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2)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2화(12/275)
“잠깐, 잠시만!”
“싫어.”
“아무 말도 안 했잖아!”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있어 봐. 내가 아직 생각 정리가 안 됐으니까.”
수업이 끝나자마자 레이먼은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 뒤를 유타가 쫓았다. 그리고 별로 놀랍지 않게도 레이먼은 유타에게 붙잡혔다. 거지 같은 체력 때문이었다.
“허억, 허억.”
이 망할 체력. 상태창은 분명 체력이 올랐다고 말했는데. 이 정도로는 안 되는 건가.
레이먼이 숨을 다 고를 때까지 기다려주며 유타는 아까 전의 조언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 마법은 금지지만 일대일 맞다이는 교칙상 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 ….뭐?
– 맞다이 까라고.
– 맞다이가 뭔데?
– 직접 치고받는 거
– 그거 현명하다
만약 벌을 받는다 치더라도 적어도 클래스 전체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레이먼이 노린 점은 그거였다. 그러나 유타는 그의 조언을 다른 뜻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클래스 전체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다니. 게다가, 이 짧은 기간에 교칙을 모두 외웠어. 레이먼… 역시 좋은 마법사가 될 인재야.’
그리하여 유타는 레이먼의 조언을 그대로 따랐다. 후작가의 망나니가 공산품 완드로 마법을 발동하기 직전, 유타는 주머니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완드를 꺼내 들어 놈을 후려 ‘팼다’. 마법은 사용하지 않은 오로지 물리력의 승리였다.
“너, 이 비겁-!”
퍽.
“아, 아프-”
그렇게 레이먼의 조언대로 유타는 승리했다. 얼마 있지 않아 파릭사나 다른 클래스장들이 도착했으나 이미 싸움은 끝난 뒤였다.
“하아, 그래서?”
결국 레이먼은 유타에게서 도망치는 걸 포기했다. 아카데미 정원 벤치에 걸터앉은 그가 옆에 선 레이먼을 흘겨보며 묻자 유타는 활짝 웃으며 답해줬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고 했을 뿐이야. 어떤 마법사가 완드로 다른 학생을 때리는 방법을 생각해내겠어.”
“그래, 그래. 내가 남을 패는 걸 좋아하긴 했지.”
“내가 왜 너 같은 귀족 자제를 몰랐을까. 음, 그건 그렇고.”
뱀처럼 가느스름하게 눈을 뜬 유타가 턱을 문지르며 레이먼을 내려다보았다.
“왜 네가 직접 나서지 않은 거지?”
“…….”
“너한테 짐을 지우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보통 애들은 눈에 띄는 걸 원하니까.”
레이먼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그를 바라보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런 소란으로 유명해지는 건 내 쪽에서 사양이야. 내가 너도 아니고 왜 남들 관심을 끌어야 해? 다른 목적이 있다면 몰라도.”
레이먼의 말투에 유타는 잠시 눈을 끔뻑이다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그래. 이해했다.”
이렇게 말하는 레이먼도 이번 소동으로 얻어낸 건 있었다. [양심이 쓰레기] 특성의 설명란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실패할 수도 있다는 문구가 ‘매우 적은 확률로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로 말이다.
왕족에게 조언한 것이 간신배처럼 보였거나, 조언만 하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튄 것이 특성을 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 걸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자신은 훌륭한 쓰레기 간신배의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적어도 그게 마법사를 향한 길은 아닌 듯했지만.
레이먼의 말이 끝나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유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왕자가 때리니까… 뭐랄까, 좀 별로지 않았어?”
“뭐가?”
유타가 어깨를 으쓱했다.
“폭군 같잖아. 뭐든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것 같고.”
…네가 그런 고민을? 레이먼이 의외라는 듯 눈을 치떴다.
역시 내가 선택한 왕 후보답다. 사실 내가 선택했다기엔 후보 등록도 안 됐지만.
