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establish a family with secret arts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환생한 탕유
탕유가 펼치는 자하신공은 이미 화산파 장문인 자신을 능가하는 엄청난 위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탕유는 5년 전에도 유독 화산파와 개방에는 일말의 사정을 두지 않았었다.
탕유는 검을 쓰지 않고 일부러 자하신공을 펼쳐 화산파를 조롱한 것이다.
순식간에 제자 셋을 잃은 화산파 장문 엄안뿐 아니라 무당오협과 화산파 장문 장표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쉭쉭쉭!
상대가 멈칫하고 있는 사이, 탕유의 신형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였다.
탕유가 펼치는 무공은 순간순간 변해갔다.
펑펑펑!
윽윽윽!
형산파에게는 형산파의 원공장을 사용했고, 무당오협에게는 장사붕의 절기인 태산권각술을 사용하였다.
탕유가 자신들 문파의 무공을 펼치며 공격하자 모두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저 요녀를 죽여라!”
이제 이판사판이다!
화산의 자랑인 자하신공을 펼지는 탕유와 같은 하늘 아래서 공존할 수 없는 화산파다.
“죽여라!”
그러나 탕유 또한 그들에게 일말의 사정을 둘 생각이 없었다.
쓱!
탕유가 다시 검을 뽑아 들었다.
상대를 조롱하는 것은 끝이 났으니 이제부터는 신속하게 적을 처단해야 했다.
창창창!
1대 30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것도 삼대 문파의 정예 고수들과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한 여인 간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전이었다.
창창창!
억억억!
“으악!!!”
피와 살이 튀기며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이럴 수가!!!”
30여 명이 넘던 고수들의 수는 어느덧 반절 이하로 줄어 있었고, 그마저도 반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였다.
물론 상대방만 피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우……!”
탕유의 피범벅이 된 왼쪽 허벅지와 오른쪽 어깨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우… 화산파 정예가 이렇게 허무하게 전멸하다니!’
자신의 모든 공력을 끌어올린 엄안이 화산파의 절기 매화검법을 연달아 펼치며 동귀어진의 자세로 달려들었다.
“요망한 년! 죽어라!”
“훗!”
엄안의 맹렬한 공세에도 탕유의 신법은 신출귀몰하였다.
쉭쉭!
동귀어진하려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엄안을 피하는 데는 사부의 절기인 화엽비술이 최고였다.
낙엽이 하늘에서 떨어지듯 이리저리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탕유의 신법은 신묘하기 그지없었다.
창창창!
윽윽윽!
마지막 남았던 화산파 제자마저 쓰러졌다.
그러나 아무리 탕유라 할지라도 어린 아들을 안고 싸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허벅지와 어깨에서는 계속 피가 뿜어져 나왔고, 그렇게 신묘하던 탕유의 신법도 점차 느려지기 시작하였다.
헉헉헉!
점차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 탕유가 숨을 헐떡거렸다.
이제 두 발로 서 있는 적은 6명뿐이다.
‘으… 아쉽군…….’
적들의 상황을 살피며 잠시 숨을 고른 것이 탕유에게는 실수였다면 실수였다.
쉭!
붕붕!
“헛!”
탕유는 등 뒤에서 엄청난 장력이 뿜어져 오는 것을 느꼈지만, 그만 한발 늦고 말았다.
펑!
실로 엄청난 장력이 탕유의 등을 후려쳤다.
“억……!”
어디선가 절정의 고수가 갑자기 튀어나와 탕유에게 일격을 가한 것이다.
붕붕!
엄청난 충격을 받은 탕유는 재차 자신에게 날아오는 장력을 느꼈다.
이번은 자신의 목숨을 끊어놓기 위한 것이다.
죽음을 감지한 탕유가 아들 탕명을 감았던 왼손을 풀어 날아오는 일장과 부딪쳤다.
펑!
“욱!”
비록 일격을 당했지만 역시 탕유였다.
탕유와 상대 모두 한걸음 물러나서야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흐흐흐! 역시 대단하군! 탕유! 어디 그 요망한 귀걸이로 나의 황룡십팔장도 흡수해봐라.”
