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94)
제94화
94화
“동생을요?”
제론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결론만 말해 제이나의 영입은 실패했다. 그녀가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것으로 예상됐다. 순순히 포기하고 일어서려는 순간 다시 붙잡고 말하길 자신이 아닌 동생은 안 되냐는 제안이었다.
당연하지만 당혹스러웠다.
제이나에게 동생이 있다는 사실도 지금 처음 알았지만 어떤 사람인지 알고 페리안 자작가로 받아들인단 말인가?
“제이나 선생님도 아니고 동생은 좀…….”
“지금 당장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제이나가 잠시 말을 멈췄다. 설명이 부족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제 동생은 아카데미 학생이에요.”
“뭐?”
“예?”
유한과 제론이 동시에 깜짝 놀라 반문했다. 두 사람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제이나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제 동생과 저는 나이 차이가 많아요.”
제이나는 40대고 동생은 아카데미 학생이다. 적게 잡아도 20살 중후반이고 많으면 30살 차이다. 나이 차이가 많다고 표현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제론과 유한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말하는 순간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혹시 숨겨둔 아들은 아니겠지?’
놀랍게도 제론과 유한은 같은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생각이 같았지만 받아들인 감정은 달랐다.
제론에게는 제이나가 아들이 있든 말든 상관없지만 유한은 아니었다.
유한이 살짝 침울해진 눈빛과 표정으로 제이나를 바라봤다.
“아들 아니에요! 조금… 아니. 많이 늦둥이일 뿐이죠.”
제이나는 그런 오해를 받은 경험이 많았는지 바로 눈치채고 말했다. 역시나 유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곧 제론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했다는 사실을 깨닫곤 정색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아무튼, 제론 경의 제안처럼 저를 필요로 한다는 말은 참 고맙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제가 가는 건 불가능해요. 동생도 아카데미 학생이라서 졸업하기 전까지는 불가능하고요.”
“동생의 의견은요?”
제이나가 뭐라고 한들 동생이 거부하면 끝이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음.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제가 동생한테 제론 경에 대해 자주 말해서 그런지 무척이나 만나고 싶어 하는 눈치더라고요.”
“동생한테요?”
“뭐 대충 옛날에 제론이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어떠했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슬쩍 시선을 피하는 걸 보니 옛날에 떠돌았던 헛소문을 말해준 게 틀림없었다.
제론은 입맛을 다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의 동생분이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해요.”
“그래요. 제론 경.”
이번에는 붙잡히지 않았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으니 다른 목적을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아! 좋을 때다.’
제론은 제이나가 유한을 힐끔거리는 것을 보며 방으로 올라갔다.
에르딘이 꾸벅꾸벅 졸다가 제론의 기척을 느끼고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이야기는 잘 끝났어요?”
“응. 제이나 선생님도 오시긴 했는데 시간이 좀 필요할 거 같아.”
“제이나 선생님도 오셨다고요?”
에르딘은 잠이 확 달아났는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유한과 제이나가 앙숙 사이라는 건 아카데미에서 유명했다.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
“정말요?”
“두 사람 분위기가 좀 심상치 않더라고.”
“그 이야기 자세히 듣고 싶네요.”
에르딘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론은 직원을 불러 술과 간단한 안주를 주문하고 유한과 제이나 사이에서 흐르는 기묘한 기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밤은 깊어졌다.
* * *
이튿날 아침이 되자 제론과 에르딘은 수도를 떠나 서쪽으로 이동했다. 로한이 준 염색 아티팩트를 끼고 옷차림도 평범한 여행자처럼 낡은 가죽 갑옷-하드 레더Hard leather로 갖춰 입었다.
얼굴에서 나타나는 귀티는 감추기 힘들었지만 며칠 안 씻으니 적당히 가려졌다.
겉으로 보면 몰락한 귀족 가문의 자제 그 자체로 변한 것이다.
“근데 너 신분증은 어떻게 하냐?”
“제가 설마 그 정도의 준비성도 없겠습니까!”
