대자연을 구성하는 기운-마나mana를 이용해 불덩이를 만들거나 얼음 폭풍을 불러오는 기적을 일으키는 행위!
몬스터만으로도 제론-유민현은 깜짝 놀라기 충분했으나 마법이 존재한다는 말에 엄청난 호기심과 흥분으로 가슴이 진탕되는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반지의 제황’에서 간다르프가 마법을 사용하며 지팡이-를 가장한 둔기-로 몬스터를 후려치는 모습을 보며 통쾌함을 느끼지 못한 사람-적어도 남자 중에서-은 없을 것이다.
‘힘법사!’
허약하다는 인식과는 달리 적진 사이로 뛰어들어 무기를 휘둘러 적들을 쓰러트림과 동시에 마법을 펼치는 궁극의 존재!
물론 현대의 온라인 게임에서는 밸런스 조절이라는 이유로 힘법사를 궁극의 존재를 못 만들게 해놨지만, 마법이 실존하는 이 세상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힘법사……!”
“도련님?”
유모가 제론의 혼잣말을 듣고 의아해하자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렸다. 그녀는 “호호.” 웃고 말았다.
‘휴. 한국말로 중얼거려서 다행이야.’
힘법사라는 말을 이쪽 세상 언어로 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다. 아마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을까? 보통 판타지 소설에서는 마법사란 방구석에 처박혀서 마법 수련과 연구만 해서 허약하니까.
‘그러고 보니 이쪽 세상에는 마법만 존재하는 게 아니지.’
무림의 무공처럼 오러 연공법이 존재한다고 주워들었다. 기사들이 익혀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직접 목격한 적은 없었지만 아마도 무공이랑 비슷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게다가 얼핏 듣기로는 외공에 가까운 것 같던데.’
제론은 내심 그것이 살짝 아쉬웠다.
외공이 약하거나 쓸모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공 수련의 장점과 외공 수련의 장점은 엄연히 다르니까.
그러나 둘 중 어느 쪽이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냐고 묻는다면 단기로는 외공이, 장기로는 내공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외공은 외부의 자극으로 신체를 단련시키는 방법이다.
내공-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90프로가 신체에 의존해서 싸운다.
무림에서 말하는 금강불괴가 외공의 궁극적인 완성작인 셈이다. 하지만 남자에게 중요한 하반신의 급소을 비롯해 눈-안구 혹은 안쪽으로 움푹 파인 구멍들(?)은 단련시키지 못하니 약점이 없는 게 아니었다.
반대로 내공 수련은 대자연의 기를 체내로 받아들이기 위해 오랜 시간 운기조식을 해야 하니 신체의 단련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외공 수련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신체를 단련시킨다.
종합적으로 따지면 제일 좋은 건 적절한 내공 수련과 외공 수련이 겸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음. 신체조건 때문에 발전의 방향성이 달라진 건가?’
이 세상에서 4년을 살면서 느낀 건데 서양인의 외모를 해서 그런 것인지 사람들의 체격이 무림에 비해서 훨씬 다부졌다.
아빠인 쥬페토만 봐도 키가 190cm 정도 된다.
하인들도 거의 180cm에 육박하고 가끔 남작 저택으로 거래를 하러 오는 성인 남자들도 비슷한 수준이니, 이쪽 세상의 대부분이 160cm에서 170cm 사이에 왜소한 무림에 비해 평균적으로 키와 덩치가 크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긴, 현대에서도 서양 쪽 애들이 키랑 덩치가 더 컸지.’
또한 그 당시 시대상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제론-유민현이 무림에 떨어졌을 때 기준으로 시간상 몇백 년 전의 옛날이었으니까.
아무튼, 이쪽 세상 사람들의 발육이 외모처럼 서양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무공이 외공에 치중되어 발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뭐, 우리 가문이야 내가 잘 해주면 아무 문제도 없고!’
이런 능력 있는 아들이 나서는 수밖에!
제론이 흐뭇하게 웃는 사이 몬스터 토벌을 끝마친 군대가 평범한 사람의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성벽에 가까이 다가왔다.
기수旗手-깃발을 든 병사-가 깃발을 높게 들었다.
와아아아아-!
성벽 위에서 토벌군이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보던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기수가 깃발을 높게 들었다는 건 토벌에 성공했다는 뜻이니까.
* * *
“페리안 남작가는 적색 마탑의 도움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쥬페토는 토벌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 마법사 데이먼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몬스터 토벌이나 전쟁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큰 활약을 하는 존재가 바로 마법사였기 때문이다.
마법사는 극히 희귀한 존재로서, 마법에 대한 재능이 없는 사람이 일평생 노력을 해봐야 1서클에서 3서클에서 좌절하고 만다.
마나의 축복을 받은 존재만이 3서클이라는 마魔의 장벽을 뛰어넘어 4서클에 도달할 수 있으며, 그때가 바로 진정한 마법사로 인정을 받아 마탑-마법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의 일원으로서 이름을 올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데이먼은 4서클의 마법사였다.
한마디로 마탑에 이름을 올린 진정한 마법사!
이번 토벌에서도 엄청난 활약상을 선보이며 마탑의 위상을 드높이기까지 했다.
