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75)
제75화
75화
내용은 제목 그대로였다.
수백여 종의 몬스터에 대한 정보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어느 용감한 한 학생이 책의 장수를 확인해보니 1,109장이었다.
쪽으로 치면 2,218.
그 어마어마한 분량에 모두가 치를 떨었다. 심지어 ‘몬스터 대백과’에는 지금 존재하지 않은 전설상의 몬스터나 신화적인 존재도 있었다.
제론은 내심 반색했다. 20살이 되면 고대 유적과 던전 탐사를 목표로 여행하려고 했다. 최대한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몬스터 대백과’는 무척이나 좋고 필요한 책이었다.
바로 그때 유한이 말했다.
“신화 속의 몬스터와 전설상의 몬스터는 시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신화와 전설 속의 몬스터는 현시대에 존재하지 않다고 알려져서 상대법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몇몇 존재는 대륙 어딘가에서 드물게 흔적이 발견되고는 하지만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다면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넘긴 것이다.
“몬스터를 상대하는 방법은 어디서 찾아요?”
책을 대충 훑어보던 학생이 물었다.
유한이 대답했다.
“도서관에 가면 있다.”
졸업부생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합쳐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많아 그냥 책을 통째로 외워도 된다. 하지만 몬스터의 정보만 안다고 해서 시험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애당초 1차 졸업시험 주제가 ‘몬스터 토벌’이었다.
책의 내용만 달달 외우는 것으로 모자랐다.
몬스터를 토벌하려면 상대하는 방법도 알아내야 한다.
유한은 그 자료가 도서관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학생들은 그 뒤로 매일 도서관에 가서 몬스터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찾아야 했다. 몬스터의 종류가 워낙 많아서 하루 종일 틀어박혀도 십여 종을 파악하는 게 한계였다.
상대법에 대해 나온 책의 권수가 많지 않아서 일정한 주기로 돌려서 보거나 모여서 읽어야 했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1학기 졸업시험 당일.
예고했던 것처럼 ‘몬스터 대백과’라는 책에 나온 몬스터로 시험을 치렀다.
“‘놀을 퇴치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시오.’라고? 생각보다 쉬운데?”
“‘고블린 부락을 토벌하기 위한 최소한의 병력 숫자는?’도 쉽네.”
문제의 수준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라고 생각했다.
“‘트롤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서술하시오.’는 조금…….”
부터.
“‘바실리스크 꼬리의 길이는?’는 뭐야?”
다소 엉뚱하게 느껴질 법한 문제까지 다양했다.
책을 통째로 외운 제론은 정답을 쭉쭉 써 내렸다. 도서관에서 찾은 자료로 상대법까지 완전히 숙지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수석으로 졸업하는 거 아냐?’
사실 이번 시험을 0점 맞아도 수석 졸업은 확정이었다.
물론 2학기 졸업시험인 실전평가까지 0점을 맞으면 다른 결과가 나오겠지만 제론은 자신이 있었다. 아니, 당연히 100점을 맞아 수석으로 졸업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흐어어.”
“시험 잘 봤냐?”
시험이 끝나고 늘어진 로한에게 다가가 제론이 묻는다.
“아니. 글러 먹었어.”
“맨날 그러면서 100점 맞잖아. 너.”
“맨날은 아니고. 맨날 100점이었으면 너보다 더 성적이 좋았겠지.”
“넌 실전에서 점수가 떨어지니까 그렇지. 그래도 이론은 나만큼 하잖냐.”
“와! 대박 재수 없어.”
로한이 경악하며 바라봤다.
옆에서 함께 늘어져 있던 카론도 고개만 겨우 까딱거렸다.
놀라운 반전은 카론이 로한보다 성적이 높다는 것이었다.
“방학 때는 뭐 하게?”
“집에 가야지.”
제론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런데 로한과 카론은 아카데미에 남는다고 말했다.
“왜?”
“2차 졸업시험 준비하게.”
“저런. 나는 그런 거 안 해도 괜찮은데.”
“진짜 재수 없다.”
“공감.”
제론은 낄낄 웃었다.
