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08)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08화(108/275)
입을 꾹 다문 채 눈앞에 벌어진 참상을 눈에 담던 유타에게 아이 한 명이 달려들었다.
“도, 도와, 엄마가! 엄마가! 아파요!”
아이는 유타가 무어라 답하기도 전에 그를 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아이가 도착한 곳은 오두막도 아닌 천으로 이루어진 간이 텐트였다.
‘괜찮아, 천천히 말해.’라고 달래주려고도 몇 번이나 시도했으나 유타는 그러지 못했다. 아이가 너무 급박해 보였다. 여기서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그 아이에겐 일종의 무례였다.
깡마른 아이보다 더욱 깡마른 소년의 엄마는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 정도 상처는 몇 번 약을 발라주거나 치료 마법이면 금방 해결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해줄 이가 없었던 거겠지.
유타는 소년의 머리칼을 쓸어준 뒤, 곧장 치료 마법을 걸어주었다.
새하얀 빛이 퍼졌다. 그 빛이 아이의 눈에 닿아, 아이의 눈 역시 보석처럼 반짝였다. 치료가 끝난 뒤, 그 어머니의 숨이 차분해졌을 때 아이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해댔다.
“너무 걱정하지 마, 머지않아 또 올 테니. 대신 그때까지 다른 아이들한테는 비밀이란다. 혹시 다친 사람이나 병든 사람이 더 있니?”
무릎을 꿇은 유타가 아이의 양팔을 붙잡은 채 물었다.
“아뇨! 없어요! 다친 사람은 없어요! 한 달 전에 이블랭 아가씨가 외출로 오셨을 때 다 치료해줬어요.”
“이블랭 아가씨……?”
소년의 답에 유타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유타와 눈을 마주친 리나 이블랭이 헛기침을 큼큼하더니 마주쳤던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는 말했다.
“그렇게 보지 마세요. 집 안에 틀어박혀 재주를 썩히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리나 이블랭은 그때부터 이곳, 격리된 빈민가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조금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아이가 말한 ‘외출’이 바로 리나 이블랭이 영지에 오래 머무는 이유였다. 영지에는 몇 달만 체류하려 했던 그녀의 계획이 대폭 수정된 것도 이 구역을 만드는 데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저는 처음에 반대했어요.”
“응, 이블랭 양은 그럴 거 같아. 꼬마야, 그럼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렴. 다음에는 더 좋은 걸 해줄 테니까. 알았지?”
유타가 아이의 머리를 조심스레, 하지만 따뜻하게 쓰다듬었다. 아이에게 금화를 주진 않았다. 먹을 걸 들고 왔다면 주었을 테지만 돈을 줬다간 오히려 다른 이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니까.
“저 애 꿈은 배우래요.”
골목길을 나와 다시 잘 정돈된 마을의 사거리를 걸으며 리나가 말했다.
“저희 영지에는 극단이 없어서 다른 곳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러기엔 통행료도 없고 엄마를 버리고 갈 수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 구역에 돈을 투자하면 되지 않나?”
유타의 질문에 그녀가 조용히 고갤 저었다.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어요-. 서글픔이 묻어져 나오는 목소리였다.
“아버지가 그러길 원하지 않으세요. 저들이 의지가 없기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거라고 아버지는 항상 그리 말씀하시거든요. 제가 해결해보려고도 했지만, 빈민가를 개선하기엔 몰래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해요. 빈민가에 돈을 쓰려는 걸 알면 아버지가 분명 방해하실 테니까요. 1년…… 충분한 돈을 모으기 위해서 적어도 1년은 더 필요해요. 그래서 저는 아직 결혼할 수 없어요.”
결혼. 유타는 지금이 ‘그 주제’를 꺼낼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블랭 양, 그럼 후작가에서 온 청혼 받아들일 생각은 있어? 1년이 지난 후에는?”
리나 이블랭은 혀라도 씹은 것 같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요! 저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영지 문제만 해결되면 행정관으로 돌아갈 거예요.”
“그럼 첫사랑은?”
“사랑을 해본 적 자체가 없어요. 그럴 상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그 소문은 결혼이 하기 싫어서 낸 헛소문이랍니다.”