에르딘이 씨익 웃으며 C등급 용병패를 꺼냈다. 이름은 그대로였지만 성과 출생지가 달랐다. 언제 준비했는지 몰라도 아주 철저한 준비였다.
“최대한 마을이나 도시는 피해서 갈 거야.”
“왜죠?”
“오른 왕국 내에서 움직이면 행적을 전부 들킬 거 아냐. 나는 상관없지만 너는 아닐걸?”
“부정할 수가 없군요.”
제론은 녀석의 어깨를 토닥이고 빠르게 서쪽으로 진격했다.
여름이라서 야영은 힘들지 않았다.
비가 내릴 때가 문제였지만 아공간 주머니에서 소형 천막을 꺼내서 치면 잠시 비를 피하는 것도 가능했다.
투둑.
“오늘은 비가 좀 많이 오네.”
제론은 천막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를 음악 삼아 티타임을 가졌다. 천막 안이라서 모닥불을 피우지 못했지만 삼매진화라는 훌륭한 기술이 있었다.
“비 오는 날에는 전 부쳐서 막걸리랑 먹으면 딱인데.”
라면도 좋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것을 지켜보며 따스한 국물과 면발을 호로록 삼키면 그렇게 끝내준다.
거기에다가 맥주나 소주까지 한 잔 곁들이면 완전 박살난다.
‘갬성 터지지.’
저절로 크- 소리가 난다.
“전과 막걸리는 뭡니까?”
“밀가루를 묽게 풀어서 채소나 고기 송송 썰어 넣고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고르게 펴서 구우면? 튀기면? 전이고, 막걸리는 누룩으로… 내가 왜 제조법을 말하고 있지? 아무튼 고소하니 달달한 술 있어.”
“듣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이네요. 막걸리는 칵테일 비슷한 건가요?”
“칵테일이랑은 완전히 달라. 이것저것 섞는 게 아니거든. 말만 이럴 게 아니라 나중에 재료 사서 만들어줄게. 막걸리는 불가능하지만 전 부치는 건 쉽거든.”
msg가 있으면 라면도 만들 수 있다.
‘아아. 당신의 감칠맛이 그립습니다.’
2시간이 지나자 비가 그쳤다.
천막을 걷고 삼매진화로 빗물을 전부 날려버린 뒤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땅이 질척거릴 정도로 젖었다. 천천히 움직이며 지도를 펼쳐 경로를 확인했다. 산을 한 개 넘고 가도假道로 쭉 따라가면 서쪽 국경을 지키는 롬멜 후작령이 나타난다.
‘롬멜 후작이 적색 마탑의 최고 간부 중 한 명이었지?’
페리안 자작령에서 몬스터 토벌을 할 때마다 적색 마탑의 도움을 가끔씩 받을 수 있던 이유가 적색 마탑의 최고 간부 중 한 명이 오른 왕국의 후작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롬멜 후작이 명령을 내려서 도움을 주는 건 아니었다.
일종의 거래였다.
롬멜 후작이 있다는 이유로 거래의 횟수가 조금 더 많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마법사들은 괴짜였고 남의 명령을 쉽게 따르는 존재가 아니다. 자신의 이익이나 세상의 신비를 파고들어 연구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삼는다.
2개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라도 포함이 되지 않으면 마법사들은 흥미가 동하지 않는 이상 연구실에 처박혀서 책만 본다.
태생부터가 귀족인 롬멜 후작은 일반적인 마법사와 성향이 달랐다. 그가 마법을 배운 이유도 마법적인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롬멜 후작의 스승은 적색 마탑의 전대 최고 간부였다. 그의 밑에서 마법을 배우고 간부까지 오른다면 적색 마탑이라는 세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롬멜 후작은 마법을 배웠고 최고 간부의 자리까지 올라갔다.
‘마법사라.’
적색 마탑은 페리안 자작령이 남작령일 때 몬스터 토벌에서 도움을 준 적이 있었다. 그때 파견 나온 마법사의 이름이 데이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데르먼 선생님이랑 이름이 비슷하네?’
