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00)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00화(100/275)
상냥한 사회는 없다.
사회는 자신에겐 관대하고 타인에겐 엄격하다. 타인의 실수는 눈감아줄 수 없지만 자신의 실수는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간다. 두 번째의 기회는 주지 않는다.
유태하가 겪은 삶은 ‘상냥하지 않은 사회’였다.
만약 누군가 그렇지 않은, 다른 사회가 있다고 한다면 그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어쩌라고.
내가 겪은 사회는 그랬고 네가 겪은 사회와는 상관없다고 말이다.
그의 사회는 언제나 그에게 냉혹했다, 불운은 그의 친구였으며 행복은 언제나 남의 것이었다. 세상은 그를 환영하지 않았다. 그런 세상 속에서 유태하가 배운 건 ‘냉정함’.
그리고 아무리 소중히 여겼던 것도 언제든 끊어낼 수 있을 정도의 ‘잔혹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별로 소중하지도 않은 놈들을 협박하고 죽이는 건 유태하에게 손쉬운 일이었다.
그들이 그와 유타를 납치했던 것도 사실. 마지막엔 커다란 상처를 남기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다. 즉, 왕족 납치 및 살인 미수로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은 놈들이란 소리다.
‘제일 먼저 질문을 하고, 답이 없다면 발톱을 뽑아야겠지.’
예전에 혀부터 뽑은 적이 있는데, 정보를 빼내기 불편했기 때문이다. 시야에 들어오는 범위 내에서, 입에서 가장 먼 곳부터 고통을 주는 게 협박하기 편리하다.
칼로 발가락이나 손가락을 도려내는 것도 좋다. 일단 피를 보이는 편이 한 사람의 정신을 무너뜨리기 쉽다.
무너진 정신 상태에선 스스로가 품고 있던 믿음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다. 뒷배가 있다고 생각되면 그 뒷배의 이름을 대며 ‘그 사람에게 넌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걸 각인, 세뇌시킨다.
불안해지겠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그 사람이 자신을 구원해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일 테니.
겁을 먹고, 이내 생존에 대한 갈망으로 정보를 발설하면 그대로 죽인다.
‘서머셋…에 대해 제일 먼저 물어봐야겠지.’
서머셋이 의심스러운 건 아니지만, 일단 소문이 난 이유는 있을 테니까. 그다음은 매너스인가.
‘왕성에서 목격됐다면 왕족과 관련된 건 기정사실이니까.’
익숙한 정원을 가로질렀다. 레이먼은 에글린턴의 다른 학생들이 나왔던 문을 열어젖혔다. 아직 잠이 들지 않은 시종인들의 피해 그는 더욱 구석으로 들어갔다.
왕실 감옥은 달의 탑에 있었다. 달의 탑 1층부터 지하까지가 감옥이었는데 최하층이 어디까지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상하네.’
벽 너머로 달의 탑을 살피던 레이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달의 탑을 지키는 문지기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왕성 내부의 경계가 이렇게 허술할 리가 없는데.
레이먼은 잠시 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누군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10분이 넘게 흘렀는데도 문지기는커녕 시종인들의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불안한걸.’
들어가야 하나?
…아니. 아니야.
레이먼이 고민하던 사이, 탑의 문이 열렸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문 너머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검이었다. 피가 묻은 검의 날카로운 끝이 달빛 아래에 몸을 담갔다. 검의 주인은 평범한 기사였다.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고.
“괜찮을까?”
“뭐가.”
“우리가 죄수들을 괴롭히는 거 말이야. 오늘은 좀 넘어갈 걸 그랬나?”
“야, 어차피 여기 있는 놈들 죄다 사형수야. 우리가 좀 갖고 놀면 뭐가 어때서 그래?”
…아, 그런 거였군.
풀숲 뒤에 숨어있던 레이먼은 ‘정령의 눈’을 통해 주변에 있던 정령들을 불러 모았다.
이 눈을 가진 이후로 묘하게 정령들이 그에게 우호적으로 대했는데, 이는 계약한 정령에만 국한된 건 아니었다. 주변에 모인 정령들은 바람과 땅의 하위 정령들이었다. 레이먼이 자신들을 본다는 게 신기한지 작은 손가락과 발가락이 그의 눈가를 톡톡 치거나 잡아당겼다.
