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0)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0화(10/275)
입학식을 위해 도착한 무도회장은 조금 전 모였던 중앙 홀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다.
화려하게 천장을 채운 별과 해, 그리고 소용돌이치는 바다의 그림.
천장에서부터 곡선으로 둥글게 떨어지는 다양한 벽화와 무늬들.
마법으로 회장 전체를 밝게 비추는 달의 빛을 담은 월광 등불까지.
고릴라 소리를 쏟아내며 회장을 구경하던 신입생들은 클래스장들의 안내에 따라 몇 줄로 나눠 섰다.
학생들이 실컷 떠드는 사이, 클래스 장들이 각각의 클래스를 진정시키고 얼마 있지 않아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그 처음을 알린 것은 학장의 인사말이었다.
놀랍게도 학장은 투명했다.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어… 말 그대로 ‘투명했다’.
학장의 모습은 학생들의 눈에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려왔는데 전해져 내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아주 오래전 그가 왕실의 의뢰를 처리하던 도중 악마에게 신체를 모두 잡아먹혀 영혼만 남았다고 한다.
“포레스튼에서는-.”
“마지막으로는.”
무어라 말하긴 했는데 레이먼의 기억 속에 남는 건 모두 포레스튼에 잘 들어왔습니다- 라는 인사말뿐이었다. 한 마디로 그냥 집중을 안 했다.
“-훌륭한 마법사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연설을 마친 학장이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어라? 내려오는 게 보이네?’
어느 순간부터 교단에서 내려오는 학장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흰 수트를 입고 있었는데 손을 흔들며 내려오는 순간에도 손끝에서 마력이 느껴졌다.
‘설마 마력으로 전신을 만든 건가.’
레이먼이 학장의 미스테리한 신체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파릭사가 자신의 클래스 신입생들을 향해 말했다.
“자, 기프트는 이쪽으로 와. 시간표를 나눠줄게.”
파릭사는 정말이지 친절하게 철없는 16살짜리 신입생들을 대했다. 똥! 방귀! 이딴 거나 얘기할 거 같은 멍청한 신입생들에게 말이다. 실제로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한 놈은 온종일 똥! 방귀! 똥! 방귀! 이러고 다녔다.
아니, 정말로. 16살이나 먹었으면 그런 농담은 그만해야 할 나이 아닌가? 아니, 장난이 아니고. 정말로.
기프트 클래스 학생들은 파릭사를 따라 생활관 휴게실에 도착했다. 다른 클래스 학생들도 속속 도착해 벽면 한쪽마다 자리를 잡고 설명을 듣고 있었다.
포레스튼 생활관의 공용 휴게실은 다행히 1학년 모두가 들어갈 정도로 아늑하고 커다랬다.
파릭사는 목에 걸린 목걸이를 잡아 뜯어 올리며 말했다.
“자, 먼저. 포레스튼에 들어왔으니 다 각자 마법을 시전할 때 필요한 완드를 가지게 될 거야.”
그녀가 허공에서 손을 한 번 휘두르자 파릭사의 목걸이가 긴 막대로 변했다. 아마 저게 파릭사가 말한 완드인 듯했다. 완드는 마법사들이 자신의 마력을 편하게 조절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조 도구 같은 개념이었다.
그때 누군가 손을 들어 질문했다.
“완드가 없어도 마법은 쓸 수 있잖아요.”
“…좋은 지적이야. 네 이름은?”
“레이먼입니다.”
“맞아, 레이먼. 네 말대로 완드가 없어도 마법은 쓸 수 있지. 하지만 효율적으로 마법을 쓰기 위해선 완드가 꼭 필요해. 정확히 말하면 마법진이 새겨진 도구가 필요한 거야.”
파릭사가 자신의 완드를 추켜세웠다. 그 혹은 그녀가 손에 쥔 완드는 나뭇가지 형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었는데 오른쪽에는 선홍색 꽃이 피어있었고 왼쪽 가지에는 푸른 잎이 돋아나 있었다.
