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72)
제72화
72화
두 명 모두 자신이 있었다.
제론은 무림의 30년 경험을 갖고 있었고 로한은 가문에서 어렸을 적부터 배운 교육으로 병사를 운영하는 방식이나 전략에 지식이 있었다. 500명 규모의 병력을 운영해본 경험은 두 사람 다 없었지만 무지한 것보다는 나았다.
사실 둘 중에서 누가 더 낫냐고 묻는다면 제론이 더 낫다고 봐야 했다.
로한이 어려서부터 가문의 교육을 받았다고 하지만 제론의 30년 무림 경험은 생과 사를 가르는 철저한 실전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림인의 싸움은 군대의 싸움이 아니었고 전략적이라기보다는 대규모의 패싸움에 불과했다.
그래서 제론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물론 제론이 직접 싸움에 나선다면 다르겠지만 로한으로서는 운이 좋게도 전투 실습-모의 영지전이었고 영주로서 각기 제론과 로한이 임명되었다.
로한은 몸을 쓰는 것이 영 젬병이고 제론은 너무 강해서 유한이 각기 차출한 것이었다.
아무튼, 덕분에 두 사람은 내기를 하게 되었다.
모의 영지전에서 승리한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제론과 로한이 뜨겁게 불붙은 이유였다.
“제론, 미안하게 됐다. 이번만큼은 전력으로 너를 쓰러트리겠다.”
“침대로?”
카론이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경고하자 제론이 피식 웃으며 묻는다.
주변의 모두가 당혹스럽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제론을 쳐다봤다.
“다들 무슨 생각하는 거야? 맨바닥에 쓰러트리면 아프니까 푹신푹신한 침대로 쓰러트릴 거냐고 묻는 건데. 혹시 다들……?”
제론이 주변을 둘러보자 모두가 시선을 피했다.
몇 명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모두 여학우들이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제론도 그런 여학우들의 시선을 차마 마주보기는 힘들어서 은근슬쩍 피했다.
‘항마력 딸린다.’
농담으로 던진 말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 몰랐다.
카론마저 살짝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장난이야. 장난. 나는 여자가 좋다고.”
“장난이라면 다행이지만… 혹시나 그쪽 취향이라면 나한테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카론이 진지하게 말했다.
제론은 눈을 질끈 감으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곧 유한이 와서 각자 자리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왕실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죄수들을 통솔해 진영을 나눴다.
그사이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주의사항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학생들끼리는 최대한 결투를 피하고…….”
‘에단의 은신처’와는 상황과 환경이 달라서 통제가 어렵지 않았다. 모의 영지전은 S클래스를 주축으로 A클래스까지만 직접 참가를 허가하고 나머지는 관전을 한다. 학생들 숫자가 많아서 보직을 전부 맡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클래스별로 특혜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S클래스 20명과 A클래스 50명만 각자 보직을 맡아 영주부터 일반 병사-최소 십인장-으로서 모의 영지전을 치른다.
모의 영지전이 시작되자 제론은 말고삐를 당겨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로한이 움찔했지만 곧 앞으로 나와 마주 봤다.
“항복을 하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어림없는 소리! 그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군. 항복해라. 그러면 네 목숨과 식솔들의 목숨을 보장해주겠다.”
“하하!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는군. 협상의 여지가 없어 보이니 뒤늦게 후회하더라도 봐주지 않는다.”
“흥! 누가 할 말을!”
“…….”
“…….”
제론과 로한의 갑작스러운 상황극에 모두가 잠시 당황했다.
안전을 위해 중간중간 배치된 왕실의 기사들과 아카데미 선생님들이 두 명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어린아이들끼리의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피식피식 웃고 넘어갔다.
물론 제론과 로한은 세상 진지했지만 말이다.
“카론 경.”
로한이 진영으로 돌아가 카론에게 지시했다.
“모조리 박살 내도록!”