혹시 형제가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외모가 너무 달랐다.
만약 두 사람이 형제라면 조금 충격적일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네로랑 계약을 한 것도 그 일이 계기가 되었구나.’
네로랑은 요즘 사이가 서먹서먹했다.
…라고 하기에는 원래부터 대화를 잘 하지 않는 편이었다.
네로는 말하는 걸 귀찮아하고 말을 걸더라도 필요한 대답만 한다.
그래서 자주 만져주기만 한다.
[하찮은 인간아. 어딜 만지는 거냐?]탁.
지금처럼 금방 앞발로 쳐내지만 말이다. 그래도 싸울 때 합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라서 말을 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편이었다.
‘필요하면 말을 먼저 걸겠지.’
제론에게 네로는 정령이자 애완동물이었다. 가끔 진짜로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말한다는 점에서 가끔 기묘했지만 하는 행동은 고양이랑 판박이였다.
“네로야.”
[……?]이제는 표정으로 말한다. 대충 해석해보자면 왜 불렀냐는 거다.
“오구오구. 우리 이쁜 네로.”
[…….]표정이 변한다. 이번에도 해석하자면 미친놈이냐는 뜻이다.
“짜식. 까칠하기는.”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니 발톱을 쏙 빼서 할퀸다.
피부에 내공을 두르니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다. 물론 녀석이 전력을 다한다면 결과가 달라지겠지만 그 정도로 막무가내는 아니다.
“뭐 하고 계세요?”
“네로랑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일단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어요. 첫 번째는 전혀 다정해 보이지 않아요. 두 번째는 대화가 아니고요. 굳이 억지를 부리자면 몸으로 나누는 대화이기는 하지만요.”
“너도 애완동물 하나 키워봐. 그럼 어떤 심정인지 알게 될 거야. 아얏!”
방심하고 있는 사이 네로가 할퀴었다. 옅은 생채기가 팔뚝에 새겨졌지만 말 그대로 살짝 붉게 부어오른 정도였다.
“제론 님을 보니까 굳이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그래. 잘 생각했어. 얼른 가자.”
열심히 걷고 달리다 보니 롬멜 후작령에 도착했다. 국경으로 가던 도중 음식 재료가 떨어져서 도시에 들르기로 했다. 가장 인접한 도시는 후작성이 있는 곳이었다.
성문을 지키는 병사에게 용병패를 보여주고 통과했다.
처음으로 용병패가 사용된 순간이었다.
“후우. 덥다.”
“내공을 계속 돌리라니까?”
“아직 그러기 힘들어요. 신법이랑 보법 신경 쓰는 것도 죽을 맛인데 내공까지 돌리면 주화입마 빠져요.”
“나 때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척척 했어, 인마.”
“예. 예.”
에르딘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주변을 쭉 둘러봤다.
“저쪽으로 가면 될 것 같아요.”
“그래. 앞장서라.”
“저희 동료 아니었나요?”
“너 등급이 뭐야?”
“C등급이요.”
“난?”
“B등급이죠.”
“용병계에서는 등급이 높은 용병이 짱인 거야.”
제론이 거만하게 고갯짓을 했다. 인상을 구긴 에르딘이 ‘A등급이나 B+등급으로 용병패를 만들걸.’이라고 중얼거리며 앞장섰다.
후작성이 위치한 도시라 그런지 시장이 엄청 크고 사람도 많았다.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게 잘 피해서 움직이던 에르딘은 갑자기 10살 정도의 소년이 앞에서 훅 튀어나오자 반사적으로 보법을 펼치며 피했다.
“악!”
소년이 우당탕- 자빠졌다.
에르딘이 소년에게 다가가 몸을 일으켜주며 말했다.
“아. 미안하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나도 모르게…….”
“그놈 소매치기야.”
제론이 에르딘의 말을 가로챘다.
“소매치기요?”
“그래. 네 품속으로 들어간 손 보이지?”
에르딘은 소년의 손이 품속에 들어와 있는 걸 발견하자 빠르게 제압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