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31)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31화(131/275)
2차 개판은 빠르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레이먼의 논리에 반대파가 제대로 반박하지 않았고 서머셋 역시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한쪽이 쉽게 물러나니 개판도 금세 끝이 났다.
“오늘 나온 의견은 2차 토의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너스의 마무리 인사와 힘찬 박수 소리와 함께 1차 토의가 끝이 났다. 토의가 끝나자마자 몇몇 마법사들은 곧장 토의장을 떠났고 몇몇은 유타와 레이먼 쪽으로 몰려들었다.
“그런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그러니까요. 두 꼬마 마법사가 너무나 훌륭하네요.”
“혹시 또 다른 의견이 있다면-.”
“다들 비켜라.”
신나게 떠들어대는 마법사들 틈바구니에서 시간을 꽤 보낼 줄 알았던 레이먼의 예측과 달리, 상황은 금세 달라졌다. 자파가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이다. ‘돌아가자’라는 말과 함께 자파가 몸을 홱 돌렸다. 어느새 입을 다물고 양쪽으로 갈라진 마법사들 사이로 유타, 레이먼, 세실이 지나갔다.
‘나랑 나이도 같은데.’
유타와 레이먼의 뒷모습을 보며 세실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두 사람이 얼마나 잘났는지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토의장에서 한마디도 못 한 자신과 달리 두 사람은 전혀 기죽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게다가 공식 마크라니.’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발상은 아니었다. 분명 자신도 그 정도 아이디어는 생각해낼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레이먼처럼 생각한 바를 오늘 같은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세실은 답할 수가 없었다. 그녀에겐 자신의 의견에 확신을 가질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잡을 거야. 두고 보라지.’
한편 세실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 때문인지 레이먼은 어쩐지 등 뒤가 괜히 뜨거워졌다.
‘어쩐지 등 뒤가 뜨거운데. 설마 서머셋이 노려보기라도 하는 건가?’
비록 레이먼은 그게 세실의 시선이란 것을 알지 못했지만.
***
토의가 끝난 뒤, 그들은 다시 원래의 업무로 돌아왔다. 원래의 업무라고 한다면 바로 서류 분류 작업이었다. 하지만 첫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분류가 진행되었다. 세실이 서류 하나를 분류할 때마다 질문을 던져댔기 때문이다.
“이건 왜 이게 기준이야?”
“그건-.”
“그렇다면 이건? 나는 이 기준보다는 이 두 번째 서류에 있는 다른 마법에 사용된 기준이 더 타당한 것 같아서. 너희들 생각은 어때?”
그리고 이 질문들은 전부 무시하는 레이먼과 달리 유타는 그녀의 질문에 하나하나 친절히 답해주었다. 그렇게 진행하다 보니 주어진 업무를 가장 먼저 끝낸 쪽은 레이먼이었다.
드르륵-.
“어디 가?”
“잠깐 화장실 좀.”
업무를 마친 레이먼은 화장실을 변명 삼아 밖으로 나섰다.
‘토의에서 제대로 의견도 냈고, 반응도 나쁘지 않았으니 자파 교육관의 평가도 좋을 거야. 별일이 없는 이상 이쪽에서는 내가 1등을 차지할 것 같은데. 그나마 유타가 경쟁자이긴 한데… 유타는 반박을 한 거지 해결책을 내놓은 건 아니었으니까…….’
레이먼이 복도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도중, 익숙한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응?”
“어라?”
“레이먼 아닌가!”
척척척-!
“크리스 선배님.”
기사단에 있을 크리스가 이곳에 있다니. 깜짝 놀란 레이먼이 슬쩍 묵례하자 크리스가 성큼 다가와 레이먼을 꽉 끌어안았다.
“서, 서, 선배님- 저 죽습니다.”
이 선배는 어떻게 졸업하고 나서 힘이 더 세지지?
“너도 실습을 왔구나!”
“그렇죠.”
켁켁-. 헛기침으로 꽉 막혔던 목을 풀며 레이먼이 물었다.
“선배는 왜 이쪽에 계세요?”
“이쪽이 훈련장으로 가는 지름길이거든. 훈련을 위해 내 방에서 아끼는 검을 가지고 나오는 길이지.”
“그렇군요.. 아, 훈련 도중 눈에 띄는 학생은 있었습니까?”
있으면 좋은데.
