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single before returning RAW novel - Chapter 19
19화 그야 당신이 준 거니까
“깨끗하게 타 버렸다고? 확실해?”
[예.]남자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보고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낫 족제비’ 고영철에게 심부름을 시켰던 사실을 꼬리 잡히면 여러모로 귀찮아진다. 물론 그쪽에서도 알아서 몸을 숨기긴 하겠지만, 만에 하나 공권력에 붙잡혔을 경우도 대비해야 했다.
측근을 보내 그가 지내던 아지트를 확인해 보니, 들려온 건 그 아지트가 완전히 타 버렸다는 소리.
‘…도망치기 전에 태운 건가?’
놈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납치당한 전 헌터 군수 사업체의 사장과 S급 헌터 클레어 컴벨의 매니저를 구출했다는 소식은 센터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범행을 저지른 자에 대해선 아직 잡지 못했다고.
분명히 몸을 숨기는 것과 동시에 갖고 있는 자료를 모두 파기한 것이다. 아까워서 남겨 두면 모두 수색의 대상이 되는 것들을.
‘깔끔하구만.’
남자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명령했다.
“수고했어. 이만 돌아와.”
[예.]전화를 끊은 후 그가 유리창 너머 탁 트인 풍경을 내려다봤다. 수십 층의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풍경은 뻥 뚫려 있었다.
‘매니저 놈은 일반인이라 했지. 그렇다면 이 정도로 경고의 의미는 충분했겠군.’
한밤중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납치까지 당했다. 아무리 요즘 차가 튼튼하고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있다 해도, 차가 구르는 동안 다치지 않을 순 없었다.
게다가 어두컴컴한 동굴에 갇혀 있기까지. 예상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들어간 것 자체가 위협적이었을 거다. 운이 좋아 금방 구출됐지만, 그 불안감은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남자는 예상했다. 이런 위험한 일을 당했으니 매니저 따윈 금방 그만두리라고.
─띠링.
그때 속보 기사가 올라왔다.
남자가 핸드폰을 들어 한 줄짜리 제목을 확인했다.
* * *
[S급 헌터 클레어 컴벨, 결혼 소식 발표!] [배우자는 일반인… 누군지 밝힐 수 없어.]포털 사이트를 확인하며 내가 물었다.
“난리가 났는데요?”
클레어 씨가 기자들 앞에서 결혼 사실을 알린 게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
기자들은 어디서 만났냐, 결혼식은 언제 할 거냐, 지금까지 밝히지 않은 이유가 뭐냐 등등 시시콜콜한 질문을 쏟아 냈지만, 결국 그들이 가장 원하는 질문은 하나였다.
남편이 누구냐는 것.
하지만 클레어 씨는 그 자리에서 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덕분에 불똥이 나한테까지 튀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그녀의 마음에 달린 일이었다.
“그래요?”
그 일을 저지른 장본인, 클레어 씨는 현재 우쭈쭈 하며 흰돌이와 놀고 있었다.
흰돌이라는 웃기는 이름을 붙여 놨지만, 녀석은 명색이 백호. 동서남북의 네 방위 중 하나를 수호하는 영물로, 한낱 애완동물 취급받으며 재롱떠는 거에 응할 놈이 아니다.
「으히힣.」
…저 새끼 영물 아닐지도 몰라.
둘은 죽이 아주 잘 맞았다. 도대체 손을 쥐고 번갈아서 들어 올리기만 하는 게 뭐가 재밌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내가 물었다.
“좀 살찌지 않았어요?”
“뭐라고요?”
클레어 씨가 눈에 불을 시퍼렇게 뜨고 노려봤다.
“그, 흰돌이 말입니다. 처음 데려왔을 때보다 좀 찐 거 같은데…….”
“…사료가 입에 맞나 보죠.”
호랑이가 개 사료 먹다가 살이나 찌고. 잘하는 짓이다.
