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01)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01화(101/275)
레이먼이 상황을 모두 정리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8분이었다.
한 명을 빠르게 제압해 그대로 죽였고, 남은 한 놈 역시 자결한 것처럼 꾸며 죽였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애원하던 표정이 만찬 위의 샐러드처럼 신선한 기운을 북돋아 주긴 했지만 살려줄 순 없었다. 마지막에 남긴 정보도 신뢰하긴 어려웠고.
‘3왕자, 3왕자가 시켰어! 시켰어요! 저희는 정해진 장소에서 왕자를 납치한 것밖에 죄가 없습니다!’
‘3왕자? 매너스 왕자를 말하는 건가?’
‘예!! 예에!!!’
왕족이 뒷배라고 한다면 서머셋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매너스는 좀 의외야.’
부드러운 살이 먹고 싶어 순살 치킨을 주문했더니 닭 다릿살 반, 가슴살 반인 느낌이라고 할까. 묘한 배신감이 들었다. 처음에야 매너스가 의심스럽긴 했어도 나름 왕 후보에까지 이름을 올렸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뒤에서 몰래 유타를 죽이려고 해?
“그러니까…….”
“결국 뭐였던 거야?”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멀리서 기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령들의 장난에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레이먼은 서둘러 천사를 묶어두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천사는 레이먼이 오자마자 왜 이제야 왔냐는 듯 “푸르르! 푸르르” 대며 울기 시작했다.
“조용.”
“……푸르.”
“좋아, 말 잘 듣네.”
레이먼은 마법으로 옷을 깨끗하게 한 뒤, 가볍게 안장 위로 올라타 발을 굴렀다. 레이먼의 신호에 일찌감치 익숙해진 천사는 콧방귀를 한 번 크게 뀌며 날아올랐다. 여섯 개의 다리가 하늘로 떠오르자마자 투명 마법이 레이먼과 천사를 감쌌고, 레이먼은 허공에서 달의 탑을 지키는 두 기사를 내려다보았다. 탑의 문을 잠그는 것처럼 보였는데, 자신들이 한 번 들어갔다 나와서 그런지 어째서 자물쇠가 풀려있는지는 확인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레이먼은 곧장 숲속 창고에 위치한 마구간으로 가 천사를 원래 자리에 되돌려 놓았다. 교수는 꾸벅꾸벅 졸다 마구간에서 들린 소리 때문에 잠시 잠에서 깨어난 모양이었다. 그는 눈을 비비며 레이먼을 반겼다.
“레이먼, 어서 와.”
“아, 교수님.”
“승마는 즐거웠어? 어디까지 다녀온 거야?”
“……그게 무슨 소리세요?”
“어?”
“다녀왔다뇨.”
레이먼이 싱긋 웃었다. 교수는 당혹스러운 얼굴이 되어 천사를 가리켰다.
“30분쯤 전에 네가 천사를 타보고 싶다고 빌려 갔잖아. 이유는… 이유는 뭐였더라?”
“교수님. 누구랑 헷갈리신 거예요?”
[ 양심이 쓰레기 특성을 발동합니다. ]“저는 말을 빌린 적이 없어요, 교수님. 천사를 보고 싶다고 했죠. 그래서 제가 마구간을 잠시 청소하는 조건으로 교수님은 주무시고 오셨잖아요.”
[ 당신의 거짓말이 진실처럼 들립니다. ]“어? 내가? 내가…… 그랬나?
“네, 그럼요. 이것 좀 보세요. 마구간이 이렇게나 깨끗해졌잖아요.”
[ 당신의 거짓말이 진실처럼 들립니다. ]실제로 마구간은 깔끔했지만 그건 레이먼이 청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교수의 눈에는 마치 레이먼이 쓸고 닦고 광을 내 마구간이 고작 30분 만에 학생 식당만큼이나 깨끗해진 걸로 보이기 시작했다.
“의심스러우시면 명단을 확인해보세요. 창고에서 말이나 마도구를 빌리는 사람들은 모두 이름을 적어야 하니까요.”
물론, 정령의 힘을 빌렸던 레이먼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시아누 교수는 아! 그렇지! 네 말이 맞아, 레이먼! – 이라고 말하며 손바닥을 주먹으로 통 쳤다. 그는 긴 케이프를 질질 끌며 명단을 확인하기 위해 책상으로 종종거리며 뛰어갔다. 그가 뛸 때마다 그의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공중으로 힘없이 나풀거렸다.
