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95)
제95화
95화
“아악!”
소년은 제압을 당하자 대뜸 비명부터 질렀다. 거리에서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무슨 일이 생겼는지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무슨 일이야?”
웅성웅성.
“어?”
에르딘이 당황하며 팔을 놓은 순간 소년은 벌떡 일어나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곧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흩어졌고 에르딘이 황당한 표정으로 제론을 바라보며 말했다.
“요즘에도 소매치기가 있네요.”
“난 그런 뻔한 수법에 당한 네가 더 신기한데?”
“뭐 그래도 훔쳐 간 건 없…….”
에르딘은 피식 웃으며 품속을 뒤지다가 안색이 싹 굳어졌다.
더듬더듬.
빠르게 품속을 뒤져봤지만 역시나 없었다.
“이… 이……!”
“설마 소매치기당한 건 아니지?”
“제론 님 그 녀석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셨죠?! 그쵸?!”
“저쪽으로 사라지긴 했는데 그 뒤로는 몰라.”
제론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자 에르딘은 알겠다고 대답하며 냅다 달렸다. 신법과 보법을 펼치며 사람들을 피해 소년, 아니 소매치기를 쫓아갔다.
에르딘이 제론처럼 기척이나 기감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러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였다.
소매치기가 제아무리 빠르게 도망쳤다고 해도 금방 쫓아갈 수 있었다. 문제는 녀석이 도망친 방향만 알고 있다는 것.
에르딘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소매치기가 있을 만한 곳이 어디지?”
주머니 속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 짓을 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는 골목길밖에 없다.
골목길 위주로 빠르게 훑고 가자 아까 소매치기와 비슷한 연령대의 소년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보통 소매치기들은 같은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두 눈으로 내공을 불어넣으니 소년들의 손에 제각기 다른 주머니가 들려 있는 것이 보였다.
‘저 녀석들이다!’
“억?!”
에르딘이 갑자기 눈앞에서 나타나자 소년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혹시 너희 소매치기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소년들이 발뺌했다. 하지만 손에 들린 주머니의 종류가 제각각이었고 몇 개는 평민이 갖고 있기 힘든 고급 재질로 만들어진 것도 있었다.
“조금 전에 내 주머니를 훔쳐 간 녀석이 있어. 그 녀석은 갈색 머리였고 양 볼에 주근깨가 많았지.”
에르딘은 말하며 내공을 담은 주먹으로 벽돌을 후려쳤다.
파각-!
벽돌이 산산조각 났다. 소년들의 표정이 새하얘졌다.
“그 녀석에 대해 순순히 말해준다면 너희를 못 본 거로 해주겠어.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경비대를 불러서 모조리 잡아넣을 거야.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평소의 에르딘이라면 절대로 생각도, 행동도 하지 않을 협박을 했다. 그 이유는 주머니 속에 든 것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훔쳐 가서 눈이 반쯤 돌아간 것이다.
“그, 그런 협박은…….”
쩌적-!
에르딘이 다시 주먹을 휘둘렀고 이번에는 벽돌이 아니라 벽에 금이 갔다. 소년들의 안색이 새하얗다 못해 창백해졌다.
“도망치고 싶다면 내가 본보기를 보여줘도 될까?”
“아, 아마도 그 녀석일 거예요!”
“맞아! 갈색 머리에 주근깨면 그 녀석밖에 없어요!”
“그래서 누구인데?”
“데릭! 그 녀석 이름은 데릭이에요!”
에르딘이 스산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름은 됐으니 어디에 있는지나 말해.”
“그 녀석은 다른 형 밑에 소속되어 있으니 아마…….”
소매치기범의 이름을 말한 소년이 말끝을 흐렸다.
위치를 말한다는 건 배신했다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시는 이쪽 도시에서 발도 못 붙인다.
