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23)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23화(123/275)
끈질긴 구애 끝에 그들은 클레임 교수에게서 외출 허가를 받는 데에 성공했다. 그는 이번에도 기한을 어기면 다시는 허가증을 써주지 않을 거라 충고하기도 했다.
“물론이죠-!”
클레임 교수의 충고를 들은 그들은 자신만만하게 “물론!”이라며 외쳤지만 사실 약속을 어길 생각으로 가득했다.
필요하다면 어겨야지. 뭐 어쩌겠어.
흙의 날이 밝자마자 그들은 마차에 올라탔다. 오닉스가 마탑에 부탁해둔 마차였다. 아드리안은 끝까지 레이먼과 함께하고 싶어 했으나 결국 함께하지 못했다. 레이먼은 대신 마탑에서 그가 원하는 책을 선물로 들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마차에서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한 아드리안은 마차가 하늘의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그의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마탑에 또 다른 소문은 없어?”
마침내 창밖으로 보이는 아드리안의 모습이 점이 된 것을 확인한 레이먼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마탑이 소문으로 가득한 흉흉한 곳 같냐?”
“하긴 그렇-.”
“기껏 해 봐야 한 100개 정도뿐이야.”
“…….”
그 정도면 소문으로 가득한 흉흉한 곳 맞지 않나?
“100개?”
표정 관리에 성공한 레이먼, 유타와 달리 테디 베어릴이 경악했다.
“100개나 되는 소문이 다른 곳에는 알려지지 않은 건가? 나는 마탑에 관한 소문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
“말했잖아. 재미없어서 말하고 다니진 않는다고. 나선형 계단을 오르는 12시의 유령 같은 재미없는 걸 왜 말하고 다니겠어?”
오닉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마탑에 가는 동안 오닉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소문 중 그나마 선별한 10가지 정도를 알려줬는데, 미래를 알려준다는 소문과 달리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소문들이 대부분이긴 했다.
쿠르르-.
마차 바퀴가 땅에 길을 새겼다. 마차가 멈춰 선 후, 오닉스를 따라 마탑 내부로 들어가자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마탑의 마법사들이 보였다. 레이먼과 유타는 전에 온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각 층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다니는 마법사들을 보는 건 새로운 느낌이었다.
“어, 오닉스?”
“오닉스라고?”
“어디?
“진짜 오닉스잖아? 응, 잠깐만… 옆에 왕자님도 계시는데?”
“어디?”
“진짜잖아?”
마탑의 마법사들은 왕실 마법사들과 달리 권력에서 거리가 먼 이들이었다. 어느 정도 예의는 지켜야 하지만 그들처럼 깍듯이 대할 필요는 없었다. 뛰어난 실력으로 권력 대신 자유를 택한 마법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닉스와 친구들을 발견하자마자 옹기종기 모여든 이들 중 몸이 대문짝만한 마법사도 있었는데 그는 영 반갑지 못하다는 듯 얼굴을 굳힌 오닉스를 인형처럼 들어 올리며 반겼다.
“어서 와라, 오닉스! 친구분들도 어서 오세요.”
“내려줘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오닉스가 학기 중에 제 발로 마탑에 오는 경우는 처음 보는데. 무슨 일로….”
“놀러 왔어, 놀러.”
바닥에 다시 내려온 오닉스가 말했다.
“3학년이 됐으니 진로 선택도 해야 하고, 마탑을 구경하는 것도 진로에 도움이 될까 해서요.”
“그렇군요. 돌아가는 날짜는?”
“내일.”
“그럼 시간이 얼마 없네. 친구분들, 어서 들어오세요. 짧은 시간이지만 마탑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가 온화한 얼굴로 웃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잘 몰랐는데 그의 귀는 평범한 인간과는 좀 달랐다. 파릭사와 비슷한 귀잖아? 저거? 설마 엘프인가?
