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71)
제71화
71화
수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합동 수업이라고 했지만 수업이 전 학년 공통으로 배우는 부분이었고, 기초적인 지식을 재교육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에 6부생은 배웠던 내용을 복습했다.
“…해서 그 사건을 기준으로 대륙의 역사는 새롭게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혹시 질문 있나요?”
“저요!”
“아.”
“그냥 넘어가면 수업 일찍 끝나는데…….”
선생님의 질문에 누군가 손을 들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대부분 3부생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역사 수업을 많이 들어본 6부생들은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알기 때문에 심드렁하니 구경했다.
선생님이 교탁을 두드리며 말했다.
“조용! 아직 수업 안 끝났다. 질문받으려고 일부러 10분 남겼던 거니까 모두 집중들 해. 그래, 질문이 뭔가요?”
“선생님께서는 2천 년 전의 그 사건으로 대륙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예, 맞아요.”
“그런데 일각에서는 800년 전 태양과 인간의 신 ‘솔라’ 님께서 대륙에 강림하신 그날을 기점으로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은 질문이에요. 그 부분은 저도 많이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누구도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못한다고 하고 싶어요.”
“왜 그런가요?”
“‘태양의 교단’이 대륙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교단과 그들이 섬기는 신의 존재 역시 실재하기 때문이에요. 저 역시 ‘솔라’ 님을 믿고 있긴 하지만 다른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아요. 이것에 대해서는 ‘솔라’ 님을 따르는 사제들 역시 같은 생각이고요. 그런데 ‘솔라’ 님의 강신을 기준으로 두면 그들을 무시하는 행위가 될 수 있겠죠? 그래서 ‘태양의 교단’에서도 분란이 생기지 않도록 대안을 내놓은 결과 마도 시대의 종막을 기점으로 역사가 새롭게 쓰였다고 정한 거예요.”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런 내용은 역사를 자세히 파고들거나 신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또 다른 학생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선생님! 그럼 마도 시대는 왜 종막을 했나요?”
“마도 시대의 종막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몰라요.”
선생님은 그 뒤로도 학생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했다.
정확하게 10분이 지나자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고 수업을 마쳤다.
꽤나 흥미로운 주제가 나와서 그런지 학생들끼리 ‘마도 시대는 왜 종막 했나?’라는 질문으로 한참을 떠들어댔다. 하지만 다음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금방 뿔뿔이 흩어졌다.
“그럼 이따가 보자꾸나.”
“항상 식사하시던 자리로 가면 되죠?”
“그래.”
카야가 점심 식사를 함께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제론을 노려본 카야가 총총걸음으로 교실을 이동했다.
카론이 교실을 나가며 제론에게 말했다.
“인사라도 해주지 그랬냐.”
“엥?”
제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쟤 나 싫어하잖아?”
“아이고.”
로한이 탄식했다.
카론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니, 맨날 사납게 노려보기만 하잖아?”
“모르면 됐다.”
“이런 쪽으로는 영 멍청하네.”
제론은 눈치가 없는 건 아니었다. 카야가 자신에게 호감 정도는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너무 꼬맹이였다.
그래서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머리에 피는 마르고 와라.’
로한과 누나가 연애를 하는 것과 자신이 하는 건 다르다.
애당초 꼬맹이들처럼 풋풋한 연애를 할 정신연령이 아니었다.
“그런데 마도 시대는 왜 종막을 고한 걸까?”
“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가지 추측이 있지만 가장 신빙성이 높은 건 신에게 도전해서 신벌이 내려져 망했다는 주장이야.”
“으음. 그건 나도 들어본 것 같아.”
신벌神罰!
신화시대가 종막을 고한 뒤 신의 강림은 흔치 않은 일로 변했다.
지난 2천 년을 뒤돌아봐도 ‘솔라’를 비롯해 여러 신의 강림은 모두 합쳐봐야 한 손에 겨우 꼽을 정도로 적었다. 하지만 신이 강림을 하지 못한다고 보기보다는 강림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건이 만족해야 한다고 봤다.
‘아마도 신이라고 불리는 만큼 신을 몸에 담을 육신의 문제도 있겠지.’
강대한 힘을 감당하기 위해서 그 힘을 품을 육신이 필요하다.
신화시대나 마도 시대에는 여러 종족이 어우러져 살아갔으니 그런 육신이 흔할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물론 학자들의 뇌피셜이다.
진짜로 그랬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2천 년을 넘게 살아가는 종족은 전설의 드래곤을 빼면 없다.
아무튼, 신과 인간이 어울려 살았고 반신의 존재도 많았기 때문에 마도 시대에는 신이 되기 위해 도전하는 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진실로 그랬다면 신의 분노를 사서 멸망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잡담을 나누는 사이 다음 수업의 교실에 도착했다.
유한의 검술 수업이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전투 실습이 있을 거다. 유인물을 확인했다면 알겠지만 1학기 전투 실습과는 조금 다를 거다.”
1학기 전투 실습이 군대의 운영을 시각으로 체험했다면 2학기 전투 실습은 1천 명의 죄수를 반으로 갈라 영지전-땅따먹기라고 보면 된다-을 하는 것이다.
4부생 때처럼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아카데미 선생과 왕실의 기사, 마법사가 배치된다.
“…때문에 수업시간이 아니더라도 검술 수련을 꾸준히 하라고 말하고 싶다.”
유한은 짧게 말을 마치고 수업을 진행했다.
“모두 목검을 들고 ‘데카르트 제식 검법’을 시작해라.”
‘데카르트 제식 검법’은 기사의 종자가 되거나 기사단에 들어가면 배울 수 있는 모든 기초 검술이 총망라된 중급 수준의 검법이었다.
