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02)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02화(102/275)
“학생회를 벌써요?”
이런. 유타는 클레임에게 학생회 운영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생각해보면 학생회는 언제나 회장이 직접 임원을 뽑았고, 그건 매년 바뀌지 않는 부분이었다. 서머셋의 회장직 임기가 끝나면 그가 뽑은 임원들의 임기도 끝나는 건 매한가지였다.
어떻게 보면 간단할 수도 있다. 유타 곁에는 레이먼, 오닉스, 테디 등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놈들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지만.
‘학년이 걸려.’
선대 학생회장인 서머셋조차 처음부터 같은 학년인 챈들러나 크리스를 학생회로 뽑지 않았다. 그의 첫 임기에는 학생회의 구성원 전부가 고학년이었다. 아마 주변의 평판도 신경 썼기 때문이겠지.
기존의 학생회 임원은 블랭킷, 챈들러, 크리스, 디찬 총 4명으로, 임원 선발은 총 4명에서 5명까지 가능했다.
가능하면 밀리포레의 삼총사 전원을 올리고 싶었지만, 적어도 2명은 3, 4학년이 맡는 편이 좋아 보였다. 버틀러로는 아드리안을 추천해볼까. 그 아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고.
“뭐 해?”
자연스레 옆자리에 착석한 레이먼이 유타가 들고 있는 쪽으로 고개를 쭉 내밀었다.
“학생회 임원을 뽑을 때가 돼서.”
“임원이라면 선배들 중에 뽑는 게 무난할 거야. 누굴 넣어야 딱 좋다는 선택지가 없어서 문제지만.”
“음, 그러게. 사실 세 자리에는 너랑 오닉스, 테디를 넣고 싶지만……”
“밀리포레를 전부 넣기에는 학년이 걸리나 봐?”
왕에게 있어 인선은 중요하다. 지금은 기껏해야 학교지만 나중에는 왕실 전체의 인선을 맡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 중요한 인선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실력과 친분만으로 우수한 인선을 했다- 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작정 친한 사람을 집어넣었다가는 나중에 욕먹기 십상이니까.
그리고 레이먼은 그 욕받이 대상이 되고 싶진 않았다.
“너는 무조건 넣을 거야.”
“알아.”
하지만 레이먼은 이미 학생회 소속에 버틀러였다. 명분이 충분했고 임원이 된다 해도 욕을 먹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나머지 사람들인데.
“임원은 몇 명까지야? 작년에는 4명이었잖아.”
“최대 5명까지야.”
“그럼 이렇게는 어때?”
잠시 고민하던 레이먼은 유타의 종이 위에 자신이 염두에 뒀던 다섯 명의 이름을 막힘없이 써 내려갔다.
***
유타는 레이먼이 적은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귀신같이 알아차린 눈치에 감탄하며 유타는 “이것도 나쁘지 않네.”라고 말했다. 명단에 적힌 선배들을 모두 찾아가려면 시간은 걸릴 테지만 이대로 정해지면 좋을 것이라- 유타는 생각했다.
그사이 수업이 시작됐다. 두 사람이 함께 듣는 심화 마법진 수업의 담당은 클레임 교수였다. 심화 마법진 수업은 꽤나 인기 있는 선택 수업이었는데 클레임 교수의 수업이 실전에서 쓸모가 있기로 유명했고 더 중요한 사실은 기말고사가 없다는 점이었다.
중간고사 한 번, 학기 말에 치는 마법진 퀴즈 한 번.
왜 그가 기말고사를 진행하지 않는지 모두가 의아해했지만 클레임 교수는 첫 수업 당일 이에 대해 간결히 정리해줬다.
– 중간까지의 진도가 내가 가르칠 수 있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너희들의 응용력에 달려있다. 그리고 개인의 응용력에 점수를 매기는 건 교육자가 할 행동이 아니다.
그리고 클레임 교수는 사전에 고지한 대로 모든 진도를 중간고사 전까지 끝낼 요량으로 보였다. 학생으로 바글바글한 강의실 안에서 클레임은 칠판 위에 커다란 원을 그렸다. 분필로 칠판을 탁- 치며 그가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원 안에 다양한 도형과 문자를 새겨 완성하는 기본 마법진을 배웠다. 마법 주문만으로 고정하기 어려운 마법에 형태를 부여해 좀 더 유용하게 마법을 사용하고자 함이 마법진의 시작이었다. 훌륭한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는 주문과 마법진 모두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하며 필요나 종류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는 원 위에 엑스 자를 친 뒤, 몸을 돌려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중간고사 범위는 오늘로 끝이다. 책에 적힌 마법진에 대한 내용은 이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수업이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다. 이후 나갈 진도는 스스로 생각해야만 한다. 마법진은 결계나 저주에는 유용하지만 공격 마법에서는 실용성이 떨어진다. 마법을 겹쳐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마법진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마법진은 기존의 의미가 퇴색된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즉, 마법진 역시 주문과 마찬가지로 경우에 따라 해석과 필요에 따른 생략이 필요하다.”
