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Trying To Debut My Baby, But I Ended Up Debuting Instead RAW novel - Chapter (274)
내 새끼 데뷔시키려다 내가 데뷔하게 생김-275화(275/276)
제275화
‘홍시현이 협박이라도 했나.’
홍시현은 본인 입으로 처음부터 폭로 자체를 말렸다고 했으니 협박이든 회유든 뭔가 수를 썼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댓글이나 한번 볼까.’
-저기요 뭐 하세요? 그쪽 때문에 지금 컴백 일주일 앞두고 기사만 몇 개 난 줄 아세요?
-여기서 죄송할 게 아니라 직접 사과하세요
-착각할 걸 착각해야지… 자기가 피해봤다고 남한테도 이렇게 피해줘도 됨?
새 입장문은 댓글을 막지 않아서 새로 생성된 가계정들이 금세 몰려와 회초리질을 호되게 하는 중이었다.
그중엔 쥬엘릭의 팬도 있었고 일반 이용자도 있었다. 김해나를 향했던 비난이 이아윤에게도 분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딱하게 됐네.’
얼마 후, 댓글 창은 닫혔고 이아윤은 스토리로 장문의 변명과 고통을 호소하는 글을 연달아 올렸다.
생각보다 거세게 비난받자 심신 미약 상태가 된 듯했다.
‘아니면 아트앤웍스 다녀온 시점에서 이미 멘탈이 무너졌을 수도 있겠네.’
변호사까지 대동하고 갔는데도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하고 압박만 받다 왔으니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다.
‘눈앞에서 김해나가 보호받는 걸 봤으니…….’
하지만 혜성의 입장에서 선을 넘은 건 이아윤이었다. 가만히 있는 저를 자기 목적에 이용하기 위해 끌어들였으니, 제가 어떻게 대처하든 이후에 일어날 일은 오로지 이아윤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혜성아. 오늘 기분은 좀 어때?”
평소와 다름없이 연습실로 출근하던 중, 한영원이 물었다.
“이제 조금 살 만해요.”
“다행이네. 스트레스 받아서 탈모라도 생기면 어쩌나 했어.”
한영원이 농담조로 말하며 혜성의 정수리를 톡톡 두드렸다.
항상 과하게 욕먹기만 하던 동생이 진흙탕 싸움에서 빠져나오는 게 보여 마음이 놓였는지 장난까지 치는 모습이었다.
“혹시 저 탈모 생기면 언니 머리카락 좀 뜯어 가도 돼요?”
“뭐라고?”
“농담이에요.”
“무슨 그런 무서운 농담을 해.”
황당한 표정으로 걸음을 멈춘 한영원은 실실 웃고 있는 혜성을 보고 따라 웃었다. 평소처럼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걸 보니,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안심한 모양이었다.
“안 뜯어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얼른 가기나 해요.”
“알았어.”
그렇게 시간은 흘러, 컴백 바로 전날.
[에이클랏 김해나, 자숙 결정 “심려를 끼쳐 죄송” 결국 빼고 데뷔하나] [아트앤웍스, “김해나, 많이 힘들어해… 불참은 본인 의지, 탈퇴는 아니다”]김해나를 빼고 데뷔한다는 기사가 떴다.
‘말이 자숙, 불참이지 결국 탈퇴 엔딩이네.’
자숙도 본인 의지가 아닌 건 뻔히 보였다. 두 번이나 다른 연습생을 내쫓을 정도로 욕심이 큰 사람인데 이미 결정된 그룹에서 자기만 빼고 데뷔한다는 걸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김아미: 혜성아. 해나 언니는 우리 데뷔 앨범에서 빠지기로 했어. 네 말대로 전 회사에서 트러블이 있긴 했나 봐. 사장님이 D&F에…… (중략)]어제 아미에게서 온 메시지에서도 김해나를 손절 한다는 뉘앙스가 짙어 보였다. 아미는 혜성의 조언을 듣고 멤버들과 상의해서 탈퇴시키는 쪽으로 회사에 의견을 전달했던 모양이었다.
‘빼고 데뷔해서 다행이긴 한데… 나중에 무슨 짓 하는 건 아니겠지?’
이대로 순순히 물러날 인물은 절대 아닌 것 같아서 걱정되는 부분은 있었지만, 김해나가 제 머리채를 잡을 리는 없었다.
‘내가 오피셜로 잘 모르는 사이라고 해 줘서 오히려 안심했겠지.’
