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19)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19화(119/275)
“아드리안은 졸업하면 어떻게 하고 싶어?”
레이먼이 매너스를 따라 떠난 뒤, 유타는 아드리안과 함께 정원을 산책했다.
“형님께서는 왕실 마법사가 된다고 하셨으니… 으음.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드리안도 재능 있으니까 왕실에 들어와도 좋을 것 같은데.”
“전하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저 같은 녀석보다는 형님이 더 훌륭하십니다.”
그렇게 말한 아드리안이 배시시 웃었다.
“아드리안은 레이먼을 참 좋아하는구나? 보통 그 나이대 애들은 형을 못 죽여서 안달인데.”
“형님을요? 형님을 왜 죽이고 싶어 합니까?”
아드리안이 정말 모르겠다는 눈치로 눈을 크게 떴다. 그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젓고선, “저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오, 아드리안. 네가 원치 않는다고 그렇게 되지 않는 건 아니지. 너한테도 사춘기라는 게 올 거 아니야.”
“사춘기…. 사춘기가 되면 주변 사람이랑 대화를 나누는 걸 싫어하겠죠?”
“그렇지? 왜? 벌써 그런 기분이 좀 들어?”
“아뇨. 저는 아니에요.”
하지만 형님이 전에 울적했던 건 ‘사춘기’여서 그랬던 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
막연히 자신이 미워서 그랬을 거라 생각하던 아드리안이 마음속으로 몰래 기뻐했다. 사춘기여서 그랬다면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았던 것도,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팍 돌려던 것도 다 이해가 가니까. 아드리안이 책에서 배운 사춘기란 그런 행동들이 모두 합리화되는 종류의 것이었다.
‘형님이 쭉 이랬으면 좋을 텐데.’
아드리안은 레이먼과의 전술 경기 시간이 굉장히 즐거웠다. 앞으로도 쭉 이런 날만 이어지면 좋을 거라 생각했을 정도로. 유타와 아드리안의 뒤를 졸졸 따라오던 리트리와 티키가 뒤에서 숙덕였다.
“우리가 말을 걸어도 될 타이밍일까? 나도 레이먼의 동생이랑 말을 해보고 싶어.”
리트리가 잔뜩 흥분해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금발에 거대한 남자가 어깻죽지를 파닥이는 모습을 티키는 선호하진 않았다.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그러든가.”
“하지만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레이먼은 날 좋아하니까 아드리안도 분명 날 좋아할 거야, 그치?”
“레이먼이 널 좋아한다는 확신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레이먼은 싫어하는 사람이랑 편지를 주고받을 만큼 성품이 뛰어나지 않으니까!”
티키는 바보에게서 꽤 똑똑한 대답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티키도 그 생각에는 동의했다. 그녀는 오히려 두 사람이 편지를 나누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좋아, 말을 걸어보겠어!”
결심과 동시에 수풀에서 나온 리트리가 누구 하나 못 듣는 이 없을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아드리안!”
“…어.”
“나는 에글린턴의 리트리버야. 네 형의 절친이지. 편하게 리트리라고 불러.”
귀청이 떨어질 듯한 크기로 제 이름을 불러 젖히는 목소리에 경계 섞인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 아드리안의 표정이 이어진 ‘네 형의 절친’이라는 말과 동시에 환하게 펴졌다.
“아드리안 반 스플린입니다. 에글린턴에 형님의 절친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자칭 절친이겠지.”
리트리의 얼굴을 확인한 유타가 한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리트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유타의 말에 반박했다.
“유타, 무슨 소리야! 우린 매주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매주!”
리트리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아드리안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형님이 누군가와 편지를 그렇게 자주 주고받다니. 제 형이 아무에게나 절대 그럴 위인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던 아드리안의 시선이 리트리에게 확 꽂혔다. 리트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드리안의 어깨에 팔을 툭 걸치며 한 손을 번쩍 들어 말했다.
“아드리안, 네 형이 널 참 좋아해. 편지에 네 얘기가 종종 적히는데 말이지….”
“…….”
“궁금해?”
아드리안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내 방으로 가자! 내일 학교로 떠나기 전에 신나게 얘기를 좀 더 나눠보자고!”
“네!!”
“미안, 우리 애가 좀 시끄럽지.”
“아냐. 재밌는데, 뭐.”