‘본래라면 대규모 토벌이 아니고서는 남작령까지 지원을 오는 일은 웬만해서 없었겠지.’
마법사 데이먼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이 정말로 특별한 경우였다.
페리안 남작-쥬페토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다는 둥 교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가 지원을 온 진짜 이유는 페리안 남작령으로 이주한 몬스터 무리가 마정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정석魔精石!
마나는 모종의 이유로 무작위 장소에 고체화되어 돌처럼 뭉쳐지는데, 그 크기에 따라 급이 나누어지며 새끼손톱 정도만 되어도 수천 골드의 값어치를 지닌 보물이 바로 마정석이었다.
또한 크기가 점점 커질수록 값어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귀족들 사이에서는 부를 상징하는 하나의 재산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마법사에게는 세상의 신비를 파고들며 연구할 학문적 가치를 가진 물건이었다.
처음 적색 마탑은 마정석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마법사 데이먼을 보내 그것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데이먼은 마정석을 가진 몬스터 무리를 추적하던 도중 놈들이 페리안 남작령 근처로 이주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곧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짐작했다.
페리안 남작령이 적색 마탑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마탑은 국가와는 다른 개념에 자신만의 영역을 지닌 단체였다.
말은 즉, 마탑의 영역을 벗어난 장소에서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협정에 위반되는 것이다.
페리안 남작령은 오른 왕국에 소속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오른 왕국과 페리안 남작에게 권한이 있다.
페리안 남작이 국세만 꼬박 냈다면 전권을 쥐고 있는 셈!
그래서 이주한 몬스터들이 페리안 남작령에 계속 머무르고, 마정석을 얻기 위해서는 그 값어치의 일부를 지불하거나 그에 준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게 된다.
언젠간 몬스터들이 다시 이주를 하기는 하겠지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 모른다. 운이 없다면 탐욕스러운 귀족의 영토로 갈 테고, 그때는 최악의 경우 마정석을 가져가지 못하게 되리라.
데이먼은 적색 마탑과 통신 마법으로 상의했고, 페리안 남작과 거래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쥬페토의 요청에 마탑은 두 손을 들고 반겼다.
쥬페토가 마정석의 대가를 받는 대신 몬스터 토벌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던 마정석은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보통의 마정석이 마나가 고체화되어 한 가지 속성을 띄고 있다면, 이번 것은 무려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속성을 띄고 있는 희귀하고 특별한 마정석이었다.
그 값어치는 동일한 크기와 비교해서 무려 다섯 배를 뛰어넘으며 희귀성으로는 수십 배에 달한다.
한마디로 부르는 게 값인 보물!
마정석을 사들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먼을 보내 가져오게 한 진짜 이유였다.
“흘흘. 도움이라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이건 거래였지요. 거래.”
“하지만 적색 마탑의 지원이 없었다면 병사들이 다수 다치거나 죽었지 않겠습니까?”
그랬다.
놀랍게도 이번 몬스터 토벌에서 죽은 병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친 병사가 조금 있었지만 장애가 있을 정도는 아니니 쥬페토가 마탑의 도움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데이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번 토벌에서 마법사인 자신이 없었다면 적게는 십여 명, 많게는 수십 명이 죽었을 것이다.
영지가 작고 인구가 적은 남작령에서는 엄청난 피해였다.
“저 역시 값을 지불하지 않고 편하게 마정석을 가져가 임무를 마치게 되었으니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였던 셈이지요. 흘흘!”
위의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다.
마탑에서 내려지는 임무는 마법사의 실적에 반영이 된다.
이전까지는 하층에 머물렀지만 이번 실적으로 중층에 올라갈 자격이 생긴다.
본래라면 족히 수년이 지난 뒤에나 가능한 일!
그러하니 데이먼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극히 보기 드물다는 어둠의 마나가 깃든 마정석이니 중층에서 몇 년을 쌓을 실적까지 전부 채워주겠지.’
데이먼은 페리안 남작의 배웅을 받으며 한시라도 빨리 마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편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쌍의 눈이 있었으니.
* * *
‘생각보다 별거 아니잖아?’
마법사가 이 세상에서 희귀하다고 들었는데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아무리 많이 쳐줘 봐야 무림에서 일류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제론의 기준이 터무니없게 높은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보다 아까부터 보이는 저건 뭐야?’
마법사 노인의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날파리 같은 것들이 있었다.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곳마다 그 주변이 살짝 어둠침침해지니 상당히 신경에 거슬렸다.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두 눈에 내공을 불어넣자 크기가 커졌다.
이내 제론이 깜짝 놀랐다.
‘날파리가 아니야?’
외형을 묘사하자면 뭉실뭉실한 꼬마 유령을 검게 칠해서 근엄하고 위엄 넘치는 표정을 짓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팔짱을 낀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운 꼴이 딱 그랬다.
‘저건 뭐 하는 것들이지?’
제론이 신기한 마음에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날파리들이 무언가를 느꼈는지 고개를 휙 돌려 이쪽을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제론과 날파리의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
‘X발! 눈 마주쳤다!’
날파리들이 빠른 속도로 제론에게 날아와 주변을 알짱거렸다.
제론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 모르는 척 딴청을 피웠다.
[방금 눈을 마주친 거 같았는데. 착각인가?]‘뭐야. 날파리가 말도 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