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32)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32화(132/275)
훌쩍.
다 큰 사내자식이 잘도 운다.
[ 너는 형이 되어서 제대로 달래주지도 못하는구나. ]‘제가 누굴 달래봤어야 알죠.’
누가 날 달래준 적도 없는데. 애초에 가족이란 것도 이곳에 와서 처음 생겨봤다 이 말입니다.
[ 그래? ]‘예, 그렇습니다.’
[ 하긴 네 영혼이 다른 곳에 가서 잘 살았을 것 같지는 않구나. ]‘그건 또 뭔 말이에요?’
[ 다 어울리는 곳이 있다 그 말이다. 달래줄 기회가 있을 때 제대로 달래주기나 하거라. ]아모르가 간만에 맞는 소리를 했다. 레이먼이 팔걸이에 턱을 괸 채 아드리안을 곁눈질했다. 니콜도 계속해서 레이먼의 어깨를 툭툭 쳤다. 얼른 작은 도련님께 뭐라도 말해 보라는 뜻이었다.
“아드리안?”
“……네.”
레이먼은 실습 기간에 먹어온 밥을 몸속에서 끌어내 토하고 싶을 정도의 기분을 느꼈지만 어떻게든 정신을 다시 부여잡기 위해 헛기침을 큼큼 해댔다. 훌쩍이는 아드리안에게 레이먼은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너한테 선물 주는 게 인색한 편이었나?”
그래도 일기장을 본 이후에 아드리안과 친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동안 주고받은 편지만 수십 통, 조기 입학 시험을 칠 때는 따로 챙겨 준 것도 있었고 선물도 나름 잘 챙겨 주지 않았나? 심지어 방학 때 같이 훈련도 해줬다고. 이보다 더 나은 형이 어디 있는가. 기숙사 다른 놈들도 자기 형제를 이렇게까지 챙기진 않았던 것 같은데!
“부족하면 말을 하지, 왜 이런 걸로 울고 그러냐.”
“부, 부족한 게 아닙니다!”
“아니야?”
레이먼이 되묻자 아드리안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레이먼은 더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럼 왜 울어?
“형님께는 늘 신세만 지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테이블 위 가지런히 올려진 목걸이를 아드리안이 그제야 손에 쥐었다. 선명한 붉은색 마력석이 목걸이 줄에 장식된 고급스러운 아티팩트였다. 마력석은 그 안에 담긴 마력의 순도와 양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곤 하는데, 이 목걸이는 대충 봐도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정도의 물건이었다.
이런 아티팩트를 얻기 위해 형님은 그 어려운 실습에서 1등이라는 성과를 거뒀는데, 그 성과로 받은 보상을 자신이 이렇게 날름 받아먹다니.
“목걸이의 가치가 너무 큽니다. 이렇게 귀한 아티팩트를 제가 받을지 몰랐던지라 그만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뭐, 어때. 어차피 처음부터 너 주려고 딴 건데. 별로 힘들지도 않았어.”
“처, 처음부터…….”
이런, 또 단어 선택을 잘못한 모양이었다. 안 그래도 울먹이던 아드리안의 얼굴이 조금 전보다 더 울상이 되었다.
‘난감하네.’
진짜 힘들지도 않았다. 흙먼지에서 진탕 뒹굴었던 스칼리나 아티팩트 설계를 두세 개 정도 완성시킨 오닉스와 달리, 그가 한 것은 회의장에서 입만 놀린 게 다였기 때문이다. 말 잘해서 얻은 보상이나 다름없었다.
‘형님은 또 저렇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씀하시는구나.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는지 알고 있는데.’
아드리안이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손이 약간 헛돌기에 도와줄까 생각했으나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생각한 레이먼이 심드렁한 어투로 말했다.
“그 목걸이에는 기본적으로 정신 방벽 마법이 새겨져 있으니 기왕이면 매일 차고 다녀라. 목걸이 줄이 상하지도 않으니 빼지 않는 편이 좋겠지.”
“네, 절대 빼지 않겠습니다.”
“그래. 준 보람이 느껴져서 좋다.”
레이먼이 스윽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화도 좀 나눈 것 같고 할 일도 끝냈으니 이제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좀 더 취할 참이었다.
“그럼 쉬고 있어. 나도 좀 쉬러 가봐야겠다.”
