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29)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29화(129/275)
‘지루하다.’
“훌륭한 일들을 많이 하시네요.”
‘이러다 곰팡이가 펴서 썩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지루해.’
“저도 하루빨리 왕실 마법사가 되고 싶습니다.”
생각과 말이 다르게 나올까 걱정일 정도로, 자파와 함께하는 왕실 견학은 지루했다. 같이 온 세실이야 왕실이 처음이니 흥미로울 수 있다지만 유타는 이미 왕실의 일원이었고 레이먼은 방학 때 이미 왕실에 대한 설명을 다 들은 상태였다.
자파는 그걸 모르는 모양이지만.
“배움의 자세가 훌륭하구나.”
“앞으로 제가 맡을지도 모를 업무를 수행하시는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있으니 재밌는 게 당연합니다.”
이곳에 도착해 이제까지 본 건 서류 업무 분류하는 놈이랑 서류에 서명하는 놈이랑 서류를 수리할지 말지 고민하는 놈들뿐이다.
‘하는 게 협회랑 다를 게 없잖아.’
헌터일 때는 몸이라도 움직여서 다행이지. 이거야 80%는 왕실 안에서만 일하고 있을 것 같은데.
“유타, 너는 이미 왕실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나.”
“아, 네. 하지만 지나가면서 어깨너머로 보았을 뿐이지, 업무를 가까이서 체험할 일은 없으니까요. 저 역시 새롭습니다.”
“다행이군. 세실은 어떻지?”
“전 즐겁습니다!”
세실이 눈을 반짝이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조금 전 면담을 통해 자신의 부끄러움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러한 경험 이후 주변을 바라보니 모든 게 의미 있는 일 그 자체! 이제 세실은 하루 종일 왕실을 돌아다녀도 지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물론 세실과 달리 레이먼은 이 견학 자체에 별 흥미도 없었지만.
“흠, 기회도 기회이니만큼 네 선배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면 좋을 것 같군. 시간도 딱 맞는구나.”
자파는 네 개의 복도로 둘러싸인 중앙 정원의 시계탑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때마침 종이 2번 울리자 건너편 복도에서 어딘가로 우르르 향하는 왕실 마법사들이 보였다. 그들 중에는 익숙한 얼굴이 섞여 있었다.
“이제 곧 법 개정 토의가 시작될 거다. 법 개정은 1차 토의 진행 후, 고위 행정직만 참석할 수 있는 2차 토론을 거쳐 비로소 개정이 확정된다. 1차 토의에서 거센 반대가 하나라도 있는 경우 그 안건은 토론으로 올라갈 수조차 없지. 1차 토의는 신참 행정 마법사들도 참석할 수 있으니 네 선배들도 저 안에 있을 거다.”
자파의 말에 레이먼은 조금 전 얼핏 스쳐 가듯 본 서머셋의 얼굴을 떠올렸다.
“저희도 견학이 가능한 건가요?”
세실이 손을 번쩍 들어 질문했다. 자파는 세실의 질문을 받고도 걸음을 늦추지 않고 마법사 무리를 따라 걸어가며 답했다.
“좋은 질문이다, 세실.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 하지만 나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내가 그 고위 행정직이기 때문이다. 발언하고 싶으면 해도 좋아. 내가 책임지겠다.”
‘오.’
레이먼이 속으로 작은 감탄사를 뱉었다.
어찌 됐건 등수를 겨루는 실습이니만큼 무언가 활약할 거리가 필요하다. 그런 무대를 권력자가 친히 준비해주신다는데 이용하지 않으면 섭하지.
‘낄낄낄.’
***
법 개정 토의장. 그중에서도 신참과 고참이 뒤섞인 토의장의 가장 앞줄.
앞줄의 정중앙에는 서머셋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파의 말처럼 신참 마법사들이 참가할 수 있다고는 하나 결국 지식적 격차 때문에 실제 그들이 직접 나설 수 있는 발언 자리는 많지 않다. 하지만 누구도 서머셋이 토의장의 가장 중앙, 가장 앞줄에 있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왕실의 마법사가 된 이후, 그 형인 매너스가 보여줬던 것만큼이나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그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안건의 제안자가 바로 매너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세력 다툼 아닙니까?’