「아니, 무슨 저라고 찌고 싶어서 찌는 줄 아십니까? 저도 한때 산과 들을 누비며 사냥을 하는 맹수였던 시절이 있었단 말입니다. 근데 지금은 뭐, 삼시 세끼 밥 잘 나오지. 뛰어놀 공간도 없지. 하아, 이거 완전 이빨 빠진 호랑이 얘기가 딱 제 얘기입니다만? 아~~~ 옛! 날이여어~」
“제가 흰돌이 데리고 산책 좀 다녀올게요.”
「…대협? 산책만 가는 것 맞죠? 대협?」
그러나 내 목적은 부루퉁한 표정을 지은 클레어 씨에 의해 거절되었다.
“안 돼요.”
“…걔 진짜 살이 뒤룩뒤룩 쪘다니까요? 차면 굴러가게 생겼어요, 지금.”
「찰 생각인 거지?! 찰 생각인 거지?!」
클레어 씨는 단호했다.
“목줄이 없잖아요.”
“목줄?”
그 말에 내가 기억을 더듬었다. 흰돌이를 처음 집에 데려왔을 때 클레어 씨와 함께 애견 숍에 가서 필요한 물품을 이것저것 샀다.
그때 분명 목줄도 샀다. 정확히는 하네스라는 거였다. 목줄은 강아지한테 부담이 되니까 몸 전체에 힘을 고루 받을 수 있도록 줄이 나눠진 거였다. 그것도 원래는 개 종류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나.
클레어 씨가 블로그를 보면서 따져 보고 산 거니까 맞겠지, 뭐.
“목줄이라면 저번에 샀잖아요.”
“흰돌이 거 말고.”
클레어 씨가 하얀 손가락을 뻗어 나를 가리키며 웃었다.
“당신 거.”
“…저요?”
내가 나 자신을 가리키며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목줄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이니까.”
“…….”
납치 사건. 클레어 씨 입장에선 내가 쪽지 하나 남기고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물론 내가 없어지든 말든 신경도 안 쓸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도은이한테 변명하느라 진땀을 뺀 것도 클레어 씨였다. 그 부분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나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현장엔 클레어 씨도 있었잖아요. 그렇게 싫었으면 제가 납치될 때 막으시지 그랬어요? 이건 명백히 S급 헌터인 클레어 씨의 실책 아닙니까? 완전 눈 뜨고 코 베이셨는데요.”
내가 지적하자 클레어 씨의 표정이 단숨에 가라앉았다.
“아니, 저기. 제가 말이 심했던 것 같기도…….”
“아뇨. 틀린 말 없어요.”
클레어 씨가 말을 바로잡았다.
“그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변명의 여지 없이 제가 대처하지 못한 게 맞아요. 도율 씨가 자력으로 빠져나올 힘이 없었다면 거기서 무슨 짓을 당할지도 모르는 거였고요. 애초에 그런 일이 없게 하는 게 내 역할인데.”
자책에 가까울 정도로 반성하고 있었다.
그런 클레어 씨를 보고 있자니 왠지 심연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사람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 당장 건지지 않으면 어디까지 떠내려갈지 알 수 없는 듯한…….
“어…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죠.”
“맞아요.”
클레어 씨가 덥석 찬성했다.
“그러니까 사러 갈까요? 목줄.”
“…….”
거절할 의지가 꺾여 있었다.
* * *
“휴. 여자들은 왜 이렇게 쇼핑하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니깐요. 그쵸? 아저씨.”
“…그러게나 말이다.”
나는 지금 백화점 내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벤치의 반대쪽 끝에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핥고 있는 초등학생 남자애의 차지였다.
클레어 씨와 함께 온 곳은 대형 백화점이었다.
진지한 목소리로 목줄을 사러 가자고 했을 땐, 애견 숍이나 성인 용품점이라도 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요즘은 결혼반지에 위치 추적 각인을 다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백화점에 온 이유는 클레어 씨와 결혼반지를 맞추기 위한 거였다.
진짜 목줄이 아니란 사실과 단순히 반지 하나 끼는 걸로 용서한다는 사실에 나도 초반엔 굉장히 협조적으로 굴었지만…….
“이건 보석이 너무 커요.”
빠꾸.
“이건 색이 좀 촌스럽네.”