지금 유타에게 부족한 건 공격할 수 있는 ‘검’이었다. 오닉스나 테디, 자신 역시 모두 기사단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기사단에 있을 수 있는 동기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생각한 참이기 때문이다.
“음. 눈에 띄는 학생이라… 네가 기사단 쪽에 왔으면 좋았겠지만… 아! 한 명 있군.”
“누구요?”
“내 후배다. 너랑 인연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피데스의 스칼리라는 놈이 괜찮아. 검을 다루는 스피드가 빨라서 꽤 쓸 만하더라고. 실전에서도 쓸 만한 검술이지.”
스칼리라면 세실과 함께 마차를 탔던 그놈인가 본데.
‘기억해둬야겠다.’
“그나저나 레이먼, 왕성에서 디찬을 만나지 못했나?”
“아직이요.”
“그렇군. 우리 디찬이 최근에 더 예뻐져서 말이야. 일이 힘들 텐데도 미모가 더욱 빛을 발하니 나도 참 불안해. 내가 없는 곳에서 이상한 놈들이 우리 디찬에게 꼬이지 않을지.”
크리스의 디찬 찬양이 시작될 낌새가 보이자 레이먼은 곧장 인사를 건네 버리곤 자리를 떠났다. 짧은 대화였지만 얻은 게 확실히 있었다.
‘스칼리.’
다음에는 어떤 검술을 쓰는지 직접 보고 싶네.
***
기나긴 실습이 끝이 났다. 마지막 실습 날에는 기사단, 마탑, 왕실 상관없이 모든 실습생이 대회장에 모였다. 개정안 토론이 이뤄지는 커다란 공간이다 보니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자리를 채워도 남는 자리가 꽤 많았다.
마지막 날이라 한껏 들뜬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다란 회장 전체를 꽉 채웠다.
“너희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기사단 소속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었다. 그들은 실습이 시작 전과 달리 새까맣게 탄 피부를 자랑했고 팔도 크게 두꺼워져 있었으며 몇몇 학생들은 목검 대신 진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은 성과를 기록한 학생들에게 기사단에서 선물로 준 모양이었다. 다만, 반쯤 죽은 사람 같은 표정을 보면 그동안 훈련이 얼마나 고됐는지 알 수 있었다.
반면, 마탑에서 실습한 학생들은 때깔은 아주 고왔다.
“마탑에서 개발한 아티팩트야.”
“네가 직접? 그 짧은 시간에?”
“응. 라 디밀레 때랑 다르게 쉽고 간단한 거라도 괜찮다고 하셨거든.”
“그 오리는 뭐에 쓰는 건데?”
양손에 작게 쥐어진 오리 인형을 보고 묻자, 학생이 실실 웃으며 오리의 머리를 툭 쳤다.
“오리가 빛나잖아? 노래도 나오네?”
“목욕할 때 쓸 수 있는 놀이 인형이야. 괜찮지.”
“귀엽다. 이거 하나 더 있어? 우리 동생 주면 좋아할 것 같은데.”
“어, 그럼 잠깐만-.”
“넌 뭐 만들었냐?”
“이거.”
“이게 뭔데.”
“제한 시간 내에 화장실에서 안 나오면 문 잠가버리는 문고리. 일하기 싫다고 도망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악랄해.”
한창 대화가 무르익어갈 무렵, 처음 그들을 안내했던 마법사들이 차례로 안으로 들어왔다.
“실습은 즐거웠나요?”
“네에!”
“그럼 다행입니다. 저희도-.”
그는 실습에 대한 간단한 소감과 졸업한 뒤에는 어떻게 일하게 될 것인지 다시 한번 언급해준 뒤,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뒤적거렸다.
“그럼 마탑, 기사단, 행정의 실습 1등을 불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실습에 참가했던 분야의 선배 마법사들의 평가와 실적을 기초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1등! 학생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행정에서 실습한 학생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누구나 인정할만한 1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곳도 비슷했는데 그들 모두 어느 정도 누가 1등이 될지 눈치채고 있는 듯했다.
“기사단부터 먼저 부르겠습니다. 1등 피데스의 스칼리 학생?”
“넵!”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스칼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음은 마탑. 기프트의 오닉스 학생?”
“네.”
스칼리와 다르게 오닉스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은 행정. 마찬가지로 기프트의 레이먼 학생?”
