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04)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04화(104/275)
[ 그녀의 사랑은 누구? 백작 영애의 첫사랑을 알고 싶다. ] [ 갑자기 늘어난 도적들, 마을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 ]레이먼이 두 사건을 콕 집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귀족 가문과 깊게 얽혀 있다. 이 경우, 도와준 귀족 가문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이블랭 가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지.’
둘째, 평민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어딘가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 없이 이곳에 모인 이들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녀가 준 정보지에는 ‘일부 지역의 오래된 기근’, ‘지진이나 홍수 피해’ 등과 같은 커다란 사건도 많았다. 그러나 레이먼에게 쓸모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물론 도움이야 줄 수 있지. 하지만…….’
오래된 기근은 일시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여 도와줄 수 있다. 하나 그건 말 그대로 일시적이다. 괜히 도와줬다가 추후 다시금 물이 필요할 때 도와주지 못하면 오히려 원성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럼 지진이나 홍수 피해? 이미 겪은 피해이고 비교적 예전 일이다. 왕실에서 이미 재해 복구를 위한 왕실 마법사들이나 근로자들을 파견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 그중에서도 모두가 나쁘다는 것에 공감하는 도적이라면? 지금의 레이먼과 다른 놈들로도 해결이 가능한 일이었고 민심을 얻기에도 효과적이었다. 특히 첫 번째 케이스는 사랑에 대한 내용으로 ‘아모르’의 도움을 받으면 누구보다 쉽게 해결할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이 정도면 화제성도 충분해.’
착한 일은 모두가 알 수 있게 널리 퍼졌을 때 의미가 있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착한 일은 호구나 하는 짓이지.
레이먼은 정보지들을 서류 봉투에 넣은 뒤, 클럽 하우스로 향했다.
***
“중간고사도 끝났으니 클럽 견학 신청을 해서, 교외로 취재를 갈 거야.”
“취재? 블랭킷 선배한테 부탁해서 받았다는 게 취재 관련된 거야?”
“응, 맞아.”
레이먼은 기다렸다는 듯 갈색 봉투에서 정보지를 꺼내 펼쳤다.
“와.”
무슨 글자가 점처럼 찍혀있잖아.
테디 베어릴은 입을 쩍 벌린 채 서류 뭉치를 한 손에 들었다. 하지만 눈은 레이먼을 향했다.
그는 손에 든 서류를 읽을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레이먼이 이 서류들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요약해줄 테니까. 오닉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앞쪽에 있는 종이 몇 장만 훑곤 테이블 위로 서류 뭉치를 던졌다.
레이먼은 그중 가장 밑에 깔린 종이 2장에 카피 마법을 걸어 각자에게 나눠주었다.
“우리가 취재하러 갈 건 이렇게 두 개야. 선정 기준은 화제가 되느냐, 그리고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레이먼이 준 정보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 그녀의 사랑은 누구? 백작 영애의 첫사랑을 알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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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랭 가의 영애 리나 이블랭은 올해로 22세를 맞이했다. 포레스튼 졸업 후 영지로 돌아온 그녀는 이블랭 가의 장남 리차드를 보필하며 훌륭히 영지를 운영하였다. …(중략)… 그런 리나 이블랭은 지난달, 부유한 후작가의 장남으로부터 고백을 받았으나 이에 대해 어떠한 답을 주지 않은 상태이다. 이블랭 가의 가주는 이에 통탄하며 제 딸이 이미 약속된 혼약을 거부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항간에 도는 소문으로는 백작 영애에게는 잊지 못할 첫사랑이 있으며, 그 첫사랑이 아니면 결코 결혼하지 않겠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백작은 2주 후에 있을 리나 이블랭의 생일에 후작가의 장남을 초대해 두 사람의 혼약을 성사시키려 기회를 보는 중이다. 그녀의 생일에 초대될 귀족들은 모두 자작 이상의 주요 가문의 귀족들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 갑자기 늘어난 도적들, 마을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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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가문이 다스리는 영지는 왕국에서 약초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풍요로운 영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다윗 가의 영지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으니, 바로 도적단이 영지 구석의 마을을 지배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소식이 왕실에 퍼졌다간 약초 수출입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다윗 가는 관련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열심히 소문을 틀어막는 중이다.
하지만 소문에 따르면 다윗 가문이 이 도적단을 적극적으로 해치우려 하지 않는다는 소식도 있다. 어째서일까?
그러니까… 이걸 취재하러 간다고?
유타는 종이를 한 번 쭉 훑으며 생각했다.
‘레이먼의 말대로 화제성은 있어. 하지만 다윗 가문, 다윗 가문이라….’
생각을 마친 유타는 가만히 종이를 내려다보았고, 오닉스는 도적단 종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너무 위험하지 않냐.”라고 잠깐 중얼댔다.
“생일파티는 초대장을 받아서 가려고?”
유타가 손을 들어 질문했고 레이먼이 간단히 답했다.
“어. 적힌 대로라면 초대장은 17세가 돼서 사교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된 자작 이상의 귀족가에는 대부분 다 올 거니까. 오닉스는 우리 친구로 들어가면 되는 거고.”
“아무리 생각해도 생일파티는 취재용은 아닌 거 같은데.”
유타가 종이를 탁- 쳤다.
“뭐, 좋아. 이블랭 가문은 매너스 형님이랑 친하거든. 한 번쯤 가보는 것도 좋겠지. 이블랭 영지랑 다윗 가문의 영지랑 가까우니 이동하기도 편할 테고.”