소매치기가 주업인 소년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일이었다. 하지만 에르딘은 거기까지 배려해줄 생각이 없었다. 사람을 잘못 고른 데릭과 자신의 눈에 띈 이 녀석들이 문제다. 아니. 그 전에 소매치기 자체가 범죄였다. 중요한 물건이 담긴 주머니를 찾는 게 우선이라 최대한 봐주는 것이다.
“여관! 여관 ‘풀잎의 이슬’이라는 곳 옆에 골목길이 있어요! 그곳으로 쭉 따라서 들어가면 허름하지만 큰 집이 있는데 거기가 아지트예요! 아마 거기 있을 거예요!”
“만약 거짓말이라면 후작께 찾아가서 너희들을 모두 사로잡아 다시는 걷지 못하게 만들 거다.”
“히익!”
에르딘은 최후의 경고를 날리고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골목길에 남겨진 소년들은 다리를 덜덜 떨다가 에르딘이 사라지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오러 익스퍼트 상급의 살기를 그대로 맞은 소년들의 바짓단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 * *
데릭은 여관 ‘풀잎의 이슬’을 지나쳐 골목길로 들어갔다.
자신을 쫓아온 사람이 없다는 것을 마지막까지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X 될 뻔했네.”
팔이 꺾여 제압을 당했을 때는 정말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처음의 손기술을 피할 때는 놀랐지만 마지막에 성공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훔친 주머니가 두둑해서 금방 아까의 일을 잊었다. 슬쩍 열어서 안을 열어보니 금화가 잔뜩 들어 있었다.
“와! 이 정도면 거의 50골드는 넘겠는데? 이 반지는 또 뭐야? 평범한 쇠로 된 거 같은데.”
갑자기 걱정도 들었다.
이 정도로 많은 돈을 갖고 다니는 놈이라면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귀족이거나 부호의 자식이다. 자존심 때문이라도 자신을 잡는 걸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거리가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숨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몇 개는 슬쩍 빼놔야지.”
숨어 있는 동안 써야 할 돈이 필요했다. 마음 같아서는 몽땅 챙겨서 도망치고 싶지만 곳곳에 조직의 ‘눈’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도망치려는 제스처만 취해도 바로 붙잡힐 것이다.
그러느니 조금이라도 제 몫을 챙겨야 한다.
금화를 5개 슬쩍 빼고 주머니를 묶었다. 어차피 숨겨봐야 몸수색을 하면서 뺏긴다. 적당히 챙기고 잘 숨겨야 안 들킨다.
1개에서 3개는 이미 빼앗길 것이라고 생각하며 골목길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자 형님들이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었다.
“데릭 왔냐?”
“표정을 보니 한탕 했나 보네.”
“헤헤. 물론이죠!”
데릭이 품속에서 주머니를 막 꺼내는 척하며 보여줬다.
그런데 형님들의 반응이 평소와 달랐다.
“들어가라.”
먼저 1차 확인을 하던 형님들이 순순히 길을 비켰다.
데릭은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헤헤 웃으며 아지트로 들어갔다. 겉모습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름한 아지트였지만 사실 위장에 불과했다.
소매치기는 부업이고 진짜 하는 일은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는 어둠의 길드였다.
‘시프 길드!’
데릭은 어렴풋이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자신이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는 형님들이 가끔씩 나타나는 한 남자 앞에서 굽실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남자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가 엄청나게 살벌했던 것으로 기억했기 때문이다.
‘시프 길드가 아니라면 어쌔신 길드겠지?’
데릭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위험한 건 마찬가지였다.
“누구냐?”
아지트로 들어가자마자 가로막혔다.
가끔씩 나타나던 남자만큼은 아니지만 살벌한 분위기의 남자들이었다.
데릭은 살벌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말을 더듬었다.
“사, 상납금을… 딸꾹! 내러 와, 왔습니다!”
“상납금?”
“소매치기인 모양이군.”
남자들은 짧게 대화를 나누고 데릭의 전신을 쑥 훑었다. 뱀이 피부 위를 기어가는 것처럼 닭살이 돋았다. 곧 남자들이 길을 열었다.
