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70)
제70화
70화
“아무튼! 지금부터 이걸 알려줄 거야.”
“일루젼 스네이크 피스트를?”
“혹시 일루젼 스네이크 피스트! …라고 외치면서 주먹을 내지르면 되는 건가?”
두 사람이 낄낄거리며 놀리자 제론이 얼굴을 벌겋게 물들였다.
자기가 지었다는 것을 눈치챈 게 분명했다.
‘이럴 때만 눈치가 빨라 가지고!’
제론은 내심 이를 빠드득 갈았다. 하지만 지금부터 두 명에게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 예정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제론의 성격은 단단히 꼬였다.
쉽게 말해서 꽈배기 빵이 ‘스승님!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라고 애원할 정도로 아주 배배 꼬였다고 보면 된다. 친구들이니까 못된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 생각이지만 도전의 대가는 단단히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아까 내가 하던 거 봤지?”
“어, 어?”
“어떤… 것을 말하는 거냐?”
제론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 두 명은 침을 꿀꺽 삼켰다. 눈빛을 빠르게 교환하고 제론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흠흠. 아까의 일루젼 스네이크 피스트라면 정말 대단했다. 태어나서 그 정도로 뛰어난 주먹 기술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맞아. 진짜로 뱀이 꿈틀거리면서 움직이는 줄 알았다니까?”
뒤에 말한 사람은 로한이다. 녀석은 내공을 사용한 환백산권의 본질을 일각一角조차 보지 못해서 뱀이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아무튼, 두 명의 시도는 매우 훌륭했으나 주제가 잘못되었다.
제론이 두 명에게 고대의 형법 탈리온법을 들이댄 이유가 ‘일루젼 스네이크 피스트’라는 이름을 가지고 놀려서다.
‘그런데 또 꺼내 드네?’
배배 꼬인 심사가 독사의 어금니처럼 날카롭게 벼려졌다.
‘뭐 됐다!’
‘저놈 눈 돌아갔어!’
로한과 카론은 제론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눈이 광기로 번들거리는데 못 알아차리면 이상한 거다.
제론의 숙소를 찾아와서 느낀 짙은 불안감의 정체를 이제야 실감했다.
제 무덤을 팠다.
“젠장.”
“젠장.”
두 명이 동시에 낭패했고 제론이 히죽 웃었다.
* * *
“흐어어어.”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는군.”
일루젼 스네이… 아니, 환백산권을 전수하기 위해 두 명을 열심히 굴렸다. 예정은 천천히 단계별로 1년을 기약했지만 권위에 도전한 대가로 처음부터 빡시게 운동시켰다.
팔굽혀펴기를 손가락만으로 10개씩 3세트. 10분을 쉬고 다시 3세트. 10분을 쉬고 다시 3세트. 마지막으로 1세트.
녀석들의 손가락이 퉁퉁 부었다.
무리해서 운동시켰으니 가볍게 주물러주기도 했다. 복수하는 것과 별개로 손가락을 영영 장애로 만들 생각은 없었으니까.
“쫌생이 녀석.”
“옹졸한 놈.”
“후후. 오늘처럼 또 운동하고 싶다고?”
제론이 음침하게 웃으며 묻자 두 명이 재빨리 말을 바꿨다.
“너의 등 뒤에서 찬란한 광채가 보이는군. 영웅담에서 보면 위대한 영웅이 탄생할 때 그런 광채가 등 뒤에서 나타난다고 들었다. 분명 제론 너는 위대한 영웅이 될 자질이 있다.”
“오오! 위대한 영웅이시여! 마왕을 물리쳐 대륙을 구원하소서!”
뭔가 잔뜩 비꼬는 것 같았지만 이번만 넘어가 주기로 했다.
“앞으로 두고 보겠어.”
제론이 검지와 중지로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가 두 명에게 향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친구들이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두 명이 땀을 씻어 내리고 돌아가자 에르딘 차례가 되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에르딘이 상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표정 한구석에서는 작은 두려움이 보였다.
앞에서 뭐 빠지게 고생한 두 명을 보니 지레 겁부터 먹은 것이다.