“아냐, 왕족이면 단호할 때도 있어야지. 뭐, 매번 그러면 안 되겠지만. 생각해봐. 네가 거기서 단호하게 끊어내지 않았다면 포레스튼 아카데미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클래스에 대한 애정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을 거야. 넌 그걸 막은 거라고.”
레이먼이 양팔을 커다랗게 펼치며 과장되게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거지, 잘한 거야.
“그런가?”
“물론 매번 그러면 안 되지만. 폭력이 늘 정답은 아니니까. 필요할 뿐이지 필수는 아니야.”
“참고할게.”
유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게 보였다. 이봐, 이봐. 역시 당근과 채찍 묘수는 효과가 있다니까.
“다수의 행복을 위해 넌 포레스튼의 학생으로서 네가 할 일을 한 거야.”
“너……정말 착하다.”
“내가 좀 그래.”
이미지 메이킹은 이걸로 성공이다. 이제 나는 유타에게 ‘유능하고 똑 부러진 데다가 충고를 아끼지 않는 착한 놈’처럼 보일 거다.
“그런데 말이야. 하나만 물어봐도 돼?”“물어봐.”
“네 기사는 어디 간 거야? 그 사람 왕실에서 온 사람이지?”
로비에서의 상황. 둘만의 대치 상태. 레이먼은 처음부터 그 상황을 이상하다고 여겼다. 니콜만 해도 레이먼의 곁에 딱 붙어 있었는데 이상하게 유타의 기사만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번에 봤을 때는 무슨 반려견처럼 딱 붙어 있던 놈이 어딜 간 거야?
“아. 그 애는 내가 다른 일을 시켜서 그래.”
“무슨?”
유타 스테디움 스턴은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다 해사하게 미소 지었다. 은빛의 머리칼과 그의 붉은 눈 색은 퍽 잘 어울렸다. 은발에 적안은 때에 따라 순수함을 머금은 소년의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아마 이 미모는 그가 성장하게 되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무릇 왕족의 미모는 그 왕국의 국력에 영향을 주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를 가만 바라보던 레이먼은 이번에야말로 순수하게 그의 외모에 감탄했다. 유타 스테디움 스턴의 붉은 눈과 입술은 더는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서 등을 돌렸지만.
“자, 레이먼. 다음 수업 강의실은 2층이라 올라가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어서 가지.”
“…그래, 좋아.”
하긴. 그리 쉽게 얘기해 줄 리 없지. 깊은 신뢰를 쌓을 기간이 짧았기도 하고.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확이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레이먼은 유타와 함께 2층으로 향했다.
***
2교시는 완드 개발 수업으로 파릭사가 말했던 완드를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이었다. 각자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자리에 앉아 자신이 원하는 완드를 형상화하면 됐다. 재료 역시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나무의 나뭇가지를 잘라 왔고, 어떤 애는 꽃잎을 가져왔다.
세상에는 감상에 빠진 놈들이 너무 많아. 레이먼은 혀를 끌 차곤 준비해온 재료를 꺼냈다. 가장 먼저, 철 가루. 그리고 알코올램프. 그다음에는 나무 팔찌였다.
“…너 미친 거냐?”
재료들을 가만 바라보던 오닉스가 진지하게 질문했다. 그의 앞에는 최고급 떡갈나무 잎, 그리고 나뭇가지와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유페(바텔바흐 공국에서만 서식하는 새)의 깃털이 놓여있었다. 오닉스가 생각하기엔 자신의 재료가 완드를 만들기에 가장 무난한 재료들이었다.
완드는 중요하긴 했으나 1학년 때 만드는 완드가 평생 가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지금은 마법을 사용할 때 가장 무난한 완드를 만드는 게 보편적인 선택이었다. 그런데 철 가루라니.
“세상에 어떤 놈이 철 가루로 완드를 만들어?”
“그러는 너야말로 깃털로 완드를 만드냐?”
