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12)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12화(112/275)
[ 리나 이블랭 양에게이블랭 양께서 보내주신 수입에 대해서는 잘 들었습니다. 한 달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4만 벨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은 대단한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윗 가의 영지에서도 별도 판매된 수익을 장부로 적어 별도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아카데미에서도 연극구는 큰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연극구 판매액 중 3분의 2는 리나 양에게 보냅니다. 더불어, 여분의 연극구 역시 영지로 보내드리니 이블랭 영지의 빈민가 개선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여 돈이 부족하거나 추가로 필요한 게 있을 경우 답장 주세요. 감사합니다.
유타 스테디움 스턴으로부터 ]
비록 학생으로서는 말도 안 될 만큼 큰돈을 벌었지만 밀리포레의 구성원들에게 돈에 대한 미련 따위는 없었다. 애당초 왕자, 공작가의 장남, 마탑주의 아들 등으로 구성된 그들이 아카데미에서 생활하기에는 밀리포레로 벌어들인 수익으로도 충분했다. 레이먼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편지의 내용을 모두 읽고도 수정하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이번 일은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다윗 가문의 높은 세금이야 권력을 통해 압박하면 그만이었고, 빈민가 문제 역시 유타가 이블랭 백작에게 직접 언급하면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들을 택했다면 유타는 지금처럼 이름을 알리진 못할 것이다. 평민들은 5왕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을 테고, 5왕자의 행동을 단순 변덕으로 느낄 수도 있었다. 레이먼이 공작가의 돈을 가져와 빈민가에 새로운 집을 지어주거나 먹을거리를 보급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레이먼의 목적은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5왕자의 이름을 3왕자나 4왕자만큼 널리 알리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은 꽤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리나 이블랭이 보낸 일간지에는 연극구에 대한 기사와 함께 유타에 관한 내용 역시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 구석에 레이먼과 다른 학생들의 이름도 작게 실려 있었는데 아드리안은 신문을 10부나 샀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다윗 가의 영지세는 왕실 감사관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연극구에서 영지 세금에 관해 언급된 장소가 다윈일 마을인 데다가, 다윈일 마을의 영지세가 타지에 비해 배는 높다는 소문이 전국을 돌았기 때문이다. 감사관이 출발했다는 소식이 유타의 귀에 들려왔으니 아마 그 문제도 곧 해결될 거다.
‘다비 다윗에겐 안됐지만… 뭐, 어쩌겠어.’
“하아…….”
레이먼은 방 안 책상 서랍에서 일기장을 꺼내 올리며 자리에 앉았다.
지금만이 그가 한시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2학년 2학기. 곧 3학년이고, 4학년과 5학년이 지나면 졸업이다. 이 거지 같은 세상에서 오직 말발과 되먹지 못한 특성으로 살아남은 지 벌써 2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는 소리다.
정말이지 쉬지 않고 일했다. 유타와 유리페를 왕 후보에 집어넣었고,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왕위계승권 1위에 빛나는 매너스를 왕 후보에 넣기도 했다. 엘프국에서 얻은 가호를 통해 서클 대신 자연에서 마력을 얻어 사용할 수 있는 육체를 이루어냈으며, 포레스튼에 밀리포레라는 신문과 연극구라는 새로운 아티팩트를 내놓았다.
그에 더해 대정령과 계약도 했다.
‘근데…… 이 정도면 자퇴하고 바로 취업해도 되지 않나?’
어디든 받아줄 것 같은데. 아니, 왕성에서 일하고 있을 서머셋이나 매너스 왕자한테 지금 당장 ‘나 너랑 일하고 싶소.’라며 읍소해도 그들이 ‘웰컴 왕성’ 하고 받아줄 것만 같았다.
레이먼은 일기장 커버를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이번 일로 레이먼은 왜 유타가 왕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을 갖고 있다고 떴는지 알게 되었다.
유타가 가진 것은 ‘애민’의 자질. 아마 신분제 사회에서 보통의 왕족이 그런 자질을 갖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지.
당장 테디 베어릴만 해도 빈민가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듯했고. 애초에 ‘빈민 격리’라는 비윤리적인 이블랭 영지의 일을 주도한 것도 매너스였으니.
아마 연극구 사업이 진행되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빈민가는 개선될 것이고 이 일은 매너스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다.