이아윤은 아직도 인스타로그 스토리에 정돈되지 않은 글을 올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찝찝한 부분이야 여럿 남아 있었지만 혜성은 논란과 선을 그은 상태로 상황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결국 미안했다는 말은 평생 못 듣게 됐네.’
직접 과거 일을 땅에 묻고 가기로 했으니 씁쓸해도 어쩔 수 없었다.
‘뒤에서 사과받고 싶어도 애초에 증거도 없고.’
[증거가 정말 없을까요?]혼자 헤어샵 의자에 앉아 쓴맛을 삼키고 있는데 상태 창이 불쑥 끼어들었다.
‘있겠냐.’
누군가 자신을 소외시켰다는 것을 증거로 남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있었으면 나도 홍시현 짓 했을지도 몰라.’
싹싹 빌지 않으면 공개하겠다고 김해나를 협박하진 않았겠지만, 연락은 해 봤을지도 모른다.
[예전 폰은 정말 버린 게 맞을까요?]‘그럼 내가 고물상에서 엿 바꿔 먹었겠냐?’
증거는 없고, 예전 폰은 폐기한 게 분명한데 상태 창이 알쏭달쏭한 말로 약을 올리는 것 같아서 괜히 짜증이 났다.
‘나 머리 손질해야 하니까 더 떠들지 말고 조용히 해라.’
[본가의 책상 서랍 3번째 칸을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요.]조용히 하라는 혜성의 말을 무시하듯 일방적인 알림을 남긴 상태창은 그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방금 뭔데?’
버린 걸 다시 찾아오기라도 했단 뜻일까.
방금 알림은 못 본 척하고 싶을 만큼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 * *
그날 밤.
쥬엘릭스태프 @JWL_Staff
**0121(목) M 스페이스 사전 녹화 인원 체크 안내
-시간
1~100번 1AM
101~200번 1:30AM
201~300번(예비 포함) 2AM
장소: MvN 미디어센터 옆(사진 참고)
사전 녹화에 참여하시는 비쥬 여러분은 본인의 대기 번호 체크인 시간에 맞춰 사진 속 장소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집합 장소를 찍은 사진)
공지용 스태프 계정에 사전 녹화 집합 장소 안내 글이 올라왔다.
“♡발, 무슨 인원 체크를 새벽 1시에 해?”
어제 당첨 명단에서 제 이름을 발견하고 뛸 듯이 기뻐했던 김광인이 황당한 얼굴로 화면을 들여다봤다.
연말 시상식도 대부분 낙첨되고, 얼마 전 공개 녹화로 진행되었던 ‘Dream DASH! 꿈의 질주’도 보러 가지 못해 오프라인 행사에 목이 말랐던 참이었다.
“그래도 새벽 1시는 좀 아니지.”
더군다나 지금 계절은 겨울. 그것도 1월 말. 서울에는 어제도 눈이 내렸다.
이런 차가운 계절, 하루 중 온도가 가장 낮을 새벽 1시에 외부에서 모이라는 것은 팬들을 러시아산 킹크랩처럼 급속 냉동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이번엔 뮤비도 12시 땡 하면 공개한다며. 그럼 우리 덜덜 떨면서 밖에서 보라는 얘기야?”
음원 공개는 오후 6시인데 뮤직비디오는 자정 선공개였다. 좀 이상했지만, 이건 발매일과 컴백 무대 날짜가 겹쳐서 뮤직비디오 공개 시간을 앞당긴 거였다.
새벽에 들어갈 사전 녹화 중에 아무도 노래를 모르면 흥이 덜 날까 봐 엔진뮤직 나름대로 멤버들과 팬들을 배려한 거였지만, 그 누구도 고마워하지는 않았다.
“그냥 음원을 어제 공개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제 10시를 조금 넘긴 이른 밤이었지만 벌써 출근 준비를 하던 차주연이 말했다.
지금 멤버들 사이에서도 첫날 일정이 비효율적이고 희한하다는 말이 나오던 참이었다.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혜성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미 기대는 버린 지 오래였다.
오늘 새벽에 리허설과 사전 녹화를 끝내고 잠시 쉬다가 정오쯤 기자만 부른 미디어 쇼케이스를 한 후,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와서 생방송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제대로 쉴 시간도 없이 이리저리 이동하느라 멤버들도 정신이 없는데, 대기해야 할 팬들은 더 힘들 것 같았다.
“짐이나 마저 싸자, 그래도 이른 새벽 출근이라 빨리 끝내고 호텔에서 쪽잠은 잘 수 있겠다.”
