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74)
제74화
74화
“20살이면 6년 남았네요?”
“아차!”
아빠가 손으로 이마를 짚으셨다.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나?
성년식을 치르는 나이는 18살.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3년이 지난 뒤였다. 하지만 성년식을 치러 성인으로 인정받는다고 해서 모두가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제론이 20살이라는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이유.
법적으로 술을 마시고 책임을 질 나이가 18살이라는 것이지 육체가 제대로 성인에 가까워지는 나이는 20살부터였다.
‘그전까지 그릇을 완성시켜야지.’
과거의 무공을 전부 회복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 않을 정도가 될 때까지 수련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지금이 약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푸른 바람의 늑대’라고 불리는 위대한 오러 마스터 시무르 칸과 다시 싸운다고 해도 100프로 승리를 장담했다.
이 역시 시무르 칸이 약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까지 제론이 봐온 강자 중에서 2번째로 강했다.
첫 번째는 물론 교장 선생님 아브람이었고 말이다.
제론은 예상했다.
‘그 녀석처럼 어설픈 오러 마스터가 아니라 진짜 제대로 된 오러 마스터도 있겠지.’
대륙은 넓기에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강자가 존재할지 모른다. 또한 전설적인 존재와 신화 속에 존재하는 신적인 존재가 실재했다.
‘전력을 다해도 부서지지 않을 신체를 완성시킨다.’
20살이 되기 전까지 제론의 목표였다.
생각을 정리한 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20살이 되면 약속대로 여행을 갈게요. 그때까지는 조용히 살고요.”
“끄응.”
아빠가 앓는 소리를 냈다. 엄마도 옆에서 안절부절못한다. 하지만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번복할 수는 없으리라.
약속도 약속이었지만 제론의 결심이 그만큼 확고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형과 누나가 상황이 퍽이나 재밌었던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지켜볼 때였다.
에르딘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안 됩니다.”
“네가 왜?”
“저 없이 제론 님 혼자서 여행을 보낼 수 없습니다.”
“오러 마스터가 되면 데려간다니까?”
“그건 제가 정합니다.”
“……?”
제론이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에르딘은 콧김을 뜨겁게 뿜어내며 말했다.
“제 눈에 흙이 들어가도.”
잠시 말을 멈췄다.
쭈그려 앉은 제론이 땅에서 흙을 주섬주섬 모으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왜? 계속 말하지.”
“…들어가도 안 됩니다. 아무튼 안 됩니다. 절대로 안 돼요. 저를 떨어트리고 가실 거면 차라리 죽이세요.”
제론이 쳇 하고 아쉬운 소리를 내며 손에 쥔 흙을 버렸다.
“아직 6년이나 남았어. 그전까지 네가 하는 거 보고 결정할게.”
“정말입니까?”
에르딘이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제론은 억울하다며 말했다.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본 적 있어?”
“예, 많습니다.”
“하긴. 거짓말이 한두 개여야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누나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제론이 누나를 잠깐 노려봤다.
* * *
상황은 흐지부지 넘어갔다.
가족 모두가 말에 꼬리를 이어가다 보면 며칠 밤낮을 지새워 대화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한 가지였다.
20살이 되면 제론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다. 형과 누나도 섭섭하고 아쉬워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부모님처럼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얼마 전에 형이 정식으로 소영주로 부임했다고 했지?’
형은 2년 전에 성년식을 치르고 올해 정식으로 소영주로 부임했다. 명실상부 차기 남작이 된 것이다. 그래서 아빠의 업무를 대부분 위임받아 매일 밤마다 서류의 산더미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들었다.
‘고생하네.’
다행히도 형의 내공이 벌써 25년 어치나 됐다. 형과 심룡연단신공의 궁합이 잘 맞아서 11년 만에 25년 어치의 내공을 쌓은 것이다. 사실 말도 안 되는 빠른 속도였다. 1년의 시간 동안 1년의 내공이 쌓여야 하는 심룡연단신공이었으니 말이다.
‘4년 후까지 알려줄 수 있는 건 전부 다 알려줘야지.’
그것은 누나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성년식을 치른 누나는 형처럼 직무를 맡아 수행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언하트 공작가와 약혼식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약혼을 하고 결혼까지 이어진다면 페리안 남작가를 떠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대충 4년 뒤로 예상하고 있었다.
로한이 그해 성년식을 치르기 때문이다.
‘항상 그렇지만 역시 누나가 골치네.’
형은 몰라도 누나한테 4년 뒤까지 다 알려줄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4년으로는 부족하다. 누나의 오성과 집중력은 형처럼 뛰어나지 못하다.
정확하게는 형이 뛰어난 거지만 말이다.
아무튼 누나는 오성은 둘째 치더라도 집중력이 너무 산만했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딱 달라붙어서 수련시켜야 하나?’
누나가 알았다면 학을 뗄 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의 누나는 어중간하게 강한 상태다. 이쪽 세상의 경지로 표현하자면 오러 익스퍼트 초급에서 중급 사이다.
숲이나 산이라면 오러 익스퍼트 중급에서 상급 사이의 힘을 낼 수 있겠지만 아이언하트 공작가로 간다면 그런 환경에서 싸울 일은 1프로도 되지 않는다.
‘오러 익스퍼트 중급 정도면 약한 건 아니지만 어중간해도 너무 어중간해.’
막말로 오른 왕국이 국가적 전쟁을 벌이고 아이언하트 공작가가 공격을 당했다면 누나가 스스로 제 몸을 지킬 힘 정도는 있어야 한다.