앞장서는 리트리와 아드리안 뒤로 티키와 유타가 뒤따랐다. 시끄러운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의 대화를 나누면서 말이다.
***
“즐거운 대화였어, 레이먼.”
“저 역시 감사했습니다.”
“아냐, 아냐. 다음에 또 보자.”
매너스가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의 심복이 앞장서 레이먼을 안내했다.
“혼자 갈 수 있으니 돌아가셔도….”
“아뇨. 이 근처에는 마법이 걸려 있어 보이는 것과 돌아가는 길이 다릅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아는데… 뭐, 굳이 알고 있다고 답할 이유는 없겠지.
레이먼은 심복의 뒤를 따라가며 생각했다.
‘조금 전 대화에서 정령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 게 이 사람이라고 했지?’
실제로 자신 외에 그런 눈을 지닌 사람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모르 님, 정말 저 사람 정령의 눈을 가진 거 맞습니까?’
[ 맞아. 근데 한쪽만 있어서 너만큼 완벽하진 않아. ]‘한쪽만요?’
[ 정령을 보는 눈은 양쪽 다 있어야 실체를 볼 수 있는데 한쪽만 있는 정령의 눈은 없느니만 못하지. 그걸로는 정령의 기운만 느낄 수 있는 게 다거든. ]‘그래도 뭐라도 있는 게 좋은 거 아닌가요?’
레이먼의 질문에 아모르가 마치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 레이먼아, 넌 아직 멍청하구나. ]‘…아모르 님한테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진 않네요.’
[ 저놈에게서는 정령 친화적인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놈이 정령의 형체만 겨우 느낀다고 생각해봐라. 보이지 않는 귀신을 느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정령의 눈을 가지고 있다고 모두 정령과 친한 건 아니구나?
레이먼이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주억이는 사이 아모르가 말을 덧붙였다.
[ 정령의 흥미가 동하는 건 완벽한 피조물뿐이야. 실패한 눈은 오히려 놀림거리일 뿐, 함께하고 싶은 대상은 아니지.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레이먼이 속 시끄럽게 한참 아모르와 대화하는 사이, 어느새 두 사람은 매너스의 궁을 빠져나와 궁 앞 정원에 서 있었다. 다른 궁의 정원과 달리 이곳의 정원은 흰 꽃이 가득했다.
“흰 꽃이 가득하네요.”
“나가는 길에만 꽃을 심어두었습니다.”
“왜 흰 꽃인가요?”
“전쟁 때 죽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분이셔서요.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언제나 행운이 따르기를 빌겠습니다.”
심복은 더 이상 사적인 대화를 섞고 싶지 않다는 듯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레이먼도 정중히 인사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다른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그 시간, 오닉스는 마탑에 갇혀 있었다.
전술에는 큰 흥미가 없어서 가지 않았다. 이번 방학에야말로 오닉스는 푹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탑주도 잘 나타나지 않는 마탑 옥상에서 오닉스는 한동안 신나게 쉬었다. 침대에 누워 온종일 잠도 자고, 원하는 연구만 실컷 하기도 했다. 대부분은 마법 사회에 이바지할 수 없는 쓰레기 연구들이라 연구에 이름을 붙이지도 않았다.
쾅쾅쾅-!
“오닉스!”
“들어오지 마!”
벌컥-.
“오닉스, 좋은 아침입니다.”
“……하아.”
하지만 그런 오닉스에게도 매일같이 찾아오는 마탑의 마법사가 있었는데 그는 수석 마법사를 달기 직전의 차석 마법사로 오닉스의 재능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오닉스를 자기 동생처럼 아끼기도 했다. 실제로 동생과 나이가 같다고 말하기도 했고.
“오늘 오닉스, 네 친구들이 포레스튼으로 돌아가는 날이잖아. 가보지 않을 거야?”
“…아, 벌써 일주일이 지났나?”
“그래! 그래도 방학 때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한번 보러 가.”
“……끄응.”
오닉스가 보라색 곱슬머리를 헤집었다. 이 인간 말에 따라주기는 싫은데.
‘하지만 안 나가면 애들이….’
서운해하겠지?
오닉스가 입을 뽀로통하게 내밀더니 침대 위에서 폴짝 내려왔다.
“당신 말 듣고 가는 거 아니야. 원래 가려고 했어, 원래.”