“아파.”
[ …꺄르륵 ]“저기, 하나만 부탁해도 돼?”
레이먼의 말에 정령들은 일제히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일단 들어보겠다는 신호였다.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을 걸 보아 부탁을 들어줄 가능성은 있었다.
“저 두 명을 탑에서 30분 정도 떨어뜨려 놓고 싶어. 내가 저 안에 볼일이 있거든.”
정령들이 숙덕대기 시작했다. 이번 장난이 그만큼 재미있을지 서로 이야길 나누는 모양이었다. 때마침 ‘사랑’의 하위 정령들도 근처에 온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아모르와 계약하면서 함께 계약하게 된 하위 정령들이 끼어든 이후에는 정령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엿들을 수 있었다.
[ 저 두 사람을 떼어내면 뭐가 재밌어? ] [ 묻어버리면 재밌지 않을까? ] [ 그건 너만 재밌는 거잖아! ] [ 우리한테 겁을 먹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면 재밌지 않을까?! ] [ 겁? ] [ 그거 좋다! ] [ 재밌겠다! 하자! 하자! ]감정의 정령들은… 회유하는 데에 재능이 있는 모양인데.
묘하게 아모르를 닮은 정령이 레이먼에게 성공의 윙크를 날렸다. 레이먼도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정령들은 레이먼을 넘어 숲 안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령들이 사라진 숲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저쪽이다! 가보자고!”
“제기랄, 우린 계속 여기 있었는데!!”
탁탁탁탁-.
달의 탑을 지키던 문지기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 이후에야, 레이먼은 머리끝에 붙은 잎사귀를 떼어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령들이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 낼 수 있었나.’
숲에 유령이 산다는 괴담은 저 녀석들의 장난이겠네, 그럼.
‘기억해둬야겠어.’
텅텅 빈 달의 탑 문 앞은 자물쇠로 잠겨 있지 않았다. 조금 전 기사들이 잠그지 않은 모양이었다. 일이 쉽게 풀리겠어-라고 생각하며 레이먼은 탑 안으로 들어섰다.
***
달의 탑은 특이한 구조를 지닌 탑이었다. 탑이라고 불리는 것에 비해 건물은 1층 높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이는 풍경은 평범한 1인실이었다.
침대 하나와 원형 테이블 하나, 그리고 의자 하나가 있는 낡은 방. 옆 건물로 이어지는 문 하나가 벽면에 하나 더 있었는데 눈치 빠른 레이먼은 그 문이 범죄자들의 감옥으로 통하는 통로라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저건 가짜.’
달의 탑 1층에 갇힌 범죄자들은 송사리들이다.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잡범들이지만 왕실의 보물을 훔치려 들거나 왕실에 대한 불경한 소문을 퍼뜨린 놈들이니 어쩔 수 없이 왕성 안에 잡아뒀겠지. 어차피 조만간 다른 감옥으로 끌려갈 것이다.
레이먼은 방 모서리에 붙은 침대를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침대 아래엔 정사각형의 입구가 하나 더 있었다.
‘비밀 입구들에는 무슨 법칙이라도 있는 건가?’
전생에서 비밀 입구를 찾아다닐 때에도 그 위치는 늘 비슷했다. 책장의 뒤라든가, 환풍기 안쪽이라든가, 침대나 카펫의 아래라든가.
입구 문을 열자 바로 앞 계단만 보일 듯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레이먼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짐승의 소리는 어둠 속에서 더욱 짙어진다. 더럽혀진 제 몸이 어둠 속에선 가려지기 때문이다.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세상을 향한 원망이 늘어간다.
레이먼은 일부러 라이트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채, 아래로 내려갔다. 레이먼의 신발에는 방음 마법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그가 아래로 내려오는 걸 모르는 범죄자들은 울거나 화를 내거나 웃고 있었다.
“억울해! 억울하다고!”
“닥쳐, 여기 너만 억울한 줄 알아!?”
나선형 계단 때문인지 그들의 목소리는 귓전을 때렸다가 다시 건물에 퍼졌다.
하지만 레이먼이 찾는 건 저놈들이 아니었다. 레이먼은 아래로, 더욱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불안한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조금 전 기사들이 건드린 게 누군지 모르니까.’