실습이 끝난 후 일주일은 수업이 없는 기간. 이 1년 중 가장 한가한 기간을 꼽자면 분명 지금이겠지.
‘쉴 거야.’
휴식에 대한 의지를 한껏 다진 레이먼은 아드리안에게 대충 인사를 남기고선 방을 나섰다.
방 앞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아드리안을 겨우 말린 레이먼이 복도를 거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감수성 풍부한 동생보다 더 귀찮은 놈이 달라붙었다.
“레이먼! 같이 가자, 좋지? 좋았어!”
스칼리였다. 마법 기사단 놈들은 기본적으로 친화력이 좋은 것 같다. 아니면 그냥 자기 할 말만 하거나. 크리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뽐내는 스칼리가 친숙하게 거리를 좁혀 레이먼에게 다가왔다.
“오늘도 왜 이렇게 더러워?”
실습도 끝났고 일주일간 휴식 시간이 주어졌을 텐데, 스칼리는 오늘도 흙먼지를 잔뜩 뒤집은 채였다.
“훈련하다 와서 그래. 유타 그놈은 뭐가 그렇게 완벽해?”
“유타랑 한 거야?”
“응. 내가 졌어. 피데스 애들이랑 했을 때도 진 적이 없는데 말이야. 그놈은 왜 피데스 말고 기프트에 있는 거야? 처음에야 그 이상한 소문 때문에 그렇다 쳐도 학년이 오르면서 옮길 수 있었잖아. 우리 클래스에 오면 매번 대련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안 갔나 보지. 피데스에 가면 너 같은 놈들이 한가득일 테니까.”
스칼리를 겨우 떼어낸 레이먼이 방 안으로 돌아왔다. 실습이 끝나니 겨우 평화로운 시간이 찾아왔다.
***
이제는 남은 기간을 정말 한가로이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레이먼의 평화로운 시간은 일주일도 가지 못했다. 매너스에게서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 친애하는 레이먼에게잘 지내고 있니, 레이먼? 인사를 좀 더 나누고 싶지만 한시가 급해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야겠다. 현왕이 위독하시다. ]
여기까지만 읽어도 충격적인 내용에 레이먼은 자기도 모르게 편지를 찢어 버릴 뻔했다. 일기장에도 적혀 있지 않던 미래가 갑자기 이 판국에 벌어질 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레이먼은 편지를 찢지 못했고 눈을 가느스름하게 뜬 채, 편지를 마저 읽었다.
[ 건강하신 분이 갑자기 이렇게 쓰러지니 왕실도 혼란스러운 상태다. 궁인들의 입단속을 확실히 시키고 있으니 아마 왕실 밖에 있는 유타도 전해 듣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 현왕이 돌아가시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군. 만약 1왕자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사실이라면 그가 왕위에 오를지도 모르지, 2왕자는 혹시…… 아니, 역시 모르겠군. 둘 다 왕위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만….일단 너도 알아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편지한다. 만약 도움을 줄 수 있거나 받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 편지의 뒷면에 내용을 적어 예배당 가장 앞줄, 오른쪽 구석 자리 아래에 끼워두도록.
M으로부터 ]
이니셜로만 정보를 밝히고 있었지만 편지의 내용, 고급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는 편지지의 질을 봐선 매너스임이 틀림없었다. 서머셋의 M일 수도 있지만 서머셋은 이런 편지를 내게 주지 않겠지.
게다가, 편지를 다 읽은 순간 매너스의 친밀도가 올랐기 때문에 M이라는 이니셜의 주인을 찾는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었다.
‘오르면 뭐 해. X발.’
지금 중요한 것은 M이 누구인지 따위를 맞히는 것이 아니었다. 왕이 아프단다. 현왕이 죽게 되면 왕위는 자연스레 승계된다. 5년은 남은 줄 알았던 시한폭탄에 오류가 일어나 5일밖에 남지 않게 된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었다.
현왕이 왜 위독하지? 어떻게? 갑자기? 독이라도 먹었나? 제기랄. 이럴 줄 알았다면 뭐 해독 마법이라도 배워두는 건데. 게다가, 일기장에 독이나 해독 관련 힌트 같은 건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이전에 없었던 일이 이번에 처음 생긴 게 되는 건가?’
[ 아니, 꼭 그렇지는 않지. ]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아모르가 말했다.
[ 아직 일기장엔 네가 읽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 ]‘그렇다면 보였어야죠. 현왕이 위독하다는 건 킹메이커한테 엄청나게 중요한 정보잖아요!’