‘요새 페인 왕자님도 돌아오시고 왕실이 시끄럽습니다.’
‘야 우린 뒷줄, 뒷줄로 가자. 괜히 휘말리지 말자고.’
‘당연하지. 절대 눈에 띌 생각이 없다.’
거참, 생각하는 게 훤히 읽히는군.
발전한 [눈치] 특성 덕분인지 레이먼은 토의장에 들어가자마자 그들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와 속마음을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자파 님께서도 오늘 토의에 참석하시는군요!”
“어서 오십쇼!”
“햇병아리들의 견학이 필요해서 말이야.”
“안녕하십니까.”
고위 마법사들이 주로 참석하는 2차 토론과 달리 1차 토의에 그들은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이유야 간단했다. 아직 연차가 낮은 신참들이 고위직들의 눈치를 보다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지 못할까 봐서였다.
“난 오늘 맨 뒷줄에 앉아 발언하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들 하지 말도록. 대신 이 햇병아리들은 맨 앞줄에 앉히겠다.”
“상관없습니다. 원래 토의할 때 앞줄은 늘 비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아, 여기서도 똑같구나.
레이먼이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처음 헌터 자격을 딴 뒤, 헌터 협회의 기초 교육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S급 헌터도 강의를 맡은 필수 교육 자리였는데도 불구하고 다들 뒷줄부터 사수하고 앉은 것이다.
어딜 가나 앞줄은 부담스럽다는 뜻이지.
물론 그중에서도 꼭 앞줄에 앉는 놈들이 있는데 그런 놈들은 항상 미래에 크게 되곤 했다.
“감사합니다, 자파 님.”
유타, 레이먼, 세실은 자파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앞줄에 착석했다. 대신 서머셋이 있는 줄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줄이었다.
‘5왕자까지 나타났는데?’
‘3, 4, 5왕자가 한자리에 있는 걸 보게 되다니.’
‘야, 저 얼굴로 마법 재능 전부 잃기 대 지금처럼 살기. 뭐 할래?’
‘……어려운 문제 내지 마라. 안 그래도 머리 써야 하는 자리에서.’
뒷줄에 앉은 놈들의 수군거림을 훔쳐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종이 3번 울렸다. 그 3번의 종소리가 토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 모양이었다. 앞줄에 앉아 있던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마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향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토의에서는….”
레이먼은 이 틈을 타, 상태창을 살폈다.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오늘처럼 3, 4, 5왕자와의 관계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잘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간만에 내 것부터…’
[ 레이먼 반 스플린의 능력치를 확인합니다. ] [ 레이먼 반 스플린 (킹메이커)체력 : 7000
마력 : 측정 불가 (패시브 : 엘프의 가호)
일반 특성 : 양심이 쓰레기, 이렇게 눈치가 좋은 놈은 싫은데 ] [ 킹메이커 전용 특성을 오픈합니다. ] [ 킹메이커 전용 특성 :
– 선별
– 예견
– 기적의 논리
– 대리 희생
– 허세 부리는 사람 특 ]
‘영법사 때 써먹은 저 [허세] 특성도 잘 들어가 있고.’
이 정도면 특성 더 늘릴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마력도 더 이상의 보정은 필요 없을 것 같고. 체력도 마찬가지다.
마검사가 될 게 아닌 이상, 이 이상 체력을 늘려봤자 쓸모없으니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는 편이 좋겠지.
레이먼은 그다음으로 왕 후보 창을 확인했다.
[ 왕족 중 가장 먼저 감화한 대상자에게 왕 후보 자격을 부여합니다. ] [ 왕 후보 :1. 유타 스테디움 스턴 [자세히 보기]
2. 유리페 스테디움 스턴 [자세히 보기]
3. 매너스 스테디움 스턴 [자세히 보기] ]
벌써 몇 번째 확인해보는 것이지만 여전히 서머셋은 후보 창에 들어오지 않았다.
‘서머셋은 확실히 경계해야 할 대상이 맞아. 그럼 왕 후보에 굳이 넣지 않는 편이 이득인가? 아니야, 내가 살기 위해선 서머셋이 왕 후보에 들어오는 게 맞다.’
하지만…….
‘킹메이커의 역할이 그런 건가?’