데릭은 딸꾹질을 겨우 참으며 남자들 사이로 걸어갔다.
평소 상납금을 내던 방 앞에 도착하자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는 무리입니다. 잘못하면 꼬리가 잡힐…….”
“잠깐. 쥐새끼가 있군.”
문이 열리며 가끔씩 나타나는 그 남자가 나왔다.
데릭은 얼어붙은 채 남자의 시선을 피했다.
‘시X!’
시선을 스치듯 마주친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렸다.
하필이면 이런 때 상납금을 바친다고 왔다.
30분, 아니 최소 1시간만 더 늦게 올 걸 하고 후회가 됐다.
“전에 본 적 있는 녀석이군.”
남자가 담담하게 중얼거리며 안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최고 형님께서 허겁지겁 나와 데릭의 팔목을 잡고 다른 방으로 데려갔다.
“타이밍도 참 나쁘지.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너 모가지가 날아갔어.”
최고 형님이 식은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데릭은 여전히 얼어붙은 채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에서 주머니를 꺼내서 바쳤다. 그리곤 더듬거리며 말했다.
“사, 상납금이에요. 그, 그런데 아, 아무래도 귀족이거나 부, 부호의 자식인 거 같았어요. 그, 그래서 저 당분간은 숨어 있…….”
“뭐?!”
최고 형님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곧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더니 아무도 오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내가 귀족이나 부호의 주머니는 노리지 말라고 그랬잖아!”
“저, 저도 몰랐어요. 오, 옷차림이 초보 용병처럼 보여서 훔쳤는데 주머니를 열어서 확인해보니까…….”
“닥치고 가만히 있어.”
최고 형님이 데릭을 입단속 시키며 주머니를 열었다.
금화가 잔뜩 들어 있었다.
확실히 이 정도의 금화를 갖고 다닐 정도면 초보 용병은 아니다.
“아이고 골치야.”
평소라면 며칠 동안 숨어 지내라고 말했을 최고 형님이다. 하지만 지금은 머리를 부여잡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일단 알겠다. 너는 비밀 아지트에 잘 숨어서…….”
“귀족과 부호의 자식이라고?”
가끔씩 나타나는 남자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최고 형님과 데릭이 얼어붙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남자가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남자의 시선이 최고 형님 손에 들린 주머니로 향했다.
“내가 주의를 끌지 않지 않게 단속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그게…….”
데릭은 변명조차 하지 못한 채 이를 딱딱딱 부딪쳤다.
예전에 느꼈던 남자의 살벌한 분위기는 정말로 약과였다.
지금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는 그때보다 2배는 더 살벌했다.
“가문의 인장이나 표식은?”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최고 형님이 다급하게 주머니를 뒤지려는 그때였다.
으악-!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꼬리를 달고 왔군.”
남자가 사나운 미소를 짓고 데릭을 노려봤다.
데릭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 * *
“데릭이라는 녀석 어디 있냐?”
에르딘이 기절한 녀석을 저쪽으로 던지며 다른 녀석들한테 질문했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길은 하나였고 그 끝에는 허름해 보이는 집이 있었다.
“아마도 저 안에 있겠지?”
“너, 너 후환이 두렵지 않은 거냐!”
어떤 놈이 발악하듯 외쳤다.
에르딘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너희야말로 잘못 건드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냐?”
배후에 얼마나 대단한 조직이 있는지 몰라도 오른 왕국의 왕실보다는 못할 것이다.
물론 한 나라를 뛰어넘는 힘을 가진 세력도 존재하지만 그런 놈들이 이런 곳에 자리를 잡고 있을 리가 없었다.
“대답할 생각은 없어 보이니까 길이라도 비켜라. 안 비키면 몇 군데는 부러질 각오 해야 하는 건 알지?”
“……!”
에르딘이 잔뜩 움츠러든 녀석들의 사이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문 앞에 도착한 바로 그때였다.
쩍-!
문이 반으로 쪼개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