“그래, 그런 걸로 하든지…”
마탑의 벽면을 타고 주르륵 내려가는 나선형 계단. 오닉스는 그 계단을 따라 세차게 달려 내려갔다.
1층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 오닉스의 발에 저절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뒤따라 내려오던 차석 마법사의 입에서도 “이런.”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1층에 마탑주가 있던 것이다.
마탑주의 차가운 시선이 오닉스에게 꽂혔다.
‘……어딜 저렇게 급하게 가는 거지?’
‘젠장. 마주치기 싫었는데.’
‘친구를 만나러 가는 건가? 다른 친구들은…… 누가 있을지 알고 싶군.’
‘딱 봐도 나랑 마주쳐서 화가 난 거잖아. 이럴 거면 왜 마탑으로 꼬박꼬박 부르는지 몰라.’
‘물어볼까?’
‘보지 마.’
같은 장소에서 완전히 다른 생각이 교차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마탑주였다.
“어딜 그렇게 가는 거지?”
“……친구들한테 가려고요.”
“친구들…. 너한테 친구가 있었나?”
같은 층에 있는 마탑의 마법사들. 그들은 두 부자의 대화를 들으며 괴로워했다. 특히, 마탑주의 저 조금의 악의도 섞이지 않은, 하나 저만 모르는 고약한 화법이 더욱 그들을 괴롭혔다.
‘크윽. 마탑주님. 그리 말씀하시면-.!’
‘마탑주님은 말하는 게 너무 서툴러.’
‘저렇게 말하면 오닉스가 상처받잖아!’
‘마탑주님, 친구가 있었나-? 가 아니라 어떤 친구를 만나러 가는지 여쭤보는 게 순서입니다.’
마탑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마법사들이야 그의 서툰 화법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제 막 17살이 된 오닉스는 그렇지 않았다. 그럴 생각도 없었다.
“제가 친구가 없을 것 같나요?”
“그런 뜻이-.”
“가보겠습니다.”
오닉스가 쾅 문을 닫고 떠났다. 아들이 가고 홀로 덩그러니 남은 마탑주에게 마법사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마탑주 주변을 강강술래라도 하듯 둘러싸며 한 마디씩 던졌다.
“마탑주님,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오닉스가 놀라잖습니까.”
“그래요! 다음부터는 이렇게 말해보세요!”
“…알겠다.”
그런 노력을 전혀 모르는 오닉스는 레이먼과 다른 친구들이 있다는 장소로 향했다. 왕성 근처에 자리한 마탑에서 그들이 머무는 별궁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오닉스가 별궁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마차에 거대한 마차가 보였다. 그 앞에는 그가 찾았던 레이먼과 일행들이 보였다.
“지금 돌아가려고?”
오닉스가 자연스레 그들에게 합류했다.
“아, 오닉스 왔구나. 내 편지 봤어?”
“편지?”
레이먼이 말했다.
“못 봤어? 마탑 쪽으로 보냈는데.”
“언제?”
“조금 전에.”
“그럼 못 봤어. 그래서? 지금 돌아가려고? 내일이 돌아가는 날 아니야?”
오닉스가 자연스레 주변을 살폈다. 다 아는 얼굴들이라 거부감은 없었다. 에글린턴의 리트리와 티키라는 아이가 있는 건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같이 타고 돌아가려는 건가? 멀지도 않은데.’
포레스튼과 달리 에글린턴은 왕성 부근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공중 마차를 탈 필요도 없었다. 오닉스의 불안한 시선을 느꼈는지 레이먼이 활짝 웃으며 물었다.
“오닉스, 너 오늘 할 일 있어?”
“오늘…? 아니, 딱히 없는데?”
“그래? 유타, 그렇다는데?”
레이먼이 유타에게 슬쩍 눈짓했다. 유타도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오닉스의 옆에 바짝 붙어 팔짱을 꼈다.
“그렇단 말이지.”
레이먼까지 합세해 오닉스의 양팔이 팔짱으로 봉인되었다. 대충 상황을 눈치챈 아드리안이 얼른 달려와 오닉스의 양 다리를 들었다. 이제 오닉스는 입 말고는 움직일 수 없었다.
뭐야? 뭔데?
“그럼 우리랑 같이 가면 되겠다.”
“어? 어딜?”
“어디긴.”
에글린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