기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며 필수적으로 배운다고 보면 된다.
로한처럼 몸 쓰는데 재능이 없는 학생들은 목검을 휘두르는 모습조차 어설펐지만 아카데미에서는 그런 학생들을 미리 확인해서 리스트로 작성해뒀다.
“제론.”
“예, 선생님.”
“수업이 끝나면 교무실로 올 수 있겠니?”
유한이 슬쩍 주변 눈치를 보더니 다른 학생들 몰래 말했다. 학기 중에 가끔씩 제론을 부르는 일이 있었는데 주로 검술을 수련하다가 막힐 때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아니.
저렇게 조심스럽게 묻는 걸 보니 100프로 확실했다.
‘이걸 어쩐다?’
유한의 검술은 오래도록 벽에 막혀 있었다. 입부생 때 새로운 세상을 살짝 엿봤지만 학생들이 위험해질까 봐 스스로 포기했고, 오우거와 싸우며 살짝 뚫린 듯했지만 완전히 뚫지 못해서 오히려 더욱 난해해진 느낌이었다.
그런 적이 있지 않던가?
아예 몰랐을 때보다 어렴풋이 알 것 같을 때가 더욱 힘든 거 말이다. 유한의 현 상태가 딱 그랬다. 더군다나 몇 년 동안 정체되어 있으니 오죽 답답할 노릇이리라.
“제가 저녁 먹기 전에 갈게요.”
“고맙구나.”
유한이 환하게 웃었다.
사나운 맹수가 먹잇감을 완벽히 사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미소처럼 느껴졌다.
‘빚을 져서 손해 볼 건 없지.’
제론도 계산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유한의 영향력은 아카데미 내에서 상당했으니까.
그 뒤로 모든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갔다.
유한은 제론이 찾아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는지 제론의 모습을 발견하자 무척이나 기쁜 미소를 지으며 어서 오라며 손짓까지 했다.
음료를 내주며 질문세례를 했다.
“내 검술은 무겁다. 그런데 꼭 무거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
“무거움 속에 변화를 담으면 되죠.”
무림에서는 흔한 방식이었다.
이쪽 세상에서는 존재하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아!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구나. 그럼 무거움 속에 변화를 담고 가벼움까지 담을 수는 있을까?”
“물론이죠. 세게 휘두르다가 잠깐 힘을 빼면 가벼워지잖아요. 그때 변화를 일으키는 거죠. 선생님, 고정관념을 버려야 새로운 하늘이 보이는 거예요.”
“고정관념을 버린다! 세게 휘두르다가 힘을 뺀다!”
유한은 제론의 말을 여러 차례 곱씹었다.
그 뒤로도 계속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무언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는 했는지 오러 홀에서 막대한 기운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예전처럼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무아지경에 든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오러 마스터가 되지 못한 거지만.’
한 번 놓친 기회는 또다시 오지 않는다.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그게 쉬울 리가 없었다.
그래도 유한은 운이 좋은 편이다.
제론을 만나지 못했다면 적어도 10년은 더 벽에 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테니까!
‘귀찮은데 그냥 확 질러버려?’
솔직히 제론은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불려지는 게 귀찮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아카데미 생활.
나름 추억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야, 아니야.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속가제자를 한 명 만든다고 생각하면 됐다.
비록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 늘그막 한 나이에 가볍게 가르치는 제자를 두는 건 무림에서 흔한 일이었다.
“……고맙다. 덕분에 새로 깨달은 것이 있구나.”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에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혹시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하려무나.”
“마음만으로도 감사해요.”
“천만의 말씀! 아카데미 계약이 끝나면 페리안 남작가의 기사가 될까 생각도 하고 있단다.”
“제가 아니라 형이 차기 영주인데요?”
“그게 무슨 상관이냐. 은혜를 받았으니 갚아야지.”
제론은 더 말하지 않고 애매하게 웃으며 교무실을 벗어났다.
도중에 정령술 선생님 제이나와 마법 수석 선생님 데르먼에게 한 번씩 붙잡히긴 했지만 저녁을 먹어야 한다고 말하자 아쉬웠는지 입맛을 다시며 놓아줬다.
에르딘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가니 카론과 로한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 카야도 있었다.
제론을 본 카야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모르는 척 넘어갔다.
‘정령술도 배우긴 해야 하는데.’
저녁 식사를 하며 제론이 생각했다. 네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기는 했지만 100프로는 아니었다. 신체 부위에 둘러서 무기처럼 활용하는 방법도 제이나의 수업을 통해 알아낸 것이다.
‘따로 제이나 선생님을 찾아가 볼까?’
아마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언제 자신을 찾아오나 빤히 쳐다보며 기대하는 그녀였다.
‘마법은 몰라도 정령술은 좀 더 알아보긴 해야 하는데.’
수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령을 다루는 진짜 기술은 정령사 개인의 비기였다.
제이나의 제자가 된다면 엄청난 기술들을 잔뜩 배울 수 있겠지만 사제의 관계로 묶이게 된다. 그건 또 싫었다.
“아, 복잡하다.”
“뭐가 복잡해?”
“이것저것 다! 시간은 없는데 할 건 많고. 몸이 하나로는 부족해. 마법을 배워서 분신술이라도 써야 하나? 음. 생각해보니 좋은 방법이네.”
“네가 2명이라고 하니까 끔찍하다.”
“공감한다.”
제론이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괴상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렇게 전투 실습이 코앞으로 닥쳐왔다.
* * *
“무릎 꿇고 애원해도 안 봐준다?”
“몸을 쓰는 건 몰라도 지휘관으로서는 솔직히 내가 너보다 낫지.”
제론과 로한이 서로를 쳐다보며 히죽 웃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