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26)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26화(126/275)
“니콜.”
“네, 아드리안 도련님.”
“니콜은 형님과 함께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16살이 된 아드리안은 앞선 1, 2학년 때보다 더욱 열심히 학업에 정진했다. 레이먼과 마찬가지로 아드리안 역시 제 학년의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두 형제의 1등 행진 덕분에 포레스튼에서 스플린 가문의 위상은 한없이 올라가고 있었고, 테리안 공작 역시 매일 밤 행복에 겨워하고 있었다. 그 상황을 모두 지켜보는 니콜 역시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니콜은 형님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기뻐하잖아. 이번에 형님이 실습 때문에 포레스튼을 떠나면 함께 가고 싶지 않겠어?”
“작은 도련님이 그런 걱정까지 하지 않으셔도 괜찮답니다. 게다가 레이먼 님이 제게 말씀하셨는걸요? 아드리안 도련님 곁을 잘 지켜달라고요.”
“난 니콜보다 강해.”
“하하하, 그 역시 맞는 말이지요. 하지만 옆에 한 사람이라도 더 있는 편이 든든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실습은 시종인을 데려갈 수 없답니다.”
“어, 그래?”
“네. 지난밤 아드리안 도련님의 생활관 침소에서 들었어요. 귀족 출신 학생들이 처음으로 집안의 품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신의 업무에 체험하게 하는 게 주목적이다 보니 어떤 시종인이나 기사도 동행할 수 없는 게 규정이라고 합니다.”
“왕실도?”
“그럼요. 그래서 그 성기사 같이 생긴 렌스도 유타 왕자님 곁에서 머무르진 못해요. 아마 따로 훈련을 하거나 멀찍이 지켜보는 정도겠죠. 그는 왕실 소속 기사니 유타 왕자님께서 왕실에서 체험을 하신다면 마주치기 쉬울 테니까요.”
“그렇구나.”
아드리안이 눈을 반짝였다.
“나도 그럼 몰래-.”
“안 됩니다.”
“……니콜.”
“그런 눈으로 쳐다보셔도 소용없어요, 도련님. 선배들의 실습 기간에 후배들이 낄 수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대신 레이먼 도련님께서 왕실에서 아주 멋진 아티팩트를 가져올 거라고 하셨어요.”
“왕실에서? 그게 가능해?”
아드리안이 눈을 크게 치떴다. 왕실에서 치하하는 아티팩트를 가져올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문 상황으로 대표적인 예로는 아주 큰 공을 세우거나 4학년 실습에서 최우수 성적을 받았을 때 정도였다. 때문에 아드리안은 니콜의 말을 이렇게 이해했다.
‘형님은 이번 실습에서도 뭔가 대단한 걸 해내시겠다는 뜻이구나.’
아드리안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역시 형님이야. 나도 형님께서 최선을 다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동안 학업에 열중해 부족하지 않은 성과를 내야겠어.’
힘찬 발걸음과 함께 아드리안이 강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
한편, 아드리안의 자랑스러운 형님 레이먼은 왕실에서 꿀빨 계획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 난 왕실 마법사로 가야지.
일기장 때문에 마탑에서 실습을 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레이먼은 결국 왕실로 정했다. 결국 유타와 레이먼이 왕실, 테디와 오닉스가 마탑으로 결정됐다. 테디 베어릴이 마탑을 선택한 건 꽤 의외의 결정이었기에 오닉스 역시 처음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입을 씰룩거린 걸로 보아 기쁘긴 한 모양이었다.
한편 레이먼 일행과 달리 기프트 클래스 대다수는 실습 대신 가문으로 돌아가거나 용병단 체험, 그리고 저학년 교육에 참가했다. 그래도 다른 연도에 비해 유타와 레이먼의 영향을 받아 왕실로 함께 실습을 가는 학생들도 몇몇 있었다.
– 이번 해도 그 상품은 있겠지?
– 아티팩트 말이야?
그날, 긴 토론 끝에 학생 대부분의 실습 장소가 정해지자 주제는 아티팩트로 넘어갔다.
실습을 가는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
바로 각 부문 실습 1등에게만 주어지는 아티팩트 유물이었다.
마탑에서는 그해 마탑에서 개발한 아티팩트 중 가장 인기 있는 아티팩트를,
왕실에서는 마법 기사단, 연구원, 행정 쪽에서 각각 1등을 한 학생에게 가장 알맞은 완드나 그에 준하는 가치의 아티팩트를 주었다. 오디트 클래스가 주로 실습 가는 감사관이나 재판소 등에서는 주지 않는 부상들이었다.