“명을 받듭니다. 앞길을 막는 모든 악적에게 신의 철퇴를 맛보게 하겠습니다.”
카론은 검을 가슴 앞에 세우고 맹세했다.
마찬가지로 진영으로 돌아간 제론이 카론을 보며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하필이면 친한 친구 두 명이 다 적군이었다.
‘1왕자와 공작가 차남을 부하처럼 다룰 기회가 흔치 않은데. 아쉽네.’
사실 진짜 목적은 이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부하로 써먹을 장기 말은 많았다.
“테디 경.”
“예스, 마이 로드!”
조금 살집이 푸짐하지만 나름 학년 중에서는 키가 큰 편에 속한 크로시온-푸짐한 살점 때문에 테디라고 불린다-이 힘차게 외쳤다.
상정 외의 녀석이 상황극을 맞춰주자 제론은 내심 당황했지만 담담하게 지시를 내렸다.
“모조리 짓밟아 승리의 깃발을 내 앞으로 가져오도록.”
“명을 받듭니다!”
크로시온-일명 테디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세게 쳤는지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모습을 보니 살짝 미심쩍었지만 S클래스에서 5번째로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녀석이었다.
검술 수련을 할 때 제론과 카론 다음으로 유한의 관심을 끈 녀석이기도 했다.
뿌우우우우우-!
진격의 나팔이 불어졌다.
각 진영의 죄수들 500명이 진격했다.
와아아아아-!
죄수들의 기세가 사나웠다.
당연했다.
그들에게는 형벌의 감면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살아남아야 하지만 말이다.
학생들은 죄수들을 공격해도 된다. 하지만 반대로 죄수들은 학생들을 공격하면 안 된다. 학생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순간 곳곳에 배치된 왕실의 기사들과 선생님들이 그 죄수를 죽인다.
‘인권이 참 거시기해.’
제론은 이 세상이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야 마땅했다. 저들 모두가 최소한 10년 이상의 징역을 살아야 하는 범죄자였으니까.
제론이 그런 생각을 하며 지켜보는 사이 죄수들이 격돌했다.
“죽여! 전부 죽여버려!”
“아카데미 꼬맹이들은 최대한 피해서 저쪽 새끼들만 죽여야 해!”
“살아남으려면 죽여!”
“최소한 3년은 감면받는다!”
죄수들이 처음부터 눈에 독기와 광기를 띠고 싸웠다.
학생들은 그들의 독기와 광기에 두려워하는 듯하였으나 처음에만 그랬다. 자신들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신하자 사정없이 검을 휘둘렀다.
죄수들은 학생들을 피해서 움직였다.
무조건 피하지는 못하니까 공격을 회피하거나 막으면서 상대편 죄수들을 공격했다.
“슬라임 경!”
“테디 경! 슬라임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제론 측 기사들이 뭉쳐서 돌진했다.
어설픈 승마술이었지만 백병전에서는 엄청난 위압감이었다.
“좌측 진영이 뚫렸습니다!”
“우측에서 50명의 적군이……!”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었다.
죄수들의 피해는 순식간에 수십 명으로 늘어났다.
전부 죽거나 다친 사상자들이었다.
전투에 방해가 되었지만 방치했다. 모의 영지전이라고 하지만 실전을 방불케 했다. 전쟁 중에서 바로바로 시체를 치우는 곳은 없었다. 하지만 다리가 다친 죄수들은 왕실의 병사들이 조심스럽게 옮겼다.
더 이상 전투를 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죄수들은 계속 전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계속 할 수 있다고!”
“헛소리하지 마.”
“진짜라고! 보여줘?!”
“한 번 더 헛소리하면 죽인다!”
“젠장! 감면의 기회가 이렇게 날아가다니!”
중도에 탈락하면 감면도 함께 날아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외는 없었다.
모의 영지전이 끝날 때까지 두 발로 서 있는 죄수만 형벌이 감면된다.
“큭!”