“완드의 형태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걸 상징하면 된단다. 나는 내 동네에 있던 거대한 떡갈나무의 가지를 형상화한 거야.”
“그럼 검도 괜찮나요?”
다른 학생이 질문했다. 그는 기사 가문 출신인 모양이었다.
“맞아. 네가 원한다면 검의 형태로 된 완드도 상관없어. 나처럼 목걸이로 시작해도 괜찮아. 마법을 시전할 때 들 수 있는 사이즈면 뭐든 괜찮을 거야. 앞으로 신입생은 한 달간 완드 만들기 수업을 들을 거고, 완드가 완성되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 그럼 다들 앞에 나와서 시간표를 받아 가렴.”
순서에 따라 레이먼은 파릭사 앞에 놓인 양피지 조각을 챙겼다. 시간표는 10시부터 4시까지 수업을 명시해두었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율에 맡김’이라고 쓰여 있었다.
“너는 어떤 완드를 만들 거야?”
“나는 우리 엄마 얼굴을 새긴 완드를 만들 거야!”
“엄마는 소중하지. 나도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의 얼굴이 새겨진, 완드?
그게 무슨 헛소리냐 싶었지만 그래, 효심이 지극한 놈이라 생각하자.
레이먼은 16살짜리의 귀여운 발언을 못 들은 척하기로 했다.
완드와 시간표에 대한 설명이 끝난 뒤, 학생들은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레이먼도 방으로 돌아가 시간표를 다시 살폈다.
‘그런데 이 멍청한 아카데미는 고작 16살짜리들이 ‘자율에 맡김’ 시간에 공부라도 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리고, 이 문구.
-1학년의 경우, 클래스 상관없이 전원 시간표 고정.
이렇게 되면 클래스가 아무 의미 없지 않나?
생활관 자체도 클래스가 모두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공용 휴게실에선 클래스 상관없이 모일 수 있었고, 고학년이 되면 어차피 원하는 직업에 따라 자연스레 무리가 나뉠 거다.
‘나한테는 나쁘지 않아.’
왕 후보와 일부러 우연을 가장할 필요 없이 만날 수 있는 아주 운 좋은 상황.
심지어 괜히 딱 붙어 다닐 수고도 필요도 없었다.
적당한 거리에서, 그 왕자를 몰래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절한 위치 선점.
‘그래, 일단 친절히 대하면 되겠지. 뭐라도.’
“도련님!”
“…놀라라.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
돌아보니 니콜이 거대한 발을 쿵쿵 구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니콜이 발을 구른 마룻바닥이… 떨어져 나갔다. 이게 부서지는 동안 그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니. 내 귀가 먹었나?
“3번이나 불렀어요! 아까부터 밖에 손님이 와 계세요.”
“손님?”
“네. 열어 드릴까요?”
“그러던가.”
누구지? 오닉스인가? 니콜이 문을 열고 들어온 이를 보자마자 레이먼은 입을 떡 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온 세상이 나를 시험하려는 게 아닐까? 그래. 이딴 세상에서 마법에 대한 재능도 없이 되살아난 거 자체가 시험이지. 쓸데없는 상태창도 따라오고 말이야.
그리고 쓸데없는 상태창은 이런 상황이 닥칠 거라는 걸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안녕.”
왜 그 왕자라는 놈이 왜 내 방에 오는 건데.
***
“안녕.”
“안녕…하세요?”
레이먼은 일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혼란스러웠다.
일단 이쪽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니 존대를 하는 게 맞겠지? 아니, 포레스튼에서는 그러면 안 되는 건가? 그래도 겉으로는 평민 귀족 모두 반말을 쓰게 하니까.
레이먼이 어색하게 말을 높이자 왕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은은하게 미소를 지었다.
“같은 1학년끼리 왜 그래? 그냥 반말 써.”