“네.”
레이먼은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체력이 넘쳐나는 스칼리만 굳이 자리에서 일어난 셈이 되었다.
“1등 학생들은 조금 뒤에 내려와 아티팩트를 골라 가져가시면 됩니다. 자, 그럼 실습을 함께 했던 교육관 분들의 짧은 인사, 그리고 조언과 함께 실습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교육관들의 인사가 지나가는 동안 레이먼은 어떤 아티팩트를 가질지 고민했다. 실습에서 1등을 한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아티팩트는 왕성의 창고에 있는 것들 중 적당한 가격대의 물건들이었기에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개중에 쓸 만한 것도 있는 법. 레이먼은 이번에 얻을 아티팩트를 제가 가지는 대신 아드리안에게 줄 생각이었다.
인사가 끝나고 스칼리, 오닉스, 레이먼이 앞으로 나섰다.
“따라와.”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텅 빈 휴게실이었다. 선물 증정식을 위해 비워둔 모양이었다. 휴게실을 가득 채운 5개의 원형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아티팩트들이 놓여있었다.
“옆에 설명이 쓰여 있으니 읽어 보고 원하는 아티팩트를 내게 가져오면 돼.”
“네!!!”
스칼리가 우렁차게 답했다. 그가 화살처럼 쌩 튀어 나가고 레이먼은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한 목걸이 앞에서 멈춰 섰다.
아티팩트의 가장 기본 형태다. 마력석이 달린 목걸이. 마법을 걸기도 쉽고, 단순 마력만 담아내기도 좋다. 이런 단순한 아티팩트들은 마력석의 등급에 따라 그 능력이 나뉘는데 왕실에서 보관하던 물건이다 보니 확실히 마력석의 질이 좋았다.
‘필요한 마법도 딱 걸려 있고.’
일기장에서 본 적 있던 아티팩트가 때마침 남아 있어 다행이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가장 늦게 출발한 레이먼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왔다. 세 사람을 안내한 마법사는 다른 학생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보상을 얻게 되었음에도 빠르게 끝난 레이먼의 선택에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이 목걸이에 걸린 마법이 너한테 필요한 게 맞아?”
“네. 맞아요.”
“음…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저는 이걸로 하겠습니다!!”
“저는 이걸로요.”
곧이어 온 스칼리는 푸른색으로 빛나는 검을 골라고, 오닉스는 이상한 항아리를 골랐다. 방에서 나와 돌아가는 동안 스칼리는 오닉스가 양팔로 안아 든 항아리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괴상하고 못생긴 항아리를 왜 고른 거야? 그 항아리는 제대로 된 설명도 없던데.”
레이먼도 ‘괴상하고 못생긴’ 항아리라는 점에는 크게 동의했다. 오닉스가 끌어안은 품속의 항아리는 계속 보기 어려운 똥파리 색같은 초록색에 악귀의 귀 같은 푸른 손잡이를 가져 정말이지 보고 있기 징그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오닉스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거기 있는 아티팩트 중에 제일 컸어.”
“……그게 다야?”
“그게 다야.”
“와.”
“더 할 말 있으면 해. 난 안 들을 테니.”
오닉스의 성깔은 어딜 가나 달라지지 않는군. 레이먼이 속으로 슬쩍 감탄하는 사이, 스칼리는 더욱 큰 목소리로 오닉스에게 바짝 붙었다. 아무래도 오닉스의 띠꺼운 목소리가 스칼리에겐 역효과였던 모양이다.
보상 아닌 보상까지 모든 일정이 끝났다. 실습이 끝난 뒤 포레스튼으로 돌아온 4학년생들은 모두 녹초가 되어 있었다. 레이먼은 다음 날 곧장 아드리안에게 찾아갔다. 니콜이 매우 매우 반갑게 레이먼을 맞이했고 아드리안도 소파로 가는 레이먼 주위를 빙글빙글 맴돌았다.
니콜이 내온 홍차를 들이켠 레이먼은 안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내 아드리안에게 내밀었다.
“네 거다, 아드리안.”
“……예? 제 거요?”
“어. 내가 말하지 않았나? 이번에 아티팩트를… 야, 야. 왜, 왜 울어.”
또르르. 선물을 받아 든 아드리안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레이먼은 당황했다.
‘나 뭐 잘못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