‘매너스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레이먼은 일기장을 펼쳤다. 이제 일기장에는 이전 레이먼의 일기 말고도 현 레이먼이 겪은 일과 기억해야 할 일이 빼곡히 쓰여 있었다. 그중에는 현 레이먼이 의문을 품고 있는 점 역시 적혀 있었다.
ㅇ 다른 책의 내용은 잘 기억이 나는데 일기장은 머릿속에 잘 남지 않음.
ㅇ 5년 안에 새로운 킹메이커가 나온다고 한다면… 후보는?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다. 설마 아드리안? 혹은 이미 왕성에 있는 행정관?
ㅇ 1왕자와 2왕자는 정말 왕위를 포기했는가. 바텔바흐 전쟁의 정황에 2왕자가 끼어들었던 걸로 미루어 보아, 2왕자는 돌아올 가능성 존재.
ㅇ 유타를 납치한 건 매너스. 왜 납치했을까.
……이 중에 내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빌어먹을 시스템 같으니! 날 이런 거지 같은 세상에 떨어뜨리다니!’
2년이나 지낸 빙의자가 하기에 어울리는 말은 아니었지만 레이먼은 일단 되는대로 지껄이고 난 뒤, 아침 수업을 위해 강의실로 향했다. 간만에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는 기분이었다.
그가 들은 오늘의 수업은 정령학으로 특히 오늘은 평소와 달리 ‘정령과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 날이었다.
[ 레이먼! 오랜만에 너와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보겠구나! ]…사실 별로 교감하고 싶진 않았다.
***
정령학 심화 강의는 일반적으로 정령과 계약한 학생들이 주로 듣는 강의였다. 파릭사 선배와 전에 봤던 나탈리 선배도 함께였는데, 그녀들은 레이먼보다는 레이먼 어깨 위의 완두콩이 흥미로운 듯했다. 평소에는 같은 수업이라도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는데 오늘은 정령 소환 시간이 주어져서 그런지 얘기할 시간이 꽤 있었다.
“정령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 거야? 레이먼, 넌 진짜 복 받은 거야.”
파릭사는 정말로 아모르를 귀여워했다. 이쯤 되면 아모르가 대정령이라는 사실을 까먹은 게 아닌가 싶었다.
“아모르 님, 왜 완두콩 모양으로 계시는 건가요?”
[ ……. ]“힘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하시네요. 아무래도 인간 모습을 유지하려면 마력이 많이 소모되거든요.”
[ 아무 말도 안 했다. ]어딘가 뾰로통해진 아모르의 반응에 ‘가호 덕분에 복 받으셨다고도 하셨어요.’ 하고 파릭사에게 답한 레이먼이 손에서 펜을 돌렸다.
“레이먼 마력은 부족하지 않지 않아? 아, 그래. 가호는 어때? 마음에 들어? 종종 마을에서 네 안부를 묻는 편지가 와. 외부인 중에 가호를 받은 사람은 네가 처음이거든.”
이어지는 질문에 레이먼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엘프의 가호가 마음에 드냐고?
마음에 드는 수준이 아니라 입이 찢어질 거 같습니다, 선생님-.
‘앞으로도 영원히 잘 부탁드립니다. 혹시 가호가 잘못되면 A/S까지 책임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시끄러운 속을 참아낸 레이먼이 간단히 답했다.
“예. 가호 덕분에 마력 부족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아요.”
“덕분이라니, 네가 우리 엘프족의 보물을 지켜줬는데 그 정도는 해야지.”
“다만 고민은 조금 있어요.”
“고민?”
파릭사가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고민? 가호? 아니면 마력? 아직 적응하기 힘든가?
물음표가 한가득 들어찬 눈빛이 레이먼을 향했다.
“서클이 없어져서 그런지 마법 적용이 좀 어렵습니다. 쓰기 어렵다기보다는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를 모르겠어요.”
레이먼의 몸은 선천적으로 서클이 작은 몸. 서클에 마력을 저장하고 이를 순환시킬 수 있는 걸 깨우친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상태. 햇병아리처럼 짹짹거리던 레이먼의 마력이 갑자기 전설 속 드래곤으로 진화해 대마법사의 역량을 지니게 된 거다.
지금 당장 8서클 마법을 사용하라고 한다면, 아마 레이먼이 손을 쫙 펼치기만 해도 손바닥에서 운석이 펑 튀어 나갈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레이먼은 그러길 원치 않았다.