시아누는 몇 번이나 명단을 뒤척이고 나서야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헝클이며 몸을 돌렸다.
“……정말 없네. 미안해, 레이먼. 내가 이상한 꿈을 꾼 모양이야.”
레이먼은 상냥히 웃으며 답했다.
“아니에요. 다음에는 정말 말을 타볼게요. 제가 승마를 아직 배우지 못해서요.”
“레이먼, 넌 정말 착하구나! 그래, 그러도록 해. 비행 승마는 정말 즐겁거든.”
“네, 그럼 가볼게요. 감사했습니다.”
응, 잘 가 레이먼-.
백발, 흰 눈썹의 시아누 교수는 흰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레이먼을 배웅했다.
[ 너는 거짓말을 그리 밥 먹듯이 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구나. ]‘아닌데요. 엄청 느끼고 있습니다.’
아모르의 비아냥에 생활관으로 가는 복도에서 레이먼은 심장을 움켜쥐며 얼굴을 찌푸렸다.
[ 대정령 앞에서 거짓말이라니. 쯧쯧. ]‘들켰나.’
[ 쯧쯧쯧. 어쩌다 이런 놈이……. ]그렇게 말한 아모르는 공중에 나타난 초록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온종일 인간형을 유지하고 있더니 조금 지친 모양이었다.
‘이제는 얼른 돌아가야지.’
아직 12시가 안 된 시각. 아마 무도회장은 여전히 연회로 떠들썩할 것이다. 레이먼은 일부러 교복에서 생활복으로 갈아입은 뒤 회장으로 향했다. 마지막까지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서는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연회장에 가까워질수록 음악 소리와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가 레이먼의 귀를 쿵쿵 울렸다. 문을 열자마자 오렌지빛 조명이 그의 몸을 감쌌다. 화려한 불빛 아래에서 학생들은 클래스 상관없이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웃고 있었는데, 레이먼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레이먼! 몸은 이제 괜찮아?”
때마침 안쪽에서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유타가 레이먼을 발견하곤 그에게 뛰어왔다. 유타는 오자마자 레이먼의 몸을 이곳저곳 살폈는데, 그가 정말 아파 보였다는 같은 클래스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네 방에 가려다가 네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들어서. 눈빛이…… 그, 엄청났다고 그랬거든.”
“뭐야, 살아있네.”
뒤이어 오닉스와 테디까지 레이먼에게 다가왔다. 저 멀리서 아드리안과 니콜도 오고 있는 게 보였다.
“형님, 몸은 좀 어떠세요-.”
“…이제 좀 괜찮은 거 같아서 돌아온 거야.”
“아드리안 님, 많이 나아지셨다고는 하지만 레이먼 님께서는 아직까지 아주 허약한 약골이랍니다. 도련님이 꼭 지켜주셔야 해요. 가호를 받았다고 해도 여전히 레이먼 님은 레이먼 님이시니까요.”
“응, 알겠어. 니콜.”
뭐 하냐, 너희들.
“네 몸이 괜찮아졌다면 다행이야.”
그렇게 말하며 유타는 레이먼의 한쪽 손을 잡았고, 아드리안 역시 제 형의 한쪽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레이먼을 빛 아래 파티로 끌어당겼다.
“그럼!”
레이먼은 전생에도 이런 빛을 본 적이 있었다. ‘성냥팔이 소녀’라는 아주 오래된 동화처럼 자신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에서 바라보는 그 빛은 여러 번 그를 우울하게 했다.
“같이 파티를 즐기자!”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 빛은 이제 레이먼에게도 허락된 조명이었다.
***
회장 선거 당일 저녁의 연회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한껏 즐기는 축제였다. 그날은 평소 수업을 이유로 음주가 금지됐던 교수들에게도 교내 알코올 섭취가 허락됐기 때문이다. 그들 중 가장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교수는 클레임과 초초였는데 클레임은 업무 스트레스로, 초초는 단순 술주정뱅이라는 각각의 이유로 술을 들이켜댔다.
그리고 다음 날, 두 사람은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교무실에 등장했다.
“우욱.”
“클레임 교수님, 괜찮으세요?”
“괜찮지… 않습니다. 우욱.”
“그러게 너무 많이 마신다 싶었어요!”
“초초… 대가리 깨져어어.”