방학식이 끝나자 카론과 로한의 배웅을 받으며 페리안 남작령으로 돌아갔다.
사실 꼭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형과 누나에게 무공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돌아갔다. 옆에서 수련시키면 효과가 좋았다.
더불어서 에르딘도 훈련시켜야 했다.
20살이 되면 어떻게든 함께 여행을 가겠다고 하니 최대한 속성으로 가르쳤다. 방학이 끝나고 돌아오자 좀비처럼 축 늘어진 두 친구가 제론을 반겼다.
방학 동안에 이리저리 돌아다녔는지 피부가 보기 좋게 그을렸다.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아서 몸도 제법 다부져졌다.
“자, 운동하자.”
“돌아오자마자 그 소리냐?”
“재수 없어.”
제론의 말에 두 명이 치를 떨었다. 하지만 두 발은 자연스럽게 운동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제론이 온다는 말에 운동을 뒤로 미루고 마중부터 했기 때문이었다.
두 명은 아침에는 운동장을 뛰고 밤에는 무공을 배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2학기 일정은 제법 빠듯했다. 2차 졸업시험이 실전평가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직접 전투를 치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을 비롯해 학문과 관련된 기초 수업은 6부생을 마지막으로 더는 배우지 않았다.
1학기에도 검술이나 마법, 정령술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물론 마법사나 정령사가 된 학생은 없었다. 아카데미에서 거기까지 편의를 봐주지는 않으니까. 어디까지나 지식의 전달을 주목적으로 한다. 유일하게 예외가 검술인 것이다.
2학기는 검술을 중심으로 배웠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은 하지 않았다.
2차 졸업시험이 실전평가였지만 살아서 펄떡거리는 몬스터와 싸우는 건 아니다. 반쯤 죽어서 사지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반 시체를 상대로 칼을 찌른다. 그래서 아카데미에서도 졸업부생의 졸업시험은 굉장히 생소하면서도 귀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왕실의 병사가 대거 지원되니 안전하기까지 하다.
‘에단의 은신처’에서 큰일이 생겼다면 그 인식이 달라졌을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마냥 아카데미 안에서 검술만 배운 건 아니었다.
선생님들이 인솔자로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 고블린이나 코볼트가 자주 출몰하는 곳에서 몬스터 사냥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왕실의 병사들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갔다.
“하암.”
“이렇게라도 밖에 나오니 좋네.”
“몇 년 전에 그 사건만 없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래도 죽은 사람은 없었잖아?”
“죄수들이 거의 다 죽었다잖아.”
“그놈들은 죽어 마땅하고!”
병사들은 아카데미 수업을 지켜보며 ‘에단의 은신처’에서 벌어진 소동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아무래도 몇 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종종 거론이 되는 모양이었다.
‘좀 이상하긴 하지.’
제론도 그때를 생각하면 종종 의혹이 솟아났다. 알아보니 근처에서 영역을 갖고 있는 오우거는 없었다고 했다.
말은 즉, 확인하지 못한 먼 곳에서 ‘에단의 은신처’로 오우거가 스스로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우거는 특성상 부모의 품을 떠나면 산 한 개 혹은 숲 한 개를 건너뛰고 제 자리를 찾는다고 한다. 최대한 영역이 겹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누군가의 수작일지도 모른다는 거지.”
어쩌면 정말로 우연일지도 모르고.
* * *
시간이 지나 2차 졸업시험인 실전평가를 치렀다. ‘에단의 은신처’처럼 특별한 사건이나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다.
내심 불안에 떨던 아카데미 선생님들과 관계자들로서는 정말로 다행인 일이었다. 또한 왕실로서도 다행이었다. 지난 몇 년간 잠잠했다고 하지만 한 번 전례가 생긴 이상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인 아브람이 사람을 풀어서 계속 알아보고 있어서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 졸업이네.”
실전평가가 끝나고 아카데미로 돌아오자 제론이 정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졸업식은 성적이 공개되고 3일 뒤 한다. 이제는 정말 며칠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나름 아쉽고 섭섭했다.
‘그래도 추억은 많이 쌓고 가네.’