“그래, 그럼. 내 방에는 무슨 일인데?”
“전환이 굉장히 빠르다, 너.”
레이먼이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그도 존대가 익숙지는 않았다. 비록 바닥에 익숙한 헌터 생활이었지만 겁박하면 겁박했지 남에게 굽실거린 기억은 돈을 받을 때 외엔 없었기 때문이다. 왕자는 활짝 웃는 얼굴로 레이먼을 향해 걸어와 손을 내밀었다.
“기프트는 규모가 작으니까. 미리 친해지려고 온 거야. 내 이름은 유타야. 성은 알지?”
“…특이한 이름이네.”
“내가 지었거든.”
직접 지었다고? 왕족은 보통 이름을 지어주는 작명가가 따로 있을 텐데.
“나는 반쯤 버려진 자식이라서.”
그는 아무래도 생각을 읽을 줄 아는 모양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뭐라도 대꾸해야 했기에 레이먼은 결국 무미건조하게 입을 열어 감탄해주었다.
“아하. 대단하네.”
“하하, 당황스럽게 해서 미안. 수업 전에 얼굴 좀 익혀두려고 들린 거야.”
“그래.”
“그래, 그럼 수업 때 보자.”
유타는 짧게 손을 흔들며 ‘나 기억해!’라고 말하고선 방을 떠났다. 그 뒤를 따라다니던 기사 한 명이 레이먼을 향해 짧게 묵례했다. 레이먼이 왕자를 단박에 알아챈 데에는 그 기사의 존재도 컸는데, 그가 왕실 기사단만이 차고 다니는 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 주인을 졸졸졸 뒤쫓는 모습이 마치 권력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새끼강아지 같았다.
“성격이 좋으시네요.”
옆에서 짐을 정리하던 니콜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러게. 좋네… 나, 잠깐 화장실 좀.”
눈앞에 상태창이 갑자기 나타난 레이먼은 급히 화장실로 몸을 숨겼다.
[ 선별 확인 ]바로 킹메이커의 특성이 갑자기 나타나 깜빡이기 시작한 것이다. 눌러볼까.
[ 왕 후보 선별 완료 ] [ 왕이 될 자격이 있는 자 중 당신과 감화한 대상자에게 왕 후보 자격을 부여합니다. ] [ 왕 후보 :1. ???
2. ???
3. ???
.
.
]
뭐지? 선별이 완료됐다는 게 내 후보가 된다는 게 아니었나?
아무래도 왕 후보라는 건 시스템이 무작위로 선별하고 그중에 선택된 자만이 내 왕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뜻 같았다. 그렇다는 건…
‘킹메이커가 나만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누군가는 나와 다른 자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수를 쓸 수도 있다는 건가…?
차라리 왕 후보가 겹치면 좋은데.
‘이게 급한 건 아니긴 한데.’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고개를 가로저은 레이먼은 [선별] 옆에서 깜빡이는 [예견]을 클릭했다. 아무래도 [예견]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꽤 쏠쏠했기 때문이다.
[ 유타 스테디움 스턴은 ‘왕에 필요한’ 자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왕한테 필요한 자질이 뭔데?’
레이먼은 화장실 타일 바닥에 앉아 엉덩이가 축축하게 젖는 것도 모른 채, 깊이 고민했다.
결론은 하나.
일단은 5왕자와 친해진다. 그리고 다음 왕자랑도 친해진다. 그리고 그다음 왕자랑도 친해져서 나만의 왕 후보 왕국을 건설한다.
‘좋았어.’
고민을 훌훌 털고 화장실에서 나온 제 도련님을 보자마자 니콜은 자신의 도련님이 오줌을 지렸다고 생각했다.
그는 레이먼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새 바지를 건네주었으나 레이먼은 니콜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한 채, 고맙다고 인사했다. 니콜의 오해는 더더욱 깊어졌다.
‘도련님은 정말 내가 없이는 안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