“테디 경. 경의 실력은 훌륭하나 아직 나를 쓰러트리기에는 부족하다.”
테디가 카론의 검술을 견뎌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다친 건 아니었다.
몇 번의 접전 이후 카론이 테디의 검을 날려버린 것이다.
학생들은 무기를 놓치면 탈락으로 간주해서 테디는 양손을 번쩍 들고 전장을 벗어났다.
“이대로는 지겠는데.”
제론은 살짝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카론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검술도 함께 봐주면서 생긴 부작용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중에 알려줬을 텐데.
게다가 로한의 병사 운영도 제법 뛰어났다.
‘이래서 무림인들은 안 된다니까.’
더 센 놈만 있으면 이기는 싸움.
전략 전술은 1도 필요 없는 힘의 싸움.
무림의 전쟁이란 그런 것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제론이 말고삐를 당기며 출진했다.
“어, 어어?”
로한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당황했으나 제론처럼 앞으로 나서지는 못했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체력이 붙기는 했지만 검술은 여전히 젬병이었다.
정확하게는 몸을 쓰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이 그랬지만 말이다.
“상대편 영주가 출진했다!”
“영주를 붙잡으면 우리가 승리한다!”
죄수들의 눈이 돌아갔다.
영주가 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처를 입히지는 못하지만 생포는 가능했다. 얼마의 피해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승리를 한 진영의 죄수들은 반절의 형벌을 감면받는다.
눈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호오. 기마술이 훌륭하군요.”
한 기사가 눈을 반짝였다. 제론이 말을 움직여 빠른 속도로 로한을 향해 돌진하는데 누구도 막아서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제론은 돌진하면서 죄수들을 모조리 베어냈다.
죄수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죽은 자들은 없었지만 전투를 속행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젠장! 이거 너무 불리하잖아?”
“공격만 할 수 있었다면……!”
죄수들이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제론을 공격할 수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기마술이었다.
물론 모두의 착각이었다.
말을 타고 있는 것보다 타지 않는 것이 더 편했다.
제론이 마음만 먹었다면 달라질 것은 1도 없었다.
“쟤가 바로 제 학생입니다.”
유한이 흐뭇하게 지켜보며 말했다.
그사이 제론은 로한 측 진영의 학생-기사들을 모조리 검을 놓치게 만들었다. 카론이 재빨리 돌아와 제론을 막아섰지만 마찬가지로 1초도 막지 못했다.
순식간에 로한의 코앞까지 도착한 제론.
“히익!”
로한이 코앞으로 겨눠진 검을 보자 양손을 번쩍 들었다.
로한의 양옆에 있던 학생들이 재빨리 백기를 들었다.
항복한 것이다.
“그만! 모의 영지전을 마친다!”
“모두 멈춰!”
“싸움을 멈춰라!”
백기를 들자 왕실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죄수들에게 외쳤다. 광기로 지배되어 싸움을 멈추지 못한 죄수들은 모두 힘으로 제압되었다. 곧 정신을 차리자 희비가 엇갈렸다.
제론 측의 죄수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로한 측의 죄수들은 낙담했다.
제론은 로한에게 겨눴던 검을 내리며 말했다.
“내가 이겼네?”
“젠장! 젠장!”
로한이 발을 동동 굴렀지만 패배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뻔뻔하지는 않았다.
카론이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아쉽게 되었군.”
“나를 이기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백만 년은 일러.”
“네가 대단한 실력을 가진 건 알고 있지만 꼭 싸움으로 이기라는 법은 없지.”
“그래! 너의 누나는 내 여자 친구야! 내가 너의 누나랑 결혼하면 손윗사람이지! 푸하하하하!”
로한이 당당하게 외치자 제론과 카론이 한심하다는 듯 녀석을 쳐다봤다.
“나는 저렇게 이기고 싶지는 않군.”
“많이 이겨라.”
제론과 카론이 한 마디씩 던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