황룡십팔장은 개방에서도 방주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무공이다.
“네… 네놈은…….”
등 뒤에서 암수를 쓴 상대는 바로 개방 방주 왕사룡이었다.
“흐흐흐! 청동 귀걸이를 내놓으면 아들의 목숨만은 살려주마!”
“이… 이놈!”
잠시 방심한 사이에 왕사룡의 암습에 당한 탕유는 자신의 실수에 탄식했다.
왕사룡의 목적은 오직 탕유의 청동 귀걸이였다.
왕사룡은 청동 귀걸이를 얻어 그 힘으로 무림의 지존이 되려 했기에 화산, 무당, 형산의 고수들이 탕유의 손에 죽어 나가기를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웩!
탕유가 붉은 피를 한 모금 뱉어냈다.
피를 보자 어린 탕명이 놀라 울먹였다.
“으앙!!! 엄마… 많이 아파?”
“아니… 엄만 괜찮아…….”
영문을 모르는 어린 탕명의 눈에도 죽음의 공포가 가득했다.
‘우…….’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 되었다 해도 탕유는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이… 이 아이만은 살려야 한다…….’
하지만 탕유 앞에 서 있는 자들은 무림 최고수들과 악독한 왕사룡이다.
표독한 왕사룡의 눈을 바라본 탕명은 그에게서 어떤 자비도 구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목숨을 잃더라도 청동 귀걸이를 이들의 손에 넘길 생각은 없다.
혼자였다면 절망적인 순간에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을 것이다.
‘우… 이 아이의 명이 여기까지란 말인가…….’
점점 의식이 흐려지는 탕유는 어린 탕명을 꼭 안으며 굳은 결심을 하려 했다.
“명아! 우리…….”
그 순간, 탕유의 귀에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친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탕유!”
순간 한 사람이 떠올랐다.
‘미향……!’
그렇다.
분명 아미파 제자 미향의 목소리였다.
수년 전 탕유는 아미파에 머물며 장문 일절의 명으로 부처님 말씀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 아미파 제자 미향과 각별한 우정을 나눴었다.
쉭쉭쉭!
가뭄의 단비처럼 일절이 아미 제자들을 이끌고 도착했다.
미향이 달려와 탕유를 부축했다.
“탕유! 괜찮아?”
왕사룡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일절이 못마땅했다.
일절은 왕사룡과 같은 연배이지만 무당 장문 장사붕과 더불어 무림인들의 존경을 받는 일대종사였다.
“흐흐흐! 일절! 그대가 탕유 이년과 친분이 있는 줄은 몰랐소이다.”
왕사룡의 말에 일절이 차갑게 물었다.
“왕 방주! 그대는 이 아이의 귀걸이가 탐나는 것이오?”
“흠흠…….”
정곡을 찌른 질문에 왕사룡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왕사룡과 달리 귀걸이보다는 원한을 갚으러 온 엄안이 나섰다.
“일절 장문! 우리 화산파는 저년과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으니 장문께서는 물러서 주시오.”
무림의 어른인 일절이기에 장표도 공손히 엄안을 거들었다.
“장문께서도 탕유가 저지른 일들을 알고 계실 테지요? 우리 형산파도 이번에 매듭을 지어야겠습니다.”
일절이 보니 이미 20여 명이 넘는 고수가 쓰러져 있었다.
“음……!”
일절조차도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일절이 자신들의 일을 적극적으로 막으려 하지 않자, 무당오협 양일지가 떨어져 나간 왼팔을 들어 보이며 절규했다.
“머뭇거릴 필요 없소이다. 일단 저년을 요절내고 청동 귀걸이를 어찌할지 정합시다!”
죽음에 문턱에 서 있는 양일지는 아직도 청동 귀걸이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탕유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자신의 청동 귀걸이를 만지며 다짐했다.
‘훗! 네놈들에게 절대 귀걸이를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탕유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울고 있는 명이를 한껏 안아 들고, 명이의 귀에 대고 마지막 이별을 속삭였다.
“사랑해! 탕명…….”
탕유는 미향에게 탕명의 작은 손을 넘겨주고는 일절에게 포권을 취했다.