* * *
아카데미에서는 6부생부터 본격적으로 대륙의 정세나 귀족의 예법 등 진짜 귀족만이 배울 여러 가지 학문을 교육받는다.
모두가 알다시피 평민으로서 아카데미에 입학한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중에서는 돈을 줘도 배우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제왕학이 있다.
제왕학은 군주가 되기 위한 덕목부터 일개 국가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교육시킨다. 명칭만 제왕학이지 경영까지 합쳐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다음으로는 전투 실습.
졸업부생의 졸업시험은 4부생의 전투 실습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큰 규모로 시행된다.
동원되는 죄수의 숫자만 약 3천여 명!
죄수들의 탈옥을 막기 위해 왕실의 정예 병사들이 6천 명 투입되고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각기 10명에서 20명 가까이 배치된다.
이 정도 규모의 전투 실습은 웬만한 부호라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막대한 자금이 소모된다. 하지만 아카데미에 입학하면 적은 비용으로 전투 실습을 체험할 수 있었다.
예로 든 2가지를 제외하고도 여러 가지 돈을 줘도 배우지 못할 것이 많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기말고사가 끝났다. 졸업부생을 대비한 전투 실습도 무사히 마쳤다. 방학식이 끝나고 학생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윽고 2학기.
카론과 로한은 방학 동안에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피부가 보기 좋게 잘 타서 돌아왔다.
“그간의 성취를 보자꾸나.”
“예, 사부!”
카론과 로한이 체력검정(?)을 하고 환백산권을 펼쳤다.
신체 능력과 무골, 오성 때문에 당연하게도 카론의 성취가 훨씬 더 높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로한은 절대로 몸을 쓰는 일을 하면 안 된다.
무재와 오성을 떠나 신체 스펙이 너무 구렸다. 환골탈태를 하지 않는 이상 일평생 검을 수련해도 오러 익스퍼트 초급이 한계다.
‘영약을 밥처럼 먹인다면 모를까.’
제론이 과거의 무위를 회복해서 환골탈태를 시켜줘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그럴 시간과 내공으로 누나를 환골탈태시켜서 로한을 지키게 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다.
다행인 점은 마법사로서 재능이 뛰어났다. 대마법사가 될 자질까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마법사보다 뛰어난 것은 확실했다.
데르먼 수석 마법 선생님께서 제론 다음으로 탐을 낼 정도였다.
환백산권 시연을 마친 로한이 침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런 내가 열심히 체력단련을 해도 쓸모가 있을까?”
“마법사도 체력이 받쳐줘야 열심히 마법을 캐스팅하지, 멍청아.”
제론이 쯧쯧 혀를 차고 말했다.
“누나한테 질질 끌려다니기 싫다며?”
“그렇지.”
“어떻게든 더 열심히 운동할 생각이나 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잘 사귀려면. 그리고 만약에 내 기준을 못 넘으면 알지? 이 결혼 허락 못 해.”
“그건 횡포야! 독재자 제론을 물러나라! 물러나라!”
“야! 내가 허락 못 한다고 발버둥 쳐봐야 너랑 누나가 짝짜꿍 맞으면 다 소용없어. 게다가 너희 집에서 우리 집에 약혼식을 올리자는 이야기도 했다며?”
“어, 음. 그렇지.”
“에혀. 친구라는 놈이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서.”
로한은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리사욕이 무슨 말인지는 잘 몰라도 혼자서 삽질했다는 건 알았다.
제론이 카론을 보며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나한테는 카론 너밖에 없다. 내 사랑 카론. 나의 고백을 받아줘.”
“난 여자가 좋다.”
“이렇게 차이네?”
카론이 질색하는 표정으로 물러섰다. 제론은 상처받은 얼굴로 에르딘을 쳐다봤다.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에르딘이 냉정하게 말했다.
“저도 여자가 좋습니다. 아, 물론 제론 님이 좋은 건 맞지만 이성적으로는 좀 그렇군요.”
“2연속으로 차였네. 내가 그럼 그렇지.”
“헛소리하지 마. 아카데미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게 너야.”
“그래 봐야 뭐 해. 카론이랑 에르딘한테 차였는데.”