“마탑의 주 활동은 마법 발전을 위한 연구와 새로운 아티팩트를 개발하는 겁니다. 왕실 마법사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전쟁이나 왕실을 위한 아티팩트를 개발합니다. 하지만 마탑은 다릅니다. 우리가 만드는 아티팩트의 기준 첫 번째는 ‘재미있는가?’이며, 두 번째는 ‘실생활에서, 다수에게 도움이 되는가?’입니다. 왕실 마법사처럼 ‘왕가의 분들께 도움이 되는가?’는 마탑이 개발하는 아티팩트의 기준에는 없습니다.”
그는 이러한 부분을 매우 큰 장점으로 여기는 듯했다. 말투에서 자신감과 자부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그들을 아주 반갑게 맞이했고 특히 오닉스를 자신의 자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귀여워해 줬는데 그 와중에도 연구를 손에서 놓진 않았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마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다수입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요. 마법을 좋아하는 건 모든 마법사에게 당연한 일 아닌가?”
그가 곧 자문자답하며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곤 까딱였다.
“답은 아닙니다. 물론 학생 때는 그런 마음으로도 마법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 마법 사회에 들어오면 그게 어려워집니다. 왕실 마법사는 성과를 내야 합니다. 왕실에서 인정하는 성과를 내야 하고 3개월에 한 번씩 자신을 평가받습니다. 그 때문에 결국 하기도 싫은 마법을 오로지 성과 하나 때문에 연구해야 하죠. 예전에는 마탑에도 그런 평가가 있긴 했지만 현 마탑주께서 그 제도를 없앴습니다.”
“현 마탑주가?”
레이먼이 물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쓸모없는 제도라고 하셨지요. 참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적으로 현재는 마탑에서 왕실보다 더 많은 수의 아티팩트가 개발되고 있답니다. 저도 이번 달에만 새로운 아티팩트를 3개나 개발했으니까요.”
“3개나? 대단하다!”
테디 베어릴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아직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는데 옷에 관련된 마법을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이 마법사의 말대로라면 여기서는 정말 만들고 싶은 아티팩트를 개발할 수 있다는 건가.’
“그만큼 많은 자유를 보장하니까요. 대신 실력은 좋아야 합니다. 마탑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포레스튼의 졸업 시험 대신 별도의 시험을 쳐야 할 정도니까요.”
왕실 마법사는 포레스튼의 졸업 시험과 함께 학년 성적이 좋아야 했다. 하지만 별도의 시험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탑은 마탑의 자체 시험이 있어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학년 성적이 우수하더라도, 졸업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하더라도 마탑에 들어올 수 없는 것이다.
‘굳이 비교하면 마탑은 정시고, 왕실 마법사는 수시라는 거네.’
“여러분은 마탑에 들어오고 싶으신 건가요?”
그렇게 물은 그가 오닉스를 따라온 학생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스플린 가문과 5왕자.’
스플린 가문은 공작가.
마탑에는 귀족도 다수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신분이 높은 귀족이 많지는 않았다. 특히나 공작 가문은.
‘어지간히 특이한 녀석이 아니고서야.’
엘프 중에서 마탑에 들어온 것도 그가 유일했으니 말이다.
마탑은 구성원 개개인에게 자유를 보장하지만 권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즉, 귀족의 정치 인생에서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기발한 아티팩트를 만들어봤자 그 아티팩트를 개발한 게 누구인지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그 아티팩트가 유명해진다고 해서 개발한 마법사가 엄청난 명성을 얻어 왕실의 총애를 받지도 않았다. 아티팩트는 마탑의 이름으로 나갈 뿐 개인의 이름이 알려지진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마탑 마법사들의 관계는 끈끈했는데, 다들 마법 이외의 다른 것들은 잘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탑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6층부터는 마탑의 마법사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니 허락을 구하기 전까진 문을 열지 마세요. 다른 사항들은 우리 오닉스가 잘 설명해줄 거라 믿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는 가벼운 묵례와 함께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
“구경할 거? 아니면 바로 그 소문이 생긴 지하로 가볼래?”
“지하로 가자.”
“찬성.”
“따르겠다.”
그들은 마법사와 헤어지자마자 지체없이 지하로 향했다. 1층을 벗어나 지하로 가는 계단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자마자 축축하고 서늘한 기운이 그들을 덮쳤다. 불쾌하진 않았지만 익숙지 않은 분위기이긴 했다.