차라리 왕실 마법사로 근무 중에 벌어진 일이라면 대비라도 할 수 있었을 거다. 성 내부에 정보원을 미리 심어 두기에도, 게다가 그 배후를 조사하는 게 한결 편했을 테니까. 레이먼이 손톱을 잘근잘근 깨문 채, 눈을 날카롭게 치떴다.
이미 벌어진 일에 고민하는 건 떨거지들이나 하는 일이지 미래를 도모해야 하는 레이먼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정리를 해보자.’
현왕이 위독하다는 정보는 왕실에서 철저히 단속 중이라 했다. 그렇다면 왕족 중 포레스튼에 재학 중인 유타와 각각 쿠모르 제국, 스웨인 영지에 있는 1왕자와 유리페는 아직 왕의 위독함을 모를 수도 있다.
일단 유타와 유리페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고 해결책을 세워야 해.
‘현왕을 살려야 한다.’
킹메이커의 미션에는 제한 시간이 없다. 그래서 아카데미 졸업 이후의 일을 생각할 수 있었던 거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현왕이 정정할 거라는 전제가 미리 깔려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전제가 무너진다면 아카데미 졸업 전에 자신이 죽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진다.
레이먼은 서둘러 유타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노크 후, 레이먼은 기다리지도 않고 덜컥 문을 열었다. 그의 시야로 비친 것은 낯익은 모양의 편지를 손에 쥔 채 가라앉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는 유타였다. 유타의 손에 들린 편지를 확인한 레이먼이 곧장 그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편지 봤어?”
“봤어.”
“지금 현왕이 돌아가시면 다음 왕은 누가 될지 장담 못해. 그리고 그 왕이 자식을 낳으면 남은 왕족들이 왕위를 이을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지겠지.”
“알지.”
유타는 꽤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이건 현왕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 때문인 듯 보였다. 유타의 어머니는 현왕에게 버려진 여인이었지만 여전히 왕좌와 권력에 집착하는 기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일종의 잘못된 변이였다. 사랑이 집착으로, 이제는 그 집착의 대상마저 바뀌어버린. 그러니까 유타를 남자로 키운다는 말도 안 되는 일까지 벌여가며 제 자식을 왕좌에 올리려고 했겠지.
“어머니에게 찾아가 봐야 해.”
“그게 중요해? 네가 왕위에 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알고 있어. 그러니 방법을 찾아봐야지. 어머니라면 해결책을 알고 계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찾아가겠다는 거야.”
“뭐?”
유타는 그렇게 씁쓸하게 웃고선 ‘클레임 교수님께 외출 허가를 받아볼게. 이유는 말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말한 뒤 떠났다.
레이먼은 그 순간 직감했다.
‘유타는… 제 어머니가 이번 일에 관여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유타의 어머니가 현왕에게 품은 감정은 이미 사랑이 아니라 집착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하지만 레이먼은 이 가정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제 자식을 왕위에 올리고 싶은 어머니라면 지금 같은 시기에 제 손으로 직접 왕을 시해하는 짓 따위 할 리가 없으니까.
‘독일까? 아니면 마법? 그것도 아니면… 다른 무언가?’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경우는 독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다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할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독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만약 영법 중 상대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영법이 있다면? 그건 해독제로도 해결할 수 없지 않나?
‘그리고 영법사가 관계되어 있다면 차라리 범인을 좁히기 쉬워진다.’
레이먼은 나가는 유타를 따라나섰다.
“유타!”
“왜 그래?”
“나도 같이 갈게.”
“우리 엄마한테?”
“내가 너희 엄마를 왜 보러 가?”
“그럼?”
“네 아빠나 보러 가야지.”
“뭐…?”
영법을 알아보기 위해선 영법과 비슷한 원리로 마법을 쓰는 이가 필요하다. 서클이 없고, 서클이 없어도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이 몸뚱어리. 엘프의 가호를 받아둔 몸이 이럴 때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쓸모만 있으면 된 거지.’
이 대단한 몸뚱어리 나라 살리는 일에 한번 보태봐야지.
“네 아빠 보러 간다고.”
“현왕을?”
“그래, 현왕. 직접 보고 살려야겠어.”
정확히 말하면 내 목숨 살리러 가는 거지만.
“그러니까 날 데려가!”