제가 지지하는 자를 왕으로 만든다. 그게 킹메이커의 역할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훌륭한 킹메이커라고 한다면, 아무나 그 자리에 올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인정할 만큼 괜찮은 놈을 왕위에 올리겠지.
‘그리고 난 훌륭한 남자다.’
그리고 내 촉이 말해주고 있어. 서머셋은 왕이 될 그릇은 아니라고.
‘이 자리는 내가 그걸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겠지.’
레이먼이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토의장에 마련된 거대한 초록 칠판에 흰 글씨로 오늘의 토의 주제가 적히기 시작했다.
‘법 개정 1차 토의 : 아티팩트 개발권 확장에 관하여’
***
아티팩트 개발권은 기본적으로 왕실 연구실과 마탑, 그리고 마탑의 허가를 받은 일부 기관에 있다. 해당 기관 소속의 마법사들, 예를 들어 포레스튼이나 에글린턴의 학생들이라면 기본적으로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마법 아티팩트를 새롭게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마법에 대한 재능 있는 자들이라면 아직 어린 학생들도 아티팩트를 개발할 수 있게 하는 게 바로 아티팩트 개발권의 취지였다.
그리고 이러한 현재의 개발권 역시 초기의 개발권에서 범위가 확장된 형태였다. 이전에는 왕실 연구실과 마탑을 제외하고선 아티팩트 개발이 아예 금지되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논란이 없던 개발권이, 최근 아티팩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번 토의의 화두가 되었다. 아티팩트를 개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과 관련 토의가 최근 더욱 뜨거워진 원인의 중심에는….
‘연극구가 있지.’
연극구는 마법 아티팩트 중에서도 온전히 ‘즐거움’을 위해 나온 첫 마법 아티팩트였다. 물론 장신구나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 중에 기초 마법을 부여한 아티팩트들이 몇 개 있기야 했지만 연극구만큼 성공하진 못했다.
‘이거 자파 교육관님이 이곳에 우리를 데려온 이유를 대강 알 것 같은데.’
가장 앞줄에 앉은 레이먼이 마치 실성이라도 한 듯 남몰래 흐흐 웃으며 보이지 않는 기류 같은 것을 내뿜었다. 그 바로 뒷줄에 앉은 학생들은 레이먼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느끼곤 몸을 덜덜 떨었다.
‘이게 대체 무슨 사악한 마력이지?’
‘영법일까?’
‘야, 레이먼 후배가 그럴 리가 없잖아. 애초에 여긴 왜 참석한 거지? 연극구 때문인가?’
‘그거랑 저 사악한 기운이 뭔 상관인데?!’
‘야! 빈민가를 살린 연극구다. 그런 걸 만든 애가 나쁜 생각을 할 리가 없잖아. 엘프의 가호도 받았는데 영법은 무슨 영법이야.’
‘오, 맞는 말이다! 이건 그거야!’
‘뭐?’
레이먼의 등을 보고 숙덕이던 1년 차 신입 왕실 마법사 선배들은 생각했다.
‘오늘도 정의로운 선택을 하겠다는 의지!’
‘역시! 네 말이 맞는 거 같다!’
‘우린 자랑스러운 후배의 길을 뒤에서 지켜보자고!’
같은 시각, 바로 뒷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던 레이먼은 생각했다.
‘토의 내내 놀겠다는 소리를 멋들어지게도 하는구나. 하지만… 상관없나.’
평판이 나쁘지 않다. 그동안 쌓은 일이 도움이 됐다는 소리겠지. 이제 무능한 장남이라느니 재능 없는 공자라느니 하는 소리는 누구도 하지 않을 거다. 때마침 토의 안건을 제시한 ‘그’가 토의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 안건을 제시한 매너스 스테디움 스턴입니다.”
“아티팩트 개발권 확장이라고 하셨는데 어디까지 확장하길 희망하시는 겁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매너스는 그렇게 말하곤 앞줄에 앉은 레이먼과 유타를 바라보았다. 그가 답했다.
“포레스튼이나 에글린턴에 다니지 않아도, 않았어도! 마법을 쓸 줄 아는 평민에게도 아티팩트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개발권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아무도 예상치 못한 매너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토의장 전체가 불붙은 듯 소란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