그녀는 단호한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유타는 그 표정에 안심하고선, 레이먼과 짰던 계획에 대해 그녀에게 속삭여주었다. 그녀의 허락이 떨어진 뒤, 유타는 종이를 살짝 찢어 메시지를 적고는 레이먼에게 날려 보냈다.
***
“나갈 때보다 더 무거운 분위기가 되었네요.”
탁. 난간 위로 가볍게 착지한 리나 이블랭이 살짝 웃었다. 분위기를 풀기 위한 기분 전환용 가짜 미소였다. 밖으로 나오기 전 파티장에서 지었던 것과 똑같은 웃음에 유타 역시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다행히 파티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화기애애했다. 아직 그들의 외출이 들키지 않은 모양이었다. 유타가 가볍게 커튼을 걷어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자,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야, 이블랭 양.”
“어느 쪽이 현실인지 누가 정했죠?”
앞서 걸어가던 리나 이블랭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까는 고마웠어요. 그걸 보고 그렇게 화내준 사람은…… 왕자님이 처음이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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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됐어?”
유타는 도착 후, 귀족 무리를 빠르게 지나 곧장 레이먼에게로 향했다. 그는 레이먼과 노닥거리기로 했던, 흡사 바게트처럼 후작가의 약혼자를 가리키며 질문했다.
“쪽지는 받았지?”
유타가 파티장에 돌아오기 전 레이먼에게 날려 보냈던 쪽지에는 ‘이블랭 양은 결혼을 원하지 않음. 방해해도 된다고 함.’이라고 간명히 쓰여 있었다. 레이먼은 손에 든 사과 주스를 살짝 들이켜며 답했다.
“어. 그래서 널 좀 팔아먹었어.”
“……응?”
레이먼은 어쩔 수 없었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처음 레이먼이 그와 대화했을 때는 가문에 대한 정보를 캐냈다. 대화가 마무리될 때쯤 그에게 청혼 사실에 대해 물었고 후작가의 장남은 그렇다며 웃었다.
그는 리나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말했다.
�- 내 생에 그렇게 예쁜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보자마자 이 사람을 내 걸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레이먼은, “겨우 그 정도라면 양보할 수 있겠네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유타가 고개를 갸웃했다.
양보? 누구한테?
“양보?”
레이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엔 조용히 너랑 리나 이블랭이 함께 있는 테라스를 가리켰지. 그러니 알아서 착각하던데?”
레이먼의 말끝을 따라 하며 유타가 물었다.
“알아서 착각했다고? 하지만 우릴 쫓아오거나 와서 묻지는 않던데.”
“가려고 했어. 그래서 한마디 더 했지. 왕자님께서 자기 시간을 방해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시는데 괜찮겠냐고. 그러니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췄어.”
“단순하네.”
“어. 그래도 바로 포기하진 않을 거야. 그래서 백작한테도 말했지. 네가 리나 영애를 꽤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고.”
“언제?”
“조금 전에? 그래서? 리나 이블랭은 어떤 사람이야?”
레이먼이 물었다.
유타는 일단 일행을 모으자고 먼저 말했다. 오닉스와 테디는 이제 거의 식사를 끝마친 모양이었다. 둘 다 주변 사람들에겐 별로 관심이 없었는지 별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애인이 친구 옷 단추를 왜 꿰매주는데?”
“그건 취향으로-.”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
“너희 둘, 대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거야?”
드디어 모인 4명은 렌스와 니콜까지 더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리나 이블랭의 짝사랑 이야기는 가짜이며, 결혼을 원하지 않는 그녀가 가짜 소문을 냈다고 말이다.
“그래서, 그거 밀리포레에 실을 거야? <백작 영애의 첫사랑, 사실은… 유령?> 뭐 이렇게?”
“싣지는 못할 거 같은데. 대신 다른 이야기가 있어.”
“뭔데?”
유타는 마을로 나가, 빈민가에서 마주쳤던 아이와 그 아이가 있던 곳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빈민가를 더 안쪽으로 치웠다는 거 아니야.”
“빈민가는 어디에나 있다. 자연스레 생기는 게 그런 거리다. 어쩔 수 없는 일을 해결할 순 없어.”
유타의 이야기에 테디 베어릴은 그런 현상은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그 정도는 수도나 어느 영지에도 있지 않나.