“자기 이름을 자기가 직접 부르지 마세요. 역겨우니까.”
으으. 초초는 신음하며 턱을 책상 위로 올렸다. 비틀거리는 몸뚱어리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주를 휴지에 뭉쳐서 머리에 그대로 집어넣은 뒤, 펼쳐지며 그대로 우주가 폭발해버린 느낌이었다.
“어지러워 죽을 것 같아아.”
“주사는 적당히 좀 하시고…… 그것보다 조금 전에 왕실에 있는 친구한테서 엄청난 연락이 왔어요.”
정신이 나가버린 클레임이나 초초 외에 정신이 멀쩡한 에튼 교수가 검지 하나를 번쩍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었고, 책상에 턱을 올린 초초도 천천히 얼굴을 돌렸다.
“어젯밤, 달의 탑에서 죄수 두 명이 자결했다고 합니다.”
“달의 탑에서?”
“한쪽이 다른 쪽을 먼저 죽이고 죽인 사람이 자결한 모양이에요. 중요한 건 그 죄수들이 포레스튼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을 납치했던 놈들이라는 거죠.”
“걔네는 여태까지 입 다물고 버티더니 왜 이제 와서 자결을 한 거래요?”
그러자 에튼도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저도 알 수 없죠.”
“어찌 됐든 좋은 소식이네요. 우리 학생들을 건드린 놈들은 쓴맛을 봐야 해요.”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던 클레임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손가락 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마 술 때문인 모양이었다.
“……그럼 그 영법사 놈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놈들도 달의 탑에 있답니다. 대신, 그놈들은 단순 징역 대신 참수형이 확정됐고요.”
잘됐군요. 클레임이 작게 중얼거리며 다시 손을 거두었다.
얘기를 하는 도중이었으나 그들 모두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마음속 한구석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포레스튼이… 두 번이나 뚫렸다.’
벌써 작년과 올해.
포레스튼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마법을 아카데미에 이중삼중으로 걸어두었기에 개교 이래 뚫린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나마 뚫린 사건들 대부분은 왕족을 시해 관련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 외에도 그 사건들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 모든 침입에는 내부의 배신자가 있었다는 것.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
‘배신자…. 또 교수 중의 하나인가.’
‘우욱.’
‘머리가… 머리가 돈다.’
‘왕실과 친밀한 사람 위주로 조사해야 하는 건가.’
그들 모두 서로를 향한 의심의 시선을 철저히 숨기고 있었으나 한구석에 피어나는 불안을 없앨 수는 없었다. 없애서는 안 됐고.
분위기를 환기하듯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던 플랜트 교감이 손을 번쩍 들었다. 조그맣지만 통통한 몸, 동그란 얼굴에 어울리는 동그란 안경테, 인중 위 흰 수염, 아카데미 꽃밭을 관리하고 있는 그는 말이 그리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손을 들 때면 모두가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귀엽다.’
‘오늘도 귀여우시네.’
‘교감님께서는 술 안 드셨어?’
‘초초 교수만큼 드셨어요. 근데 주량을 아무도 몰라요.’
교수들이 저마다 수군거리는 와중에 플랜트 교수의 통통한 손가락이 좌우로 까딱였다.
“그으으… 여러분, 침입에 관해 당장 생각하실 게 많은 건 알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계신 모양입니다만.”
“중요한 거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 선거가 끝났으니… 학생회를 새롭게 뽑아야 하지요.”
“아…!”
“그리고 곧… 중간고사 기간이랍니다.”
“아아……!”
중간고사!
플랜트의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에 교수들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
중간고사는 학생들에게도 괴로운 주간이었으나, 중간고사 전까진 교수들에게 더욱 고통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플랜트 교감의 두 마디에 장례식장 분위기가 된 교무실은 침울하게 가라앉았고 플랜트만이 생긋생긋 웃으며 자리에 앉아 화분에 분무기를 칙칙 뿌렸다. 그가 새롭게 키우고 있는 꽃의 이름은 그의 이름과 똑같은 ‘플랜트’로 심신 안정 효과를 지닌 신비로운 꽃이었다.
흐음….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을 동그란 얼굴로 받으며 플랜트의 손가락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꽃이, 잘 자랐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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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학생회를 새롭게 편성해야 한다는 건가요?”
“그래.”
새로운 학생회장 유타에게도 학생회 개편 소식이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