이 부상 때문에 마탑과 왕실을 택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긴 했다.
단순한 구색이 아니라 그만큼 가치 있는 아티팩트를 주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아무리 대단한 아티팩트라도 주면 주는 대로, 안 주면 안 주는 대로 지냈을 레이먼이었다. 하지만 지금 레이먼은 올해의 그 수여자가 될 계획이었다. 전 레이먼의 일기장에 신경 쓰이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기장을 읽으면서 알게 된 건 이 레이먼의 몸을 거친 영혼이 아무래도 한 명이 아니라는 것. 아직까진 가정이었지만 가설이 맞는다면 자신이 들어오기 전에 죽은 레이먼도 진짜 레이먼이 아닐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마탑 이후에 읽을 수 있는 페이지가 늘어난 일기장에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 다른 시점으로 쓰인 내용들이 있었다.
즉, 하나의 일기장에 각기 다른 레이먼이 겪은 다른 경험들이 있다는 뜻이다.
그중 하나에는 레이먼이 실습으로 왕실을 택한 상황도 있었다. 레이먼이 아티팩트를 얻지는 못했지만 다른 학생이 얻은 아티팩트가 꽤 탐이 나는 물건이었다. 엘프에게서 받은 가호와도 잘 어울렸고 앞으로 있을 일에서도 필요할 것 같은, 수수하지만 꽤 가치 있을 아티팩트.
“1등은 쉽게 하겠지.”
레이먼은 본인이 바라기만 할 경우 1등을 하리라는 것에 대해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어떻게 1등이 될지 계획이나 공략은 하나도 없지만.
그런데 1등이 어떤 방식으로 정해지지?
“그게 중요한데…그건 적혀 있지 않군.”
정말이지 이 일기장은 제대로 된 건 보여주질 않는단 말이야.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실습 날이 다가왔다.
실습 배치가 원하는 곳으로 결정된 학생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다른 학생들에게 밀려 원치 않던 곳으로 배정된 학생들은 절규했다.
“으아아악-! 난 재판소에 가고 싶지 않아! 난 법 과목 하나도 안 들었단 말이야!”
“내가……내가 용병단이라니. 심약하고 고귀한 내가 그런 거칠고 험악한 곳에서 버틸 수 있을 거라 교수님들은 생각한 건가!!”
“그냥 네 성적이 달린 거야.”
“제기랄!”
레이먼 일행은 모두 원하는 실습에 배치되었고, 다음 날에는 학생들을 싣기 위한 마차가 속속들이 포레스튼으로 도착했다.
“저쪽 마차가 용병단이다.”
학생들을 배웅하기 위해 나온 클레임 이하 여타 다른 교수들은 마차의 행선지에 따라 실습생들을 안내했다. 클레임이 가장 왼쪽 구석에 박힌 낡은 나무 수레를 가리켰다.
“용병단은 포레스튼 학생들이라고 해서 위험한 임무에서 제외하지 않는다. 도착하면 포레스튼 출신의 선배 용병이 있을 테니 그를 잘 따르도록.”
“용병, 내가 용병이라니….”
“신난다! 선배한테 얼마나 버는지 여쭤봐야겠어!”
“제일 높은 클래스의 선배는 1년에 성 한 채를 살 수 있을 돈을 번대.”
용병단에 가는 실습생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레이먼은 곧 자신이 타야 할 마차로 시선을 돌렸다.
왕실에서 온 마차가 가장 화려했다. 공작새처럼 장식을 화려하게 뽐내는 마차에 올라타자마자 충격 방지 마법과 다양한 마법이 걸려 있다는 걸 단박에 눈치챌 정도로 훌륭한 마차였다. 레이먼과 유타, 그리고 피데스 클래스의 학생 두 명이 함께 맨 앞 마차에 올랐다.
레이먼은 두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나름 피데스 클래스에서 손꼽히는 인재들이었다. 만약 유타, 레이먼, 오닉스가 굳건히 1, 2, 3등을 지키지 않았다면 저 두 사람이 상위권 다툼을 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레이먼이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안녕.”
“안녕!”
두 사람 역시 웃음으로 화답했다. 한 명은 불꽃처럼 환한 웃음으로 한 명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한 웃음이었다.
“네가 스칼리고, 네가 세실이지?”
“맞아.”
바람 같은 쪽이 세실, 불같은 쪽이 스칼리. 나름 이름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들이었다. 레이먼의 물음에 스칼리가 환하게 웃었다. 이제 퍽 청년티가 나는 스칼리는 갈색 머리에 호박색 눈동자를 지닌 소년이었고 세실은 푸른 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둘 다 원래부터 왕실 마법 지망…이라고 하기엔 스칼리 네 허리춤의 검이 눈에 띄네.”