로한은 정말로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너 남색가였냐?”
“그걸 믿냐? 속상하다. 정말.”
제론이 진짜겠냐고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티키타카가 오간 뒤 교실로 갔다.
잠시 후 유한이 아침 조회를 하기 위해 들어왔다.
“이번 학기도 다들 잘 부탁한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유인물을 나눠준다. 2학기 계획표가 적혔다. 대부분 일정이 1학기와 비슷했지만 중간에 전투 실습이 하나 껴 있었다.
“아직도 대륙이 전쟁으로 혼란스럽기 때문에 다들 걱정이 많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으로 시작해서 일장 연설을 펼쳤다.
간략하자면 오른 왕국은 전쟁의 여파에 휩쓸리지 않아서 안전하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도 대륙에 퍼진 전쟁의 불씨도 가라앉을 기미가 보였다.
물론 칼튼 제국은 예외였다.
황태자 계승권 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치열해졌다.
외부에서는 칼튼 제국의 전력이 역사상 최저로 감소할 때까지 전쟁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릴 정도였다.
“……그런 의미로 2학기도 안전하고 무사하게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니 너희들도 선생님들을 믿고 따라와 주기를 바란다. 이상.”
연설을 마친 유한이 학생들의 인사를 받고 교실을 나갔다.
학생들은 떠들썩하게 잡담을 나누다가 시간이 되어 수업을 받으러 이동했다.
로한이 이동하던 도중 말했다.
“그러고 보니 3부생이랑 합동 수업을 한다던데?”
“합동 수업?”
아카데미에서 합동 수업은 좀처럼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같은 학년이면 모를까 다른 학년과는 겹치는 수업이 없기도 했고 선생님이 아프거나 다쳐서 펑크를 내도 다른 선생님이 대신 수업을 한다.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그런데 유인물에 다 적혀 있는 건데 왜 모르냐?”
“안 읽었으니까 모르지.”
“자랑이다. 자랑이야.”
제론이 당당하게 말하자 로한이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3부생 어느 반이랑 하는 건데?”
“당연히 S클래스겠지.”
“그 누구냐… 카론의 동생이 S클래스였던가?”
“아마도?”
로한이 카론을 쳐다봤다.
녀석이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다. S클래스다.”
“저 흐뭇한 표정 좀 봐봐. 내 형과 누나도 S클래스였거든? 심지어 형은 수석으로 졸업했거든?”
“이거 자랑하는 시간이냐?”
제론과 카론이 어색하게 웃으며 헛기침했다.
잠시 후 교실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한 꼬마들이 보였다.
3부생들이었다.
그중에는 카론의 동생 카야도 있었다.
“오빠!”
카야가 카론을 발견하자 벌떡 일어나 해맑게 웃었다.
곧 제론을 발견하고 미간을 가운데로 좁혔지만 찰나에 불과했다.
지난 2년 동안 익숙해진 제론은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
“피이- 아까두 봤잖아요.”
“한 시간이 한 달처럼 길게 느껴지더구나.”
카론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하자 카야가 기뻐하며 미소 지었다.
로한은 그런 남매의 모습을 보면서 질색했다.
“나는 누님 얼굴만 봐도 끔찍하던데. 여동생은 좀 다르나?”
“글쎄. 여동생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제론이 어깨를 으쓱했다.
근래에 들어 부모님께서 밤마다 열심히 힘쓰고(?) 계신 것 같긴 했지만 좀처럼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무공을 익히며 신체가 강건해지자 생긴 부작용이었다.
정확하게는 엄마의 무공이 문제였다.
선술은 신선이 되기 위한 무공이다.
무공도 극에 도달하면 격을 뛰어넘지만 선술은 처음부터 그것을 상정하고 익힌다. 아빠의 씨(?)가 문제라는 게 아니라 엄마의 신체가 내부부터 조금씩 격이 올라가며 생긴 문제라는 거다.
‘뭐 나중에는 괜찮아지겠지만.’
아빠가 더 강해지면 된다.
대충 오러 마스터 정도로 말이다.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동안 학생들이 교실에 바글바글 모여들었다.
잠시 후 선생님이 들어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