“그 구역을 지정해둔 게 문제지. 빈민가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제국이 빈번히 방문한다는 이유로 그곳에서 나갈 수 없도록 하는 건 다른 문제야.”
유타가 이에 반박하며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무작정 돈을 투자하는 걸로는 안 돼.”
오닉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마탑주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던 오닉스의 집도 그리 부유하진 않았다. 하지만 오닉스는 이에 대해 불만을 품지 않았고, 부유한 사람이 있다면 가난한 이가 있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아니, 정말 당연한가?
순간 이 대화로 오닉스는 평생 지니고 있던 생각에 살짝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이것을 부러 입 밖에 내진 않았다.
“돈 많은 사람이 좋은 곳에 사는 건 당연한 거잖아.”
“맞아. 그렇다고 그 거리를 이대로 방치할 순 없어. 수도에도 빈민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집에 살고 있다고. 이 문제를 내버려 뒀다가는 다른 영지도, 수도도 이렇게 변할 거야.”
테디가 질문했다.
“방법은 있나?”
유타는 잠시 고민하듯 턱 끝을 문지르다 느리게 답했다.
“……그럼 극단 사업은 어때?”
“극단?”
“빈민가의 아이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거든. 물론 처음엔 투자를 할 거야. 이 마을엔 극단이 없으니 유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돈을 내고 연극을 보겠지. 이블랭 영지의 문제는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가 심하다는 거니까. 분명 취미 생활에 돈을 낼 사람은 있어.”
유타는 이에 뒷받침할 근거로 이블랭 영지의 사람들이 주말마다 다른 영지로 가 공연을 보거나 그림을 그린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또한, 그 비율이 타 영지보다 높다는 것도. 이런 영지에 왜 극단이 없을까, 생각해보면 수도가 멀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었다.
유랑 극단은 보통 한곳에 오래 있는 편이었는데 그곳에서의 생활도 괜찮은 상황에서 굳이 이 시골까지 잘 들어오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테디 베어릴은 속으로 감탄했다. 그가 이블랭 가의 영지에 대해 공부를 했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좋은 생각이지만 그건 시간이 필요할 거야.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네 말이 맞아, 레이먼. 그래도 필요한 일이잖아. 안 그래?”
레이먼은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레이먼의 머릿속에 시스템창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유타 스테디움 스턴은 왕에게 필요한 자질을 갖고 있다. ]***
이블랭의 생일 파티는 정확히 9시에 끝이 났다. 마지막 1시간 동안 리나 이블랭은 유타와 함께 춤을 추고, 유타 역시 이블랭 백작과 열심히 이야길 나누었다. 그 모습을 본 파티장의 귀족들은 그녀의 첫사랑이… 유타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졌다.
‘……계획대로!’
“유타 저 자식, 진짜 리나 이블랭이 마음에 든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다. 리나 양은 객관적으로 봐도 예쁘니까.”
유타가 리나 이블랭과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포레스튼의 모두가 “허허허, 저놈 좀 보게.”라는 얼굴로 보고 있었는데, 유독 렌스만이 어딘가 복잡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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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오늘 자리는 만족스러우셨을까요?”
“백작님의 준비가 아주 훌륭했다는 말씀 외에는 더 드릴 이야기가 없네요.”
“영광입니다, 왕자 전하.”
파티가 끝나는 시간엔 백작이 직접 그들의 마중을 나왔다. 유타는 근처에 잘 만한 여관이 있는지 물었고 백작은 곧바로 고급 여관 하나를 예약해 그들만 따로 마차에 태워 보냈다. 이블랭 백작이 잡아준 여관은 매우 깨끗하고 윤택했고 친절했다. 짐을 들어주는 도어맨에게 슬쩍 1박 가격을 물은 레이먼은 방에 들어와 생각했다.
‘역시 돈이 최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지난밤 편하게 잠을 청한 그들은 곧장 포레스튼으로 돌아가는 척하며 마차의 방향을 틀었다. 다윗 영지는 이블랭 가와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잠깐 들렀다는 변명이 통할 정도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들은 도적단과 마주쳤다.
“도, 돈을 내놔라……!”
“우, 우하하, 비-비싸 보이는 옷이로구나.”
‘……뭐지, 이것들은?’
기대보다 훨씬 조잡한 도적단… 이었다.
‘이것들 진짜 도적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