오닉스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오래된 나무문이었는데 문고리를 쥐고 아래로 내리자마자 끼익- 하는 소리가 났다. 오랫동안 기름칠이 되지 않은 듯한 소음이었다.
1층 문이 열리자마자 보인 곳은 다른 층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연구실이었다. 책장과 책상, 플라스크들이 보였고 마법식이 적힌 종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여기도 연구실로 쓰이던 곳인데 마탑이 증축되고 나선 잘 사용하지 않아 그대로 폐쇄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런 이상한 소문이 생긴 것 같은데 별건 없어.”
“진정한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했지?”
“어. 진정한 미래였나? 어쨌든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소문이 돈 건 맞아. 더 구경하고 싶으면 구경해. 이것보다 더 아래는 없으니까.”
난 잘 거야.
오닉스는 자신이 할 일은 여기까지라는 듯 구석에 걸려 있는 해먹으로 기어 올라갔다. 그는 낡은 천에 고치처럼 싸여 눈을 감았다.
“구경할까?”
“좋다.”
오닉스가 보여준 방의 총 크기는 포레스튼 생활관의 1인실 방을 4개 정도 합쳐둔 정도였다. 그들은 30분 뒤에 다시 모일 것을 약속하고 각자 다른 방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레이먼이 들어간 방의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그 주위 4개의 벽은 책장으로 꽉 막혀 있었다.
“뭘 그려둔 거지?”
새로운 마법진이라는 건 결국 기존에 있던 마법을 겹쳐 만든 것이다. 그러니 기존의 마법진을 모두 머릿속에 외우기만 한다면 이 마법진이 무엇을 하기 위해 탄생한 것인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레이먼의 머릿속에는 기본적인 마법진 양식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무슨 그림이지? 원소 계열이라고 하기엔 밑바탕이 되는 그림이 전혀 다르다. 원소 마법이 되려면 각진 부분이 좀 더 많아야 해. 그러나 이건 다르다. 둥글고 거칠어. 원소를 벗어난 뒤에는 빛과 그림자와 관련된 것일 텐데. 이건…… 그것도 아니야. 소환? 아니. 소환 마법은 이런 방에서 하기엔 비효율적이야. 저주? 저주라면 대상을 특정하는 술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야. 특정하는 게 아닌가?’
저주도 빛도 원소도 아니다.
영법인가?
영법이라면 그럴듯하다. 레이먼조차 영법사들이 어떤 원리로 어떤 마법식을 쓰는지 모르니까. 단지 포레스튼에서 배운 기본적인 마법과는 다를 거라는 추측을 하는 정도.
서클을 쓰지 않게 된 이후로 레이먼 역시 원래 알고 있던 마법식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게 되었으니까.
탁.
레이먼이 마법진의 한가운데에 섰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레이먼이 자연스레 손을 아래로 뻗었다. 가호 덕분에 마력은 부족하지 않을 터. 그렇다면 이 마법진에 마력을 흘려 넣으면 뭐 하는 마법인지 알 수 있겠지.
손이 떨렸다. 폭발 마법이라면 마법진을 발동시키는 게 옳은 선택이 아닐 테니까. 하지만 레이먼의 헌터로서의 감이 이 마법진은 무조건 발동시켜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스스스-.
밝은 빛무리가 바닥의 마법진에 스며들었다. 바닥에 그려진 흰색 선이 천천히 빛나기 시작했다. 흰빛은 금빛으로, 금빛은 다시 은빛으로. 그리고 은빛은 다시 무색으로 돌아왔다. 그 찬란한 빛이 또 다른 색으로 모습을 바꾸는 사이 레이먼의 가슴팍에 있던 ‘그것’ 역시 빛나기 시작했다.
스스스-.
마법진의 빛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마법진에서는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폭발도, 저주도 심지어는 축복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힘을 다한 마법진은 바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슴께의 물건은 빛나고 있었다.
‘설마?’
레이먼이 품속에서 그 물건을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