“잎사귀로도 만들었던 파릭사도 있는데 깃털로도 가능하지. 더군다나 유페의 깃털은 쇠를 뚫을 수도 있다고 유명한 깃털이야.”
“그럼 철 가루도 되겠네.”
레이먼과 오닉스가 티격대는 사이, 차차 교수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자, 다들 재료는 올려뒀지요?”
완드 개발 수업을 맡은 차차 교수는 동그란 안경을 낀 작은 키가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완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력을 담아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많은 양의 마력이 아니라, 아주 적은 양이라도 재료 전체에 골고루 담는 것이 최고라고. 그렇게 해야 합쳐졌을 때 하나의 형태를 만들 수 있다고.
“최종 형태를 생각하며 각각의 재료에 마력을 담으면 된답니다. 입학시험에서 종이에 마력을 담는 건 이미 성공했으니, 집중만 하면 될 겁니다. 자, 그럼 다들 시작하죠.”
박수 소리가 크게 울렸다.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됐다.
‘일단 상상.’
책상 위 재료들을 레이먼이 바라보았다.
‘그다음에는 마력.’
여태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도 마력을 조종하는 법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그 뒤에는 자연스레 몸이 따르도록. 레이먼은 지금까지 책만 읽었던 게 아니었다. 그는 저택에서부터 쭈욱 홀로 마력을 서클 안에 흐르도록 하는 연습을 실천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어떤 날도 빠지지 않고, 매일매일. 성실하게.
꾸준한 반복 훈련을 통해 레이먼은 서클 자체의 크기를 키우진 못했으나 마력을 자유롭게 물건에 스며들게 할 수는 있었다.
레이먼의 마력이 재료 속에 골고루 퍼졌다. 마지막 순간, 그는 최종적인 완드를 떠올렸다. 완드를 만드는 게 어려운 건 최종 형태를 떠올리는 게 몹시 어렵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이먼은 비교적 쉽게 그 과정을 성공했다.
펑-!
콜록콜록. 매캐한 연기와 함께 레이먼의 완드가 완성되었다.
“오!”
완성된 완드를 손에 쥔 레이먼이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좀처럼 미소를 잘 짓지 않는 레이먼이었기에 그의 미소를 본 오닉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
레이먼은 완성한 완드를 팔찌 형태로 손목에 착용하고선 콧노래를 부르며 다음 수업으로 향했다. 좋은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 당신은 ‘유타’라는 인물과 유대감을 쌓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 [ 친밀도가 올라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 [ 친밀도가 0이 되는 순간 왕 후보는 왕 후보에서 제외됩니다. ]보상? 친밀도?
상태창이 요란한 소리를 울리며 돌아갔다.
[ 조언 – 왕실의 역사를 보았을 때, 유타는 왕에 오를 수 없다. ]중앙 회랑을 거닐던 레이먼의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졌다.
‘이게 뭔 소리야?’
상태창의 조언은 오히려 레이먼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사실 유타가, 그가 왕이 되기 어려운 이유는 너무나 많았다.
그는 버려진 자식이었으며, 그의 어머니는 귀족조차 아니었다. 더군다나, 왕족의 자식이라면 당연히 얻는 ‘왕실 서무관이 지어주는 이름’이라는 혜택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모든 조건을 갖고도 왕위에 오른 6대 왕이 있었고, 심지어는 1대 왕도 출생을 정확히 따져보자면 사생아였다. 그러니 유타도 왕이 되기 어려울 뿐이지 길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왕에 오를 수 없다고?
‘애초에 왕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을 가진 놈 아니었어? 조건들이 부족해도 왕은 될 수 있으니 그런 말이 떴겠지.’
하지만 역사에 따라? 역사에 따라 유타라는 인물이 왕에 오를 수 없다면. 읽었던 책들의 내용을 레이먼이 다시 한번 모조리 복기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하지만 그 이유는 절대로 유타에게 해당하지 않는 이유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