“장문! 모든 것이 저로 인해 발생한 일이니 저는 죽어도 후회가 없습니다. 다만 내 아들은 죄가 없으니 부디 이 아이를 거두어 주십시오.”
탕유의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음…….”
일절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탕유의 뜻을 알아챈 미향이 외쳤다.
“탕유! 안 돼!”
그러나 어찌 미향이 탕유를 막을 수 있겠는가?
아들 탕명을 미향에게 안기고 일절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탕유가 절벽 쪽으로 몸을 날렸다.
쉭!
“잡아라!”
탕유가 절벽으로 몸을 날리자, 순식간에 왕사룡과 양일지가 탕유의 뒤를 쫓으며 검을 휘둘렀다.
쉭쉭!
그들은 청동 귀걸이가 달린 탕유의 목이 필요했다.
탕유는 마지막으로 사부가 전수해준 화엽비술을 펼치며 왕사룡과 양일지의 검을 피해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붕!
쉭쉭!
소득 없이 허공만 가른 검을 잡고, 왕사룡과 양일지가 허탈한 표정으로 절벽 아래를 바라볼 뿐이었다.
허공으로 떨어지던 탕유는 마지막으로 사부인 선우 무도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부님! 죄송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억울했다.
“아… 난 이제 고작 20살인데…….”
탕유의 몸은 허공을 날아 한 떨기 꽃처럼 까마득한 절벽 아래 강물 속으로 떨어졌다.
풍덩!
* * *
꿈을 꾸었다.
깊은 강물에 빠지는 꿈이었다.
정신은 흐릿해져 갔지만, 또렷이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사… 사부님!”
나를 거두어 주시고 무공을 가르쳐주신 사부님. 그리고 나의…….
아… 보고 싶다!
나는 사천 성도에서 동북쪽으로 80리쯤 떨어진 광한(廣漢)이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부모님은 나를 데리고 항주로 오셨고, 전쟁통에 그만 나만 남기고 돌아가셨다.
어린 나를 키워준 것은 고진명이라는 고구려 출신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천리인이라는 고구려 첩보부대 대장으로 활동하다 간첩으로 잡혀 이십 년을 서호 지하 감옥에서 고생하다 전쟁통에 겨우 탈출하셨다.
할아버지는 길가에서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거두어 주셨다.
할아버지와 서호 근처에서 무예 공연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나는 17살이 되던 해에 희대의 살인마 모용각을 잡으러 항주에 온 사부님을 만나게 되었다.
사부님은 나를 제자로 거두어 주셨다.
모용언은 모용세가 가주의 딸이자 사부님의 아내이다.
학식이 탁월했던 사모님은 나의 내력을 묻고, 내가 지니고 있던 부모님의 유품인 청동 귀걸이를 보시고 단번에 보통 물건이 아님을 알아보셨다.
[탕유! 이 귀걸이는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구나. 부모님의 유품이니 가지고 있지만 말고 당당히 귀에 걸고 다녀.]나는 사모님의 말씀에 따라 그날부터 귀걸이를 하고 다녔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원래 수줍고 소심한 여자아이였다.
그러나 변하기 시작했다.
어찌 된 일인지 무공을 겨루면 상대의 무공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게다가 무공을 배울수록 나의 성격은 점점 더 과감해졌고, 나중에는 사람을 죽여도 별다른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변해가는 내가 싫지는 않았다.
모든 것이 청동 귀걸이의 힘이었다.
“명아! 명아!”
누군가가 나를 흔들고 있다.
‘명이? 명이는 내 아들 이름인데… 내 아들 명이는 어찌 됐을까? 아… 보고 싶은 명이…….’
내가 절벽으로 몸을 던졌으니 홀로 남은 아들 명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이다.
‘일절 장문이 잘 거두어 주셨겠지…….’
“끙…….”
서서히 꿈에서 깬 나는 천천히 눈을 떠보았다.
“명아! 정신이 드는 것이냐?”
노인이다.
코가 크고 눈이 큰 노인이다.
“휴… 다행이다. 할애비는 네가 잘못된 줄 알고 얼마나 놀랐던지.”
탕유는 이렇게 환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