한 학생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생략은 어떻게 합니까?”
“그게 중간고사 이후 이어질 수업의 과제다. 최대한 응용력을 발휘해라. 생략이 싫다면 마법진을 빠르게 연성하는 법을 고안해도 좋다. 단, 마법진을 도구에 미리 장식하거나 새겨넣어 시간을 단축하는 건 제외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끝으로, 클레임 교수는 중간고사의 출제 범위와 예상 문제를 몇 개 집어 주었다. 그가 마지막 시험 문제를 알려주자 기다렸다는 듯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클레임은 “해산.”이라는 말과 함께 빠르게 강의실을 나섰다. 학생들보다 그가 더 이 시간을 기다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럼 나도 가볼게. 네가 준 명단의 선배들을 한 명씩 만나봐야겠어.”
“같이 가줘?”
“이 정도는 혼자 해.”
유타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렌스와 함께 교실을 나섰다. 혼자 덜렁 남겨진 레이먼은 아드리안에게 가보기로 했다.
최근 레이먼의 시종인 니콜은 아드리안과 많이 붙어 있었다. 그 이유는 아드리안이 시종을 따로 데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자인 형님이 시종을 한 명 데려왔는데 자신도 똑같이 한 명을 데려올 수 없다나 뭐라나.
참 고지식한 놈이라 생각했던 레이먼은 결국 아드리안에게 ‘그래도 시종은 꼭 데려와라.’라고 얘기하며 니콜을 붙여 주었다.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 자주 간다고 했지. 그 시간에 니콜은 시종인 숙소에서 운동을 하고.’
레이먼은 니콜에게 들었던 정보를 토대로 곧장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험 기간 근처의 도서관은 평소보다 학생들로 붐볐다. 책장을 하나하나 넘어가며 책상에 앉은 이들을 확인했는데 어디에도 아드리안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점이 있다면 학생들이 한쪽에 바글바글 몰려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말이야.”
“저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1층 왼쪽 구석 끝에 위치한 책장 너머를 확인하려는 순간, 누군가 레이먼을 확 잡아끌었다.
“쉿.”
“…선배?”
챈들러였다. 그의 개구쟁이 같은 갈색 눈동자가 레이먼을 바라보았다. 눈동자는 곧이어 초승달로 변했고 챈들러는 눈짓으로 안쪽을 가리켰다. 레이먼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안쪽 책장을 훔쳐보았다. 그곳에는 아드리안이 있었고, 서머셋도 함께였다.
‘서머셋이 왜?’
“한번 생각해봐.”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대화를 갈무리한 서머셋은 “공부 열심히 하렴.”이라는 말과 함께 아드리안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려 준 뒤, 자리를 떠났다.
레이먼은 그가 움직이는 걸 확인하자마자 챈들러와 함께 책장 사이 어두운 사각지대에 몸을 욱여넣었다. 다행히 서머셋은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4왕자가 멀어진 뒤, 레이먼은 안쪽으로 끌고 오느라 잡고 있던 챈들러의 손목을 놓아주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하하, 별로 아프지도 않았는데 뭐.”
“혹시 서머셋 선배가 무슨 대화를 하는지 다 들으셨어요?”
챈들러가 왼쪽 볼을 긁적이며 답했다.
“음, 나도 너랑 비슷한 때에 와서 말이야. 딱히 들은 건 없어.”
레이먼이 물었다.
“그럼 왜 저를 막으셨죠? 제가 들어선 안 될 내용이 있어서 그러신 게 아닌가요?”
“그냥 네가 그 대화를 들으면 서머셋이 싫어할 거 같아서. 자자, 나한테 더 묻지 말고.”
챈들러가 레이먼의 등을 떠밀며 말했다.
“저기 직접 얘기를 들은 당사자가 있잖아? 네 동생한테 가서 물어.”
***
“아드리안.”
“혀, 형님!”
“잠시-!”