아이언하트 공작을 죽이거나 붙잡기 위해 수천 명의 병사들이 들이닥칠 건데 누나한테만 보호가 집중될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제대로 된 실전을 겪어보지 못했다면 두말할 것도 없었다.
실전을 겪어본 일류 무인과 실전경험이 없는 절정 무인이 싸운다면 어떻게 될까?
무림에서는 위의 의문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고 실제로 실험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비무는 절정 무인이 승리했고 생사결은 일류 무인이 승리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비무는 서로의 무공을 겨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생사결은 말 그대로 죽거나 죽이는 싸움이었고.
일류와 절정의 수준 차이가 컸지만 경험의 차이가 승부를 결착 냈다.
즉, 누나도 기사급 적에게 노려진다면 똑같다는 뜻이다.
‘결혼생활이야 어련히 잘 하겠지.’
누나의 활발한 성격이라면 아이언하트 공작가로 가서도 이쁨을 받으며 잘 지낼 것이다. 그래도 살짝 걱정이 되기는 했다.
왜냐고?
동생이니까.
가족이니까.
제론에게 가족은 애틋한 존재였다. 처음으로 갖게 된 귀한 보물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더 주고 싶었다.
‘물론 누나는 그냥 자신을 괴롭히는 끔찍한 동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물론 진담은 아니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끔찍한 동생인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반대로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누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 미리 각오라도 하라고 가서 말해줘야지.’
제론이 벌떡 일어나 누나를 찾아갔다.
“누나.”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화들짝 놀라는 누나의 기척이 느껴졌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누나가 고개만 쏙 뺀다.
“왜 왔어?”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역시 짐승녀다.
불길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사실을 벌써 깨달은 것이다.
제론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씨익 웃었다.
누나의 표정이 꽤나 볼 만하게 변했다.
* * *
기나긴 방학이 끝났다.
아카데미로 돌아간 제론을 반기는 것은 졸업시험이었다.
“반갑지는 않은데?”
“왜 그리 뚱한 표정이야.”
“아카데미 졸업하면 너희랑 자주 못 보잖아.”
“우리 제론이 그런 기특한 생각을?!”
로한이 화들짝 놀란다. 카론도 저 말이 다소 의외였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두 명을 보며 제론이 투덜거렸다.
“아카데미 생활도 다 추억이야. 나중에 생각해보면 행복했었던 기억으로 남는 거지.”
“아저씨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로한이 핀잔을 주자 제론이 또다시 옹알옹알 투덜거렸다.
카론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이럴 때 보면 너도 우리랑 같은 또래처럼 느껴져.”
“아, 그래?”
제론이 어색하게 웃었다.
나름 어린 척 잘 연기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옆에서 로한이 날카롭게 본질을 파악했다.
“어린애처럼 구는 어른 느낌.”
“맞다. 나도 그렇게 느낄 때가 많아.”
“지금은 우리도 늙어서 그런지, 그런 느낌은 좀 적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종종 나.”
“우리가 늙었나?”
로한의 말에 카론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막 15살이다.
늙었다고 표현하기에는 많이 빨랐다.
어른들이 들었다면 기가 차서 콧방귀를 뀌었을 것이다.
“애늙은이같이 말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그새 복수냐?”
제론이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졸업시험 내용이 나왔다.
1학기에 시행되는 1차 졸업시험은 몬스터 토벌에 관련된 이론평가였고 2학기에 시행되는 2차 졸업시험은 실전평가였다.
형과 누나한테 듣기로는 졸업시험 내용이 각기 달랐다.
형은 국가적 규모 전쟁이었고 누나는 반란이 일어났을 경우였다.
어린이들한테는 다소 무거운 주제였지만 입학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최소한 어느 정도 부를 이룬 집의 아들과 딸이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대비개념으로 정한 것이었다.
졸업시험의 특징은 철저한 상황극이라는 점이다.
형의 졸업시험은 편을 갈라서 상황극을 펼치면 끝이었지만 누나의 졸업시험은 반란군 역할을 왕실의 기사들과 병사들, 그리고 죄수들이 했다.
이번 제론의 졸업시험은 몬스터 토벌이었다. 다만 페리안 영지에서 이루어졌던 몬스터 토벌보다 규모가 컸다.
본래라면 ‘에단의 은신처’가 장소로 정해졌겠지만 지난번 오우거 소동으로 몇 년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채택된 장소는 페리안 남작령에서 더욱 남서쪽으로 가면 나타나는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이었다.
그 이름은 에버로스트EverLost 산맥!
수많은 몬스터 종이 살아가기로 유명한 거대 산맥이었다.
유한이 졸업시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통제만 잘 따른다면 에버로스트 산맥에서 주의할 점은 딱히 없다.”
졸업시험이라고 해서 산맥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산맥의 곁줄기를 따라 움직이며 죄수들로 몬스터를 유인해서 토벌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위와 같았다.
‘에단의 은신처’의 소동을 발판삼아 더욱 철저하게 주변을 살피고 확인한 것은 당연했다. 또한 투입되는 병력도 훨씬 많았다. 유한의 말처럼 통제만 잘 따른다면 큰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2차 졸업시험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는 걸로 하고.”
유한이 말을 끊으며 교실 밖으로 신호를 줬다.
아카데미 관계자들이 두꺼운 책을 잔뜩 들고 들어왔다.
쿵-!
바닥에 내려놓자 묵직한 소리가 교실 안에 울려 퍼졌다.
“……!”
학생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유한이 책 한 권을 표지가 보이게 들었다.
“‘몬스터 대백과’라는 책이다.”
그리곤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미 예상한 것 같지만 1학기 졸업시험은 이 책으로 한다.”
페이지가 900장은 넘을 정도로 두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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