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98)
제98화
98화
“‘검은 고양이’ 페르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장을 돌아다니며 에르딘이 물었다.
제론은 잠시 생각했다.
후작성은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적색 마탑은 외부의 공격에 대한 방어체계가 구축되어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마법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제한한다던가, 라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 장소에서 물건을 훔칠 정도면 마법에 대한 이론이 빠삭하거나 마법사일 확률이 높다.
‘검은 고양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면 몸놀림도 재빠를 것이다.
페르논이라는 녀석에 대해서는 실력을 의심할 건더기가 없다.
“우선, 정보가 너무 부족해.”
훔친 날짜가 언제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며칠 전인지 몇 달 전인지 정도는 알아야 녀석의 행동반경을 예측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놈이 훔친 물건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페르논이라는 이름도 가명假名이겠지.’
제론은 ‘검은 고양이’ 페르논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현상금은 무려 1만 골드!
A등급 현상금 헌터가 10년을 굴러도 만지지 못할 엄청난 거금이다. 녀석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서 전달만 해도 100골드를 준다. 하지만 위에 말한 것처럼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수배서에 적힌 정보도 정말로 중요한 부분은 모두 빠져 있다. 어쩌면 알아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호기심을 한 번 가진 것으로 끝났다.
“이 정도 정보로는 녀석의 발꿈치도 못 쫓아가.”
“왜 발꿈치예요?”
“그건… 후우. 사소한 건 좀 따지지 말자. 비유잖아. 비유.”
“헤헤. 그리고요?”
“정보가 부족하니까 녀석을 쫓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거야. 그 시간 동안 던전이나 유적을 한 군데 더 들르는 게 이득이고.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언제 그 녀석을 찾겠어?”
“그건 그렇네요.”
“그래서 신경 끊기로 했어.”
에르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검은 고양이’ 페르논이 오러 마스터라면 마음이 바뀌겠지만 그런 정보까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다시 시장을 돌아다니며 오랜 시간 보관이 가능한 식료품을 샀다.
아공간 주머니의 유일한 단점은 ‘보존’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기같이 신선도가 중요한 건 사냥을 해서 구하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식료품만 구입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충분해.”
아공간 주머니가 제법 두둑해졌다. 부피는 그대로여서 상관없었다. 호텔로 돌아가던 도중 제론은 문득 에르딘의 창이 낡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로 장만해야겠는데?’
무기는 열심히 손질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낡게 된다. 명검이나 보검이라고 불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만들 때 사용된 재료와 손질의 방법에 따라 낡아가는 시간의 차이가 생길 뿐이다.
‘마법처리가 되어 있다면 다르겠지만 그런 것은 구하기 쉽지 않겠지.’
마법처리-인챈트가 되어 있는 무기는 제론이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들을 다 팔아도 구하지 못할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비싸다.
무기의 품질이 좋아질수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천정부지天井不知라는 말이 있듯 끝도 없이 올라간다.
물론 가격을 생각하기 이전에 그 정도의 물건이 있는지가 먼저였지만 말이다.
“대장간 가볼래?”
“왜요?”
“네가 쓸 창을 봐야 할 거 같아서.”
“제론 님께서 사주시는 거죠? 그럼 좋아요.”
“…….”
제론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도시에는 대장간이 많았다.
하나의 거리에 양쪽으로 쭉 대장간들이 나열돼 있었다. 대장간의 숫자만 10개를 넘었다. 그중 가장 한적한 대장간으로 갔다.
‘보통 이런 곳에 명장이 많지.’
없으면 어쩔 수 없고.
대장간의 문을 열자 쇳내와 함께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다.
제론은 눈을 감고 쇳내를 깊숙하게 마셨다.
불순물 냄새가 맡아지지 않았다.
“……좋군.”
“뭐가 좋아요?”
에르딘이 어리둥절하며 묻지만 제론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탕-! 탕-!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일정한 박자에 같은 힘으로 계속 두드린다. 명장이 못 되더라도 장인은 된다.
‘이 정도면 잘 찾아왔다.’
제론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들어갔다. 덩달아 에르딘도 조심조심 걸었다. 대장간 안으로 조금 들어가니 벽에 진열된 무기와 갑옷, 방패가 보였다. 낫이나 곡괭이 같은 농기구는 바닥에 놓여 있었다.
전부 오랜 시간 방치되었는지 먼지가 수북하게 쌓였다.
“후우.”
제론은 바닥에 놓인 낫을 들었다.
입으로 바람을 불어 먼지를 날려 보내고 상태를 확인했다.
“잘못하면 베이겠는데요?”
에르딘이 옆에서 끼어든다. 하지만 녀석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낫은 손가락을 갖다 대기만 해도 베일 것처럼 날카로웠다. 이건 농기구가 아니라 무기라고 말해도 인정할 수 있었다.
“실력은 좋은 것 같군.”
낫을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말한 것과 달리 제론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낫을 무기처럼 날카롭게 벼려놓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낫의 날이 무뎌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애당초 낫은 풀을 베어내기 위해 존재한다. 어느 정도 날카로워야 풀이 잘 베어진다.
맞다.
어느 ‘정도’를 넘어선 날카로움이 이상한 것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곳에서 쓰이는 사자성어다.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과 같다.’
저 낫은 무기로서는 훌륭하지만 농기구로서는 못났다.
농부가 낫을 휘두르다가 제 몸을 상하게 만들 것이다.
대장장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아무래도 평범한 사연을 가진 대장장이는 아닌 모양이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낫까지 날카롭게 벼리는 대장장이라면 복수나 원한과 관계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던가 말이지.’