빠꾸.
“이건 무슨 가수들이나 낄 것 같아.”
빠꾸.
끝없이 이어지는 반지 품평에 나는 그만 지쳐 나가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클레어 씨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내 손가락 치수만 재서 혼자 쇼핑을 재개했고, 나는 벤치에 앉아 멍하니 행인들을 보며 소모된 멘탈을 복구하고 있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지친 거지?
“전 엄마랑 누나랑 왔어요. 아저씬 누구랑 왔어요?”
“사장님.”
“휴일인데 직원 끌고 쇼핑하는 사장님 말이죠? 아저씨 좆소 기업 다니나 보네요?”
“…꼬마야,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니?”
브이튜브냐? 브이튜브가 요즘 애들 말버릇을 망친 주범이냐?
그때 클레어 씨가 다가왔다.
“자요.”
그녀가 내민 건 실크로 코팅된 검은색 팔각 케이스였다. 내가 시선을 맞추자 그녀가 케이스를 열었다.
그 안엔 아니나 다를까 새하얀 반지가 들어 있었다.
프러포즈할 때나 볼 법한 소품이었다. 그걸 클레어 씨가 들고 건네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안 줘도 되는데.”
“…그냥 이렇게 포장해 준 걸 어떡해요?”
클레어 씨가 툴툴거렸다.
“빨리 껴 보기나 해요.”
“예.”
오른손 검지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착용감도 나쁘지 않았고, 생김새도 남자가 끼기에 썩 어울렸다. 클레어 씨가 고심해서 고른 보람이 있었다. 나는 도중에 탈락했지만.
“괜찮은데요?”
“…….”
감상을 말하고 클레어 씨를 바라보자 그녀는 정색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왜……?
내가 뭐 잘못 끼기라도 했나, 하고 클레어 씨와 비교해 보니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손가락을 바꿔 끼웠다.
“미, 미안합니다. 내가 이런 건 처음이라서…….”
“아뇨, 됐어요. 도율 씨는 어차피 남들한테 밝힌 것도 아니니까 좋을 대로 하시죠?”
“…전 이게 좋아요.”
지금부턴 원 코인이다. 한 번이라도 삐끗했다간 죽는다는 뜻.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핥던 꼬마가 물었다.
“아저씨 데릴사위예요?”
* * *
“나온 김에 식사나 하고 들어갈까요?”
백화점엔 푸드 코트도 있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밥 시간대이기도 하니 주문은 받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쇼핑에 따라다녔더니 배가 고팠다.
“그…….”
하지만 클레어 씨는 시원스레 수긍하지 않고 우물쭈물거렸다.
“왜요?”
“…돌아가서 먹죠?”
여기까지 나온 김에 밥도 먹고 들어가면 좋지 않나? 클레어 씨가 돈이 아까워서 이럴 사람은 아니고.
이유를 생각하다 떠올린 것 하나.
바로 클레어 씨에게 물었다.
“제가 한 밥이 좋아서요?”
“…….”
클레어 씨가 말없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노려봤다. 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들뜰 정도였다.
“아이고, 참. 그러면 그렇다고 하시지.”
“…왜 이렇게 밉상이지?”
“밉상이 아니라 밥상 준비해야죠.”
펀치 라인 오졌다.
그 순간, 핸드폰에서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울렸다. 내가 설정한 적 없는 소리였다.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
이 소리는 나에게만 울리는 게 아니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모두 핸드폰에서 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화면을 보니 재난 경보가 울리고 있었다.
[긴급 상황! 현재 ‘대현 백화점 논현점’ 상공에서 A급 게이트 발생! 시민 여러분은 침착하게 지시에 따라 대피를…….]대현 백화점 논현점.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곳이었다. 오늘 여기로 운전할 때 네비게이션에 찍었던 곳이니까.
“게, 게이트라고?!”
“왜 하필 여기냐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 사이 직원들이 나서서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혼란은 진정되지 않았다.
의견도 제각각이었다. 지금 당장 밖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사람, 아니면 백화점 안에서 헌터들이 도와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람. 결국 각자가 믿는 방법을 밀어붙이려는 찰나.