그리고 다행히, 그들이 건드린 건 다른 범죄자들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고 나서야 드디어 레이먼의 눈앞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작년, 사건이 있던 당시 얼핏 보았던 그때 그 얼굴 그대로였다. 얼굴 곳곳이 고문 때문에 퉁퉁 부어있긴 했지만.
철컥. 자연스레 잠금 해제 마법으로 자물쇠를 푼 레이먼은 감옥 아래로 들어가 쿨쿨 자고 있는 그들 중 한 명의 배를 발로 세게 걷어찼다. 얼마나 세게 찼는지 뻑- 하는 소리가 자고 있는 다른 사람을 깨울 정도였다.
“크허어억-!”
피와 타액이 섞인 기침을 토하며 남자는 벽에 부딪혔다. 겨우 정신을 차린 범죄자2가 1의 상태를 보고서는 레이먼에게 달려들었다.
1학년 시절의 레이먼이라면 당하고도 남았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난 1년 동안 레이먼은 성장했다. 게다가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마력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었다.
체내 마력 양을 늘린다. 마력을 한 곳에 집중시킨다.
촤악-. 레이먼의 발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며 뻗어나가고 달려오는 범죄자2를 그대로 넘어뜨린다. 마력을 집중한 왼손이 쓰러진 남자의 목을 그대로 짓눌렀다. 레이먼은 물 흐르듯 자연스레 남자의 척추를 위에서 내리찍었다.
“크억-!”
“나 기억하지? 아, 아니다. 기다려봐.”
현혹 마법으로 본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레이먼이 마법을 풀자, 그들은 그제야 붉은 머리 소년을 기억해냈다.
‘그때 그…….’
그러나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소년은 어느새 청년의 모습을 향해 가고 있었고 섬뜩한 미소는 그들이 봐왔던 어떤 귀족보다 악랄했다 때문이다. 벽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진 남자는 배를 움켜쥔 채 벽면에 몸을 기댔다.
“이제 누군지 알아보겠어?”
“……그, 그래.”
레이먼이 웃으며 답했다.
“다행이네. 혹시라도 기억 못할까 봐 걱정했거든. 여기까지 온 건 하나 물을 게 있어서야. 원래는 알아서들 털어놓을 때까지 기다리려 했는데 여태 밝혀지지 않았다길래 궁금해서 와봤지.”
레이먼이 남자의 머리채를 쥐고 잡아당겼다.
“허억-.”
“그때 누구였어? 유타를 납치하라고 시킨 게.”
“마, 말할 수 없다!”
“……아, 그래? 그럼 뒤져.”
촤아악-.
‘……이게 대체.’
벽에 붙은 남자의 목울대가 크게 출렁였다.
눈앞에서 무슨 일이… 그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꿈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저렇게 쉽게 죽을 수 있나? 아니,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쉽게 죽일 수 있나?
‘보통 조금 망설이기라도 하잖아!’
– 감옥에서 1년에서 2년만 버텨라. 그럼 내가 너희들을 꺼내주겠다.
‘분명… 그리 말하지 않았습니까. 왕자님!!’
“허억… 허억… 허억.”
피다. 피가 내린다. 피가 비처럼 흩날린다.
동료였던 남자의 허리가 90도로 꺾여, 상반신의 뼈가 그대로 드러났다. 뒤집힌 눈동자는 이제 설원이 되어 눈이 마주친 이의 몸을 얼어붙게 했다. 그리고 제 동료를 그렇게 만든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오, 오지 마-!! 흐익-!! 오지 말라고!”
“여긴 고문을 하면 사람을 죽이진 않나 봐? 자, 일단 이거 들고.”
레이먼이 그에게 쥐여준 건 작은 톱이었다.
“찢어서 꺾은 거니까 톱으로 자른 거랑 단면이 비슷하거든. 지금부터 저놈을 죽인 건 아저씨야. 알겠지?”
“…….”
“동료를 살해한 살인범으로 이곳에 남기 싫으면… 내가 도망가게 해줄게. 이름만 말해. 누가 시켰어?”
떨리는 손 탓에 톱날도 함께 파들파들 떨렸다. 그 손을 레이먼이 겹쳐 쥐었다.
“누가 납치하라고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