제론은 뒷말을 삼키며 대장간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갔고 마침내 문 하나를 두고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생각보다 안이 넓네요.”
“건물 구조를 잘 짜면 돼. 게다가 우리는 직진으로 쭉 온 게 아니라 살짝 돌아서 오기도 했고 말이야.”
“아, 그래요? 어째 아까부터 살짝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니 진짜였네.”
에르딘의 감각도 예전보다 많이 날카로워진 것 같았다.
제론은 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끼익.
기름이 잘 칠해져서 부드러운 소리가 나며 열렸다.
동시에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멎었다.
“누구시오?”
“손님입니다.”
덥수룩한 머리카락의 노인이 쇠를 두드리던 망치를 들고 나타났다. 크고 선명한 근육이 땀으로 번들번들했다. 오랜 시간 불을 가까이해서 붉게 달아올랐던 피부는 노인이 몇 번 호흡을 내쉬자 금세 가라앉았다.
‘오러를 다룰 줄 아는군.’
노인은 무기술이나 무투술을 배운 흔적이 없었다. 저 엄청난 근육은 대장장이 일을 하며 생겨났고 오러 역시 필요에 의해 익힌 것이다. 만약 무武에 뜻을 뒀다면 최소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에 비견이 가능했다.
“손님은 받지 않고 있소. 그러니 돌아가시…….”
“창을 손질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노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했다.
“주시오.”
“에르딘.”
“앗앗. 넵!”
에르딘이 등에서 창을 풀어 노인에게 건넸다.
노인은 창을 받고 쭉 살펴보더니 말했다.
“훌륭한 주인을 만난 녀석이오. 하지만 곧 수명이 다해가니 새로운 녀석을 찾는 게 좋을 것이오.”
“그래서 대장간에 들른 것이 아니겠습니까?”
“……?”
에르딘은 평소와 달리 정중한 제론을 보며 의아했다.
제론이 버릇없다거나 안하무인인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는 보통 주변의 변화에 심드렁하거나 관심 자체를 비치지 않는다. 자신과 관계된 사람이 아니라면 흥미가 생기지 않는 이상 무관심으로 일관하기도 한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그러려니 한다는 거다.
그런데 지금은 대단한 사람을 만난 것처럼 정중한 태도를 하고 있으니 에르딘이 의아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
“하지만 명장께서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하셨으니 아쉽지만 창을 손질만 받고 돌아가겠습니다.”
노인은 제론의 눈을 한참 바라보다가 창을 들고 갔다.
에르딘이 물었다.
“아시는 분이에요?”
“아니.”
“그런데 평소 제론 님 같지 않게 왜 그러세요? 다른 사람인 줄 알았잖아요.”
“존중받을 만한 분이시니까.”
“……?”
제론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노인의 오러는 연공법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불과 가까이 지내며 화기가 자연스럽게 몸속에 쌓여 내단으로 형성되었다.
‘이런 곳에서 대종사를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시무르 칸 같은 녀석과 비교하지 못할 ‘진짜’였다. 무武의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지만 제론의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10분 뒤 노인이 나타났다. 에르딘의 창은 새것처럼 말끔해졌다.
부웅-!
에르딘이 휘둘러보고는 감탄했다.
“와!”
“수명이 곧 다할 녀석이니 다룰 때 조심하시오.”
“감사합니다. 값은 어떻게 치를까요?”
“소일거리에 불과하니 그냥 가시오.”
“알겠습니다.”
제론은 작게 고개를 숙이고 뒤돌아섰다.
바로 그때 노인이 제론을 붙잡았다.
“정말로 그냥 가려는 것이오?”
“예.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
제론은 노인이 다시 입을 다물자 서서 기다렸다.
아직 노인의 말이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왜 그냥 가려고 하셨던 것이오?”
“명장께서는 허언을 하실 분이 아니니까요. 또한 존중받아 마땅하신 분께 감히 실례를 저지르고 싶지 않습니다.”
노인의 눈이 작게 흔들렸다.
“허어.”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오실 수 있소?”
“예. 알겠습니다.”
노인은 제론의 대답을 듣자 에르딘에게 다가가 신체를 쟀다.
손과 팔의 길이까지 재고 축객령을 내렸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잘된 일이지.”
제론은 에르딘의 어깨를 두드리고 호텔로 돌아갔다.
도시에서 하루를 더 머무르게 되었지만 나쁜 일은 아니었다.
“좋겠네.”
“뭐가 좋아요?”
“명장께서 네 창을 만들어주신다고 하셨잖아.”
“……?”
에르딘은 잠시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더니 곧 손뼉을 쳤다.
“아! 그래서 제 신체를 재신 거였군요!”
“지금 가지고 있는 네 창은 보급용이야. 그런데 네 전용 창을 만들려면 신체구조와 손의 크기, 팔의 길이까지 재야 되거든.”
“그럼 얘는 어떻게 해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에르딘은 제론의 대답을 듣고 고심에 잠겼다. 창이 좋은 게 아니라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제론에게 받은 무기를 버리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일부라도 남기고 싶었다.
“이거 창날이랑 소켓 녹이면 재사용 가능하죠?”
“가능하지. 그런데 명장께서 만들어주시는 창에 넣기에는 품질이 좀…….”
“그건 상관없어요.”
제론은 머리를 긁적였다.
* * *
이튿날 에르딘은 아침 일찍 노인의 대장간을 찾아갔다.
그런데 대장간은 텅 비어 있었다.
“어디 가신 거지?”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은 것으로 봐서 노인은 조금 전까지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