우당탕.
레이먼을 보자마자 아드리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급하게 일어나느라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는지 책상 위로 쌓여 있던 책더미가 아드리안의 어깨에 닿아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비교적 조용한 도서관에 후두두- 탁탁- 등 커다란 소음이 울렸다. 얼굴이 벌게진 아드리안이 급히 앞으로 튀어나와 책을 주웠다.
아드리안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레이먼도 쭈그려 앉아 아드리안을 도우며 속삭였다.
‘괜찮아. 자, 마지막 책이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책까지 다시 책상 위에 올려둔 뒤, 레이먼은 아드리안에게 물었다.
“그래, 학교생활은 어때?”
“잘하고 있습니다. 다들 형님 얘기를 해서 속으로 뿌듯하기도 하고요.”
“시종인은?”
“아, 그게… 아직입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대충 아무나 골라. 마음에 안 들면 니콜에게 너도 봐주라고 계속 부탁할 테니까.”
그러자 아드리안이 손을 크게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형님께 폐를 끼칠 수 없으니까요.”
“그나저나 아드리안, 하나 물을 게 있는데…….”
“예? 아, 예! 뭐가 궁금하시죠, 형님?”
“너 조금 전에 서머셋 선배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어?”
“보셨군요? 네, 맞습니다. 형님도 계셨다면 좋았을 텐데요.”
“잠깐 스친 거라. 그래서 무슨 대화였지?”
별 대화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드리안은 왕족과 가까워지지 않는 편이 좋아.’
예견이나 일기장의 내용을 고려했을 때, 아드리안은 왕실과 가까워지지 않는 편이 레이먼에게도 좋을 듯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았지만.
“제가 피데스 클래스에 있어서 왕실 마법사에 관심이 있는지 여쭤보셨습니다. 만약 관심이 있다면 직접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하셨고요.”
“……추천서?”
서머셋은 아드리안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하긴 아드리안이 마음에 들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다. 누구나 탐낼 만한 원석인 데다가 실제로 조기 입학이라는 성과까지 거뒀다. 갖기 싫다고 떼쓰는 편이 오히려 수상하다.
레이먼이 물었다.
“그래서 뭐라고 답했어?”
그러자 아드리안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아직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전에 형님께서도 다양한 길을 찾아보라고 말씀하셨었고요. 저는 무엇을 택하든 형님께 도움이 되는 길을 택하고 싶습니다.”
동생은 원래 이런 존재인 건가?
적어도 이 몸의 아버지, 테리안 공작은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지금이야 그저 남들에게 자랑할 만큼의 성과를 내왔기에 장남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사샤나 아드리안은 달랐다. 필요하기에 이런 애정을 주는 게 아니라,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서도 이런 애정을 주었다.
멍한 얼굴로 아드리안을 바라보던 레이먼은 동생의 머리 위에 손을 폭 올려 쓰다듬어 주었다. 그가 천천히 입술을 벌렸다.
“그래. 고맙다.”
***
늦은 시간. 평소라면 불이 꺼졌을 교무실의 불도 오늘은 켜져 있었다. 중간고사 시험 출제를 위해 아직 퇴근하지 않은 교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말을 치지 않는 클레임은 더욱 꼼꼼히 중간고사를 준비해야 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초초 교수도 책상에 널브러져 있었다. 하지만 초초 교수가 쓰러진 이유는 클레임과 달랐다. 수업 외엔 자신의 연구에 시간을 몰두한 그녀였기에 지금까지 시험 문제를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 외에도 몇몇 교수들이 자리에 남아 있었는데 교무실에선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다들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던 탓이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시아누였다.
“…클레임 교수님.”
물론 아주 작게 말이다. 그는 네발짐승이 기듯 클레임 교수 자리까지 몰래 찾아와 속삭였다.
“노, 놀랐잖습니까!”
“아, 죄송해요…. 그게, 다름 아니라, 학생회 명단이 필요해서요. 혹시, 정해졌나 해서….”
“그거라면.”
클레임은 이틀 전 유타에게서 받은 명단을 그에게 내밀었다.
– 이렇게 5명입니다!
– ……의외의 조합이군. 다들 동의는 했나?
– 네, 물론이죠.
– 그래, 알겠다.
그날, 클레임이 보였던 반응과 마찬가지로 시아누는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종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학생회 임원 명단 >
: 마리아 스웨인, 콜로만 아르파드, 파릭사 피에누먼, 레이먼 반 스플린, 오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