얼마 뒤, 새벽 1시
멤버들은 대기실에서 녹화 준비에 한창이었고, 스튜디오 밖에선 인원 체크를 위한 행렬이 길게 늘어졌다.
너무 이른 집합 시간 때문에 온라인상에선 안 올 것처럼 반응이 안 좋았지만, 현장에는 예비 순번과 현장 참여가 가능할까 싶어 온 인원까지 포함해 거의 400명이 넘는 팬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몸은 덜덜 떨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뜨거웠다. 자정에 공개된 뮤직비디오를 보고 기대감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도장 받으면 바로 PC방으로 튀자. 얼어 죽겠다.”
“팬매 아직 안 왔냐?”
“앞에 있어. 어? 포카 꺼낸다.”
인원 체크를 언제 시작하나 술렁이는 사이, 줄을 세우던 팬 매니저가 빠른 속도로 공개 방송 참여 도장판과 포토 카드를 나눠 주며 출석 체크를 시작했다.
“재집합 시간은 스태프 계정에 공지할게요, 녹화 때 안 오시면 다음 스케줄에 페널티 있습니다!”
일부 인원이 출석 체크를 끝내고 자리를 뜰 때마다 팬 매니저가 크게 소리쳤다.
요즘 비싼 값에 팔리는 공방 포카만 꿀꺽하고 녹화 현장에는 참여하지 않는 악성 되팔이들이 기승이라 경고하는 듯했다.
“너 누구 거 받음?”
100번대 후반 번호로 여유 있게 당첨된 김광인이 300번 안에 겨우 들어 방금 체크를 끝낸 왹깅에게 다가갔다.
“나 주하.”
“아… 나 영원 언닌데.”
“나 줘.”
“안 되지. 너 혜성이 거 아니잖아. 연우도 아니고.”
김광인은 얼른 몸을 돌렸다.
귀한 얼빡 샷으로 찍힌 한영원의 공방 포카를 보고 굶주린 늑대처럼 침 흘리며 다가오는 왹깅이 조금 두려웠다.
“그만 쳐다봐, 네가 주하랑 혜성이 교환해 오든가.”
“마복이 누구 거 받았는지 물어봐야겠다.”
“걔 예비라서 못 받았어.”
당첨 운이 없기로는 김광인보다 한 수 위였는지, 마른 복숭아는 예비 20번이었다. 들어갈 확률이 높은 번호이긴 했지만, 공방 포카는 받을 수 없었다.
“진선 님하고 복녀 님한테 물어봐.”
“알았어. 일단 우리도 PC방으로 들어가자.”
새벽 3시.
출석 체크를 끝낸 팬들이 따뜻한 장소를 찾아 떠나고, 온라인상에서 포카 교환 상대를 찾기에 한창이던 그때.
멤버들은 메이크업을 벌써 끝내고 다 같이 모여 태블릿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요즘 MBTI보다 이런 게 유행인가 봐요.”
중앙에 있던 나연우가 들뜬 얼굴로 정면을 보았다. 앞에는 영상 팀 직원이 캠코더로 멤버들을 찍고 있었다.
“지금 뭐 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드려, 연우야.”
혜성이 뒤에서 나연우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네. 저희는 지금 간단한 인터뷰를 작성하고 네이탈 차트를 보고 있어요.”
“네이탈 차트가 뭔지도 설명해 드려, 연우야.”
“아. 네이탈 차트는 출생일의 하늘을 토대로 보는 점성술 차트입니다! 서양의 사주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왜 보고 있었는지도 설명해 드려, 연우야.”
나연우는 직접 출연하지는 않고 자꾸만 뒤에 숨어서 조종하는 혜성에게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아주 성실하게 카메라를 향해 설명을 이어 갔다.
“저희 신년 운세를 보는 콘텐츠가 있어서 네이탈 차트를 미리 보고 있었어요.”
“전 봐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혜성이 태블릿을 카메라에 들이밀었다.
태블릿 화면에는 초등학교 방학 계획표처럼 생긴 동그란 원 안에 선이 그어져 있었고,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난무했다.
“여러분도 모르시겠죠?”
혜성이 행성 기호 같은 것들을 보고 머리를 긁적이는 순간, PC방에 있던 김광인도 머리를 긁적였다.
“해석을 봐도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쪽은 점성술 차트가 아니라 뮤직비디오 해석을 보고 물음표를 띄우는 중이었다.
“얘들아, 너희도 게임 그만하고 뮤비 스밍 좀 해.”
김광인은 옆에 앉아 버섯 몬스터를 잡는 게임에 열중인 동료들을 향해 한마디 하고는 뮤직비디오 재생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