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1)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1화(11/275)
레이먼은 가장 먼저 왕실에 대해 더욱 완벽히 이해하고자 했다.
그는 입학 후, 비는 시간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오닉스는 그런 레이먼을 이기기 위해 함께 책을 빌리곤 했다.
“너 말이야, 그렇게 책을 보면 머리에 들어가긴 해? 10초에 한 번씩 책장을 넘기는 거 같다.”
“다 기억하면 된 거 아니냐?”
“개소리.”
“물어보던가.”
레이먼이 일주일 만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20권이었고 읽는 속도도 일반 학생들과는 천지차이였다. 옆에서 그가 책을 읽는 걸 지켜보는 오닉스가 이런 의심을 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오닉스는 레이먼의 도발에 알겠다며 쌓인 책들 중 아무거나 한 권을 꺼내 펼쳤다. 그가 펼친 책의 제목은 『왕실의 역사Ⅱ』 였다.
“이 책의 33페이지 마지막 줄.”
오닉스가 든 책의 책등을 흘깃 본 레이먼은 무덤덤하게 답했다.
“그리하여 왕실의 역사는 새로이 쓰이게 되었는데, 그때 당시의 왕은 자신이 이룩한 번영에 대하여 뿌듯함을 느끼지 못하였다.”
“…632페이지 첫 줄.”
“그는 장래 자신의 뒤를 이을 왕세자가 마법을 쓰지 못한다면 왕의 자리를 절대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아무것도 못 하는 놈은 아니었네.”
오닉스는 경악했다. 그는 그 뒤로도 몇 권의 책들로 레이먼을 시험해보았다.
레이먼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가 질문한 모든 페이지의 답을 말해주었다. 그날, 오닉스는 턱이 벌어져 닫지도 못한 채 제 방으로 돌아갔다.
오닉스가 먼저 돌아간 뒤, 레이먼이 방으로 돌아간 것은 밤 11시경이었다. 니콜 역시 그의 뒤를 따랐다. 1학년에게도 발급해주는 도서 카드를 통해 레이먼은 책 4권을 새롭게 빌려 돌아왔다.
“도련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러다 쓰러지시겠어요.”
“오늘까지만 읽고 이제 그만할 거야. 이제 거의 다 읽었거든.”
어쨌든 유타란 놈에게서 무언가를 캐내기 위해서는 왕실에 대해 그보다 훨씬 빠삭할 필요가 있었다. 도서관에 있는 열람 가능한 왕실 관련 책장은 총 3개.
완벽하진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게다가 레이먼은 왕실 정보 수집과 더불어 시간 안에 꼭 완성 시키고 싶은 것이 있었다. 시간은 남들과 동일하게 주어졌으므로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만 했다.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니콜이 방에서 나가고 레이먼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레이먼이 새로이 펼친 두루마리들은 저택의 서재에는 없던 마법 이론과 관련된 것들을 떠드는 두루마리들이었다. 이것들을 다 읽으면 아마 마력을 활용하는 게 훨씬 편해지겠지.
그는 파릭사가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손에만 쥘 수 있으면 뭐든 완드가 될 수 있다 했지.’
***
“졸려.”
“어제 뭘 하셨길래 그러세요? 어라, 못 보던 팔찌가 있으시네요?”
별관에 따로 마련된 시종인용 숙소에서 자고 온 니콜이 레이먼의 손을 가리켰다. 이런 팔찌도 저택에서 들고 오셨나요? 레이먼은 니콜의 말에 대강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말하기 싫어. 귀찮아.
“이봐, 니콜. 그런 표정 지어도 소용없어.”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나서 저한테도 비밀이 너무 많아지신 거 아닙니까? 이 니콜, 서운합니다.”
“나중에 케이크 사주면 되잖아. 그나저나 이건 무슨 소란이야?”
분명 곧 수업이 시작될 시간인데 이상하군.
방을 나서자마자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클래스와 이어지는 로비에서 나는 소리였다. 레이먼은 괜한 소란을 피해 도망가려 했지만 다른 클래스 놈들의 쓰나미에 밀려 결국 클래스 전체가 사용하는 공용 로비까지도 도착했다.
다행히 아는 얼굴이 있어 레이먼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다가갔다.
“뭐야.”
“무슨 일이야?”
레이먼의 등장에 금세 얼굴을 찌푸린 오닉스였지만, 그는 툴툴대는 말투로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방금 귀족 놈 하나가 평민을 괴롭혔거든. 그걸 본 왕자님께서 화내는 중.”
세상에.
레이먼은 탄복했다.
“정말 입학식 때 있을 법한 일이다.”
“그렇긴 하지.”
정말 그림으로 그린 듯한 피해자와 악당, 그리고 그 자리에 등장한 영웅이었다.
사실 신분제 사회에서 귀족과 평민이 섞인 이상,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었다. 포레스튼이 실력주의 아카데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암묵적인 차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자기가 노력해서 얻지 않은 걸 뽐내고 싶어하는 놈들은 있기 마련이다.