유타와 레이먼이 대화하는 와중에도 테디 베어릴은 질문을 단 한 개도 던지지 않았는데, 그는 그저 이 모든 상황에 감격하고 있었다. 포레스튼에 입학한 후, 무서워 보이는 인상과 체격, 독특한 말투 때문에 친구 사귀는 데에 애를 먹던 그였다. 그런 자신이 클럽에 가입해 동급생 친구들과 취재와 동시에 여행이란 걸 가게 되다니!
‘첫… 외부 단체 활동!’
테디 베어릴의 입꼬리가 움찔움찔 떨렸다. 그가 쥔 종이 끝만 이상하리만치 세게 구겨져 있었다. 레이먼의 일장 연설이 끝난 뒤, 저녁 시간이 되었다.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 라고 말하며 레이먼이 방문을 열었다. 다른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나서야 레이먼도 식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그때 오닉스가 레이먼 옆에 바짝 붙어 속삭였다.
“야.”
“……? 뭐.”
“……그 도적단, 설마 진짜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
오닉스의 질문에 레이먼이 한쪽 눈썹을 올렸다.
“왜, 겁이라도 나?”
“엘프국에서 네가 했던 만행, 기억도 안 나냐?”
오닉스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레이먼의 바로 옆에 서 있던 게 바로 오닉스였다.
‘괜찮아.’
‘야… 너 그러다 서클이….’
‘앞에 봐.’
그 순간, 오닉스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카데미 입학시험 후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험을 쳤던 레이먼에게 그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그런 경험은 오닉스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7년 인생 중 처음이었다.
유타가 납치당했을 때도 오닉스는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그때는 자신이 옆에 없었기 때문에- 라는 말로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영법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합리화할 수 있었다. 내가 이길 수 없는 사람이었다, 교수님이 와서 곧바로 해결했으니 괜찮다.
그러나 엘프국에서만큼은 아무런 위안도 통하지 않았다. 어떤 합리화도 그의 무력함을 압도할 수 없었다.
한 번 그런 생각을 하니 레이먼을 볼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자꾸만 떠올랐고, 그 전의 일도, 그 전의 일도 악몽처럼 머릿속에서 되풀이되었다. 책을 읽어도 집중하질 못하니 질문이 늘어났다.
‘만행?’
그러나 레이먼은 오닉스가 말한 ‘만행’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뭔 만행. 보물도 지키고, 가호도 받았잖아. 무슨 문제 있었어?”
“하아.”
유타와 테디 일행과 함께 복도를 가로지르던 두 사람이 멈춰 섰다. 복도 중앙에 정확히 멈춰 선 상태로 오닉스가 레이먼의 명치 끝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그가 말했다.
“1등짜리 머리 뒀다 뭐하냐.”
“……뭐?”
오닉스는 화가 난 듯 보이면서도 목소리는 묘하게 냉정했다.
“넌 네 몸을 더 챙길 필요가 있어. 네가 위험한 상황마다 혼자 풀썩 쓰러진 게 몇 번인 줄 알아? 이번 도적단도 그럴 요량이지, 너? 가호 하나 얻었다고 무적이라도 된 줄 알아?”
레이먼이 가호에 적응해 몸 상태를 회복하고 깨어난 날, 유타는 잔소리를 했고 아드리안은 펑펑 울었지만 오닉스가 건넨 것은 “이 멍청아-.”라는 한 마디가 끝이었다.
‘하긴 얘도 아직 어리지.’
레이먼은 이해했다는 듯 답했다.
“미안. 그럼 다음부터는 좀 더 정보를 모아서 피해가 안 가도록……”
“아니,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오닉스가 답답하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가 한참 있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쨌든 조심해. 지켜본다.”
그렇게 말한 오닉스는 홱 고개를 돌리곤 유타를 따라 빠르게 걸어갔다.
***
대화를 마친 후부터 무슨 일인지 레이먼이 한참 뒤를 걷자, 유타는 오닉스와 레이먼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했다.
“무슨 얘길 그렇게 했어?”
“저 자식이 짜증 난다는 이야기.”
“…음, 어떤 점이?”
“모르겠냐?”
“음.”
그렇게 묻는 유타 역시 사실은 오닉스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유타는 오닉스처럼 시원하게 말을 해줄 수가 없었다. 레이먼이 위험을 무릅쓰고 했던 일들이 자신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왕위와 우정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자신은 무엇을 고를까?
이용할 가치가 있는 인간과 소중한 우정 중 하나를 고르라면 자신은….
유타는 이 질문을 자신에게는 하지 않았다.
자신이 어떤 대답을 고를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으며, 그 대답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스스로가 싫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타는 오닉스의 똥 씹은 표정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가 말했다.
“아니, 알고 있어. 고마워, 오닉스.”
테디 베어릴은 이번에도 끼어들지 않았는데, 그는 자신이 저 세 명의 관계에 완벽히 스며들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테디 베어릴 역시 알고 있었다.
레이먼 반 스플린은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데에 둔하다.
유타의 납치 사건 때도 그랬지만 영법사를 직접 조우했을 때도 테디는 그렇게 느꼈다. 직접 보니 더했다. 만약 저런 놈이 자신의 가족이었다면 분명 나서지 못하도록 어딘가에 가둬버렸을 것이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레이먼은 난 몰라- 얼굴을 유지한 채 식당에 도착했다가 금세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원래는 오닉스의 표정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려 했는데. 도저히 말을 꺼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메뉴 선정이었다.
레이먼이 식단표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녁 메뉴가 바뀌었는데? 이, 이 민달팽이 튀김은 대체 누가 신청한 거야?”
“그거 시아누 교수님이 좋아하시는 거래.”
민달팽이 튀김이라니. 무언가 불길한 징조가 틀림없었다.
아니면, 시아누 교수의 취향이 생각보다 끔찍했거나.
‘축복 마법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