유타가 말했다. 유타가 시선을 옮긴 쪽에는 스칼리의 검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맞아. 우리 가문에서 기사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나는 꼭 기사단에 들어가고 싶거든. 멋있잖아! 왕실에 충성을 다하고, 목숨을 바친다! 남자라면 그런 로망 한번 가져봐야지!”
“그럼 나한테 충성을 맹세하겠구나.”
“네가 나의 왕이 된다면 그렇겠지. 너랑 대화해보고 싶기도 했고, 유타.”
스칼리의 다부진 표정은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고 실제로도 거짓은 아닌 듯했다. 세실은 군소리 없이 “나는 그냥 행정 지망이야.”라고 답했다.
스칼리가 아주 수다스러운 덕분에 왕실로 가는 내내 그들은 지겹지 않게 시간을 때울 수 있었다.
“벌써 도착이라니. 너희들이랑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이다.”
스칼리가 마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나는 기사단이라 마주칠 일은 적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 머무는 곳은 비슷할 테니까 종종 밤에 만나서 얘기라도 나누자.”
“좋아.”
“포레스튼 학생 여러분, 왕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실습 교육은 쉴 시간도 주지 않고 곧바로 학생들을 각자 일할 부서로 이동시켰다.
왕실 마법 기사단과 왕실 마법사로 1차적으로 나눈 뒤, 왕실 마법사에서 행정 업무를 주로 맡는 쪽과 연구원으로 다시 한번 나누었다. 스칼리를 제외한 레이먼 마차의 학생들은 모두 행정 쪽으로 빠졌다.
기사단으로 가게 된 학생들을 데려간 교육관은 우락부락한 인상에 얼굴에 큰 흉터가 있는 것과 달리 행정 마법사 담당인 그들의 선배 교육관은 장발에 온화한 표정의 사내였다. 그는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기에 파릭사를 떠오르게 했다.
“모두들, 왕실 마법사로 온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 행정부에서는 왕실에서 마법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처리합니다. 예를 들어 마법 사용 관련 탄원서를 수리하거나, 마법 피해로 인한 복구 및 사건 해결 요청을 들어주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마을로 내려가야 할 일이 있다면 직접 가기도 합니다. 마법 관련 법 제정이나 개정 역시 저희 쪽에서 맡고 있습니다. 실제로 마법을 쓸 일은 기사단이나 연구원, 혹은 마탑에 비해 적긴 하지만 마법 사용에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위치에 꽤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얘기를 할 때 흥분으로 인한 목소리의 고저와 뿌듯한 표정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여러분은 오늘부터 바로 업무에 투입될 겁니다. 너무 긴장하진 마세요. 바로 실무를 시키진 않고 여러분들에게 업무를 가르쳐줄 선배님도 붙을 테고, 그들 모두 포레스튼 출신이니 친절하게 대해줄 거예요. 그럼 지금부터 먼들리 마법사 아래에서 교육을 받을 학생들을 호명하겠습니다.”
마법사들은 총 2명에서 3명 정도의 학생들을 교육하는 듯했고, 그 마법사 중엔 연차가 오래된 사람도, 아직 얼마 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나쁘지 않은 배정이긴 했다. 연차가 쌓인 분이라면 왕실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적은 사람이라면 거리낌 없이 원하는 바를 질문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자파 마법사님 아래에서 교육을 받을 학생들을 호명하겠습니다. 유타 스테디움 스턴, 레이먼 반 스플린, 세실 안 그렌디 앞으로.”
성적이 우수한 3명을 한 조에 묶은 건가?
‘대충대충이네.’
레이먼이 앞으로 나왔다. 보통 이름이 불린 교육 담당 마법사들은 불리자마자 복도 벽 뒤에서 곧바로 나왔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자파 마법사님이라고 불렀으니… 연차가 좀 있는 사람이겠는데.’
그리고 레이먼이 생각한 대로 생긴 사람이 어디선가 튀어나왔다. 마법을 쓴 것 같은데 그 기척도 느끼지 못했을 정도. 고위 마법사일수록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가 그랬다. 분명 다른 마법사들이 고개를 숙이는 걸로 봐선 꽤 오래 왕실에서 머문 이 같은데.
연두색 머리에 초록 눈동자. 마치 엘프 같은 남성이었다. 파릭사처럼 친절할 것 같아 다행이다.
“너희들의 교육을 맡은 자파다.”
“…….”
“내가 시키는 일을 따라오지 못하면 영원히 왕실 마법사는 될 수 없으니 그렇게 알도록.”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