레이먼은 학생들 틈에 섞여 몰래 유타를 살폈다.
사실 그는 때마침 필요한 이벤트가 타이밍 좋게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이 일로 5왕자의 특징을 조금은 파악할 수 있겠지.
“이 평민이 잘못한 거야. 난 죄가 없다고.”
평민에게 으스대던 귀족은 유타의 등장으로 조금은 굽실대는 모양새가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완전히 굽힌 건 아니었다. 이곳은 왕궁이 아닌 포레스튼이었고, 상대가 왕족이라 해도 아주 살짝은 반항할 여지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레이먼은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얘가 먼저 부딪혔으니 내가 화를 내는 게 당연하잖아.”
“그러니까 그냥 서로 사과하면 끝날 일을 왜 키우냐는 거야. 고작 이런 일로 그렇게까지 열이 받아? 왜 엄마한테 가서 이르게, 마마보이야?”
“……이, 이-.”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화는 왜 내?”
레이먼은 확신했다. 유타 저놈은 ‘남에게 상처 주기’ 특강을 왕실에서 들은 게 틀림없다.
‘욕 하나 섞지 않았는데 기분이 더러워.’
레이먼이 유타의 말솜씨는 탐내는 사이, 고래고래 고함을 치던 철부지 후작가 도련님은 더욱 심하게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너, 너, 너! 지금 말 다 했어?!”
그는 전형적인 악역 같은 대사를 내뱉고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15cm 정도 길이의 나무 막대기였는데, 생김새를 보아하니 완드임이 틀림없었다.
“완드 만드는 걸 네가 벌써 성공했을 리는 없고.”
유타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지나치게 매끄러운 완드의 형태 하며, 정형적인 사이즈. 게다가 특색 하나 없는 저 색을 보아하니.
“너, 애초에 사 왔구나? 완드를.”
“큭.”
“부끄럽지도 않아? 효율도 떨어지는 보급 완드를 사용하다니.”
짧게 혀를 찬 유타가 말을 이었다.
“게다가. 교내에서 사사로이 마법을 사용하는 건 금지된 거 몰라?”
“어쩌라고! 지금 네가 나를 화나게 했잖아!”
그는 제법 단단히 화가 났는지 당장에라도 마법을 사용할 것처럼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 난리가 났는데, 선배들은 뭐 한대?”
“환영회 준비. 그래서 늦는 모양이지.”
레이먼이 중간이 끼어들어 질문했다.
“교칙을 어기면 따르는 불이익은 뭐였지?”
“개인 성적이랑 클래스 전체 성적이 깎이잖아!”
“…뭐?”
그럼 저놈이 교칙을 어기면 내 성적이 떨어지고, 내 전교 등수도 떨어진다는 소리인 건가, 지금? 그렇게 되면 아버지가 내건 조건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조건을 지키지 못해 포레스튼에 남아있지 못하면 왕 후보를 왕으로 만들 수도 없다.
‘……X 됐네.’
레이먼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유타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난 정말 이 상황을 조용히 끝내고 싶어.”
그때였다.
[ 눈치 특성을 발동합니다. ] [ 유타 스테디움 스턴의 거짓을 간파합니다. ] [ – 유타 스테디움 스턴의 속마음 –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기회인데. 어떻게 하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 [ – 예상되는 결말 : 교칙 위반으로 인한 성적 하락, 명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망할.’
예상되는 결말을 확인한 레이먼은 자연스레 앞으로 나섰다. 발이 멈추지 않았다.
‘성적, 성적, 성적. 내 성적!’
“레이먼?”
“야,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응?”
네가 하라는 대로?
레이먼의 말을 들은 유타의 눈은 점점 토끼처럼 커졌다. ‘진짜 그러라고?’라는 눈빛이 레이먼을 향했다.
‘어.’
짧게 조언한 레이먼은 그대로 뒤로 빠졌다. 퇴학까지 앞으로 몇 발자국 남지 않는 멍청한 도련님은 대체 뭘 수군거린 거냐며 길길이 날뛰었다. 하지만 레이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자릴 떠났다.
“뭘 말씀하신 거예요?”
“응?”
“유타 님께요. 무언가 조언하신 거 아니세요?”
“아아. 그냥. 간단한 걸 말해줬을 뿐이야.”
이 모든 소동을 그냥 지나친 레이먼은 1학년생 중 가장 먼저 강의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머지 학생들은 결국 클래스장이나 다른 선배들이 와 소동을 정리한 뒤에야 강의실에 차례대로 도착했다.
“죄송합니다. 지각이네요.”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고 10분 뒤, 유타가 문을 열어 교수에게 인사했다. 그는 반짝이는 눈으로 강의실 맨 뒤에 앉은 레이먼을 찾아냈다. 레이먼은 필사적으로 그에게서 눈을 돌렸다. 설마 수업이 끝나고 말을 걸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