‘내 힘을 객관적으로 알아야 앞으로 뭘 할지 계획을 짤 수 있겠지.’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는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알아야 했다.
“엘프는 모두 서클이 없잖아요. 마력도 자연에서 얻는 것이라 제한이 없다고 한다면 8서클 마법도 마음껏 쓸 수 있는 건가요?”
레이먼의 질문에 파릭사가 놀란 듯 눈썹을 치켜뜨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앙다문 채 흔들리는 얼굴을 따라 파릭사의 볼살도 함께 흔들렸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전혀 그렇지 않아, 레이먼. 우리의 설명이 부족했었구나. 미안해. 우린 타고나는 거라 네가 어디까지 힘든지 파악하기 어렵거든. 음, 엘프들도 인간들이 나눈 기준에 따라 마법을 사용하긴 해. 하지만 조금 달라. 나도 포레스튼에서 1서클 마법부터 차근차근 배웠지만 실제로는 이미 5서클까지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서 왔으니까 말이야.”
네?
“마력이 고갈되지 않는 우리에게 마법은 놀이야. 그때 우리 마을에서 봤지 않니? 아이들도 공중 부양 마법을 쓰면서 놀고 있었잖아.”
레이먼은 엘프 마을에 대해 다시 떠올렸다. 실제로 엘프들은 집안일에도, 놀이에도 마법을 쓰고 있었다. 레이먼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질문했다.
“그럼 서클에 상관없이 마법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게 맞지 않나요?”
그러자 파릭사가 상쾌한 얼굴로 말했다.
“대신 우리는 무리한 마법을 많이 쓰면 죽는단다.”
“아, 그렇군요. 예…… 예?”
무지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레이먼의 고갯짓이 일시 정지라도 한 것처럼 멈췄다. 그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을 이어갔다.
“서클은 마법을 시전하는 동안 술자에게 가는 몸의 부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우린 그걸 온전히 몸으로 받아내잖아. 단적인 예로 인간은 무리하게 마법을 쓰면 서클이 파괴되잖아? 우린 뭐가 파괴되겠어.”
파릭사가 웃었다.
“우리 몸이지. 그래도 보통은 다 자연스레 알고 있어. 나는 여기까지 할 수 있는 몸이구나- 하는 거.”
“…그럼 저는.”
“레이먼, 너는-.”
파릭사의 대답을 듣기도 전, 소환 시간이 끝나는 박수가 강의실을 채웠다. 정령학 교수는 몇 번 더 손뼉을 친 뒤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자자, 여러분! 계약한 정령을 불러오시는 데 성공했나요? 하위 정령의 경우에는 총 셋까지 함께 있어도 되지만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본인의 역량을 정확히 알고 수업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레이먼, 나중에 다시 얘기해줄게. 가자 나탈리.”
2학년과 3학년이 앉는 구역은 나뉘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맞은편 책상 열로 향했다. 레이먼은 홀로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속은 시끄러웠다.
‘지금 뭔 소리를 한 거야? 그러니까 마법에 한계가 있긴 한데 본인이 그 한계를 인지하지 못하면 죽는다고 지껄인 건가? *발, 뭐 이런 *같은 가호가 다 있어? 잠깐만, 생각해보니 이 가호를 말해준 거-.’
“정령의 마법을 더욱 효율적으로,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령과 친밀도를 쌓을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계약한 정령의 이름을 부르면서 서로를 더욱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도록 합시다. 이름이 없는 하위 정령일 경우에는 직접 이름을 붙여주시고, 중위 정령의 경우에는 여러분의 이름을 쪽지에 써서 알려주세요. 대정령…과 계약한 학생은 이미 해답을 알고 있겠죠.”
교수가 레이먼을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레이먼도 방긋 웃어주었다. 그녀가 레이먼의 앞을 스쳐 지나가자마자 레이먼은 어깨 위 아모르 완두콩을 주먹에 꽉 쥐어 내렸다.
[ 아프다. 붉은 치야-. ]“저한테 가호를 소개해줬던 거… 아모르 님 맞죠?‘
[ 그렇다. ]‘그럼 조금 전에 들었던 거, 알고 있었어요?’
[ 그… 아닐걸? ]너 이 새끼, 이거. 알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