다른 아카데미와 라이벌이 되어 결투를 하는 판타지 소설 같은 사건은 없었지만 나름 재밌는 생활이었다. 카론과 로한이라는 친한 친구도 만들었다. 에르딘과도 만났다. 많은 선생님들을 알게 되었다.
‘어라? 생각보다 나 아싸였네.’
문득 한 명씩 떠올리다 보니 몇 명 안 됐다.
괜히 시무룩해진 제론이 좌절한 것처럼 고개를 옆으로 떨어트렸다.
“왜 그러고 있어?”
“잘 생각해보니까 너희랑 에르딘 말고는 친하게 지낸 애들이 없는 거 같아서.”
“그걸 이제 알았냐? 그러게 친구 좀 사귀라니까.”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냐. 나보고 거인족의 피가 흐른다면서 무서워하거나 가까이 다가올 생각도 안 하는데 어떻게 친해져?”
“하긴. 나도 카론이 아니었으면 무서워서 다가가지도 못했을 거야.”
“이렇게 뼈를 때리네.”
“그래서 카론한테 감사하고 있다. 너라는 친구를 사귀게 돼서 무척이나 기쁘거든.”
“사실은 나 때문에 누나를 알게 되어서 기쁜 거지?”
“들켰네.”
로한이 낄낄 웃으며 제론의 등을 퍽퍽 쳤다.
* * *
졸업식을 시작했다.
아빠와 엄마가 학부모 석에서 앉아 제론의 모습을 지켜봤다.
곧 제론이 단상 위로 올라섰다. 수석졸업생을 상징하는 금색 수실이 졸업 모자에 매달려서 흔들거렸다.
그 모습을 발견한 아빠와 엄마가 눈시울을 붉혔다.
형에 이어 막내가 수석으로 졸업하니 기쁜 것이다. 아마 누나까지 수석으로 졸업했다면 펑펑 우셨을지도 몰랐다.
“……이상 졸업식을 마칩니다. 졸업부생 여러분들 그동안 수고와 고생 많으셨습니다. 돌아가시는 발걸음에 신의 은총이 깃들길 바랍니다.”
짝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빠와 엄마가 다가왔다.
꼬옥 안아주시는데 형과 달리 커서 그런지 쏙 들어가지는 않았다.
“우리 막내는 너무 잘 커서 문제인 것 같지 않소?”
“맞아요. 감동을 이렇게 파괴해버릴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친구들은?”
“저기요.”
제론이 손가락으로 카론과 로한을 가리켰다.
카론과 로한은 외롭고 쓸쓸히 서 있었다.
혼자라는 말은 아니었다.
일국의 왕과 공작은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가신이 대신 왔지만 대부분 졸업생들의 부모님이 졸업식에 참석했다.
“친구들을 소개해주지 않으련?”
아빠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제론도 아빠를 마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곤 몸을 돌려 카론과 로한을 향해 외쳤다.
“야! 카론, 로한!”
“어?”
“음?”
두 명이 제론의 외침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뭐 하고 있어? 일로 와!”
곧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달려왔다.
* * *
제론은 수도에서 하루를 더 머무르고 떠났다.
카론과 로한.
두 명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몇 년 뒤가 될지 모르겠지만 또 보자.”
“운동 빼먹지 마라.”
제론이 두 명과 작별인사를 하기 전에 말했다.
카론과 로한은 헛웃음을 들이켰다.
“넌 마지막까지 그 말이냐?”
“운동 빼먹으면?”
“그때는 찾아간다.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 입에 단내가 나도록 굴려준다.”
제론이 제법 엄근진으로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에 당황하고 말았다.
“찾아오게 만들려면 운동을 그만하면 되는 거군.”
“오? 친구를 보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어렵지 않지.”
“…….”
카론과 로한이 제론을 사이에 껴서 어깨동무를 했다.
“장난이다. 그리고 여행기 들려주는 거 잊지 마라.”
“그래, 보물 같은 거 발견하면 나 하나 주라. 이왕이면 비싸고 좋은 걸로 말이야.”
제론이 피식 웃으며 두 명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말했다.
“나중에 보자. 친구들.”
지금이 마지막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코끝이 시큰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