클레어 씨가 목걸이를 뜯었다.
그녀의 신원을 보호해 주던 스킬이 사라지자 누구나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직원을 불러 지시했다.
“방송 때리세요. 사람들 다 한 곳에 모으라고.”
“네… 넷!”
여직원이 구둣발로 달려 나갔다.
이윽고 방송 소리에 백화점 내에 있는 인원들이 모두 1층에 있는 로비에 모였다. 비상 상황을 대비한 방벽이 내려가 있었지만, A급 게이트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들을 막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현장에 S급 헌터인 클레어 씨가 지점장과 함께 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지금 이 위에서 게이트가 터졌다는데 당장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야? 여기서 이러고 있다가 떼죽음이라도 당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고!”
한 남자의 외침에 클레어 씨가 냉철한 눈초리로 대답했다.
“물론 책임집니다.”
“뭣…….”
“하지만 제 지시를 어기고 혼자 도망치다가 죽는 건 책임 못 지죠.”
클레어 씨가 방벽 너머를 내다보며 설명했다.
“바깥엔 이미 게이트 상공에서 떨어진 몬스터들이 널려 있을 겁니다. 높은 데서 떨어졌으니 어디 한 군데 부러지긴 했겠지만, 눈앞에 뛰어드는 인간 하나 놓칠 정도는 아닐 것 같군요. 발이 빠른 것에 자신이 있다면 나가셔도 됩니다.”
그러자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은 사라졌다. 그들에겐 이곳에서 S급 헌터의 보호를 받는 게 최선의 수였다.
지원이 오는 게 먼저일지, 아니면 방벽이 뚫리는 게 먼저일지. 시간 싸움이었다.
“헌터님…….”
그때 한 아주머니가 클레어 씨에게 다가왔다.
“제, 제 아이들이 안 보입니다. 이곳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럼 제가…….”
“자, 잠시만요!”
지점장이 클레어 씨의 대답을 막았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클레어 씨 하나만 보고 모인 것이다. 안 그래도 불안한데, 그녀가 자리를 비우면 더욱 무질서해질 게 뻔했다.
클레어 씨도 그걸 이해한 듯 쉽사리 자리를 뜨겠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결국 그녀가 군중을 둘러보고 물었다.
“이곳에 저 외에 다른 헌터는 없습니까?”
A급 게이트에서 활약할 수 있는 건 A급 이상의 헌터.
그러나 그 수는 현저히 적다. 대부분이 B급 이하에서 머무르는 걸 생각하면, 아무도 나서지 않는 건 당연해 보였다. 아무리 헌터라도 괜히 이런 상황에서 나서다가 죽고 싶진 않을 테니까.
“누구… 없나?”
“허, 이것 참…….”
“안타깝긴 한데…….”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자 아주머니의 고개가 더욱 숙여졌다.
사람들은 모두가 서로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누군가 쳐다보면, 네가 나서라는 소리를 듣기라도 할 것처럼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덕분에 사람들 속에서, 나는 여우 가면을 꺼내 쓸 수 있었다.
“저… 저게 헌터라고?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저 웃기는 가면은 뭐야?”
클레어 씨의 앞에 서자 그녀가 예상치 못했다는 듯이 불렀다.
“도…….”
“쉿.”
내 이름을 말하려 하기에 가면 위로 손가락을 세웠다.
그녀로선 내게 목줄을 채우겠답시고 결혼반지를 산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내가 멋대로 납치당해 사라진 것도 불과 며칠 전. 한동안은 가슴 졸일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을 거다.
그렇지만 그녀는 결국 받아들였다.
“…할 수 있겠어요?”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가면은 또 언제 챙겨 왔어요?”
“항상 갖고 다니죠.”
“어디 쓰려고?”
딱히 쓸 생각으로 갖고 다니는 건 아니었다.
“그야 당신이 준 거니까.”
그러자 그녀가 졌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다녀와요.”
나는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머니께 다가가 손을 한 번 꽉 붙잡아 드리고, 비상구 쪽으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